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살겠습니까 - 한강의 기적에서 헬조선까지 잃어버린 사회의 품격을 찾아서 서가명강 시리즈 4
이재열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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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의 시대다. 산업화에 성공한,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는 선진국이 되었지만, 정작 국민 대다수는 이 모든 업적을남의 이야기라고 느낀다. 행복감은 떨어지고, 자살률은 세계 최고다. 국민이 대통령을 직접 뽑는 민주화를 이룬지 30년이 넘었는데, 정작 투표장에 가는 유권자는 줄었다. 촛불혁명을 이루었다는데, 시민의 정치효능감은 바닥이다. 풍요의 역설이자 민주화의 역설이다.   p.11

현직 서울대 교수진의 강의를 엄선한서가명강(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이다. 역사, 철학, 과학, 의학, 예술 등 각 분야 최고의 서울대 교수진들은 2017년 여름부터서가명강이라는 이름으로 매월 다른 주제의 강의를 펼쳤으며, 이 배움의 현장을 책으로 옮긴 것이 바로 서가명강 시리즈이다. 법의학교실 유성호 교수, 생명과학부 홍성욱 교수, 수학교육과 최영기 교수에 이어 이번에는 사회학과 이재열 교수가 바톤을 넘겨 받았다. 이 책은 서울대 사회학과 이재열 교수가 한국사회의 어제와 오늘을 살펴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안한 대중교양서이다.

제목부터 임팩트가 있다. 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살겠습니까? 라는 질문에 긍정적인 답변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마도 대부분 부정적인 답변을, 고민도 없이 하게 되지 않을까. 이 책의 서문에서도 지적하고 있듯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는 선진국이 되었지만, 정작 국민 대다수는 이 모든 업적을 '남의 이야기'라고 느낀다. 어디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저자는 말한다. 개인의 생애와 사회의 구조, 그리고 그 사회의 역사라는 세 꼭짓점을 자유롭게 오가는 '사회학적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그리고 이러한 역설의 시대에서 '사회의 품격'이야말로 해답을 찾을 수 있는 지점이라고 말이다.

 

 

기본적으로 인권선언에는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고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사람 위에 사람 있고 사람 밑에 사람 있는 것이 사회구조다. 그래서 사회구조를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이 불평등이다. 불평등이 구조화된다는 것은 그것이 장기적으로 지속되고 단순한 경제적 불평등에 그치지 않고 문화와 생활양식으로 굳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p.134~135

겉으로 보기에 한국은 성공적인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룬 기적의 나라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작 한국인 스스로는 선진국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인들의 마음은 '불신, 불만, 불안'으로 가득하다. 물질적으로는 풍요한데 자살률은 급증하고 행복감은 폭락했으며, 정치적 냉소로 인해 투표율 또한 폭락했다. 저자는 이처럼 역설적인 사회현실을 들여다보면서, 한국사회가 이러한 역설에 빠지게 된 이유를 짚어 본다. 사회 시스템이 만드는 마음의 습관을 살펴보고,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불안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와 이후 등장한 에코 세대(1979~1992년생)가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세대 간에 드러나는 뚜렷한 갈등을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 속에서도 우리가 인간적으로 살 수 있고 행복해질 수 있는 해결책을 여러 가지 데이터와 연구를 통해 밝히고 있는데, 지루하거나 딱딱하지 않고 매우 쉽게 읽혀 흥미로운 책이기도 했다. 나 역시 이 사회에 대한 믿음이나 기대가 별로 없는 사람 중 하나라서 사회학이라는 학문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의 서두에서 '독자들이 사회학이 가진 종합적인 상상력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문구가 그다지 와 닿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기면서 '사회의 품격'이라는 낯선 단어가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언젠가는 우리 나라도 '살고 싶은 나라'가 되지 않을까, 라는 희망을 조금 가지게 된 것 같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과거 경험과 전혀 다를 거라고 믿고 싶어졌다. 이 책을 통해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드리는 평온함을 갖기를, 그러나 바꿀 수 없는 것은 과감히 바꾸는 용기를 발휘하기를, 아울러 이 둘을 구별하는 예리한 지혜를 갖기를' 나 역시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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