넛지 -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
리처드 H. 탈러 & 카스 R. 선스타인 지음, 안진환 옮김, 최정규 감수 / 리더스북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넛지는 선택 설계자가 취하는 하나의 방식으로서, 사람들에게 어떤 선택을 금지하거나 그들의 경제적 인센티브를 크게 변화시키지 않고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그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넛지 형태의 간섭은 쉽게 피할 수 있는 동시에 그렇게 하는 데 비용도 적게 들어야 한다. 넛지는 명령이나 지시가 아니다. 과일을 눈에 잘 띄는 위치에 놓는 것은 넛지다. 그러나 정크 푸드를 금지하는 것은 넛지가 아니다.   p.21

타인의 선택을 적극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는 이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엄청난 화제를 모았던 리처드 탈러의 <넛지> 99그램 에디션으로 출간되었다. 책 한 권을 나눠서 99그램으로 만든 특별판이다. 보통의 핸드폰이 130그램이라고 하면, 무려 핸드폰보다 가벼운 책인 셈이다. 428페이지였던 책이 99그램 에디션으로 나오면서 4권짜리 책으로 분권이 되었다. 기존의 두꺼웠던 합본보다 확연하게 얇아진 두께는 너무도 가벼워서 부담스럽지 않고, 4권이다 보니 각각의 표지가 색상이 달라서 각 장을 읽을 때마다 느낌도 새로워진 것 같다.

 

'팔꿈치로 쿡쿡 찌르다'라는 뜻의 '넛지Nudge'는 일종의 자유주의적인 개입, 혹은 간섭을 말한다. 예를 들어 보자. 학교 급식 메뉴에 변화를 주지 않은 상태에서 단지 음식의 진열이나 배열만 바꾸는 것으로 과연 학생들의 음식 선택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실험 결과 단지 구내식당의 음식을 재배열하는 것만으로도 특정 음식의 소비량을 올리거나 내릴 수 있었다. 이에 따르면 건강에 이로운 음식의 소비량은 늘리고, 건강에 해로운 음식은 덜 먹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각각의 학생들이 음식을 먹고, 안 먹고는 선택의 자유이다. 이처럼 넛지는 사람들의 선택에 부드럽게 간섭하지만 여전히 개인에게 선택의 자유가 열려 있는, '자유주의적 개입주의'를 뜻한다. 교 급식을 하며 몸에 좋은 과일을 눈에 잘 띄는 위치에 놓는 것은 넛지지만, 정크푸드를 금지하는 것은 넛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소변기에 파리 모양 스티커를 붙여놓는 아이디어만으로 소변기 밖으로 새어나가는 소변량을 줄여 깨끗하고 쾌적한 화장실을 만들 수 있고, 단지 단지 '내일 투표할 거냐?'고 묻는 것만으로도 실제 투표율을 높일 수도 있다. 새로 구입한 휴대폰에 미리 설정되어 있는 디폴트 옵션(지정하지 않았을 때 자동으로 선택되는 옵션)의 설계, 위험한 커브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도로에 그려진 감속 경고 표시 등...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일상에서 넛지를 당하고 있다. 

 

 

혹시 화가 머리끝가지 난 상태에서 상대방에게 이메일을 보낸 뒤 바로 후회해본 적이 있는가? 'sdnd' 버튼을 누르는 순간 '메일의 상당 부분이 분노로 가득 차 있습니다. 진짜 보내겠습니까' 하는 메시지를 한번 노출하는 것만으로 몇 시간 후 우리의 괜한 후회와 자책, 무엇보다 더 큰 갈등을 없앨 수 있다. 이처럼 일상 속의 사소한 넛지가 우리 안의 좀 더 선한 본성을 깨워줄 수도 있다. 이처럼 넛지는 보이지 않는 듯해도 어디에나 존재한다.   p.332

우리는 매일 뭔가는 선택해야 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런데 그 모든 개인적인 선택이 사실은 선택 설계자들이 만들어 놓은 대로였다면, 얼마나 놀라운가. 사람들이 결정을 내리는 배경이 되는 정황이나 맥락을 따로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놀랍기도 하지만, 매우 흥미롭다. 이 책에서 말하는 행동 경제학은 인간의 사고방식과 사회의 작동원리에 대해서 알려 준다. 그리고 편견 때문에 실수를 반복하는 인간들을 부드럽게 '넛지'함으로써 현명한 선택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가 이 책을 읽고 나면, 뭐든 읽기 전의 상황보다 훨씬 나은 쪽으로 개선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을 비롯해서 수많은 정책 결정자들이 왜 그토록 넛지에 열광했는지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책을 자주 읽지 않는 사람들의 핑계란 대개 비슷하다. 책을 읽을만한 시간이 없다. 읽고 싶은 책이 있어도 가방에 넣고 다니기에 너무 무겁다. 읽으려고 샀지만 막상 시작하기까지가 참 어렵다. 등등... 바로 그런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것이 99그램 에디션이다. 책 한 권을 읽는 데 단 10분이면 충분하다는 문구가 과장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무게가 가벼워 시작하기에 전혀 부담이 없으니 말이다. 버스나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친구와 약속 시간이 되기 전에, 혹은 화장실에서 잠깐씩 틈틈이 읽기에 너무 좋다. 가방에 쓱 넣어 가지고 다니기에도 가벼워서 좋고, 가까운 곳으로 외출할 때 그냥 막 들고 다니기에도 좋다.

<넛지>라는 작품이야 워낙 유명해서 읽지 않은 사람들 중에서도 제목은 다들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경제학을 다루고 있지만 전혀 어렵지 않고, 2009년에 출간되었지만 2018년 현재 읽어도 여전히 새롭고 유익한 내용이니, 이번 기회에 시작해보시길. 이 책을 읽고 나면 분명 당신이 생각하는 방식, 혹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조금은 달라질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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