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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윤정 옮김, 무라카미 요오코 사진 / 문학사상사 / 200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래전 우연히 도서관에서 ,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이라는 책을 발견해 아주 재밋게 읽은 기억이 있다. 그런 류의 소설을 좋아하는 취향이 나에게 있었다는걸 그때 알게되었다.
그후 그렇게 도서관에서 한동안 일본소설류 근방을 서성거리다 우연히 하루키가 쓴 ‘위스키 성지여행‘이라는 얇은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얇고 잡지류 재질의 내피에 위스키의 제대로 된 맛도 모르거니와 관심도 없어서 읽지 않았다.
하루키를 좋아한다고 그의 모든 책이 끌리는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최근 김영하의 ‘오래된 대답‘이라는 책에서 하루키의 이 책을 인용한 문장을 보고 당장 구입해 읽었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술이라는 건 그게 어떤 술이든 산지에서 마셔야 가장 제 맛이 나는 것 같다.˝-위스 성지여행 중
나 역시 일본 온천에서 처음 마셨던 아사히 생맥주 맛에 반해 또다시 일본을 찾은 바보같은 기억이있다. 더더욱 가서 마시지도 못했다. 한국에서도 먹을려면 얼마든 먹을수 있는데도 말이다.
위스키에 관심없는 사람이라도 이 책을 읽고나면 한번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것이다. 다만 현지가서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행이 필요하고 현지에서 마셨던 술을 생각하며 여행을 회상하게 될것이다. 이 책에서 또 하나의 구절에 공감하게 된다.
˝여행이라는 건 참 멋진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스레 든다. 사람의 마음속에만 남는 것, 그렇기에 더욱 귀중한 것을 여행은 우리에게 안겨 준다. 여행하는 동안에는 느끼지 못해도, 한참이 지나 깨닫게 되는 것을. 만약 그렇지 않다면, 누가 애써 여행 같은 걸 한단 말인가?˝- 위스키 성지여행 중
아,그렇다. 여행이란게 그때 가서는 못느껴도 한참 지나 깨닫게 될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행이 이럴수 있다는것에 대해 깨닫지도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작년 9월에 꿈에 그리던 2주간 핀란드,스웨덴,스페인 갔을때도 그다니 큰 감흥을 못느끼다가 지금에서야 조금씩 그때를 회상하고 있다.
한 시간만에 읽을수 있는 얇은 책이지만 이 책을 통째로 만년필로 필사를 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고 언젠가 스코클랜드와 아일랜드를 방문하여 위스키를 마시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책을 덮고 바로 마트로 직진해 아일랜드 위스키는 아니더라도 아일랜드산 흑맥주 ‘기네스‘한 캔을 사가지고 왔다.
맥주란 사실 이렇게 비가 촉촉히 내리는 질척거리는 날보다 , 열심히 운동을 하고 샤워를 끝낸후 마시는 맥주가 맛있다. 또 회사에서 스트레스 가득한 무거운 육신을 이끌고 오자마자 미친듯 냉장고를 열고 시원을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키면 스트레스 경감 효능도 있다. 하지만 맥주 애호가가 이런저런 분위기를 찾으랴. 여기저기 상황에 맞춰 마시면 되는 것이다. 비오면 비온데로 대 낮 휴일에는 마시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