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미래를 찾는 여행, 서울 - 일본의 북 디렉터가 본 서울의 서점 이야기 책의 미래를 찾는 여행
우치누마 신타로 & 아야메 요시노부 지음, 김혜원 옮김 / 컴인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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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비행기로 2시간 반 정도 떨어져 있는, 도쿄와 마찬가지로 천 만 명이 사는 도시 서울에서는 지금 유례없는 서점 붐이 일고 있다. 특히 작년 여름 이후로동네 서점이라는 개인이 운영하는 서점이 일주일에 한 군데는 생겨나고 있다. 시집만 파는 서점, 온갖 고양이 책을 다루는 서점, 독서 모임에 특화된 서점까지 하나같이 개성적이다. 게다가 서점을 개업한 이들은 80년대생을 중심으로 한 젊은 세대이다...이러한 흐름은 스위치가 갑자기 켜진 듯이 급격해 보이기까지 한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작년 서울 국제 도서전에서 가장 멋진 기획이 바로 '서점의 시대'였다. 동네 책방들을 이렇게 한 곳에 모을 생각을 하다니... 여러 곳에 흩어져 있어 가보고 싶었지만 방문하지 못했던 책방들을 도서전을 통해서 만날 수 있어 너무 좋았던 기억이 난다. 도서전을 꽤 오래 다녀봤지만 확실히 작년엔 특히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 인상적이었다. 문학 자판기, 필사 이벤트, 상담을 통해 책을 처방해주는 클리닉, 책 읽는 버스 등 독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아지고, 작은 출판사, 동네 서점들이 함께해 더 풍성해진 느낌이었다.

사실 도서전에서 동네 서점들에게 주목할만한 확실한 이유가 있었다. 작년부터 우리나라는 유례없는 서점 붐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시집만 파는 서점, 온갖 고양이 책을 다루는 서점, 미스터리, 추리 소설들을 전문으로 파는 서점, 독서 모임에 특화된 서점까지 제각각 개성이 뚜렷하다. 이는 서점을 운영하는 이들이 80년대생을 중심으로 한 젊은 세대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고, 독립출판물이라고 하는 개인이 만든 책도 꽤나 인기가 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이 모든 현상들이 바로 이 책의 출발점이 된다.

일본을 대표하는 북 디렉터와 여러 라이프스타일 베스트셀러를 기획한 편집자인 저자는 도서 출간 기념 강연차 한국을 방문했다가 우연히 이러한 놀라운 흐름을 마주하고 큰 충격을 받는다. 서울의 독립 서점 열풍과 출판의 현장에서 그들은 어떤책의 미래가능성을 보았을까? 이 책은 그들이 서울을 대표하는 여러 서점과 서점인, 출판인 등을 직접 만나 취재하고 인터뷰한 내용을 엮은 것이다.

서울 사람들이 이 정도로 열심히 다른 나라나 산업을 연구하고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은 책을 둘러싼 환경이 보다 절박해졌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아마도 가까운 미래에 일본에 닥칠 상황과 아주 비슷할 것이다. 물론 책의 미래는 실제로 그때가 와봐야 알 수 있다. 하지만 여행을 하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앞으로 책과 어떤 관련이 있는 일을 할 것인지 미래를 고민해보는 일은 가능하다. 이 책에 《책의 미래를 찾는 여행, 서울》이라고 조금 거창한 제목을 붙인 이유는 이러한 의미에서다.

한국의 서점을 다루는 기사에 반드시 소개되는, 이제는 너무 유명한 서점 '땡스북스'부터 맥주 파는 서점으로 북맥의 선두주자 '북바이북', 30대 시인이 직접 운영하는, 시집만 파는 서점인 '위트 앤 시니컬', 독립출판물만 다루는 한국 독립출판의 중심지 '유어마인드', 오프라인 중고 서점 붐을 일으킨 대표적인 인터넷 서점 '알라딘', 한국 서점의 상징적인 존재인 교보문고 광화문점, 미스터리로 둘러싸인 서점 '미스터리 유니온', 독서모임과 북클럽이 활성화된 '북티크' 등등... 정말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있는 서점들이 책에 등장한다.

2016년부터 현재까지 서울의 서점과 출판의 현장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20여 명의 인터뷰는 책을 사랑하고 서점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너무도 흥미로울 것이다. 게다가 서점들 외에도 개성 있고 새로운 콘텐츠로 승부하는 유유 프레스, 북노마드, 워크룸 프레스, 매거진B, 월간 그래픽 등 다양한 소규모 출판사도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저자인 두 사람이 일본에서 '책에 관해서'라면 누구보다도 뛰어난 현직 출판인이자 전문가라서 질문 자체도 매우 날카롭고 흥미로웠다.

독립서점들은 서울 시내에서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곳들도 많지만, 요즘엔 지방에도 아기자기한 색깔을 가지고 있는 개성 있는 독립서점들도 눈에 뛴다. 주인의 취향에 따라 책이 진열되고, 뚜렷한 테마를 가지고 있어 더욱 매력적인 곳들이다. 사실 책이야 인터넷 서점을 통해 주문하는 것이 쉽고, 빠르고, 적립금과 사은품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많이들 이용하고 있지만, 이들 서점의 역할은 단순히 책을 사고 파는데 그치지 않는다. 책을 구입하는 걸 넘어 다양한 취미 활동을 위해 서점을 방문하는 이들도 많고 말이다.

대형서점이 베스트셀러나 신간 위주로 진열을 할 때, 이들 독립서점들은 장소가 협소하고 반품도 번거롭거나 어렵기 때문에, 서점의 개성을 보여주는 몇 종에 구비 도서를 한정시키면서 자연스럽게 큐레이션을 하게 된다. 거기다 강좌나 사인회, 낭동회 등 다양한 책과 관련된 부가 서비스로 차별화를 두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책방인지, 북카페인지 헷갈리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

 

특히나 요즘은 독립서점에서만 판매하는 책이나 그곳에서만 받을 수 있는 사은품 등으로 뚜렷한 차별점을 두고 있기도 하다. 출판사들이 앞장서서 서점들과 연계해 이벤트를 하는 모습도 출판의 미래를 위해 매우 좋은 현상인 것 같다. 이 책은 실제 한국의 출판 현장을 고스란히 보여주면서, 책이 함께하는 서점이라는 공간 자체에도 주목하고 있어 특별한 것 같다. 전문 포토그래퍼가 작업한 서점의 다양한 공간들과 개성 있는 책들의 모습도 매력적이고 말이다. 새로운 책의 미래와 가능성을 발견하고 싶은 당신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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