밤비 - 숲속의 삶 웅진 세계그림책 215
필리프 잘베르 지음, 이세진 옮김, 펠릭스 잘텐 원작 / 웅진주니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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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갓 태어나 아직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아기 노루를 엄마 노루가 구석구석 핥아 주고 있다. 드디어 아기 노루가 눈을 뜨자, 엄마 노루는 다정하게 미소 짓는다. 안녕, 밤비. 아기 노루 밤비는 발 하나를 쭉 펴고 어설프게 걷는 연습을 해본다. 아직은 목을 가누는 것도, 어깨를 드는 것도, 가냘픈 다리로 일어서는 것도 어려워 곧 철퍼덕 주저앉고 말지만 말이다.

 

 

밤비는 이제 걷는 것보다 뒤는 것을 더 좋아하는 노루가 되었다. 숲 속을 내달리면서 딱정벌레, 다람쥐, 꽃잎처럼 예쁜 나비들.. 주변의 모든 것들을 관찰하고, 바라본다. 호기심 많은 밤비에게 엄마가 이야기한다. 산기슭에서 더 가면 사람들로부터 동물들을 보호해줄 나무들이 없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말이다. 무슨 일이 생기면 앞만 보고, 무조건 도망쳐야 한다고 말이다.

 

 

이야기는 밤비가 태어난 봄에서 시작해 여름과 가을, 그리고 겨울을 지나 다시 봄이 되는 계절의 흐름대로 진행된다. 어린 밤비는 사냥꾼을 보고 놀라 도망치기도 하고, 폭풍우와 천둥을 피해 몸을 숨기기도 하고,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먹이를 찾기 어려운 계절을 지나며, 점점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지며 자란다.

 

밤비는 추위와 배고픔을 견뎌내고, 갑작스러운 엄마의 죽음도 겪으면서 혹독한 겨울을 보낸다. 하지만 힘든 시간도 결국 지나가게 마련이고, 다시 해가 길어지고, 날씨가 포근해진다. 밤비의 머리 위에 있는 뿔도 제법 근사하게 올라오기 시작한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던 밤비가 아기 노루에서 용감하게 사랑을 쟁취하며 아버지에 이어 숲의 왕자가 되는 과정을 계절과 함께 그려내는 뭉클한 이야기였다.

 

 

이 작품은 2023년이면 출간 100주년을 맞이하는 펠릭스 잘텐의 고전 <밤비>를 새롭게 재탄생시킨 그림책이다. 작가인 필리르 잘베르는 '자연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가능한 한 세밀하게 그리려고 했으며 따라서 매우 큰 사이즈로 작업했다'고 말한다. 덕분에 커다란 판형으로 만나게 되는 이 그림책은 아름다운 숲의 풍경과 생생하게 그려진 노루의 모습을 아름답게 보여준다. 특히나 그림의 색감과 질감이 독특한 편인데, 연필과 목탄으로 그린 뒤 컬러를 입히는 방식으로 그려진 것이라고 한다. 굉장히 세밀하고, 디테일한 묘사가 돋보이는 그림들이라 커다란 판형으로 만나는 것이 더욱 즐거운 그림책이기도 했다.

 

<밤비>는 대부분 디즈니의 클래식 애니메이션으로 많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아기 토끼 덤퍼와 수줍음 많은 스컹크 플라워 등 다른 동물들도 등장했었는데, 밤비가 노루가 아니라 사슴으로 나왔었다. 필리프 잘베르의 그림책은 원작에 더 충실하면서도 독특한 자신만의 색채를 보여주며, 오롯이 노루들의 세계에 집중하고 있다. <밤비>를 디즈니 애니메이션 속 귀여운 이미지로만 알고 있었다면, 이 작품을 통해 밤비의 진짜 이야기를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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