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하는 습관 - 위대한 창조의 순간을 만든 구체적 하루의 기록
메이슨 커리 지음, 이미정 옮김 / 걷는나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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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슨은 글을 쓰면서도 부산스러운 집안을 관리하고, 네 아이와 애완동물들을 키우고, 20세기 중반 미국인 아버지의 전형적인 양육 방식대로 가정을 돌보지 않는 남편을 돌봤다. 남편이 문학 평론가이자 잡지 편집자, 교수로 일하는 동안 잭슨은 가정을 돌보면서 양육과 집안일을 하는 틈틈이 시간을 짜내어 글을 썼다. 1949년 인터뷰에서 잭슨은 이렇게 말했다. "제 인생의 절반을 아이들을 목욕 시키고, 옷을 입히고, 요리하고,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수선하는 데 쏟아붓고 있어요. 모두가 잠들고 나면 타자기 앞으로 가서 다시 창작열을 불태우려고 노력하죠."    p.161~162

 

모두 똑같은 24시간을 사는데, 왜 어떤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이루는 것일까. 이 책의 저자인 메이슨 커리는 소설가, 작곡가, 화가, 영화감독 등 위대한 성취를 이룬 예술가들의 하루 루틴과 작업 습관을 찾아 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충동적이고 즉흥적인 영감으로 일할 것 같은 예술가 대부분은 지독하리만치 규칙적이고 성실했으며 그 누구보다 더 엄격하게 습관을 유지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그에 대한 결과를 모아 <리추얼>이라는 책을 출간했는데, 그 책에 등장하는 161명 중 여성은 단 27명뿐이었다. 이번 신간은 그러한 성비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131명 여성 예술가들의 하루에서 찾아낸 결정적 습관들을 다루고 있다.

 

이 책에는 루이자 메이 올콧, 도리스 레싱, 옥타비아 버틀러, 수전 손택, 메리 셸리, 버지니아 울프, 프리다 칼로, 이사도라 덩컨, 샬럿 브론테, 제인 캠피온 그리고 프랑수아즈 사강와 코코 샤넬, 마리 퀴리에 이르기까지 지난 400년간 이름을 알린 여성 예술가들이 살아온 보통의 하루가 소개되어 있다. 일상적인 걱정거리에 물들지 않았던 남성들의 이야기에 비해, 집안일과 창작을 동시에 처리해야 했던 여성들의 이야기라 더욱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버지니아 울프는 '시간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한 사람의 얼굴을 바꿔놓듯이 습관은 인생의 얼굴을 점차적으로 바꿔놓는다'고 말했다. 스스로도 거의 평생 동안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끊임없이 글을 쓰며, 규칙적이고 질서 정연한 집필 습관을 유지했고 말이다. 

 

 

페버는 스물한 살 때부터 생을 마칠 때까지 매일 아침 9시에 일어나 타자기 앞에 앉았고, 하루 천 단어를 목표로 잡고 글을 썼다. 항상 그 목표를 달성한 것은 아니었지만 종종 목표 달성에 성공해 50년 집필 경력 동안 소설 12권과 단편소설집 12권, 연극 각본 9개, 자서전 2권을 출간했다. 이 작가에게는 집필 환경이 중요하지 않았다. 페버는 수년 동안 사실상 어떤 환경에서도 글을 쓸 수 있게 스스로 를 단련했다.    p.295~296

 

성공한 인물들이 헌신적인 아내와 하인, 상당한 유산, 그리고 몇 세기 동안 누적된 특권에 힘입어 어려움을 극복했다면, 현실적으로 그다지 와 닿지는 않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위대한 인물들의 일상도 생계유지와 식사 준비, 혹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 보내기 같은 평범한 걱정거리 속에서 좌절하고 적절히 타협하면서 치열하게 살았다면 공감대 형성을 하게 된다. 도리스 레싱은 아이가 일어나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식사를 챙겨주고, 학교에 데려다 주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의 진짜 하루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에도 집 안을 돌아다니며 집안 일을 병행했기에 끊임없이 일하다 말다를 반복해야 했다. 화가인 앨리스 닐은 두 아들을 혼자 키워야 하는 가난한 살림에 정부 보조금을 받아 생계를 이어나갔지만, 매일 상당 시간 동안 그림을 그렸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잠든 밤에 일을 했고, 나중에는 아이들이 커서 학교에 갔을 때 일을 했다. 그럼에도 그림을 중단해야겠다고 진지하게 고려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여성의 창의적 작업을 무시하거나 거부하는 사회에서 성장했고, 전통적인 아내와 엄마, 주부의 역할보다 자기표현 욕구를 우선시하려다가 부모나 배우자의 격한 반대에 부딪혔다.이들 중 많은 이들에게 돌볼 자식이 있었고, 부양가족의 욕구와 자신의 야망 사이에서 힘겨운 선택을 해야 했다. 그들은 대체 어떻게 글을 쓰면서 어떻게 아이를 돌보고, 잠을 충분히 자고, 집안일을 처리했을까? 위대한 인물들의 습관을 엿봄으로써 동기부여를 얻고 싶다면, 새해를 맞이해 나만의 루틴을 구축해 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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