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런하우스 - 너에게 말하기
김정규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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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행동의 얼마나 많은 부분들이 사실 껍질에 불과한 것인지, 우리는 내면의 상처들을 만나고 아파하고 눈물을 흘리고 치유가 되기 전까지는 그것을 온전히 깨닫기 어렵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상처들을 억압하여 내면 깊숙이 가둔다. 그것들을 직면하는 것이 아프고 두렵기 때문이다. 상처들은 껍질 속에 갇힌 채 우리의 존재로부터 소외된다. 하지만 그것들은 결코 그냥 없어지지 않는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불쑥불쑥 고개를 내밀어 우리를 불안에 빠뜨리거나 공허와 외로움에 허우적거리게 만든다.

독일에 유학을 온 지 벌써 40년이 다 되어가는 영민은 그 동안 박사학위를 받고 전임강사 자리를 얻어 교수의 꿈을 키워나갔지만, 어렵사리 얻은 자리에 사직서를 던지고 베를린으로 훌쩍 떠나 왔다. 그렇게 베를린에서 연인 한나와 함께 베를린 부부 가족치료 연구소를 열어 심리치료를 하기 시작한 것이 벌써 17년 전의 일이었는데, 그 동안 자신의 삶의 전부라고 여겨왔던 연구소와 한나를 떠나 고국으로 돌아가기로 돌연 결정한다. 모든 것이 안정되어 자리를 잘 잡아가는 시점마다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불쑥불쑥 고개를 내밀었던 것이다.

 

그 즈음 영민은 우연히 한국심리학회 구인광고란을 보게 되었고 셰어하우스인 '뉴런하우스'에서 전문심리치료사를 구한다는 소식을 발견한다. 그곳의 이한빈 대표는 심리치료를 하는 셰어하우스를 구상하게 된 이유로, 오늘날 뿔뿔이 흩어져 각자도생하며 사는 도시의 삶이 우리를 병들게 하고 있다는 생각에 치료공동체를 구상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뉴런이라는 이름도 신경 세포처럼 각각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살아있는 생명체, 살아 있는 공동체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지은 것이라고.

 

자신이 벽을 쌓고 있는 줄도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참 많다. 외롭다고 호소하는 사람, 모두가 자기를 싫어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아무도 믿을 수 없다고 의심하는 사람, 세상이 무서운 곳잉라고 말하는 사람, 차라리 혼자 사는 것이 편하다고 믿는 사람..... 모두 스스로 벽을 쌓고 있지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뉴런하우스’라는 이름의 셰어하우스는 대학로 인근 평범한 주택으로, 방값이 저렴한 대신 두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반드시 주 2 '창문 닦기 대화모임'에 성실히 참여할 것.

둘째, 입주 기간 동안 일체 자살 관련 행동을 하지 않을 것.

 

신청자들 대상으로 설명회를 하고, 면접을 진행한 다음 최종 선발된 인원은 모두 여덟 명의 남녀. 나이도, 직업도, 성격도, 살아온 환경도 너무 달라 각자의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있는 그들과 집단 상담을 통해 이들을 관찰하고 치유하는 영민의 이야기가 소설처럼 진행되고 있다.

 

 

저자는 게슈탈트 심리학 국내 최고 권위자로 알려 졌는데, 그래서 소설 속 장면들이 모두 허구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점이 더욱 공감과 이해를 불러 일으킨다. 40년 가까이 사람들의 내면을 탐구하고 실제 상담을 통해서 닫힌 마음을 열고,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보아 왔기에 그 과정이란 매우 생생하고 리얼할 수밖에 없다.

 

소설로서의 기승전결이나 사건, 반전 등을 기대하기 보다는 독특한 형식의 심리학서로 읽는 다면 더욱 흥미롭게 이 책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소설로 구성되어 있어 쉽게 술술 읽히지만, 그 속에서 현대인들의 심리와 상처 받은 내면을 숨기고 살고 있는 사람들의 벽을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부록으로 수록된 '마음 들여다보기'에서 조금 더 전문적인 심리학적 이론이 정리되어 있어 전체 소설 내용을 다시 한번 분석해주는 느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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