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 - 몸도 마음도 내 맘 같지 않은 어른들을 위한 본격 운동 장려 에세이
가쿠타 미츠요 지음, 이지수 옮김 / 인디고(글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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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매일 열심히 못 하니까 '적어도' 스포츠센터에 등록해서 주 1회 슬쩍슬쩍 운동하고서 ", 맥주, 맥주, 운동한 뒤엔 역시 술이 맛있어"라며 술집으로 직행하면서 뭐가 '살 빼고 싶어'인가. 뭐가 '근육이 안 붙어'인가. 뭐가 '복부 상태가 표준이 안 돼'인가. 스포츠센터 회원만 되면 근육도 체중도 마음대로 줄거나 늘기라도 할 것 같은가. 꿈 깨시길.

이 책은 <종이달> <아주 오래된 서점> 등 국내에도 출간된 작품이 많은 가쿠타 미쓰요가 2011년 봄부터 2016년 봄까지 스포츠잡지에 게재했던 에세이를 묶은 산문집이다. 운동의 필요성을 실감하면서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막막해하는 어른들에게 구체적인 경험담을 제시하는 내용인데, 마라톤을 중심으로 헬스, 복싱, 요가, 등산, 트레일 러닝, 볼더링 등 저자가 중년의 몸으로 섭렵한 다양한 운동이 경쾌한 필치로 담겨 있다.

한 번도 운동을 좋아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학창 시절에는 대부분의 여학생들이 그렇듯 체육 시간을 싫어했었고, 학교를 졸업하고 나니 등산이라도 가지 않는 한 딱히 일상에서 운동 비슷한 거라도 해야 할 일이 생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필요에 의해 나름 운동을 하기는 했었다. 이십 대 초반에는 거금을 들여 비싼 스포츠 센터 일년 회원권을 끊었다가, 몇 개월 만에 포기했지만, 이십 대 중후반에는 핫요가에 재미를 붙여서 직장 동료와 함께 요가를 꽤 다니기도 했다. 따로 운동을 다니지 않을 때는 집 앞에 산책로가 있어 매일 퇴근 후에 운동을 꾸준히 하려고 하기도 했다. 문제는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고 나서부터인데, 임신한 상태로도 임산부를 위한 요가를 다니면서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막상 아이가 생기고 나니 나를 위한 시간을 좀처럼 낼 수가 없어 운동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일상에 치여, 육아에 바쁘다는 핑계로 점점 무뎌지던 의지가 거의 다 사라졌을 무렵, 나는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달리는 건 여전히 싫지만 이럴 때는 감동한다. 자신의 다리로 땅을 누빔으로써 따로따로 알던 마을이 입체적으로 연결되는 이 고요한 흥분. ‘언젠가 하루를 들여 산을 헤치며 미우라 쪽까지 가보고 싶네, 에노시마라면 더 짧은 시간 안에 갈 수 있을지 몰라.’ 그 흥분에 마음이 들떠 이런 생각을 한다. 실제로 간다면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었다고 후회할 게 뻔하지만.

'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라는 제목부터 이건 나를 위한 책이구나, 싶었다면 오버일까. 운동을 단 한번도 좋아하거나 즐겨본 적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 꾸준히 운동을 해왔기에 뭔가 미련이 남았었는데 현실적으로 다시 시작하기에는 이런 저런 제약이 많았고, 그 동안 게을러지기도 했고 말이다. 그런데 이 책 속 책벌레 가쿠타 미쓰요가 불혹의 나이에 책상을 박차고 나가 때론 구르고 넘어지며 경험한 23편의 운동과 인생에 관한 에세이는 지금 당장 나의 이야기라고 해도 전혀 위화감이 없을 만큼 공감되는 이야기들이었다. '젊음과 새로움이 동의어가 아니듯,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사람이 저절로 어른이 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했고, '운동이란 잘하는 사람만 하는 게 아니고, 좋아하는 사람만 하는 것도 아니며, 건강에 신경 쓰는 사람만 하는 게 아니라는' 말에 새삼 고개를 끄덕이게 되기도 했다.

 

저자는 4년 동안 이 글들을 연재하며 몇 개월에 한 번 체육수업에 참가하듯 운동을 했지만 역시 마지막까지 운동이 좋아지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에 실린 모든 이야기들이 더 진짜처럼 느껴졌다. '달리는 것도 땀 흘리는 것도 높은 곳을 걷는 것도 싫지만, 바로 그 싫다는 걸 자각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계속할 수 있는 일도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 모든 솔직한 감정에도 불구하고, 운동을 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와 닿을 수밖에 없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시중에 얼마나 운동과 다이어트에 관한 서적들이 종류가 많은가. 대부분 어떻게 운동을 해야 하고, 식단을 조절해야 하며, 운동이 어떤 기능과 효과를 보여줄 수 있는 지 그 장점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그에 비해 이 책은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중년 여성이, 매번 새로운 운동에 도전하고 진지하게 자신과 마주하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어서 더 현실감있게 다가온다. 게다가 그렇게 운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여전히 운동을 싫어한다고 말하면서도, 여전히 마라톤과 트레일 러닝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나도 더 늦기 전에 운동을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이 슬슬 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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