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비커밍 - 미셸 오바마 자서전
미셸 오바마 지음, 김명남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11월
평점 :
품절


 

그것은 분명 중대한 순간이었다. 성대하고 공개적인 순간이었다. 지금도 유튜브를 검색하면 쉽게 그 영상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희한하게도 그것은 더없이 사적인 순간이기도 했다. 흡사 안팎이 천천히 뒤집히는 스웨터처럼, 내가 세상을 보는 시각이 서서히 뒤집혔다. 무대, 청중, 조명, 갈채. 예전에는 상상도 못 한 일이었지만, 그런 것들이 차츰 내 삶의 평범한 요소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제 내가 추구하는 것은 리허설도 없고 사진에도 찍히지 않는 순간, 아무도 가짜로 연기하지 않고 상대를 재단하지 않으며 진정 놀라운 일이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순간, 예기치 못하게 마음속에서 작은 자물쇠가 찰칵 열린 듯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p.363

예약 판매만으로 아마존 1위에 오른 올해 최고의 화제작, 미국 최초의 흑인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의 첫 자서전이다. 그녀는 말한다. 미국의 퍼스트레이디에게 주어지는 지침서 같은 건 없다고. 엄밀히 말해서 퍼스트레이디는 직업이 아니고, 정부의 공식 직함도 아니며, 연봉도, 정해진 의무도 없다고. 그저 대통령에게 딸린 사이드카 같은 자리일 뿐이었고, 그녀 이전에 43명의 여성이 그 자리에 앉았었고, 그들은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해냈다. 게다가 그녀는 백악관에 발 들인 최초의 흑인 퍼스트레이디로서, 거의 자동으로 이전 퍼스트레이디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퍼스트레이디가 되는 것은 큰 영예였고 기뻤지만, 그녀는 자신이 그 화려한 역할에 손쉽게 안착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한 순간도 하지 않았다. '최초의 흑인'이라는 수식어 앞에서 높은 산을 앞에 둔 것 같은 기분이었고, 오래된 질문과 응답을 마음속으로부터 떠올려야 했다.

나는 충분히 훌륭할까?

그럼, 물론이지.

2009년 전 세계를 놀라게 하며 백악관에 입성한 그녀는, 이후 놀라운 행보를 거듭하면서 전 세계 여성들과 아이들을 위해 일했다. 미셸은 아동 비만과 전쟁을 벌였고 건강한 식탁을 만들기 위해 식품회사들과 싸웠다. 전 세계 소녀들의 교육을 위해 캠페인을 벌이는 한편, 흑인 여성에 대한 편견에 당당하게 맞섰다. 그녀야말로 고루한 권위를 깨뜨리는 가장 지적이고 검소한 퍼스트레이디였다. 그러니 그녀의 자서전 출간은 그 사실만으로 이미 큰 화제가 되었고, 자서전 판권은 사상 최고액으로 판매되었다. 그리고 전 세계 동시 출간으로 만나보게 되었다.

 

 

내게 무언가가 된다는 것은 어딘가에 다다르거나 어떤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대신 그것은 앞으로 나아가는 움직임, 진화하는 방법, 더 나은 자신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과정이다. 그 여정에는 끝이 없다. 나는 엄마가 되었지만, 아직도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인생을 함께하는 일에 적응하려고 애쓰는 중이며 때로 그 어려움 앞에서 겸허해진다. 나는 어떻게 보면 권력을 가진 사람이 되었지만, 아직도 때때로 불안하고 내 목소리가 전달되지 않는다고 느낀다.   p.554

이 책은 그녀의 어린 시절 소박했던 꿈에서 시작한다. 개를 키우고 싶었고, 계단 있는 집을 갖고 싶었으며, 가족만 두 층을 다 쓰고 싶었던 소박한 꿈이었다. 어린 시절 소아과 의사가 될 거라고 사람들에게 말하던 그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변호사였고, 병원 부사장이었고, 젊은이들이 의미 있는 경력을 쌓도록 돕는 비영리단체의 책임자였다. 그리고 주로 백인들이 다니는 명문대에서 공부하는 노동 계층 출신 흑인 학생이었으며, 온갖 모임에서 유일한 여성이었고 유일한 흑인이었다. 우리는 인생의 어느 시점에 무언가가 되면 그것으로 끝인 것처럼 여기는데, 그녀의 이러한 여정은 그게 아니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녀는 이 책을 통해서 지난 8년 동안 백악관에서의 삶을 돌아 본다. 세계에서 가장 유력한 여성으로 치켜세워졌고, 성난 흑인 여자라고 깎아 내려지기도 했으며, 미국의 양극단을 직접 목격했던 파란만장했던 삶 속으로 말이다.

시카고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자란 어린 시절부터, 우등생으로 자라나 프린스턴 대학에 입학하고, 이후 하버드대 로스쿨에 가고, 일류 법률 회사에서 변호사로 일을 하다 신입 인턴인 버락을 만나게 되는 히스토리는 마치 드라마처럼 흥미롭다. 버락과 미셸이 음양처럼 달랐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그는 망망대해에서 살 수 있는 사람이었지만, 그녀는 배가 있어야 하는 사람이었고, 그녀의 목표는 주로 정상적이고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는 것이었지만, 그는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차츰 이러한 차이를 인식했고, 그냥 받아들였다고 한다. 버락과의 결혼 후 미셸은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여성으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그리고 퍼스트레이디로서 그녀가 걸어온 길은 가히 여성들의 아이콘, 롤모델이라 할만했다. 사실 퍼스트레이디에게 행정상의 권한은 없다. 그녀는 군대를 호령하지 않았고, 공식 외교 행위에 관여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흑인 퍼스트레이디이자 전문직 여성이자 어린아이들의 어머니라는 다소 신기한 존재로 인해 자신만의 영향력을 발휘했다. 부드럽고, 빛나는 모습으로, 새로운 방식으로 대중과 소통했던 것이다.

 

 

“희망 말고는 줄 것이 없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미래를 그리세요.”

 

그녀는 말한다. 무언가가 된다는 것은 하나의 과정이고, 하나의 길을 걸어가는 발걸음이라고. 인내와 수고가 둘 다 필요하다고. 무언가가 된다는 것은 앞으로도 더 성장할 여지가 있다는 생각을 언제까지나 버리지 않는 거라고 말이다. 그리하여 쉰네 살인 그녀는 아직도 발전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한다. 남편은 더 이상 국가의 무게를 짊어지고 다니지 않고, 거의 다 자란 두 딸에게는 예전만큼 손길이 필요하지 않으며, 정치인 배우자로서의 의무에서 자유롭고 사람들의 기대에도 얽매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제 인생의 새로운 단계가 시작되는 시점에 섰다. 그녀가 보여줄 앞으로의 행보가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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