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티스
마이클 크라이튼 지음, 이원경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네가 올여름 마시 교수와 함께 서부에 가지 않는다에 천 달러 걸겠어.”

내가 대꾸했다.

“좋아. 내기를 받아주지.”

그 순간 깨달았다. 비록 내가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여름 내내 소름끼치게 뜨거운 사막에서 미치광이로 소문난 늙은이와 오래된 뼈를 파내며 함께 지내게 되었다는 것을.     p.15

마이클 크라이튼 사후 세 번째로 발표된 소설이다. <쥬라기 공원>이라는 너무도 유명한 그의 대표작으로 많이들 알고 있는 마이클 크라이튼은 20세기 최고의 이야기꾼이자 과학 스릴러의 거장이다. 사실 어린 시절에 읽었던 마이클 크라이튼의 작품은 내게 거의 충격이었다. <쥬라기 공원> 이후로 과학 스릴러라는 장르에 대해, 공룡이라는 테마에 대해 호기심이 생겨서 한동안 관련된 책들을 찾아 푹 빠져 지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고전 추리소설과 판타지 소설에 푹 빠져 있던 내게 그의 작품은 그야말로 신세계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너무도 오랜만에 그의 작품을 만나게 되어 읽기 전부터 굉장히 설레었다.

이 작품은 마이클 크라이튼이 1970년대에 집필한 미공개작으로, <쥬라기 공원>의 프리퀄 격인 작품이다. 현재까지로는 그가 남긴 작품 중에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최후의 작품이기도 하다. 이야기의 배경은 사람들이 금을 캐러 미 서부 인디언 지역으로 몰려들던 1870년대이다. 모두가 금을 찾아 서부로 향하던 시대, 공룡 화석을 찾아 그곳으로 간 이들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당시에 활약했던 실존 인물인 코프와 마시, 두 고생물학자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냈기 때문에, '팩션 모험극'이기도 하다. 아직은공룡이란 존재를 믿을 수 없던 시기이자 창조론과 다윈의 진화론이 첨예하게 대립하던 그 시절, 사라진 공룡의 세계를 찾아 서부 대평원으로 떠나는 여정은 어떻게 그려지고 있을까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현지 발간 당시전성기의 마이클 크라이튼을 다시 만난 듯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으니 말이다.

"자연에는 우리가 상상도 하지 못한 것들이 아주 많다네. 이 브론토사우루스가 활보하던 시대에는 빙하의 얼음이 녹고, 지구 전체가 열대로 바뀌었지. 그린란드에 무화과나무가 자라고, 알래스카에 야자수가 무성했어. 미 대륙의 광활한 평원들은 당시에 거대한 호수들이었고, 지금 우리가 앉아 있는 곳은 호수 바닥이었네. 죽은 동물의 사체가 호수 바닥에 가라앉으면 진흙 침전물이 그 위에 쌓여 점차 돌로 굳어지지. 그렇게 보존된 화석을 우리가 발견한 거야. 만약 이런 증거들이 발견되지 않았다면, 그런 거대한 동물의 존재를 누가 상상할 수 있었겠나?"    p.213~214

1800년대 후반 미국의 고생물학자였던 코프와 마시는 공룡 화석 발굴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을 벌인 라이벌이었다고 한다. 서로 비방하는 것은 기본이고 상대방이 발견한 화석을 도둑질하는 등 상대를 이기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 작품에서도 그들의 흥미로운 대결이 고스란히 그려져 있다. 부유한 예일대생 윌리엄 존슨은 라이벌인 친구와 미국의 미래가 서부 개발에 달렸다는 주장에 대한 말싸움을 하다 발끈해 즉흥적으로 서부 여행을 가겠다고 선포한다. 예일대의 마시 교수는 해마다 학생들을 선발해 탐사 여행을 떠났는데, 학생들을 무자비하게 굴리는 걸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친구와의 내기 때문에 마시 교수를 따라 서부로 가게 된 윌리엄은 결국 일행들과 여정을 시작하는데, 마시 교수는 그를 자신의 라이벌인 코프의 스파이라고 의시종일관 의심한다. 결국 마시의 탐사대로부터 버림받아 혼자 남겨진 윌리엄은 우연히 마시 교수의 라이벌인 필라델피아 대학 고생물학과 교수 코프를 만나게 된다. 코프는 마시의 탐사대에서 쫓겨난 윌리엄을 자신의 탐사대에 합류시키고, 예상치 못하게 윌리엄은 그들과 함께 화석 탐사에 나선다.

‘고생물학’과서부라는 소재가 전혀 안 어울리는 것 같으면서도 마이클 크라이튼의 솜씨는 이 두 가지를 기가 막히게 요리해내고 있다. 과학 스릴러 거장의 마지막 작품을 만난다는 조금의 감격스러움도 있고, 아주 오랜 만에 만나는 그의 '공룡 이야기'라는 점도 설레임을 더해주어 더욱 흥미롭게 읽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쥬라기 공원>의 프리퀄 격이라는 의견은 그다지 와 닿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공룡의 화석을 찾으러 떠나는 이들의 여정이라는 점만으로도 이 작품이 <쥬라기 공원>이 만들어지는 데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짐작은 충분히 되었다. '과연 윌리엄은 무사히 공룡 화석을 발굴하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라는 것이 이야기의 주요 플롯이지만, 실존 인물인 두 고생물학자의 대결과 골드 러쉬와 인디언과의 긴 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미 서부 지역이라는 배경이 전해주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오래 전 <쥬라기 공원>을 재미있게 읽었다면, 이 작품도 놓치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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