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부자
나는 남쪽에 살고 꽃은 북쪽에 있어 큰마음 내지 않으면 만나기 어려운 꽃이 있다. 하여, 한번 길을 나서면 되도록 많은 종류를 보고자 한다. 하지만, 그것도 때가 맞아야 볼 기회가 생기니 꽃보는 것도 이래저래 쉽지 않다.

그 마음 아는 꽃벗이 있어 이리저리 바쁜걸음 옮기며 하나라도 더 볼 기회를 만들어 주니 그나마 다행이다. 이 꽃도 그렇게 만난 꽃들 중 하나다.

백부자, 독특한 이름이다. 뿌리가 백색을 띠고 있어서 백부자(白附子)라고 붙여진 것이다. 노랑돌쩌귀라고도 한다.

계곡을 오를때는 보지 못한 꽃을 내려오다 발견했다. 건너편에 있는 꽃이라 성큼 계곡을 건너 사진부터 찍고 나서야 이름을 확인했다. 언제나 볼 수 있을까 했던 것을 의외의 곳에서 만났다.

연한 노란색의 꽃이 유독 눈길을 끈다. 유독성 식물로 뿌리는 약용한다. 꽃말은 ‘아름답게 빛나다’이며 멸종위기 2급 식물로 분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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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10-12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도 귀한꽃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꽃을 처음 감상합니다.
 

#시읽는수요일

그립다는 것은 ​​

그립다는 것은

아직도 네가

내 안에 남아 있다는 뜻이다.

그립다는 것은

지금은 너를 볼 수 없다는 뜻이다.

볼 수는 없지만

보이지 않는 내 안 어느 곳에

네가 남아 있다는 뜻이다.

그립다는 것은 그래서

내 안에 있는 너를

샅샅이 찾아내겠다는 뜻이다.

그립다는 것은 그래서

가슴을 후벼파는 일이다.

가슴을 도려내는 일이다

*이정하 시인의 시 '그립다는 것은'이다. 마음 한구석에 놓아두고 가을을 더 가을답게 보낼 수 있게 합니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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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酒飮敎微醉後 미주음교미취후

好花看到半開時 호화간도반개시

좋은 술 마시고 은근히 취한 뒤

예쁜 꽃 보노라, 반쯤만 피었을 때

*중국 송나라의 학자 소옹邵雍이 읊은 시다. 은근함과 기다림에 주목한다.

햇살 품은 꽃봉우리가 곱게도 열린다. 꽃문을 열개하는 것이 빛일까 온도일까. 서툰듯 수줍게 속내를 보이지만 허투른 몸짓이 아니라는 듯 야무지다.

대개는 화양연화의 순간을 꿈꾸기에 만개한 꽃에 주목한다. 결과의 달콤함을 얻기 위해 서둘러 만개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닌지. 하지만 알까. 피고 나면 지는 일만 남는다는 것을ᆢ.

이제는 안다.

꽃 피고 지는 모든 과정이 화양연화인 것을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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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동자꽃
간혹 올라오는 사진을 보면서 때가 되면 만날 수 있으리라 여긴 꽃들을 하나 둘 눈맞춤하게 된다. 억지를 부리지 않고 오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하지만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기에 늘 꽃빚을 지고 산다.

강렬하고 날렵한 인상을 사진으로 익혀둔 터라 바로 알아볼 수 있다. 풀숲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지만 숨고자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깊게 갈라진 꽃잎이 제비꼬리를 닮아서 얻은 이름인지도 모르겠다.

선자령이라고 했다. 급한 발걸음에도 불구하고 넉놓고 볼수 있어서 고마운 시간이다. 제철을 지났지만 간혹 이렇게 늦게 핀 꽃 덕분에 처음으로 눈맞춤 하는 기회도 만난다.

꽃나들이는 늘 이렇게 행운이 따른듯 싶으나 그 내면에는 꽃벗의 수고로움이 있다. 그 수고로움은 꽃이 전해준 마음과 다르지 않아 꽃보듯 벗을 보는 마음들이 꽃처럼 향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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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꽃

새벽녘 지붕의 반짝이는 별

曉行 효행

一鵲孤宿薥黍柄 일작고숙촉서병

月明露白田水鳴 월명로백전수명

樹下小屋圓如石 수하소옥원여석

屋頭匏花明如星 옥두포화명여성

새벽길

까치 한 마리 외로이 수숫대에 잠자는데

달 밝고 이슬 희고 밭골 물은 졸졸 우네.

나무 아래 오두막은 바위처럼 둥근데

지붕 위 박꽃은 별처럼 반짝이네.

- 박지원, 연암집 권4

*알고 보면 반할 꽃시(성범중ㆍ안순태ㆍ노경희, 태학사)에 마흔 일곱 번째로 등장하는 박지원(朴趾源, 1737~1805)의 시 "曉行 효행"이다.

박은 덩굴성식물로 한해살이풀이다. 줄기 전체가 짧은 털로 덮혀 있고 여름과 초가을 사이에 흰색의 꽃이 핀다. 박꽃은 밤에 핀다고 한다.

박지원은 박꽃을 유난히 사랑하였다. 이자후의 득남을 축하하는 시축의 서문에서 "덩굴을 뻗어 열리는 박 한 덩이가 여덟식구를 먹일 만하고, 박을 타서 그릇을 만들면 두어 말의 곡식을 담을 수 있다면서, 박꽃이 비록 보잘것없이 보이지만 그 쓸모는 여느 화려한 꽃보다 낫다"고 하였다.

시골 출신이라 어린 시절 담장이나 지붕 위에 열린 박을 보면서 자랐다. 박 속이나 박 껍질로 만든 반찬과 나물을 먹었던 기억도 있다. 하여, 박꽃만 보면 저절로 발걸음이 멈춰지고 기어이 눈맞춤을 하게 된다.

지금 사는 시골로 삶의 터전을 옮기고 나서 이웃동네 아는 이의 초대로 저녁을 먹고 동네 골목길을 걸었다. 가로등 불빛에 비친 박꽃이 어찌나 이쁘던지 한동안 그 밑을 떠나지 못했다.

유난히 희고 소박한 박꽃이 여전히 좋다. 기회가 된다면 박을 키워 꽃도 보고 박도 얻어 옛기억을 되살려보고 싶다.

*'알고 보면 반할 꽃시', 이 책에 등장하는 꽃시를 따라가며 매주 한가지 꽃으로 내가 찍은 꽃 사진과 함께 꽃에 대한 내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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