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함께 글을 작성할 수 있는 카테고리입니다. 이 카테고리에 글쓰기

'동백'
간절함이 극에 달한 순간 뚝! 모가지를 떨구고도 못다한 마음이 땅에서 다시 꽃으로 피어난다. 푸르디 푸른 잎 사이로 수줍은듯 고개를 내밀지만 붉은 속내를 숨기지도 않는다.


'북망산천 꽃'

뾰족한 칼날 같은 글만 써보니
어여쁜 꽃 같은 글 안 뽑아지네.


겨울 바람 차기만 하고
봄 소식 꽁꽁 숨어버리고
동백꽃 모가지채 떨어지누나


숭숭 구멍 뚫린 것처럼
저기 저 높은 산마루 휑하니
저기다 마음꽃 심어나 볼까?


마음산에 마음밭 일구고
마음꽃 듬뿍 심어 노면 
언젠가 화려히 내 피었다 하겠지.
마음 따뜻해지지 하겠지.


나라는 삭풍처럼 검으스레하고
대다수 국민들 겨울 나라에 살며
휑한 마음으로 마음에만 꽃 피워야 하네.


*김대영의 시다. 어찌 동백만 꽃이기야 하겠는냐마는 동백을 빼놓고 꽃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 하여 꽁꽁 언 손 호호불며 그 서늘하기 그지없는 동백나무 품으로 파고 든다.


겨울에 꽃이 핀다 하여 동백冬柏이란 이름이 붙었다. 춥디추운 겨울날 안으로만 움츠려드는 몸따라 마음도 얼어붙을 것을 염려해 동백은 붉게 피는 것이 아닐까.


서늘한 동백나무의 그늘을 서성이는 것은 그 누가 알든 모르든 동백의 그 붉음에 기대어 함께 붉어지고 싶은 까닭이다. '그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라는 꽃말을 가졌다.


한해를 동백의 마음으로 살아가자.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표맥(漂麥) 2018-01-02 2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제일 좋아하는 꽃이 동백 입니다. 집 화분에 종류별로 좀 있습니다. 얼마전엔 꽃이 많이 피었죠. 홑동백을 가장 좋아하는데... 사진이 정겹습니다... 2018년에도 건필하시길...^^

무진無盡 2018-01-03 18:22   좋아요 0 | URL
야생 동백은 아직 피지 않았습니다~^^
늘 겨울이면 동백이 피는 날 동백 숲에 들 꿈을 가지고 있답니다.
 

'백합나무'
꽃으로도 그 꽃이 지고난 후 열매로도 기억되는 나무다. 국립광주박물관 입구, 무등산 가는 길, 병풍산 초입 등 가로수로 가꿔진 나무의 무리이거나 내가 사는 곳 인근 길가나 마을 앞에 홀로선 나무이거나 거르지 않고 꽃 필 때와 열매 맺은 이후 꼭 찾게되는 나무다.


키큰나무에 녹황색 꽃이 피면 나무의 높이만큼 조바심이 인다. 작은키의 사람이 그 꽃과 눈맞춤하려면 운좋게 처진가지 끝에 달린 꽃을 만나거나 나무를 타고 올라야 한다. 이런 수고로움을 기꺼이 감행하게 만드는 나무다. 꽃과 열매뿐 아니라 봄부터 여름까지 초록의 잎도 가을이면 노란 단풍도 잎의 모양도 모두가 좋다.


'튤립 꽃이 달린다'라는 뜻에서 튤립나무라고 부른다. 우리말 이름은 백합나무다. 옛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가공하기 쉽고 물에도 잘 뜨는 이 나무를 통나무배를 만들었다고 해서 '카누 우드Canoe Wood'라고도 한다.


등치도 키도 큰 나무가 품도 넉넉하다. 사계절 그 품으로 뭇생명들을 불러들이지만 언제나 생색내지 않는다. '조용'이라는 꽃말은 그 마음을 기억하고자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모감주나무'
자주 다니는 길목 어디에 무슨 나무가 있다는 것을 기억한다. 흔하지 않지만 바라봐주는 이들이 별로없어도 때를 놓치지 않고 새 싹을 내고 꽃을 피우고 열매 맺는다. 그 틈틈이 눈맞춤하는 나무가 이 모감주나무다.


마른 하늘에 세모꼴 주머니를 달고서 나풀거린다. 단단하고 까만 씨앗을 담고 있는 껍질이 더 말라야 씨를 보낼 수 있어서 바짝 말라가면서도 의연하다. 초여름에 황금색으로 빛나는 꽃도 일부러 찾아보지만 늦가을부터 한겨울나는 이 열매도 보기에 좋다.


그 작고 단단한 까만 열매로 스님들이 손에서 놓치 않은 염주를 만든다고 한다. 모감주나무 열매로 만든 염주는 큰스님들이나 지닐 수 있을 만큼 귀하다고 하는데 그 작은열매에 구멍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혹 무환자나무 열매와 혼동한 것은 아닐까.


나무의 꽃 피는 때와 열매 맺어 부풀어 오르는 모습을 기억한다. '자유로운 마음', '기다림'이라는 꽃말이 있다. 어떤 이유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배롱나무'
붉고 희고 때론 분홍의 색으로 피고 지고 다시 피고 지고를 반복하며 100일을 간다고 하였다. 그렇게 오랫동안 향기를 더하더니 맺은 씨마져 다 보내고 흔적만 남았다. 네 속에 쌓았던 그 많은 시간을 날려보내고도 의연한 모습이 오히려 더 쓸쓸하게만 보인다.


꽃도 열매도 제 멋을 가졌지만 나무 수피가 벗겨지며 보여주는 속내가 그럴듯 하다. 노각나무, 모과나무와 함께 만나면 꼭 쓰다듬고 나무가 전하는 기운을 손을 통해 가슴에 담는다.


꽃은 홍자색으로 피며 늦가을까지 꽃이 달려있다. 열매는 타원형으로 10월에 익는다. 흰색 꽃이 피는 것을 흰배롱나무라 한다. 수피는 옅은 갈색으로 매끄러우며 얇게 벗겨지면서 흰색의 무늬가 생긴다.


자미화, 목백일홍, 만당홍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피고지기를 반복해 꽃과 향기를 전해주기에 그 맛과 멋을 오랫동안 누리고 싶은 마음에 '부귀'로 꽃말을 붙인걸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푸조나무'
낯선 이름의 나무다. 관방제림의 나무들 중 가장 많이 보이는 나무가 이 푸조나무다. 굵은 등치에 키도 하늘에 닿을만큼 크다. 여름은 그늘의 품이 넉넉하여 가까이 사람들을 불러 모아 쉼의 시간을 허락한다. 나무의 온도가 차갑지 않다.


제법 여러번 그 품에 들었지만 꽃도 잎에도 주목하지 못하다 이렇게 열매로 눈맞춤 한다. 5월경에 연한 초록색으로 피는 꽃은수꽃은 가지의 아래쪽에, 암꽃은 위쪽에 따로따로 한 그루에 핀다고 하니 지켜봐야겠다.


팽나무 열매를 닮았다 싶었는데 그보다 훨씬 굵고 물렁물렁한 육질이 씨를 둘러싸고 있어 구분이 된다. 팽나무와 비슷하다고 하여 개팽나무, 지방에 따라서는 곰병나무란 다른 이름도 갖고 있다.


키가 크고 오랫동안 살아갈 나무만의 독특한 특성을 지녔다. 판근이라고 하는 뿌리가 그것이다. 뿌리목 근처에 마치 두꺼운 판자를 옆으로 세워둔 것 같은 독특한 뿌리를 만들어 스스로를 지탱한다는 것이다.


은행나무나 느티나무 처럼 수 백년을 살 수 있다고 하니 제를 쌓고 나무를 심어 백성의 삶을 지키려던 선조들의 마음이 그 안에 담겼나 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별이랑 2017-12-23 13: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큰 아름드리 나무 아래 기웃 거리다 보면 이렇게 돌출된 뿌리를 간혹 보게 되는데, ‘판근‘ 이라....독특하게 뿌리를 지탱한다는 무진님 글을 읽고 사진을 보니 역시, 수명이 긴 나무 답네요. 이름이 무척 생소해요.

무진無盡 2017-12-23 22:35   좋아요 1 | URL
처음으로 자세하게 확인하는 나무였습니다. 관방제림이 1648년(인조 26) 담양부사 성이성(成以性)이 제방을 축조하고 나무를 심기 시작하였다고 하니 그때부터 아주 유용하게 쓰인 나무인듯 하지만 이름이 전하는 낯선 느낌에서 저 역시 생소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