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 불확실한 삶을 돌파하는 50가지 생각 도구
야마구치 슈 지음, 김윤경 옮김 / 다산초당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대와 같이 분업이 표준화된 사회에서는 악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자각조차 못 한 채 거대한 악행에 가담하고 있기 쉽다. 수많은 기업에서 행하고 있는 은폐와 위장은 바로 분업에 의해 가능했다. 이러한 행위를 막기 위해서는 자신이 어떠한 체계에 속해 있는지, 자신이 하고 있는 눈앞의 일이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짚어 보고 공간적, 혹은 시간적으로 큰 테두리 안에서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p.122

우리는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집에서는 세상 다정한 아빠가 회사에서는 부하들에게 엄하고 무서운 상사가 될 수도 있다. 애인에게는 너무도 상냥한 사람이 엄마와 통화할 때는 퉁명스럽게 짜증만 낼 수도 있고, 학교에서는 매사 똑 부러지고 성실한 사람이 친구들 사이에서는 덤벙거리고 실수투성이일 수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소속된 회사나 학교, 가정, 친구관계 또는 동호회나 사교 모임 등과 같은 여러 커뮤니티 속에서 다양한 입장과 역할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반드시 일관된 정체성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곳에서나 똑같은 인격을 유지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니 말이다. 심리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은 인격 가운데서 외부와 접촉하는 외적 인격을 페르소나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융은 실제 자신의 모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 낸 가면이 페르소나라며, 이를 개인과 사회적 집합체 사이에서 맺어지는 일종의 타협이라고 정의했다. 가정과 직장, 그리고 개인이라는 세 가지의 인격 요소에 대한 융의 이론을 이렇게 현실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 가장 주목 받는 컨설턴트인 야마구치 슈는 철학이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학문이라는 말을 강하게 부정한다. 그리하여 난해하거나 고리타분한 이야기는 빼고, 바로 지금 우리 삶에서 벌어지는 문제와 그 해결책에 주목한다. 현실에 단단히 발을 붙이고 철학 개념으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는 점에 있어서 이 책은 매우 쉽고, 흥미진진하다. 일과 삶의 모든 과제를 철학으로 다 해결할 수 있는 것을 실제로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가 안이하게 궁극의 이상으로 내건 '공정하고 공평한 평가'는 정말로 바람직한 것일까? 그 이상이 실현되었음에도 '당신은 뒤쳐져 있다'고 평가 받는 많은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해야 하직 존재를 긍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을까? 그러한 사회와 조직은 정말로 우리에게 이상적인 것일까? 공정이라는 개념을 절대적인 선으로 받들기 전에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p.249

이 책은 철학자들이 남긴 다양한 개념들을 사람, 조직, 사회, 사고라는 네 가지 컨셉에 따라 정리하고 있다. 타인과 자신의 사고방식과 행동 양식에 관해 통찰하게 하는 '사람', 집단에 속한 인간이 보이는 행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조직', 사회의 성립 과정과 그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사회', 그리고 모든 일을 깊고 예리하게 고찰하기 위한 돌파구를 마련해 주는 '사고' 항목이다. 이미 철학에 관련된 입문서들이 꽤 많이 출간되어 있지만, 그 책들과는 다르게 이 책은 철학 사상의 중요성보다 현실과 맞닿아 있는 실용성을 토대로 쓰여진 점이다. 저자는 여러 철학자들의 사상 중에서 '사용할 수 있는지 없는지' 만을 기준으로 평가해 담았다고 말한다. 그러한 핵심적인 철학 사상 외에 경제학, 문화인류학, 심리학, 언어학에 관한 내용도 다루고 있어 매우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데카르트의 그 유명한 말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말 또한 프로세스에서 배울 점은 풍부하지만 아웃풋에서는 배울 게 거의 없다는 점만 보아도, 이 책이 지향하는 바는 명백하다. 현대 사회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이 있고, 현실의 쓸모에 기초한 철학적 사고법이라고 하니, 어느 자기계발서나 인문서 못지 않게 실용적인 책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철학이라는 것이 실생활에 전혀 쓸모 없고 현실과는 동떨어진 학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 책은 우리 삶 가까이에 선명하고 확실한 개념으로서 존재하는 철학을 만날 수 있게 해주고 있어 인상적이었다. 철학이 현실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고 어떤 도움을 주는지를 알게 된다면, 이제부터 철학이 당신의 경쟁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