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암나무'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는 말을 세삼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들꽃을 만나면서 낮게 허리를 굽히고 조심스럽게 숨을 내쉬면서 눈맞춤하는 동안 식물이 보여준 세계는 예쁜 것을 넘어서 신비롭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늘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는 것이 다시 꽃을 보게 되는 중요한 이유다.


덩치 큰 숫꽃만을 보아오다가 잘 보이지 않은 암꽃이 눈에 들어와 전혀 새로운 세계를 펼쳐보인다. 작고 가늘고 붉은 꽃술이 펼쳐지는 모양이 이채롭다. 수꽃은 작년에 만들어진 가지에서 밑으로 처진 꽃차례에 피며, 암꽃은 겨울눈처럼 생겼고 암술대만 꽃 밖으로 나와 있다.


개암나무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전래동화에 나오는 도깨비방망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그 나무다. 이 나무의 열매를 '개암'이라 하며, 9~10월에 갈색으로 익는다.


어린시절 천방지축 산과 들로 놀러다니던 때 달콤하고 고소하므로 간식거리로 그만이었던 추억 속 나무다. '화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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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요란하다. 낮은 지붕 너머 어둠 속으로 번지는 가로등 불빛에 밤낮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일까. 새의 요란한 울음에 잠을 깨어 기어이 토방을 내려섰다. 서걱거리는 발길에 서리내렸음을 짐작하며 안개 속에서 제 역할에 충실한 골목길 지킴이와 감나무 사이 어둠속에서 들리는 새소리 따라 손바닥만한 뜰을 서성인다.

새벽으로 향하는 깊은밤, 무엇을 그토록 갈망하여 우는 것일까. 잠들지 못하고 뒤척거리는 건 매한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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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리'
수많은 식물들 중에는 보고 또 봐도 그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있고, 어떤 것은 스치듯 한번의 눈맞춤으로 뇌리에 각인되어 잊히지 않은 것도 있다. 그 식물이 갖는 특성에 기인하기도 하지만 보는 이의 감정과 의지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이다. 첫 눈맞춤 이후 내 뜰에 들여왔는데 올해 첫 꽃이 피었다.


히어리, 잎도 나오지 않고 아직 찬기운이 남아 있는 봄날 가느다란 가지에 땅을 보고 길게 자라듯 피는 꽃을 셀 수도 없을만큼 많이도 달았다. 연노랑인듯 연녹색이듯 오묘함 색감에 역사 속 옛사람들의 귀걸이를 닮은 듯 생긴 모양도 독특하다. 여기에 가을 단풍까지 한몫 단단히 하는 나무다.


히어리라는 이름은 순수한 우리 이름으로 발견 당시 마을 사람들이 뜻을 알 수 없는 사투리로 '히어리'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이것이 그대로 정식 이름이 됐다고 한다. '송광납판화松廣蠟瓣花'라고도 하는데 이는 처음 발견한 곳이 송광사 부근이어서 그대로 따왔고, 꽃받침이나 턱잎은 얇은 종이처럼 반투명한 것이 특징인데, 밀랍을 먹인 것 같아 납판蠟瓣이라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특산식물로 지리산을 대표하는 깃대종이기도 하다. 특산식물이다. 봄 숲속에서 새들이 노래하듯 봄 소식을 전해준다. '봄의 노래'라는 꽃말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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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야생화로 유명한 계곡을 찾았다. 무리지어 또는 홀로 피어 꽃의 숲을 이룬 곳이다. 크고 작은 꽃들이 수없이 피어 야생화 천국처럼 보인다. 조심스런 발걸음을 숲 속에 들었다.


얼레지, 큰개별꽃, 현호색, 만주바람꽃, 히어리, 노루귀, 복수초, 큰괭이밥, 피나물, 꿩의바람꽃까지 제법 다양한 꽃과의 눈맞춤이다. 큰괭이밥과 피나물을 본 것으로 만족스러운 나들이다.


자세히 보니 수많은 사람들의 발자국이 길을 내고 곳곳이 상처 투성이다. 그동안 인근 지역 알려지지 않은 곳에서 꽃을 보아온 사람에게 낯설고 거부감이 팽배해지는 모습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오늘 그곳을 찾은 수많은 이들은 꽃을 귀하게 여기며 조심스런 움직임이었지만 극히 일부가 돗자리까지 펴놓고 누웠다 일어났다. 같은 모습으로 자리를 옮기며 사진 찍기 여념이 없다.


꽃은 왜 보고 또 사진은 찍어서 뭐하려는 것일까. 꽃과 눈맞춤하는 동안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어 이내 자리를 뜨고 말았다. 피나물이 만개하면 다시 찾고 싶지만 그곳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얼래지

큰개별꽃

현호색

만주바람꽃

히어리

노루귀

복수초

큰괭이밥

피나물

                                                          꿩의바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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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연히 달라졌다. 감感으로 전해지는가 싶더니 이젠 물오른 가지를 비집고 나온 새순이 보인다. 늘어져 드리우는 깊이만큼 사람들 가슴을 헤집어 놓고도 정작 딴청을 부리는 것이 봄의 속성인가 보다.

연이틀 흐리고 더딘 아침이 얄미운 봄인양 심술궂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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