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1 - 치명적인 남자
안나 토드 지음, 강효준 옮김 / 콤마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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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때, ‘가 내 마음속에 들어왔다.

그는 처음 만난 순간부터 내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버렸다. 학교에서는 도저히 배울 수 없는 방법으로. 나는 어느새 십 대에 봤던 로맨스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 있었고, 그 유치한 대사들은 내 현실이 되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미리 알았더라면, 내 삶이 달라졌을까?

...분명한 건, 그가 내 삶 속으로 들어온 뒤로 나는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라는 것이다.  P.8

테사는 이번에 엄마가 졸업하지 못한 모교에 입학한다. 한 살 연하 남자친구인 노아 역시 모든 과목에서 A를 받는 모범생이다. 올해 같이 진학했더라면 좋았겠지만, 자주 만나러 오겠다고, 내년에는 같은 학교에 진학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제 착한 룸메이트만 만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런데, 테사를 기다리고 있던 룸메이트는 밝은 다홍색 머리에 지나치게 두꺼운 아이라이너, 팔에는 총천연색 타투까지 한 모습의 스테프였다. 게다가 그들이 얼빠진 모습으로 당황해 있을 때 방문을 두드리고 들어온 두 명의 남자애들. 눈썹과 입술에 피어싱이 달려 있는 금발 생머리의 남자와 짜증스러운 눈빛의 까칠한 매력을 가진 남자. 스테프는 그들과 인사를 하고 곧 방에서 나간다. 엄마는 저런 애들과 함께 방을 사용할 수는 없다고 당장 방을 옮기자고 소리치고, 학기가 시작하기도 전에 소동을 피우고 싶지 않았던 테사는 엄마를 진정시키고 자신은 괜찮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테사의 대학 생활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2년 사귄 연하 남친과 키스 이상은 해본 적 없는 철벽 엄친딸 테사, 매사에 완벽해야 한다고 딸을 들볶았던 엄마 덕분에 그녀 역시 그렇게 살아 왔다. 이것저것 필요한 건 다 전화기로 알람을 맞추는 게 습관이라, 친구랑 함께 있다가도 알람이 울리면 공부하러 가는 식이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신경 쓰면서 전전긍긍하지만, 모범적인 학생이자 의무를 다하는 착한 딸이다. 반면 테사의 삶을 뒤흔들게 되는 주인공 하딘은 헝클어진 갈색 머리에 신비로운 초록색 눈에 상반신을 뒤덮은 타투와 입술 피어싱을 하고, 건방지고 비밀스러운 인물이다. 아빠가 대학 총장에다 부유한 집안 출신이지만, 그런 아빠는 하딘의 대학 동창인 랜던의 엄마와 곧 결혼할 예정이다. 하딘의 아빠가 새 가족들과 호화로운 저택에서 떵떵거리고 살고 있을 때, 엄마는 생활비를 벌려고 일주일에 50시간을 뼈빠지게 일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래서 하딘은 그런 아빠가 가족을 버렸다고 생각하며 싫어한다. 만나는 여자마다 건드리지만 연애는 절대 하지 않는 나쁜 남자 하딘, 조신하고 순수한 철벽 엄친딸 테사, 결코 어울릴 수 없는 두 사람의 로맨스가 이제 시작된다.

 

"하딘, 뭘 원해? 또 키스를 허락한 나를 비웃고 싶은 거야? 여자들은 가질 수 없는 걸 원한다고? 난 더 이상 너한테 놀아나지 않을 거야. 내겐 나를 사랑해주는 남자친구가 있어. 난 남자친구를 두고 아무하고나 즐기는 그런 여자가 아니라고. 그리고 넌, 정말, 형편없는 인간이야. 너랑 다시는 엮이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게임은 다른 여자랑 해. 난 사절이야."

"내가 널 최악으로 만드는구나, 그렇지?"    p.106

이 작품은 연애소설의 고전『오만과 편견』의 부활이라 평가 받고 있다고 한다. 상대를 가늠하고 계산하는요즘 연애를 그리지만, 주인공의 심리나 연애의 과정은 200년 전에 쓰인 소설 『오만과 편견』과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작가인 안나 토드 역시 이 작품 속에서 제인 오스틴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완벽하게 다른 두 남녀가 만나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로맨스 소설은 숱하게 많지만, 이 작품이 특별한 것은 내숭없이 욕망에 충실한 사랑의 모습을 고스란히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낯뜨거울 정도로 적나라하게 묘사되는 연애의 과정들은 뻔한 것 같으면서도 색다르고, 당황스러우면서도 어느 순간 가슴 설레게 만들어 준다. 하딘을 만나 테사는 최악의 여자가 된다. 남자친구를 두고 다른 남자에게 키스를 허락하고, 하루종일 울면서 그를 미워하다가도 어느 순간 그를 원하는 자신의 모습에 당황스럽기만 하다. 하딘은 테사를 만나 처음으로 좋은 남자가 되고 싶어졌다고 말한다. 그 순간에는 물론 진심처럼 드렸다. 하지만 그 후에도 하딘은 여러 차례 테사를 질리게 하고, 힘들게 하고, 설레게 했다가 증오하게 만들었다가, 종잡을 수 없는 모습을 보인다. 일주일 전에는 다시 만나면 테사의 인생을 망쳐버리겠다고 해 놓고선, 오늘은 너한테서 눈을 뗄 수가 없다고 다정한 소리를 해대니... 대체 이 남자의 진심은 뭘까.

저자인 안나 토드는 필명으로 이 작품을 왓패드에 써서 올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왓패드는 캐나다 토론토에 기반을 둔 세계 최대의 스토리텔링 커뮤니티로 작가와 독자를 포함한 월간 이용자수가 약 6천만 명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의 사이트이다. 이 작품은 독자들의 입소문과 압도적인 스토리에 힘입어 왓패드 1억 뷰를 기록하며 정식 출판되었고, 전 세계에 번역 출간되어 1천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그리고 현재 파라마운트 사와 계약하여 영화로 제작되고 있다고 하니, 스크린에서 펼쳐질 테사와 하딘의 발칙한 현실 연애도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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