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 (리커버 특별판)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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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기욤뮈소의 책에 빠져 그의 작품들 모조리 읽은 적이 있다. ‘빅픽쳐‘를 쓴 더글라스 케네디와 비슷해서 더글라스것도 모조리 읽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더글라스 작품이 더 끌린다.

제목이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이라고 해서 단순히 무슨 비밀스런 삶인가 했는데, 한 작가 개인의 비밀이야기 같은것이었다. 어느날 유명작가가 절필을 선언하고 한 섬에 오는데 , 또다른 나라는 화자도 그 섬에 서점종업원으로 일자리를 구하게 되면서 그들을 둘러싼 이야기가 벌어지고 결말에선 작가가 그럴수밖에 없는 이유가 밝혀진다. 어쩌면 스토리를 이렇게 연결시켜 소설을 썼는지 대단하다. 실제 있었던 사건까지 가미해서 스토리를 짜내는데다가, 그 스토리속에는 인간사회속에서 ‘인과응보‘나 ‘운명‘ ‘복수‘등의 요소가 있다.

소설속 작가인 ‘네이선‘이 꼭 기욤뮈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는거 같았다.


* 책속에서 새겨둘 좋은 문장은 꼭 발취해놓고 내 삶에도 적용시켜야 한다.

276. : 요컨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에 넋 놓고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지. 제 아무리 보잘 것 없는 삶이라도 사는 동안 적어도 한 번쯤 운명을 바꿀 기회가 주어진다잖아. 카이로스는 삶이 제공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붙잡을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하기도 해. 대체로 운명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순간은 지극히 짧은 법이야. 우리네 삶에서 똑같은 기회는 두 번 다시 주어지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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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쓰기 - 내가 머문 아이오와 일기 걸어본다 10
김유진 지음, 김란 그림 / 난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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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약력을 보니 81년생인데도 소설집 네편을 펴냈다. 33개국의 시인,소설가,번역가등이 아이오와 시에서 주최하는 International Writing Program 에 참여했고, 3개월가량 그곳에 머문 일상을 기록한 내용이다.

2015년 아이오와 주에서 ‘글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하루하루 날짜별로 있었던 일을 담담히 쓴 내용이다. 작가이기에 언젠가 책으로 나올수 있을것이라는 기대로 기록을 해두었을수도 있거나, 직업상 기록을 해뒀는데 우연치않게 책으로 나왔을수도 있다. 2015년의 나는 40대 중반으로 막 승진을 했고 직장스트레스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다 읽지는 않았지만 읽는 내내 나의 2019년 상황이 자꾸 떠올랐다. 전국에서 모인 33명이 한달간 UGA에서 영어연수를 하게 되었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 간 것이고 한달안에 크게 늘지는 않을것인데 기대를 크게 했다. 게다가 나이 50이 되어서야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 난생처음 해보는 미국 영어연수 였는데말이다. 기관방문시 현지 영어를 온전히 알아들을수 없어서 힘들었다. 영어가 내 귀에 잘 들려오고, 나도 자유자재로 말할수 있었다면 자신감을 얻어 여행자 모드로도 즐겼을수도 있는데 하는 아쉬움이 많다. 그이후로 영어공부는 계속 하고 있는데도 토익점수와 현실사이의 괴리로 괴로운 날들이다.

일반 여행기와는 틀리게 나의 상황과 약간 비슷해서 더 공감하며 읽었고 읽는 내내 작년에 하루하루 기록해두지 않은것에 대해 아쉬움이 들었다. 나도 이렇게 하루하루를 일기든 메모든 기록해두었더라면 2020년에 브런치작가가 되어 그때 스토리를 연재하는데 도움이 되었을텐데(사람의 미래는 알수없다..)깜빡깜빡하는 기억력에만 의존해 미국 연수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다. 문장이 간결하고 필요한 내용만 있다, 그러나, 내가 연재하는 글은 얼마나 구구절절한가ㅠㅠㅠ

그나저나, 역시 기록이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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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20-05-21 0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왜 그리도 힘든 경험만 했을까 하는 생각을 했고, 그걸 책으로 낼 수 있으니 작가란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같은 경험이라도 어떤 사람들은 신세계를 국비로 다녀온다는 생각을 하고 다른 사람은 또 그런 것보다 그저 힘들고 피곤함으로 그 시기를 살아내는 것 같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만년필이라고 하면 다들 의아해한다. 디지털 시대에 미니멀 라이프 추구하는 세상에 핸드폰에 메모해두면 되었지 무슨 기록이냐고 의아해하며 관심이 없는 사람이 많다.

기원전 3500∼3000년 어느 시기에, 익명의 수메르 천재들이 뇌 바깥에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시스템을 발명했다. 대량의 수학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맞춤 시스템이었다. 덕분에 수메르인들은 인간의 뇌에서 비롯되는 사회질서의 제약에서 벗어나 도시, 왕국, 제국의 출현에 이르는 길을 열었다. 수메르인이 발명한 데이터 처리 시스템은 ‘쓰기’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인간은 자신의 뇌 이외에 외부에 저장장치를 활용함으로써 뇌의 용량을 키웠다. 기록함으로써 인간은 뇌를 두배로 사용 할 수 있게 되었다. 디지털로 기록하는 것도 좋지만 사각사각하는 만년필로 종이에 글을 써 내려가는 소리를 듣고 진한 잉크가 펜을 통해 노트 위해 진하게 각인되는 모습을 보면 뇌에도 그 문장들이 동시에 각인이 되는 거 같고 마음은 평온을 되찾으며 평소 자기가 쓰는 글씨보다 더 거룩한 글씨로 다가오는 것이다.


내가 만년필에 빠져들기 시작한 것은 한 5년 전이었을 것이다. 업무적으로도 힘든 시기를 막 지나온 상황인지라 마음에도 여유가 있었기에 이것저것 인터넷을 보며 뭐 특별한 것이 없나 하면서 그렇게 우연히 만년필을 알기 시작했다. 물론 그 전에도 우연히 인터넷 서핑 결과로 독일제 저가 만년필을 구입하여 조금씩 쓰는 맛을 느끼기 시작하고 있었다.


커피 한잔을 앞에 두고 “사각사각” “서걱서걱” 때론 스케이트 타듯 만년필 하얀 종이 위에 미끄러지듯 잉크를 머금은 글씨가 완성되는 그 느낌을 모든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마치 그건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키 큰 나무들이 가지런히 정렬해 있는 오솔길을 트렌치코트 깃을 세우며 그 정취를 여유롭게 느끼며 걷는 것과 같을 것이다. 손에 큰 힘을 주지 않아도 부드럽게 빠른 필체가 가능한 만년필은 모든 작가에게 없어서는 안 될 기본 도구가 아닐까?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를 쓴 무라카미 하루키도 만년필을 좋아하며 그 글을 썼을 것이다.

만년필 뚜껑을 열 때 별빛처럼 반짝이는 펜촉은 나에게 순수한 힘을 불어넣어준다. 펜촉에서 실올 풀리듯 새어 나오는 잉크가 담당한 활자가 되면 고적한 마음에 램프가 켜진다. 19세기에 출간된 렘브란트 예술을 다룬 책을 읽다가 솟구치는 감흥을 단 몇 줄만이라도 만년필로 적고 싶어 졌다. 만년필은 어두컴컴한 암실에서 흑백사진이 인화되듯 느림의 미학을 보여주는 벗이며, 심연 속에서 명암을 풀어내는 예술의 연금술사가 아닐까? 만년필은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어느 독일 사람의 사유 도구가 되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사랑과 우정의 가교가 되었을 것이다. 「 나의 고릿적 몽블랑 만년필 」 민병일

저자는 시인이자 어느 출판사 편집일 하다 예술에 대한 동경에 이끌려 독일 유학을 갔다. 낯설고 외로운 독일에서 유일한 낙은 벼룩시장을 찾아 고릿적 물건을 구경하고 모으는 것이었다. 맥주잔, 촛대, 할머니의 몽당 연필, 그리고 몽블랑 만년필에 이르기까지 사물에 깃든 영에 대한 단상은 그의 삶과 온전하게 일 체 한 것 같다.

만년필에 관한 책을 골라서 읽은 원인도 있다. 그렇게 명품 만년필 한 자루를 몇 차례 고민한 끝에 들여 버렸다. 그렇게 구입해 놓고도 너무 아까워서 쉽게 사용하지 못하고 시간만 지나고 있었다. 아득히 젊었던 어느 시절에 그 만년필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그냥 선망의 대상으로만 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많은 시간이 흘러 내 손에 들어온 순간 ‘ 간절히 소망하면 이루어진다 ’라는 말을 떠올렸다. 일반 볼펜을 가지고 글을 쓸 때는 글씨가 제대로 써지지 않아 악필이라 자학하고 있었고, 글씨를 쓰는 행위를 고통으로 여기고 있었던 나의 과거는 송두리째 사라져 버렸다.

사실 물건이란 사용하지 않고 보관만 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가의 장식품들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실생활에 내가 사용하면서 최대의 만족을 얻어야 한다. 삶을 단순화시키는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고자 하니 꼭 필요한 것은 질 좋은 것으로 구입하고 꼭 필요하지 않은 물품은 들이지 않고 물건 가짓수도 웬만하면 늘리지 않고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은 기부하거나 버리자 삶이 홀가분해지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최상의 만년필 네 자루를 나의 만년필 애장품으로 종결하고 더 이상의 펜은 들이지 않고 이것만 관리를 잘하자 라는 결심을 굳혔다.

어떤 사람들은 한 자루의 펜만 있으면 되었지 여러 자루의 만년필을 구입할까 의문을 가진다. 막상 이 세계에 발을 들여놓고 보니 이 세상에 잉크가 빨강, 파랑, 검은색만 있는 게 아니고 세상을 거쳐한 유명한 예술가의 이름을 자청한 황홀한 잉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온갖 다양한 색깔의 잉크를 알게 된 순간 ‘한 만년필에 한 잉크’를 주입하기 위해서 잉크색에 맞는 만년필을 계속 구입하게 될 것이다.


사실 만년필이 내 삶에 가져온 긍정적인 변화는 엄청난 것이었다. 우연히 만난 만년필에 빠지면서 뭔가 쓰는 것 자체를 싫어했던 내가 어느 순간부터 글쓰기를 즐기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개인 스케줄 노트에 하루하루 나의 소소한 일정을 만년필로 써가며 색연필로 중요한 부분을 칠하고 마스킹 테이프로 꾸미기 시작하면서 좋은 색연필, 좋은 테이프까지 사용하기 시작했다. 개인 스케줄에 대한 기록은 나의 목표를 기록하고 하루 일상에 대한 간략한 일기도 쓰거나 독서노트 쓰는 것까지 발전했다. 독서노트를 쓰려면 책을 읽어야 하고 또 쓰기 위해서라도 책을 읽어야 했고 그렇게 모아진 독서후기는 개인 블로그에 올리면서 블로그 방문자수도 증가했다. 후기를 쓰면서 와인을 마시며 독서를 하고 만년필로 글을 쓰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일상과 일치되는 상상하기도 했다.

그렇게 나의 내부에 쌓인 독서기록들은 나의 많은 스토리의 소재가 되었다. 10개월간 참여했던 영어교육에서는 스토리의 소재로 사용하며 어떻게 즐기고 있는지를 글로 쓰거나 영어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꼈다. 독서후기를 덕분인지 운 좋게 교육체험수기에서도 상을 받게 되었고 후배들을 위한 교육체험 강의할 때에도 만년필 이야기는 빠뜨리지 않았다. 그렇다! 만년필은 나의 인생템이다. 그것으로 연결된 끊임없는 상상력은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영어방송에도 출연하게 하였다.

인간관계에도 궁합이 존재하듯, 사물끼리도 영혼이 존재한다. 아무리 비싼 고급 노트라 할지라도 내가 소유한 만년필과 궁합이 맞지 않으면 필 감도 좋지 않고 잉크 흐름도 좋지 않고 심지어 쓰고 난 뒷면에 비침 현상까지 발생한다. 만년필과 궁합이 맞는 노트를 찾아 이것저것 사용해보며 최상의 잉크까지 섭렵하게 되는 것이다. 수많은 모험과 긴 여정을 끝내고 이젠 내가 소유한 만년필과 맞는 노트에 정착하여 더 이상 방황하지 않아도 된다.

만년필의 잉크를 주입하고 쓰기 시작할 때의 마음은 마치 거룩한 문장의 기록들을 위한 의식을 거행하듯 엄숙하다. 잉크를 세척하고 말리며 내가 이 지구의 원자가 되어 사라지는 날에도 이 만년필은 지구의 종말 끝까지 지구 내에 존재하게 될 것임을 생각해볼 때 약간 두렵기도 하다. 아무리 써도 사라지지 않는 이 신기한 물건의 가치를 생각해볼 때 가만히 모셔두는 것보다는 아무리 써도 닿지 않는 만년필은 영원히 내가 쓸 수 있는 한 최대한 사용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다.

이젠 주변 사람들에게 그 효용성을 설파하고 다닌다. 별 관심 없는 사람도 있지만 , 사용하면서 엄청난 만족감을 느끼며 잘 쓰고 있다는 사람도 있다. 또 그 사람이 다른 지인에게 만년필 사용의 효용성을 전파하면서 만년필 애호가들이 많아지는 걸 보는 것도 큰 만족감이다. 좋은 것은 나눠야 두배가 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여행을 할 때도 만년필과 수첩은 필수이다. 아날로그 노마디스트인 나는 가끔 방문했던 여행지에 대한 그림을 스케치한다. 한두 시간 외출할 때에도 마치 전쟁에 나오는 병사가 갑옷을 입고 창과 방패를 챙기는 자세로 핸드백엔 화장품도 만년필 네 자루가 든 고급스러운 필통과 만년필 여분의 잉크를 꼭 챙긴다. 하지만 만년필로 비행기 안에서 그림을 그리려는 목표를 단 한 번도 이룬 적이 없다.

비행기 안에서 긴긴 지루한 시간 동안에 여행지에 대한 기대와 상상력 등을 만년필로 스케치하고 글도 써넣은 작품을 완성하는 것도 나의 오래된 로망이다. 외국의 관광지를 세밀하게 만년필로 그리고 옆에 글까지 가미한다면 최고의 여행 에세이가 될 것이지만 기대와는 달리 실상 비행기를 타고 자리에 착석하면 머릿속을 짓누르는 피곤함으로 잠 속으로 빠져들기 십상이었다. 여행 가는 기내에서 여행지에 대한 행복한 상상을 하며 와인을 마시며 여행지를 스케치하고 글을 쓰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 나의 에세이가 출간될 날을 희망하며 오늘도 난 내 만년필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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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0-05-15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만년필 사랑하고 사용해요!! 저는 몽블랑 한 자루 선물받아서 갖고 있는데 아끼느라(?) 못쓰고 있어요. 근데 공작부인 님은 4!!! 공작부인 님은 어떤 종이 사용하시나요? 저는 도모에리버 사용하는데요. 좋은 종이 소개해주세요~.^^

Grace 2020-05-15 22:46   좋아요 0 | URL
저도 아직도 종이에 대한 방황을 하고 있습니다. 안써본 수첩이 없을 정도로,,,몰스킨부터 시작해서 로디아,로이텀,옥스포드,미도리,어프로치 등등,,,하지만 그나마 로이텀 다이어리에 쓰는게 제일 만족도가 높지만 다이어리 형식이라 필사하기엔 종이가 부족한듯 하여, ˝문방삼우˝라는 카페를 매일 들락거리며 종이 정보를 보느라 ,,,,어제는 클레르퐁텐을 주문했고, 낼은 츠바메를 주문해서 사용해 볼 계획입니다. 요즘 필사를 하는데 옥스포드도 로디아도 쓰고있는 헤리티지 1912가 계속 미끄러지기만 해서, 사무실에서 사용한 이면지를 가져와 그 위에 쓰고 있습니다. ㅠㅠ 도모에리버도 많이 들어봤는데 그건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거네요. 너무 얇아도 안되고 , 뒤에 비침이 있어서도 안되고 너무 흡수해도 안되고, 너무 미끄러워도 안되고, 정말 만년필과 맞는 종이 찾는게 더 어려운거 같아요. 썼을때 선명한 느낌으로 다가오는게 좋은데,,그나마 만족하고 있는건 ‘로이텀 다이어리‘랍니다.

Grace 2020-05-15 22:49   좋아요 0 | URL
그리고 만년필은 아끼며 모셔두면 안될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요즘은 거의 매일 사무실에서 돌려가며 사용하고, 집에서는 필사용, 다이어리 쓰는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만년필은 아마도 우리 보다 더 오래 지구상에 머무를 물건이라 제가 사용할 수 있는한 최대한 많이 사용하려고 열심히 필사중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윤정 옮김, 무라카미 요오코 사진 / 문학사상사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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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우연히 도서관에서 ,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이라는 책을 발견해 아주 재밋게 읽은 기억이 있다. 그런 류의 소설을 좋아하는 취향이 나에게 있었다는걸 그때 알게되었다.

그후 그렇게 도서관에서 한동안 일본소설류 근방을 서성거리다 우연히 하루키가 쓴 ‘위스키 성지여행‘이라는 얇은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얇고 잡지류 재질의 내피에 위스키의 제대로 된 맛도 모르거니와 관심도 없어서 읽지 않았다.

하루키를 좋아한다고 그의 모든 책이 끌리는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최근 김영하의 ‘오래된 대답‘이라는 책에서 하루키의 이 책을 인용한 문장을 보고 당장 구입해 읽었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술이라는 건 그게 어떤 술이든 산지에서 마셔야 가장 제 맛이 나는 것 같다.˝-위스 성지여행 중

나 역시 일본 온천에서 처음 마셨던 아사히 생맥주 맛에 반해 또다시 일본을 찾은 바보같은 기억이있다. 더더욱 가서 마시지도 못했다. 한국에서도 먹을려면 얼마든 먹을수 있는데도 말이다.

위스키에 관심없는 사람이라도 이 책을 읽고나면 한번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것이다. 다만 현지가서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행이 필요하고 현지에서 마셨던 술을 생각하며 여행을 회상하게 될것이다. 이 책에서 또 하나의 구절에 공감하게 된다.

˝여행이라는 건 참 멋진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스레 든다. 사람의 마음속에만 남는 것, 그렇기에 더욱 귀중한 것을 여행은 우리에게 안겨 준다. 여행하는 동안에는 느끼지 못해도, 한참이 지나 깨닫게 되는 것을. 만약 그렇지 않다면, 누가 애써 여행 같은 걸 한단 말인가?˝- 위스키 성지여행 중

아,그렇다. 여행이란게 그때 가서는 못느껴도 한참 지나 깨닫게 될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행이 이럴수 있다는것에 대해 깨닫지도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작년 9월에 꿈에 그리던 2주간 핀란드,스웨덴,스페인 갔을때도 그다니 큰 감흥을 못느끼다가 지금에서야 조금씩 그때를 회상하고 있다.

한 시간만에 읽을수 있는 얇은 책이지만 이 책을 통째로 만년필로 필사를 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고 언젠가 스코클랜드와 아일랜드를 방문하여 위스키를 마시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책을 덮고 바로 마트로 직진해 아일랜드 위스키는 아니더라도 아일랜드산 흑맥주 ‘기네스‘한 캔을 사가지고 왔다.

맥주란 사실 이렇게 비가 촉촉히 내리는 질척거리는 날보다 , 열심히 운동을 하고 샤워를 끝낸후 마시는 맥주가 맛있다. 또 회사에서 스트레스 가득한 무거운 육신을 이끌고 오자마자 미친듯 냉장고를 열고 시원을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키면 스트레스 경감 효능도 있다. 하지만 맥주 애호가가 이런저런 분위기를 찾으랴. 여기저기 상황에 맞춰 마시면 되는 것이다. 비오면 비온데로 대 낮 휴일에는 마시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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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준비해온 대답 - 김영하의 시칠리아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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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껏 접한 작가들중 김영하 작가의 글이 가장 나의 정서에 맞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여행의 이유에서 표현된 ‘늙수구레한 ‘ 그것을 비롯 여기서 시작되는 ‘나는 나이 40에 모든걸 다 가진 사람이 되어있었다‘등등 그의 문장은 웬지 끌림이 있다. 하루키 다음으로 좋아하는 작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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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20-05-10 0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주문했어요 김영하작가는 요즘 한국작가들 중에서 제가 좋아하는 몇 안되는 작가입니다 40에 모든 걸 다 가졌다고 말할 수 있는 삶이면 특히 소설가가 그리 말할 수 있으니 무척 부럽습니다 알쓸신잡에서 그가 말한 ‘책은 읽으려고 사는게 아니라 사두고 읽는 것’이란 말이 책을 쟁이는 좋은 핑계가 되고 있지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