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사냥꾼 - 집착과 욕망 그리고 지구 최고의 전리품을 얻기 위한 모험
페이지 윌리엄스 지음, 전행선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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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은 전 세계적인 인지도를 자랑한다.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는 척추동물 전문 고생물학자인 토머스 홀츠가 즐겨 말했듯이, 모르는 사람이 없는 공룡이다. 공룡은 치명적인 죽음과 강인한 생명력을 둘 다 상징했다. 인간을 기준으로 하면, 공룡들은 훨씬 더 성공적이었다. 공룡은 1억 6,600만 년 동안 지구를 지배하다가 대량 멸종의 나락으로 떨어졌지만, 6,600만 년 후에는 문화적으로 재기해 명성을 누리고 있다(여전히 새들이 남아 있으니, 전부는 아니고 거의 멸종한 것이다).    p.29

 

2012년 뉴욕 시의 경매장에 100만 달러를 넘어선 가격에 최종 낙찰된 공룡화석이 등장했다. 몽골에서 최초로 발굴된 이 공룡화석은 높이 2.4미터, 길이 7.3미터에 이르렀으며,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의 사촌뻘 되는, 거의 완전한 화석이었다. 티라노사우루스 바타르, 일명 아시아의 티라노라 불리는 타르보사우르스였다. 이 공룡 뼈를 경매에 내놓은 건 미국 시민이자 전직 수영선수였던 서른여덟 살 남자였고, 그는 이 일로 최악의 시련에 부딪치게 된다. 한 고생물학자가 이 공룡의 출토 지역이 자신이 태어난 몽골의 고비 사막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후 공룡화석의 소유권을 둘러싸고 몽골과 미국의 국제분쟁으로 치닫게 된 것이다. 그리고 결국 결국 공룡화석의 판매자는 미국 법정에 서게 된다.

 

이 책의 저자인 페이지 윌리엄스는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일어나기 힘든 전대미문의 ‘공룡화석’ 밀수 사건의 조사를 위해 10여 년의 시간을 쏟아 부었다. 이 책은 등장하는 등장인물의 이름도 전혀 바꾸지 않았고, 새롭게 끼워 넣은 정보도 없는, 완전한 실화이다. 공룡화석 경매 사건을 다루는 논픽션으로도 매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만, 자연사 수집품에 집착하는 인간의 욕망과 공룡을 둘러싼 과학과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다양한 이들의 너무 다른 시각에 대한 이야기도 대단히 흥미롭다. 과연 화석은 발굴자의 것인가, 인류 공동의 유산인가? 수천만 년 전 이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화석의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발굴자? 땅주인? 고생물학자? 아니면 인류 공공의 것일까?

 

 

새로운 법은 어떤 측면에서 고생물학자와 직업적 화석사냥꾼 양측을 다 화나게 했다. 내무장관의 서면 허가 없이는 연방 재산에서 연구를 진행하는 과학자들도 자신들이 화석을 발굴한 장소를 대중에 공개할 수 없었다. 이 법안은 밀렵꾼을 막기 위한 것이었지만, 열린 과학이라는 개념에는 역행했다... 어쨌든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할 듯했다. 정책 입안자들은 마치 황금이라도 찾아다니듯이 마구잡이로 땅만 파헤치는 부패한 인간들에게는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서, 평판 좋은 상업적 화석사냥꾼들에게는 설 자리를 찾아주기 위해 고심했다.   p.290~291

 

화석을 찾아 다니고 탐내는 것은 기본적으로 세 그룹, 즉 고생물학자, 수집가, 상업적인 화석사냥꾼이다. 대부분의 화석 상인은 자신들이 화석을 수집하고 판매함으로써 자칫 침식되어 사라져버렸을 유물을 구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과학자들은 화석의 거래를 금지함으로써 특정 유형의 화석을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생물학자들은 과학의 근간이 되는 대상을 옹호했고, 상업적인 화석사냥꾼들은 그들의 거래를 옹호한다. 거래상들은 많은 경험과 현장 지식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고생물학자가 아니지만, 그들이 없었다면 고생물학은 존재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생물학자와 직업적 화석사냥꾼은 극명하게 상반된 주장을 펼쳐왔지만 말이다. 좀처럼 해결이 힘들 것 같은 그 첨예한 갈등이 이 작품의 가장 드라마틱한 서사를 만들어낸다.

 

공룡은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호기심거리나 어린 시절에만 열광하는 흥미거리 내지는 화석으로만 존재하는 존재라고 생각했다면 이 책을 통해서 공룡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게 될 것이다. 화석이나 공룡에 문외한이었던 사람들에게는 대단히 흥미로운 공룡 화석의 세계를 만날 수 있게 해줄 것이고, 공룡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무조건 권하고 싶은, 너무도 매혹적이고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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