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킹
짐 오타비아니 지음, 릴랜드 마이릭 그림, 최지원 옮김, 오정근 감수 / 더숲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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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와 그것의 탄생에 관해 논의를 거듭할수록, 나는 시간에 대해 더욱 깊이 생각하게 됐다. 특히 시간의 모순에 대해서. 우리가 아는 물리 법칙들은 시간 대칭적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시간을 앞당기거나 되돌려도 똑같이 작용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우주는 그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엔트로피는 반드시 증가한다. 그 반대로 흘러가는 경우는 절대 없다. 그게 바로 열역학적 시간의 화살이다.    p.173~174

 

스티븐 호킹은 마치 운명처럼, 1942년 1월, 갈릴레오 사후 300년이 되던 날 태어났다. 물론 태어난 날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이 중요하진 않겠지만, 이후 호킹이 일생 동안 이루어낸 업적을 떠올려 보자면, 이는 분명 의미가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아인슈타인 다음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물리학자가 바로 스티븐 호킹일 것이다. 호킹이 병마에 시달리며 몸이 비틀어진 상태로 휠체어에 앉아 있는 모습이 언론에 자주 노출되기도 했거니와,  그런 상태로도 우주론과 이론 물리학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는 스물한 살의 나이에 근위축성측색경화증, 즉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지만 앞으로 몇 년밖에 못 산다는 말을 듣고도, 50여 년을 병고에 시달리며 그 모든 일을 이루어냈으니 말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참고)

 

이 책은 스티븐 호킹의 삶을 연대순으로 그리고 있는 전기 형식의 그래픽 노블이다. 사실 과학자의 전기라고 해서 그의 일생을 다루는 내용이 대부분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의 삶보다는 그의 연구와 과학적 업적에 대한 부분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흥미로웠다. 호킹이 태어났을 때부터 학창 시절, 대학 생활 그리고 학문적 연구의 과정과 아내를 만나 결혼하는 과정까지 그의 생을 따라가면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하지만 그 속에서 매번 치열하게 학문적으로 탐구하는 모습들이 그려져 있고, 그의 일상 생활 보다는 물리학적 지식들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어렵고 딱딱한 이론들이 난무하는 책은 아니다. 그래픽 노블의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어 물리학이 생소한 독자라도 쉽고, 재미있게 호킹의 대표적인 업적들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교수님의 장애가 일을 하시는 데 도움이 됐나요?"
"글쎄요. 나는 다른 교수들처럼 일어서서 강의하지 않아도 되죠. 내가 유명해진 데는 장애인이라는 사실도 한몫한 게 사실이에요. 불구가 된 천재 이미지에 딱 들어맞으니까요. 하지만 그건 언론의 과대포장이에요. 난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가 아니에요."    p.236~237

 

이 책은 그래픽 노블이라는 형식 때문인지, 기존의 과학자들을 다루고 있는 전기들과 다르게 쉽고,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어서 더 인상적이었다. 상대성이론의 간략한 역사, 빅뱅 이론의 역사, 호일, 나릴카의 중력 이론, 중력붕괴의 특이점과 우주론 등등 풍부한 과학적 지식들이 가득 채워져 있지만, 그 사이사이에 호킹의 일상이 함께 어우러져 있어 매우 드라마틱한 이야기로 느껴진다. 특히나 그가 1988년에 대중을 위한 우주 이야기를 친근하게 풀어낸 <시간의 역사>를 저술하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편집자로부터 너무 전문적이다, 어렵다는 식의 피드백을 받고 원고를 전면 수정하는 과정도 있었고, 책의 서문을 써주기로 한 칼 세이건이 이런 저런 내용들에 대한 지적을 메모로 전달해 그에 대한 토론을 하는 부분도 흥미로웠다. 공항에서 마구 팔려나가는 책들처럼 대중적이고, 잘 팔리는 책이 되기를 바랐던 호킹의 바람대로 이 책은 전 세계적으로 1천만 부 이상이 팔렸고, 그로 인해 그는 엄청난 명성을 얻게 된다.

 

호킹은 그렇게 우주의 기원과 블랙홀을 탐구하며 현대 우주론의 기반을 다졌고,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물리학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이 책은 그가 불굴의 의지로 이뤄낸 과학적 성과 외에도 병세가 악화되어 목소리를 잃고 음성 합성기에 의존해야 했음에도 유쾌함을 잃지 않았던 인간적인 모습과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혼과 재혼 이야기까지 모두 담고 있어 천재 과학자이자 보통의 인간으로서의 모습까지 만날 수 있도록 한다. 2018년 3월 14일, 스티븐 호킹은 하늘의 별로 돌아갔다. 그날은 아인슈타인의 생일이기도 하다. 호킹이 우주로 영원한 여행을 떠난 지 2년이 넘었지만, 그는 여전히 20세기를 대표하는 과학자로 존경 받고 있다. 우주의 탄생에 대한 물리학의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배우고 싶다면, 한계를 넘어선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삶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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