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 - 자연의 역사를 읽는 사람들
랜스 그란데 지음, 김새남 옮김, 이정모 감수 / 소소의책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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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이 으레 그러하듯, 현장 연구지를 찾는 것 또한 진득하게, 오랜 시간에 걸쳐 한 겹 한 겹 쌓아 올려야 하는 과정이다. 초창기에 나의 목적은 뷰트 지역을 탐사하는 것일 뿐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5,200만 년 전의 생태계를 더욱 깊이 파악하는 것으로 발전했다. 연구에 필요한 샘플 물량을 확보하려면 이 지역의 사람, 장소, 기관들과 좋은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금방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P.66

1990 8 12, 수전 헨드릭슨은 생애 최고의 고생물학적 발견을 한다. 바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공룡인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의 표본이었다. 이후 몇 주 동안 그녀는 사람들과 함께 티라노사우루스 ''의 뼈를 발굴해냈다. 뼈대는 약 9미터 깊이의 실트암, 사암, 모래 층에 묻혀 있었고 트랙터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파내야 했다. 땅 주인이 차량 진입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날마다 그들은 걸어서 오가야 했다. 38도가 넘는 무더위에다 강렬한 햇빛 아래서 바늘, , 칼을 사용해야 하는 힘든 작업이었다. 그들은 2주 넘게 매일 열두 시간씩 작업한 끝에 ''의 뼈를 담은 실트암 덩어리를 땅에서 분리해낸다. 그러고 나서 뼈 하나하나의 위치를 기록하며 조심스러운 발굴 작업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땀과 노력, 그리고 시간을 들여 발굴한 ''는 전 세계의 티렉스 뼈대 화석 중에서도 가장 거대하고 완전한 표본이 된다. 이 화석은 시카고 필드 박물관의 아이콘으로, 중앙홀 한가운데에 장엄하게 전시되어 있다. 몸길이가 13미터인 공룡 ''의 뼈대는 바로 시선을 압도하는 이 책의 표지 사진이기도 하다.

이 책은 미국의 3대 자연사박물관 중 하나인 필드 박물관에서 33여 년간 큐레이터로 활동한 랜스 그란데가 자신이 직접 경험하고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써 내려간 명료하면서도 지적인 대중 과학서이다. 필드 박물관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자연사박물관 중 하나로, DNA에서 공룡에 이르는 2,700만 점이 넘는 표본을 소장하고 있다. 1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큐레이터들은 이 소장품들을 모아서 우리 지구의 생물학, 지질학 및 인간 문화를 연구하고 기록했다. 하지만 실제로 자연사박물관의 큐레이터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것이 바로 랜스 그란데가 이 책을 쓰기로 마음먹게 된 첫 계기였다.

 

 

인간 유골의 소장이 자연사박물관에 중요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유골 자료는 문화 및 자연인류학 연구에 큰 역할을 한다. 과거의 모습을 모른 채로 지금 우리가 누구인지, 어떤 종인지 알 수는 없다. 이는 인간의 해부학에서 범죄과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에도 아주 중요하다. 최근에는 인간 유골을 이용해 DNA를 분석하고 질병의 진화 과정을 연구해서 치료 방법을 개발하는 데도 응용되고 있다. 그러나 유골은 아무래도 인간의 사체이기 때문에 극도로 민감한 문제가 될 수 있고 관리하는 데도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p.293~294

박물관 내의 과학자로서의 큐레이터는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 그들은 어떤 사람인지, 화석과 표본 등은 어떠한 과정을 거쳐 발견되고, 복원되어 대중의 눈앞에 전시되는지에 관한 이야기는 굉장히 흥미진진하다. 자연사박물관은 자연과 인류 문화사를 기록하고 새로운 발견과 연구, 그리고 탐구를 통해 다양한 과학 지식을 대중과 공유하는 곳이다. 그러한 자연사박물관을 유지, 발전시킬 뿐만 아니라 위험을 무릅쓰고 연구 현장으로 뛰어드는 이들이 바로큐레이터이고 말이다. 게다가 책에 수록된 240여 장의 사진과 이미지 또한 매우 고퀄리티라서 책을 읽는 것만으로 자연사박물관을 둘러보고, 실제로 현장을 체험하는 듯한 기분 마저 들었다. 또한 자연사박물관이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와 미래 비전, 박물관 큐레이터의 역할 변화, 진화론을 둘러싼 논쟁과 이슈, 놀랍고도 특이한 사건, 자연사박물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과 그 뒷이야기 들은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것처럼 박진감 넘치게 그들의 서사에 몰입하도록 만들어 주었다.

우리도 이 지구상에 수십억 년간 존재해온 수백만 종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우리는 화석 기록을 통해서 기후변화의 엄청난 여파, 지구 생명체의 멸종, 그리고 인류의 생존이 당연하게 여길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추정할 수 있다. 그러니 고생물학과 지질학은 '우리에게 세월의 방대함과 우리 인간이 그 중 얼마나 작은 부분을 차지하는지를 알려준다'. 이 책을 읽고 나니 큐레이터들이 발견하고 복원한 수많은 화석과 표본이 없었다면 지구상의 동식물과 광물, 그리고 인류의 과거와 현재를 알 수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사박물관에서만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탐험의 세계를 만나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공룡 화석부터 식인 사자, 인간 유골을 둘러싼 이야기까지 끊임없이 당신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줄만한 페이지가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면 앞으로는 자연사박물관을 관람할 때 완전히 새로운 시선을 가지게 될 것이다. 우리 인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사고의 폭을 넓혀주며 자연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주는 살아 있는 교육 현장으로서 자연사박물관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 깨닫게 될 테니 말이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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