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빛이 머문다.

날이 짧아지는가 싶더니 산중은 이미 깊은 가을이었다. 가을꽃을 대표하는 쑥부쟁이와 구절초도 이미 시들었다. 아침 저녁 옷깃을 여미도록 쌀쌀해진 날씨보다 빠르게 시간은 간다.

한주 사이에도 몰라보게 달라진 가을 숲의 모습에서 더딘 일상의 시간을 탓했던 어제를 돌아보게 된다.

오늘에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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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생각하고 기원하는 바가 쌓여갈수록 그 공간은 깊이와 넓이를 더해간다. 사무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흘러가 도달하는 끝에 그리움이 있다.

그립다는 것은 쌓인 시간의 겹이 있어야 비로소 가능해지는 감정이며 맑고 밝은 내일을 기약하는 의지다. 가슴에 품은 순간순간이 쌓여 변화를 가져온 결과가 다시 그리움으로 쌓여간다. 하여, 쌓인 그리움은 오늘을 살아갈 힘이다.

당신을 그리워함은 이와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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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남풀

여름이 끝나는 무렵 높은 산을 오르는 길에서 만난다. 보라색 꽃이 하늘을 향해 핀 것인지 안 핀 것인지 뭉처 있다. 가픈 숨을 쉬어 가라고 발길을 붙잡는다.

덕유산 향적봉 인근, 지리산 노고단 오르는 길, 가파른 반야봉 아래, 남덕유산 바위 아래, 백운산 능선길, 과남풀과 만났던 장소들이다.

비슷한 꽃모양과 색으로 혼동하기 쉬운 것이 용담이다. 단순하게 비교하면 과남풀이 꽃잎을 닫고 있다면 용담은 꽃잎을 열어 하늘을 본다는 점이다.

과남풀은 우리나라 특산종으로 꽃말은 ‘당신이 슬플 때도 사랑합니다’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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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조팝나무

옳지 너지? 한번 봤다고 이내 알아 본다. 분홍색의 꽃봉우리가 바람이 흔들리며 나 여기있다고 신호를 보낸다. 번지는 미소로 인사를 건네고 코밑까지 가서 찐한 눈맞춤을 한다.

무슨 동물의 꼬리를 닮아서일까? 다른 조팝나무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꽃모양과 색깔이다. 제주도를 제외하고 전국에 분포한다지만 남쪽에서는 보지 못했다.

바쁜 일정에 뒤돌아오면서도 자꾸 멈칫거리는 이유는 꽃들과 작별이 쉽지 않아서다. 여긴 언제 또 올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발걸음을 붙잡는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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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뀌꽃

거친 들판에 붉은 점들 흐드러졌네

季秋見紅蓼 계추견홍요

一枝紅蓼出西墻 일지홍요출서장

顔色分明帶晩香 안색분명대만향

由來花草知多少 유래화초지다소

幾箇凌霜鬪菊黃 기개릉상투국황

늦가을에 붉은 여뀌를 발견하다

한 줄기 붉은 여뀌 서쪽 담장에 삐죽한데

또렷한 모습에 늦은 향기 품고 있네.

본디 화초가 얼마나 많은지 알거니와

몇 종류나 서리 견디는 노란 국화와 다툴 만한가?

-김유, 검재집 권2

*알고 보면 반할 꽃시(성범중ㆍ안순태ㆍ노경희, 태학사)에 서른 다섯 번째로 등장하는 김유(金楺, 1653~1719)의 시 "季秋見紅蓼 계추견홍요"이다.

여뀌는 초여름에서 초가을 사이에 연한 녹색이나 붉은색으로 피는 한해살이풀이거나 여러해살이풀이다. 여뀌의 종류로는 여뀌, 개여뀌, 붉은털여뀌(노인장대), 기생여뀌, 이삭여뀌, 장대여뀌, 흰꽃여뀌, 흰여뀌 , 산여뀌 등 제법 많고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

물가나 논밭둑, 집근처 공터 등에서 흔하게 접하는 풀이였고 일상에서 나물이나 약용으로 사용하여 사람들의 일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이로 인해 옛사람들은 제법 많은 시를 남겼다.

내가 사는 곳 인근에 남원시가 있는데 그 중심을 흐르는 천川이 요천蓼川이다. 요는 여뀌요자로 그 천가에 여뀌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개여뀌다. 붉은색으로 무리지어 피어 있는 모습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사진은 올 여름 강원도 꽃나들이에서 만난 붉은털여뀌다. 노인장대라고도 하는데 제법 풍성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알고 보면 반할 꽃시', 이 책에 등장하는 꽃시를 따라가며 매주 한가지 꽃으로 내가 찍은 꽃 사진과 함께 꽃에 대한 내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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