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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연대기
하창수 지음 / 북인 / 2018년 6월
평점 :
달리 무엇을 볼 수 있을까
'달', 이것으로 선택한다. 선택은 했지만 작가와 작품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다. 무작정 달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엮었다는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 이 책을 손에 들게 했다. 달과 무관하지 않게 살아왔고 여전히 달을 생각하며 일상을 사는 이에게 이만큼 매혹적인 것이 또 있을까 하는 마음이다.
"달의 거리, 달 클럽, 나는 달, 발 아래 달, 수도원의 달, 월면보행, 달, 표현할 길 없는..., 달의 귀한,무서운 독서가의 달, 탈출마술사 코니 킴의 달, 달의 사랑"
이 소설집에 대한 기대를 작가의 말 첫 단락으로 대신한다.
"언제부턴가, 나는 달에 가 살다오곤 했다. 소풍 가듯 딱 하루만 있다 올 때도 있었고, 수학여행 가듯 꽤 여러 날을 가 있기도 했고, 기분이 내키면 한해를 온통 달에서만 지내다 오기도 했다. 내게 그건 그다지 신기한 일이 아니었다. 가령 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피츠제럴드의 단편소설 '5월의 첫날' 속 코모도어 호텔이 있는 뉴욕 44번가보다 신기할 게 없다는 애기다."
‘달의 연대기’에는 1995년에서 2018년 현재에 이르는 시간적 흐름에 따라 11편의 소설이 등장한다. 작품에 따라서 무릎을 치며 공감하는 것부터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라는 의문까지 함께 한다. 일사천리로 읽히는 작품이 있는가하며 문장을 읽고 또 읽어야 무슨 의미인지 간신히 짐작하게 만드는 부분도 있다. 이 모든 것의 마지막엔 작품에 대한 의문투성이와 작가에 대한 알 수 없는 호기심이 더 강하게 들었다는 점이다.
나는 달을 생각하는 첫머리에 “달은 스스로 빛을 발하지 않으므로 태양의 빛이 닿는 부분만 반사하여 빛나는 것처럼 보인다.”라는 사실을 둔다. 이것이 자연과 자연, 인간과 자연, 인간 상호간의 역학관계를 설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 소설집의 담긴 이야기를 읽어가는 내내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까지 미로를 헤매는 듯 혼란스럽다. 모든 작품에 달이 등장하지만 각각 다른 의미이기에 짐작하는 것부터 난관에 봉착한다.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작가에게 달은 무엇일까? 달, 이라는 단어 하나 때문에 선택한 이 책으로 오리무중에 빠졌다.
모두 열한 편의 소설을 접했다.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지만 하창수 소설을 대하는 태도가 이 소설집을 전후로 분명하게 달라졌다. 하여, 작가의 작품을 검색하여 찾아 ‘그들의 나라(책세상, 1998년)’로부터 시작하여 다음 읽어갈 목록을 작성하고 책을 구해가고 있다. 오랜만에 작가에 대한 흥미로움으로 기대가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