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양이 9 - 또 희한한 녀석이 왔습니다
네코마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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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양이 시리즈를 처음 만난 것이 벌써 6년 전이다. 그리고 어느새 시리즈는 열 권이 되었다. 여덟 번째 이야기 이후 2년 만에, 아홉 번째 이야기와 열 번째 이야기가 함께 출간되었다. 사실 고양이나 개를 주인공으로 한 만화는 많지만, 콩고양이 시리즈는 사박사박 소리가 들리는 듯 담백한 느낌의 연필 드로잉으로 중독성 강한 이야기를 들려주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리즈이다.

 

두 주인공 고양이 '팥알이'와 '콩알이'도 너무 사랑스럽고 귀엽지만, 시리즈 네 번째 작품에 처음 등장해 지금까지 출연하고 있는 시바견 '두식이'를 특히 더 애정한다. 물론 개와 고양이를 과연 한 집안에서 평화롭게 키울 수 있을까 싶을 수도 있겠지만, 이 작품을 읽다 보면 개와 고양이가 앙숙이라는 건 우리의 편견에 불과하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그래서 개와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확연히 다르긴 하지만, 이 시리즈를 읽다 보면 누구나 개도, 고양이도 모두 다 좋아할 수밖에 없게 된다.

 

 

시리즈 여섯 번째 이야기에서는 너구리가 등장했었고, 일곱 번째 이야기에는 두식이를 꼼짝 못하게 하는 마성의 고양이가 등장했었다. 이번 아홉 번째 이야기에서는 몸값이 어마어마하다는 큰유황앵무가 나타나는데, 뉴페이스인 앵무새와 콩고양이네 식구들과의 시끌벅적한 동거는 열번째 이야기까지 이어진다.

 

고양이와 시바견 외에도 닭과 비둘기, 참새와 거북 등 복작복작했던 집사네 집에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는 앵무새가 등장했으니, 얼마나 더 정신없게 재미있을 지 상상이 될 것이다. 게다가 처음으로 집사인 다마요와 그녀의 오빠 안경남에게 각각 설레이는 상대가 나타나면서 달콤한 러브 모드까지 형성하니 더 따뜻하고 기분 좋게 읽을 수 있었다.

 

 

콩고양이 시리즈는 여백이 많은 프레임에 둥둥 떠있는 짧은 대사가 간간이 미소 짓게 만들고, 또 그 틈틈이 뭉클함과 유쾌함과 따스함을 안겨준다. 게다가 요즘 같은 날씨엔 고다쓰 처럼 낮은 테이블 아래 발을 집어 넣고 따뜻함으로 몸을 무장한 채 뜨거운 커피나, 호빵 같은 걸 먹으면서 만화책 삼매경에 빠지는 게 제격 아닌가.

 

집동자귀신 아저씨와 두식이가 산책을 다녀와서 씻지 않고 발만 닦아주는 모습, 병원에 가기 싫어서 근처만 가면 귀신같이 알아채고 으르렁거리는 모습 등등 소소한 일상 풍경들이 개를 오래 키웠던 내게는 너무도 익숙한 풍경이라 읽는 내내 뭉클했다. 이렇게 강아지나 고양이와 함께 지내는 사람들에게는 일상인 에피소드들을 놓치지 않고 잘 포착해서 장면으로 구성해내고 있는 점 또한 콩고양이 시리즈만의 장점이다.

 

 

사람 말도 따라 하고, 노래도 부르고, 어느 날 갑자기 집에 날아 들어온 앵무새. 그런데 새장에는 들어가지 않고, 불러도 오지 않는데, 그렇다고 다시 날아갈 생각도 없어 보이는 독특한 캐릭터. 내복씨의 가발을 물고 날아가기도 하고, 경박한 말을 해서 사람들을 당황시키기도 하고, 마담 북슬의 목소리를 흉내내 두식이를 아무렇지 않게 놀리기도 하는 엄청난 앵무군은 그야말로 콩고양이네 식구들을 쥐락펴락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한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안경남에게 핑크빛 기류를 안겨준 계기가 되기도 하는데, 새로운 식구들로 인해 한층 더 시끌벅적 재미있어진 콩고양이네 식구들의 이야기가 너무도 사랑스럽다.

 

오늘도 콩고양이네 집에는 사건사고가 그치지 않고, 다양한 캐릭터들이 모여 버라이어티한 대가족의 알콩달콩한 이야기가 계속 되고 있다. 가끔 아무 생각 없이, 머리를 좀 쉬게 해주고 싶은 그런 순간, 가볍고 유쾌하면서도 마음 따뜻해지는 독서를 하고 싶다면 콩고양이 시리즈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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