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 블러드 - 테라노스의 비밀과 거짓말
존 캐리루 지음, 박아린 옮김 / 와이즈베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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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는 환자의 손가락 끝을 살짝 찔러 채취한 단 한 방울의 혈액만으로 모든 검사를 시행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기를 바랐다. 그 아이디어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엘리자베스는 직원이 공개 취업 설명회에서 빨간색 허쉬 키세스 초콜릿에 테라노스의 로고를 박아 전시했다는 사실에 무섭게 화를 내기도 했다. 허쉬 키세스 초콜릿은 소량의 혈액을 상징했는데, 엘리자베스는 자신이 생각한 혈액의 양을 전달하기에 키세스 초콜릿의 크기가 너무 크다며 화를 냈다.   p.35

엘리자베스는 환자의 집에 카트리지와 판독기를 배치하여 환자가 정기적으로 혈액을 검사 받을 수 있도록 계획했다. 판독기의 통신용 안테나는 진단 결과를 중앙 서버를 통해 환자 주치의의 컴퓨터로 보낸다.  그렇게 하면 환자가 채혈 센터에 방문하여 혈액 검사를 받거나 다음 병원 방문을 기다릴 필요 없이, 의사가 환자의 처방전을 신속하게 조정할 수 있게 될 터였다. 이러한 테라노스의 캐치프레이즈는 그야말로 혁명이었다. 엘리자베스는 이러한 혈액 진단 기술 덕분에 환자 개개인에게 약품이 섬세하게 맞춤화되는 세상에 대해 설명하며, 약물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을 테라노스가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말 그대로 생명을 구하는 일이었다. 저렴하고도 편리하게 질병을 발견 및 예측해 사람들을 구하겠다는 그녀의 말은 비싼 의료비에 시달리던 미국인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거짓이었다. 20대의 젊은 CEO 엘리자베스 홈즈는 존재하지 않는 기술로 세상 모두를 속였던 것이다. 2015 10, 월스트리트저널의 특종 기사로부터 이 거대 사기극이 폭로되기 시작하자 홈즈는 촉망받는 기업가에서 중대 범죄자로 신분이 바뀌었다. 처음 의혹을 감지하고 정보들을 하나로 모으기 시작한 것은 이 책의 저자이기도 한 월스트리트저널의 간판 기자 존 캐리루였다. 캐리루는 테라노스를 퇴사한 직원 60명을 포함해, 160명의 용기 있는 내부 고발자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엘리자베스 홈즈와 회사의 운영진들이 저지른 각종 비행에 대한 증거를 샅샅이 파헤치기 시작한다.

엘리자베스와 대니얼은 이메일을 무시했다. 테라노스에 입사한 지 8년이 된 안잘리는 윤리적 기로에 도달했다고 생각했다. 회사가 연구 개발 과정에서 직원들과 그들의 가족에게서 혈액을 자의로 제공 받아 제품의 문제점을 해결하려 할 때는 괜찮았지만, 월그린 매장에 제품을 출시한다는 것은 승인조차 받지 않은 연구, 실험 단계의 기계를 대중에게 그대로 노출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안잘리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문제였다. 그래서 그녀는 사임하기로 결심했다.    p.251

2003, 스탠퍼드대학교를 자퇴한 갓 스무 살의 엘리자베스 홈즈는 첨단 의료기술 스타트업 테라노스를 창업한다. 손가락에서 채혈한 몇 방울의 피만으로 약 200개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휴대용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개발했다는 그녀에게, 담당 교수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인물이 열혈팬을 방불케 하는 지지를 보냈다. 2015년 초에 이르자 테라노스는 실리콘밸리 최고의 스타트업 기업 중 하나가 되었고, 기업 가치는 무려 10조 원까지 치솟았다. 그렇게 '2의 스티브 잡스'라고 불리던 엘리자베스 홈즈의 가짜 성공 신화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기업가치 10조원의 기업이 왜 몰락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스토리는 웬만한 소설보다 더 흥미진진하다. 읽다 보면 이 책이 경제경영서인지 소설인지 잊어 버릴 만큼 빠져 들게 되니 말이다.

"테라노스가 운영되는 방식은 버스를 운전하면서 동시에 버스를 만들고 있는 것과 같아요. 도중에 누군가는 죽고 말 거예요."

이 책은 뉴욕타임스 48주 베스트셀러이자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아마존 베스트셀러 10권을 지키고 있다. 그만큼 전 세계를 상대로 사기를 치고 몰락한 기업 테라노스의 실화는 사람들에게 충격적이었기 대문이다. 그리고 제니퍼 로렌스 주연으로 영화가 제작 중이라고 한다.  범죄 스릴러보다 박진감 넘치는 테라노스의 성공 신화와 몰락, 그리고 아찔한 폭로전은 그 실화 그대로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이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엘리자베스 홈즈라는 희대의 사기꾼을 스크린에서 재탄생시킬 제니퍼 로렌스도 기대가 되고 말이다. 실리콘밸리를 뒤흔든 전대미문의 사기극의 실체가 궁금하다면, 희대의 테라노스 스캔들, 그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지금까지 이런 경제경영서는 없었다. 소설 같은 짜임새와 줄거리가 돋보이는, 웬만한 범죄 영화보다 긴장감 넘치는 특별한 이야기를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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