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네가 먼저 죽는다면 나는 너를 먹을 거야.
청설모가 되기 위해 들어온 이곳에서, 구가 말했다.
그래야 너 없이도 죽지 않고 살 수 있을 거야.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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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알기 위해서 대답이나 설명보다 시간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고. 더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데 지금 이해할 수 없다고 묻고 또 물어봤자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모르는 건 죄가 아닌데 기다리지 못하는 건 죄가 되기도 한다고.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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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한국희곡명작선 118
김성희 지음 / 평민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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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
#동행
#김성희
#평민사
#한국희곡명작선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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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곡 <동행>은 고부갈등에 관한 이야기다.

고부갈등은 남성중심주의적 가부장제가 양산한 폐단 중에 가장 고약한 것으로 간주된다. 나의 입장은 그렇다. 그렇다고 해서 가부장제를 무조건적으로 폐악스럽게 판단할 수만은 없다. 한편으로는 그러한 제도가 지금의 대한민국을 이끌어 온 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중심주의적 가부장제는 사라져야 하거나 과감하게 수정되어야할 구시대적 유산에 불과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고부갈등은 시어머니로 대표되는 구세대적 여성과 며느리로 대표되는 신세대적 여성 사이의 투쟁적 갈등이다. 그 투쟁 사이에는 이를 중재해야 할 남성, 즉 시아버지나 남편이 늘 존재하지만 그들은 암묵적으로 고부갈등을 당연시하거나 외면하기 일쑤다. 간혹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결을 시도하고자 덤비지만 안타깝게도 남성들은 어느 한 쪽의 편을 드는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오히려 고부갈등을 더욱 부추기는 꼴이 되고 만다.

희곡 <동행>은 고부갈등을 야기하는 남성중심주의적 가부장제나 고부갈등에서 비롯되는 여성 간의 투쟁의 주제를 한풀 걷어내는 기염을 보인다. 오히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서로를 바라보며 세대간의 이해와 여성으로서의 화해를 도모하는 모습에 집중한다.

전체적인 내용은 진부한 면이 없지 않지만, 고리타분하지는 않다.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고부갈등은 마치 죽어가는 화초를 닮았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 덕분인지 죽어가던 화초마저 살아난다는 적절한 비유와 장과 장 사이에 곁들어지는 다양한 짧은 회상 장면들이 희곡 <동행>을 읽는 재미를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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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트라바스 열린책들 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뉴얼 시리즈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박종대 옮김, 함지은 북디자이너 / 열린책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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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
#콘트라바스
#파트리크쥐스킨트
#박종대_옮김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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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노드라마(1인극) 형식의 희곡
🔸️ 콘트라바스라는 악기를 소재로 한 희곡
🔸️ 국내에 소개된 쥐스킨트의 유일한 희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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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스킨트를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올린 그의 작품은 대표적으로 소설 <좀머 씨 이야기>와 <향수>, 희곡 <콘트라바스>가 대표적이다.

특히 <향수>는 영화로도 상연되어 그 유명세를 톡톡히 하는 작품이다.

아마도 쥐스킨트를 만나게 된다면 위 세 작품은 자연스럽게 독서의 행위로 만나게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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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 <콘트라바스>는 일반적으로 콘트라베이스로 잘 알고 있는 그 악기를 소재로 하는데, 작품 속 화자는 콘트라바스 연주자이다.

전체적으로 희곡은 회의적인 분위기가 짙다. 쥐스킨트는 회의론자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다.

화자는 콘트라바스 연주자로서 자신의 악기와 자신의 직업에 대해 넋두리를 지루하게도 쏟아낸다. 심지어 화자가 사랑한 여인과 그 사랑에 대해서까지...

그런데 그 넋두리를 듣고 있노라면 작가 쥐스킨트가 이 희곡을 쓰기 위해 콘트라바스라는 악기와 연주자에 대해, 또한 음악에 대해서까지 얼마나 깊고 디테일하게 조사하고 연구했을까를 놓고 끔찍하리만치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희곡 <콘트라바스>를 읽고 나면 독자는 아마도 콘트라바스, 그리고 그것과 연관되는 음악적 지식에 해박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이 희곡은 깊이 있고 디테일이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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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틀러 당시에도 음악은 계속되었습니다. 당연한 일이죠.(46쪽)

(중략)

음악은 지극히 인간적이기 때문이죠. 거기엔 정치와 시대 흐름을 띄어넘어 무언가 인간 보편적인 것이 있어요.(47쪽)

✏️
희곡 <콘트라바스>에서 방점을 찍게 되는 부분이다. 결국 이 작품은 인간에게 가장 ‘인간적‘인 모습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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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머 씨 이야기 열린책들 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뉴얼 시리즈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장 자끄 상뻬 그림 / 열린책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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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좀머씨 이야기>는 ‘한 소년의 눈에 비친 이웃 사람 좀머 씨의 수수께끼 같은 인생을 담담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려 나간 한 편의 동화같은 소설이다‘라고 소개된다.

이른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걸어다니는 좀머 씨는 ‘걸어 다니지 않고 지나는 날은 1년에 단 하루도 없었다. 비가 억수로 오거나, 햇볕이 너무 뜨겁거나, 태풍이 휘몰아치더라도 줄기차게 걸어 다녔다‘(18쪽).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그 사람은 페소 공포증이 아주 심하단다. 그 병은 사람을 방 안에 가만히 있지 못하게 만들지.˝(39쪽)라며 알려졌지만, 소년에게는 ‘일생을 죽음으로부터 도망치려고 하는 사람‘(97쪽)으로 기억된다.

소설은 한 소년의 눈에 비친 좀머 씨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은 무엇인지는 오롯이 독자가 찾아내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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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속에서 어른들의 비합리적이고 모순에 찬 모습을 통해 ‘이 세상 전체가 불공정하고 포악스럽고 비열한 덩어리일뿐 다른 아무것도 아니라는 분노에 찬 자각‘(86쪽)을 하는 소년이 참으로 안타깝다.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모습이 그렇게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소년‘ 또는 ‘아이‘라는 화자를 통해 어른 세계를 제대로 비꼬는 소설이 이 뿐이지만은 않지만, 그럼에도 작가의 입장에서 아이의 시선을 통해 모순 덩어리의 어른 세계를 까발릴 수밖에 없는 선택을 했음은 아마도 영원히 철들지 않을 어른들에 대한 회의가 아닐까 싶어 못내 슬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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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3-09-14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쥐스킨트 책 중에 전 이 책이 가장 와닿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