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와 인류의 미래 - 지구과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인류 문명 그리고 지구의 미래
이다 요시아키 지음, 이용택 옮김 / 문학사상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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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구와 인류의 미래는 지구에 대한 책이기에 지구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태양에 대한 설명으로 시동을 걸었다. 퇴적암이 형성되는 데 필요한 것이 높은 온도와 높은 압력이듯 태양에서도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데 필요한 것이 높은 온도와 높은 압력이다.(가스하이드레이트는 낮은 온도와 높은 압력 하에서 형성된다.) 통상의 상태에서는 원자핵이 주변을 둘러싼 전자에 막혀 핵융합이 일어나지 않는다. 핵융합이 일어나려면 원자핵을 강제로 접근시키는 높은 압력과, 원자핵에 커다란 진동을 일으켜 접촉시키는 높은 온도가 필요하다. 이 조건이 충족되는 곳은 태양 내부에서도 오직 중심부의 핵뿐이다. 

수소의 핵융합은 감마선이라는 매우 짧은 파장의 전자기파와 전기적으로 중성의 소립자인 중성미자를 생성한다. 감마선은 태양 내부를 통과하는 사이에 파장이 훨씬 긴 가시광선으로 변환된다. 지구의 대기는 주로 질소와 산소로 이루어져 있다. 금성, 화성 등의 대기와 조성이 다르다. 이는 지구가 다른 지구형 행성과 다른 독자적 역사를 가졌음을 의미한다. 물에 녹는 이산화탄소는 초기의 대기에 대량으로 함유되어 있다가 상당한 양이 바다로 녹아들었다. 이산화탄소는 이미 바다에 녹아 있던 칼슘 이온과 결합해 석회암이 되어 해저에 침전했다. 대량의 이산화탄소가 대기에서 사라지자 그 다음으로 양이 많은 질소가 대기의 주성분이 되었다. 

지구 내부 상태를 살펴보는 데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음파(탄성파)다. 귀로 들을 수 있는 소리는 파장이 매우 짧은(약 0.1m) 음파이며 이는 고체 지구에는 거의 침투하지 않지만 지진이 일어나면 그보다 파장이 훨씬 긴(약 10km) 음파(지진파)가 발생하여 지구 내부를 종횡으로 누빈다. 지진파가 진원으로부터 수많은 관측점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해석하면 지구를 통과하는 지진파의 속도를 깊이별로 계산할 수 있다. 고체를 통과하는 음파에는 부피 변화를 전달하는 종파(P파)와 뒤틀림을 전달하는 횡파(S파)가 있다. 음파의 속도는 물질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물질이 치밀할수록 음파의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음파는 지구 내부를 살필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깊이가 약 30km보다 깊어지면 지진파 속도는 지상의 수많은 암석을 통과할 때보다 20~30% 정도 빨라진다. 이로써 지구는 지각으로 얇게 덮여 있고 그 아래에는 더 치밀한 광물로 이루어진 맨틀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맨틀 내부의 깊이 400~670km 가까운 곳부터는 깊어질수록 지진파의 속도가 더욱 급증하는데 이 영역을 천이층(遷移層)이라고 한다. 천이층보다 얕은 쪽을 상부 맨틀, 천이층보다 깊은 쪽을 하부 맨틀이라고 부른다. 하부 맨틀을 구성하는 광물은 결정구조가 상부 맨틀과 다르며 상부 맨틀보다 치밀한 원자 배열을 보인다. 

이 때문에 천이층 위아래에서 지진파 속도가 크게 변화하는 것이다. 깊이가 2,900km에 달하면 지진파 속도에 커다란 불연속이 일어난다. 그보다 깊은 부분에서는 P파 속도가 수십 퍼센트나 감소하고 S파는 통과하지 못한다. 이는 지구 중심에 금속철로 이루어진 핵이 있기 때문이다. S파가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핵 바깥쪽(외핵)은 융해하여 액체 상태임을 알 수 있다. 더욱 깊은 곳에서는 고체 상태의 내핵이 있다. 내핵은 지구가 냉각할수록 서서히 성장한다고 여겨진다. 지구 자기는 외핵이 액체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액체 금속철이 대류를 일으켜 전류가 흐르고 자기장이 발생하는 것이다. 달에도 핵이 있지만 완전히 고체화했기 때문에 자기장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생활하는 대지는 지각의 표면이다. 지각은 융해한 암석이 굳어져 생긴 영역이다. 맨틀 상부에서 암석의 일부가 융해해서 마그마가 발생하고 마그마가 상승해서 맨틀에서 분리된 후 고체화한 것이 지각이다. 마그마가 지표로 분출되는 것을 분화라고 한다. 마그마는 상승하면서 고체화하므로 지구 내부에서도 지각을 성장시킨다. 맨틀이 융해할 때는 결정으로 남기 어려운 수많은 원소가 마그마로 결집하므로 지각은 맨틀보다 훨씬 다양한 원소를 포함한다. 그중에는 인류가 자원으로 활용하는 유용한 원소도 다수 포함된다. 맨틀에서 지각이 탄생하는 과정에서 자원이 되는 원소도 지각에 가득 담기는 셈이다. 자기조직화(self-organization)란 개념이 눈길을 끈다. 

몇 가지 요인이 서로 협력해서 특정한 기능을 지니는 구조를 만들어내는 작용이다. 자기조직화에서 중요한 점은 대상이 마치 생명이 의지를 지닌 것처럼 어떤 특정한 목적을 위해 발달을 진행시킨다는 것이다. 간단한 예로서 육지에 강이 생기는 과정을 들 수 있다. 평탄한 대지에 비가 내리면 빗물은 처음에 거의 균일하게 흐르지만 흐름에 다소간의 편차가 생기면 흐름이 큰 장소에서 침식이 진행되어 빗물이 그곳으로 모인다. 그러면 침식이 더욱 심해지고 그곳에 강이 생겨난다. 이런 과정이 여기저기에서 반복되면 본류에서 지류에 걸친 강의 체계가 완성된다. 흐름과 침식의 협력으로 물을 효율적으로 흐르게 하는 강의 체계가 나타나는 것이다.(41 페이지) 

생물의 진화는 멸종의 역사이기도 하다. 6억~7억년전에 지구는 눈덩이 상태였다.(눈덩이 지구) 지면이 얼음으로 덮여 있으면 햇빛의 반사가 강해지므로 태양 에너지의 입사율이 감소한다. 차폐율은 지구에서 복사되는 적외선의 투과를 대기가 방해하는 비율이다. 차폐율이 줄어들면(적외선이 지구 밖으로 나가는 것을 덜 차단해 적외선이 많이 복사되면) 얼음의 영역이 넓어진다. 차폐율이 일정치를 밑돌면 극 주변에 국한된 얼음 영역이 갑자기 지구 전체로 확대되어 눈덩이 지구 현상이 나타난다. 눈덩이 지구는 특별한 원인이 없어도 적외선의 차폐율이 임계치보다 낮아지면 발생한다. 

식물이 왕성하게 번식해서 대기로부터 이산화탄소를 너무 많이 흡수하면 지구는 눈덩이 지구 현상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48 페이지) 6억~7억년전의 눈덩이 지구 현상은 하천이 증가하면서 대륙에서 해양으로 유입되는 영양염이 함께 증가함으로써 생물에 의한 광합성 활동이 활발해졌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추측된다. 대규모 화산활동이 생기면 이산화탄소가 대기중에 대량 방출되어 온실효과가 높아지게 되면 눈덩이 지구 상태는 해소된다. 눈덩이 지구에 대응하는 것으로 보이는 빙하퇴적물이 종종 석회암 등의 탄산암염과 공존하는 것은 화산활동이 눈덩이 지구 상태를 해소했다는 증거로 이해할 수 있다. 

지구의 역사는 고체 지구, 대기, 바다를 포함한 지구의 물리적인 진화에 생물의 진화가 덧붙여진다. 일상적인 용법으로 진화라는 말에는 좋은 방향으로 변화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지만 지구과학에서는 꼭 이런 뜻에 구애받지 않고 지구 상태의 장기적인 변화도 진화라고 부른다. 지구 내부에서는 고밀도의 금속철이 중심에 자리 잡았고 그 주변을 밀도가 높은 순으로 암석, 바다, 대기가 둘러쌌다. 지구의 진화는 전체적으로 보면 중력 에너지로 인해 축적된 열을 방사성 원소의 붕괴열과 함께 방출하는 과정이다.(59 페이지) 이 과정에서 실제로 열을 수송하는 것은 중력이 열팽창을 매개로 일으키는 대류다. 금속 원소는 지구 내부의 맨틀에서 기원한다. 

광물의 골격을 만드는 규소, 마그네슘, 철 외에는 매우 작은 양이다. 철광석은 주로 바다에서 만들어졌다고 여겨진다. 바닷물에는 육지의 암석 침식이나 해저 화산의 분화로 철 이온이 용해되었다. 산소 증가 등으로 바다가 산화되기 쉬운 상태가 되자 철 이온은 산화되어 산화철로서 해저에 침전했다. 초기 생물인 남세균이 증식한 약 20억년전에는 산소량이 급증해서 산소량이 급증해서 산화철이 해저에 대량으로 퇴적했을 것이다. 이러한 철의 집적층이 판 운동 등의 영향에 의해 육지로 밀어 올려지면 채취 대상인 광산이 된다. 동과 같은 금속은 대부분 열수용액의 활동으로 농집(濃集)된다. 열수용액은 마그마의 열로 데워져서 대류를 일으키는 지하수다. 

열수용액은 황이나 염소를 함유하면서 강한 산성이 되어 암석을 금속 원소와 함께 용해한다. 용해된 금속이온은 열수용액에 의해 심부로 운반되고 온도와 압력의 저하로 용해도가 떨어져 금속으로 석출(析出; eduction)된다. 각 금석이 석출되어 광석이나 광상을 만드는 장소는 각 금속의 농도와 용해도에 따라 다르다. 해저의 해령 근방에서도 열수용액이 활발히 활동하므로 해저에 기원을 두는 광석이나 광상도 적지 않다. 지진은 지구 내부에서 생기는 뒤틀림을 해소하는 파괴 현상이다. 파괴는 갑작스럽게 발생하고 그 충격이 파(波)로서 주변에 전달되어 지면을 흔든다. 이것이 지진이다. 지진파에는 부피 변화를 전달하는 종파(P파)와 뒤틀림(전단; 剪斷) 변형을 전달하는 횡파(S파)가 있다. 

지구 내부로 침강하는 해양판의 내부에서 발생하는 지진도 있다. 해구의 바다 쪽에서는 판이 휘어지고 윗부분에 장력이 생기기 때문에 아우터라이즈 지진이 일어난다. 맨틀로 침강한 찬의 내부에서는 심발지진이 일어난다. 심발지진 중에는 진원의 깊이가 700미터에 달하는 것도 있다. 화산 분화에는 액체 마그마(용암)를 잔잔하게 분출하는 비폭발적인 분화와, 마그마나 용암의 파편을 세차게 분출하는 폭발적인 분화가 있다. 해령이나 열점의 분화는 대부분 비폭발적이며 유동성 높은 현무암질 마그마를 대량으로 내보낸다. 판이 침강하는 지대에서는 육지 쪽에 해구와 평행한 화산대가 생긴다. 분화는 대개 폭발적이며 현무암질 마그마 외에 유동성이 부족한 안산암질 마그마, 석영안산암질 마그마, 유문암질 마그마를 분출한다. 

마그마가 지하수와 접촉해서 폭발을 일으켜 오래된 암석의 파편을 날리는 수증기 분화(수증기 폭발)도 있다. 아주 소규모의 분화는 대규모 수증기 분화다. 비교적 규모가 큰 분화도 수증기 분화로 시작한 후 마그마를 분출하는 분화로 이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폭발적인 분화는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폭발이 강할 때는 마그마나 커다란 암석 파편이 화산력(火山礫)이 되어 탄도를 그리며 날아가고 폭발음이나 폭풍이 주변에 퍼진다. 폭발로 생긴 작은 파편은 수증기나 공기와 섞여 안개 모양의 유체(분무류)를 만든다.

이 유체가 마그마의 열로 팽창해서 부력을 얻으면 연기가 되어 대기 중으로 높이 상승한다. 부력을 얻지 못한 분무류는 화쇄류가 되어 산허리를 흘러 내려간다. 중위도에서는 화산재가 편서풍을 타고 동쪽으로 날아간다. 화산 재해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현상은 화쇄류다. 화쇄류는 마그마의 파편을 함유하기 때문에 고온이며 공기와 마찬가지로 높은 유동성을 지녀서 시속 100km나 되는 빠른 속도로 흘러내린다. 

지구의 기온이 극단적으로 낮아지면 지구 전체가 얼음으로 뒤덮이는 눈덩이 지구 상태가 된다. 이는 원생누대에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기도 하다. 당시의 생물은 모두 바다에 서식했기 때문에 눈덩이 지구 현상으로 멸종하지는 않았다. 지금껏 지구에 다섯 번의 대멸종이 발생했다. 여섯 번째 대멸종이 다가오는가? 저자는 인류가 지속적으로 풍요로운 미래를 얻으려면 문명이 지구 환경과 공존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구를 그릇, 문명을 요리에 비유하는 저자 이다 요시아키는 모든 사람이 지구 환경과 문명에 관한 이해와 견식을 넓힐 것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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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은 말한다 - 화석이 말하는 진화와 창조론의 진실
도널드 R. 프로세로 지음, 류운 옮김 / 바다출판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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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격동의 이력서, 암석 25’를 쓴 고생물학자, 지질학자 도널드 프로세로의 신간(2024년 7월 번역 출간)이다. 원본이 나온 해는 2017년이다. 개인적으로 프로세로의 이 화석 책을 읽게 된 것은 윌리엄 스미스 전기(傳記)를 통해 화석에 대해 좀 더 전문적으로 공부할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다.(윌리엄 스미스는 화석을 중심으로 한 체계적 지질도를 그린 첫 지질학자다. 그를 주제로 쓴 전기 제목은 세계를 바꾼 지도다.) 스미스가 알아낸 사실이 흥미롭다. 거리와 상관없이 각 지질시대를 대표하는 화석들은 서로 일치했지만 암석층은 거리에 따라 달라졌다는 점이다. 프로세로의 책은 700 페이지에 가까운 두꺼운 책인데 100 페이지 이상 과학의 특성, 과학과 창조론의 관계가 서술되었다.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저자가 진정한 과학자가 취해야 할 용기 있는 행동으로 한 과학자를 예로 든 부분이다. 저자는 진정한 과학자들은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믿음에 반대되는 증거가 충분히 있다면 그 믿음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마셜 케이(Marshall Kay; 1904 - 1975)라는 지질학자를 예로 든다. 대륙은 이동하지 않는다는 가정을 기초로 하여 지질의 복잡성을 설명하는 일로 평생을 보낸 마셜 케이는 판구조론과 대륙이동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압도적으로 쌓이자 온 마음을 다해 판구조론을 품에 받아들였다. 정년(停年)이 가까운 나이에도 마셜 케이는 평생 해왔던 일을 새로운 개념에 근거해 다시 짜기 시작했다. 저자 도널드 프로세로는 마셜 케이의 지성적 솔직함과 용기에 찬탄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1860년(다윈이 종의 기원을 쓴 직후)에는 당혹스러울 만큼 화석 기록이 빈약했다면 1960년대 들어서는 상당히 풍부한 화석 기록이 선보였다. 이는 수천 명의 헌신적인 고생물학자들과 지질학자들이 애써 일한 덕분이다. 화석이 되는 것은 가능성이 아주 낮은 사건이다. 대부분의 생물이 가진 뼈와 껍질은 99퍼센트 파괴된다. 지금까지 살았던 모든 종의 1퍼센트 미만만 화석으로 보존된다. 그러고도 크게 운이 따라야 지난 200년 사이에 때마침 화석을 수집하러 밖으로 나온 고생물학자들의 눈에 띈다. 


공룡을 예로 들어 보자. 1) 진흙에 발자국이 남는다. 2) 공룡이 쓰러져 죽는다. 3) 살은 썩어 없어지고 뼈만 남는다. 4) 수면이 상승하면서 퇴적물이 뼈와 발자국을 덮는다. 5) 뼈 위로 퇴적물이 켜켜이 두껍게 쌓이면서 뼈가 서서히 화석이 된다. 6) 뼈와 발자국이 들어 있는 지층이 침식작용을 받으면서 지표면에 노출된다.. 창조론자들은 화석 기록은 거의 완전에 가깝고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차근차근 진행된 무수히 많은 과도 단계들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화석이 될 가능성이 있는 유해가 더욱 깊이 묻히면 위를 덮은 퇴적물 더미에 가해지는 엄청난 압력이 화석을 변형시키거나 완전히 으깨버릴 수 있다. 


깊인 묻힌 퇴적암 중에는 고온과 고압을 받아 변성암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처음에 있던 화석의 흔적들은 완전히 사라진다. 조가비나 뼈가 용해, 물질 교체, 변형, 압력, 변성 같은 온갖 시련을 피해가거나 견뎌냈다 하더라도 아직 위험이 더 기다리고 있다. 화석을 함유한 퇴적물이 지표면으로 융기되어 다시 노출되면 화석은 쉽게 침식된다. 때마침 고생물학자가 그곳을 지나칠 때 말고는 화석은 쉼 없는 풍화를 당해 언제라도 파괴되어 영원히 사라져버릴 것이다. 전 세계의 고생물학자는 몇 천 명 밖에 되지 않으며 화석을 수집하러 나갈 시간은 1년에 많아야 몇 주에서 몇 달 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에게 무슨 화석이라도 있다는 것은 기적과도 같다. 


탄산칼슘이나 이산화규소로 이루어진 멋진 껍데기를 가진 몇몇 동물군은 화석이 매우 잘된다. 진화를 추적해나가기에는 화석 기록이 몹시 불완전하다는 통상적인 불평에 궁극적으로 답을 줄 수 있는 것이 미화석(微化石)이다. 동물군 천이의 원리는 생물층서학으로 자랐다. 생물층서학은 각 층에 함유된 화석의 분포를 이용해서 해당 지층의 나이를 규정한다. 이 학문을 이용해서 우리는 지구상의 암석 분포도를 그려낼 수 있다. 석유와 석탄 지질학자들이 그 소중한 자원을 찾아 구멍을 뚫으려는 암석들의 나이를 알아내고 암석끼리 상관시키는 일에 쓰는 주된 도구가 생물층서학이다. 이 학문이 없었다면 우리에게 석유도 천연가스도 없었을 것이다. 


책에는 흥미 있는 내용들이 많다. 방사성연대측정법이 그 중 하나다. 이 방법은 결정이 식은 뒤에 방사성 어미 원자들 속에 갇히게 된 때부터 흐른 시간을 측정하므로 녹은 상태였다가 식은 암석 즉 화성암에만 유효한 기법이다.(173 페이지) 창조론자들은 사암이라든가 여느 다른 퇴적암 결정의 연대를 직접적으로 측정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놓고 과학자들을 우습게 여긴다. 퇴적암의 결정은 더 오래된 암석의 결정이 재활용된 것이어서 퇴적물의 나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지질학자들은 연대 측정이 가능한 화산성 용암류나 화산재 퇴적층들 사이에 화석을 함유한 퇴적층이 끼어 있는 곳이나 퇴적암 속을 파고든 화강암질 마그마 덩어리가 해당 층의 최소 나이를 알려주는 곳들을 지구 곳곳에서 수백 군데 찾아내어 이 문제를 우회해서 풀어낸다. 


시계 유비로 말하자면 방사성탄소는 굉장히 빠르게 똑딱거리고 굉장히 빠르게 죽는 시계와 같고 우라늄 - 납, 루비듐 - 스트론튬은 굉장히 느리게 똑딱거리고 매우 오랜 동안 죽지 않는 커다란 괘종시계와 같다. 지구를 기원전 4004년에 탄생한 것으로 발표한 어셔 대주교의 계산은 성경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훨씬 후대에 이루어진 신학적 외삽(外揷; extrapolation)에 기초한 것이라는 점도 그렇다. 찰스 라이엘의 가까운 친구이자 신봉자였던 찰스 다윈은 땅이 현재 일어나는 것과 동일한 과정을 거치며 점진적으로 꼴바꿈을 해왔다는 라이엘의 접근법을 생물학에까지 확장하고자 했다. 


진화에 관한 생각을 붙들기 시작했을 무렵 다윈에게는 점진적 변화 관념이 사고 깊숙이 자리하고 있었다. 다윈의 친구이자 지지자였던 토머스 헨리 헉슬리는 다윈의 책을 평하면서 “선생님께서는 나투라 논 파키트 살툼(자연은 도약을 하지 않는다)란 구절을 불필요하게 너무 무조건 수용하는 곤경을 스스로 떠안으셨습니다.”란 말을 했다. 닐스 엘드리지와 스티븐 제이 굴드는 단속평형설(斷續平衡說)을 제창했다. 굴드는 이런 말을 했다. “화석 기록에서 과도기 꼴들이 극히 드물다는 것은 그동안 고생물학의 영업 비밀이었다. 우리 교과서를 장식하고 있는 진화의 나무에서 데이터가 있는 곳은 가지들의 끝과 마디일뿐이고 나머지 부분은 아무리 합당하게 보여도 화석 중거가 아니라 추론이다.”


창조론자들은 굴드와 엘드리지의 말을 그들이 과도기 화석은 없거나 화석 기록이 진화의 증거를 보여주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으로 곡해했다. 저자는 “안정 상태를 이룬 일련의 화석 종들이 전반적으로 주요 군(群)과 군(群)을 잇는 경향을 보인다면 이 화석 중 하나하나가 과도기 꼴이다. 비록 그 종들 사이를 이어주는 과도 단계의 화석들을 모두 손에 넣는 일이 드물더라도 말이다.”란 말을 했다. 저자는 시조새에게는 현생 조류와 중생대 공룡 사이의 과도기적 특징들이 많이 있기에 시조새가 조류의 직계(直系) 조상은 아닐지라도 방계(傍系) 조상임이 분명하다는 말을 한다. 


스켑틱의 창립자인 과학자 마이클 셔머가 이런 말을 했다. "창조론자들은 과도기 화석 하나만 내놓아 보라고 요구한다. 그래서 그들에게 화석을 제시하면 그들은 두 화석 사이에 공백이 하나 있다고 주장하며 다시 둘 사이의 과도기 화석을 제시할 것을 요구한다. 그래서 그것을 제시하면 그들은 이제 그 화석 기록 사이에 두 개의 공백이 더 생겼다며 과도기 화석을 또 요구한다. 한도 끝도 없다.“ 우리는 다리의 한쪽 아래에서 강물이 흘러와 다른 한쪽으로 흘러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다리에서 내려다보기만 해서는 두 쪽의 물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 실제로 볼 수 없다. 우리 마음이 대신해서 그 연관성을 그려내는 것이다. 창조론자들은 하나도 빠짐 없이 물 하나하나가 흘러가는 모습 전체를 볼 수 없으면 다리의 한쪽 밑에서 흘러드는 물과 다른 한쪽 밑으로 흘러나가는 물을 이어주는 과도 단계의 물이 없다고 여기는 것이다.(262 페이지) 


저자는 모자이크 진화 개념을 이야기한다. 어떤 부분은 상당히 고등한 반면 원시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부분도 있다. 해면동물이나 산호가 보여주듯 5억년 동안이나 살아남았어도 그들은 여전히 원시적인 특징들을 간직하고 있다. 생물의 몸 전체는 모자이크처럼 수없이 많은 작은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고 모든 부분이 똑같지도 않고 똑같은 방식으로 변화하지도 않는다. 인간의 진화 자체가 바로 모자이크 모습을 띤다. 두발 보행은 매우 일찍 일어났으며 큰 뇌라든가 도구 사용 같은 특징들은 훨씬 뒤늦게 나타났다. 화석은 말한다의 1부는 진화와 화석 기록, 2부는 화석은 진화를 말한다이다. 


창조론자들은 캄브리아기 폭발을 좋아한다. 특별 창조가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저자는 캄브리아기 폭발을 캄브리아기 느린 도화(導火; slow fuse)로 바꿔놓은 수많은 최근 연구 성과를 언급한다. 저자에 의하면 삼엽충보다 이른 시기의 화석도 많이 있으나 다만 그 화석을 보려면 현미경이 있어야 하고 일정 환경에서만 보존되어 있다는 것이 다를 뿐이라고 말한다.(321 페이지) 전세계적으로 35억 ~ 17억 5000만 살 사이의 나이를 가진 암석에서 미화석이 발굴된 곳들이 수백 곳에 이른다. 초저속진화란 말이 있다. hypobradytely란 영어 단어를 번역한 말이다. 느린 진화란 말인 bradytely 앞에 hypo를 붙인 것이다. 


캄브리아기 초기보다 오래된(5억 4500만 년 전보다 이전인) 암석에는 화석이 풍부하다. 이 화석 가운데에는 연대가 6억 년 전의 것들도 있다. 이것들을 에디아카라 동물상이라 한다. 에디아카라 동물상은 1946년 레그 스프리그가 오스트레일리아의 에디아카라 구릉지대에 있는 론슬리 규암(quartzite)에서 처음 발견했고 지금은 중국, 러시아, 시베리아, 나미비아, 잉글랜드, 스칸디나비아, 캐나다의 유콘과 뉴펀블랜드에 있는 수많은 장엄한 화석 유적지를 비롯하여 세계 곳곳에서 널리 발견되고 있다. 이 화석들은 대부분 골격이 없이 부드러운 몸을 가진 생물들의 인상(印象) 화석이어서 후대 화석 기록의 대부분을 이루는 단단한 부분들이 전혀 없다. 


생명이 광물로 껍질을 만들 능력을 개발하기까지 거의 30억 년이 걸렸다니 놀랍다. 프로세로의 책을 읽으며 많은 것을 배웠다. 탄산칼슘이란 말은 들어보았으나 인산칼슘(calcium phosphate)이란 말은 처음 들은 것은 단적인 예다. 캄브리아기 최초 퇴적층에는 굴 흔적이 많이 있다. 이는 몸이 부드럽고 몸속에 체액이 들어찬 진정한 의미의 체강을 가진 수많은 형태의 곤충들이 당시에 틀림없이 살았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는 캄브리아의 최초기는 다양성이 폭발한 게 아니라 에디아카라기부터 서서히 증가했다는 증거가 된다. 


8000만년(6억년전 ~5억 2천만년전)이라는 시간은 아무리 상상력을 늘려 펼쳐도 폭발적이라고 할 만한 시간이 아니다. 에디아카라 동물들은 몸집이 더 크고 다세포로 이루어졌지만 딱딱한 껍질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믿기지 않는 미화석 세계란 글에 이런 내용이 있다. 지진이 일어나지 않는 해령과 해저 대지에서는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퇴적이 일어난다. 입자들의 비가 바다 바닥으로 쉬지 않고 쏟아지는 이런 지역들은 지구에서 지질학적으로 가장 고적(孤寂)한 장소다. 그 결과 퇴적물은 꾸준히 누적된다. 해당 퇴적물을 주로 이루는 것들은 유공충(foraminifera), 방산충(radiolarian), 규조류(diatom), 코코리토포레(cocolithophore) 같은 미세 플랑크톤의 껍질이다.(340 페이지) 코코리토포레가 퇴적되어 산출되는 것이 백악(白堊; chalk)이다. 유공충, 방산충 등은 탄산칼슘이나 이산화규소로 이루어진 멋진 껍데기를 가지고 있어서 화석이 매우 잘 된다.(132 페이지) 


공룡이나 인간의 진화가 훨씬 매혹적인 주제이지만 지금까지 가장 좋은 화석 기록은 단세포 생물들이 깊은 바닷속에 남긴 미세한 화석들에서 찾을 수 있다. 드넓은 바다에는 이 원생생물들이 무수히 존재한다. 수심 3000미터 미만의 트인 해저는 대부분 미화석의 탄산칼슘 골격들로 이루어진 석회 흙(calcareous ooze)으로 완전히 뒤덮여 있다. 저자는 미화석이야말로 화석 기록에서 진화를 연구하기에 가장 좋은 실험동물 또는 초파리라고 평한다. 진화의 관점에서 본 화석이란 글의 필자인 조지 네빌의 말대로 이제 더는 화석 기록이 부족하다고 양해를 구할 필요가 없다. 어떤 면에서 화석 기록은 주체가 안 될 만큼 풍부해졌고 발견 속도가 집대성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 


척추동물의 기원에서 월터 개스켈은 우리는 언제든지 똑같은 법칙에 따라 포유류에서 인류의 진화, 파충류에서 포유류의 진화, 양서류에서 파충류의 진화, 어류에서 양서류의 진화, 절지동물에서 어류의 진화, 환형동물에서 절지동물의 진화를 단절 없이 추적할 수 있기에 그것과 똑같은 법칙을 쓰면 동물계에 있는 모든 군을 질서정연하게 배열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해도 될 것이라는 말을 했다. 화석은 말한다는 원제가 진화(Evolution)이다. 진화가 화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바 진화, 발생 등 생물학 전반에 두루 정통하지 못하면 쉽지 않은 책이다. 그럼에도 메시지가 선명하고 확고한 문제의식으로 쓴 책이기에 정독할 가치가 충분하다. 


4살 때 공룡에 푹 빠진(I got hooked on dinosaurs at age 4) 이래 고생물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아 고생물학자, 지질학자가 된(National Park Service 사이트 참고) 프로세로는 공룡 이후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는 공룡도 요소 요소에 과도기 형태의 화석이 있음을 선언한다. 저자는 ‘새 = 공룡’ 가설은 내내 인기 없는 가설로 남아 있다가 저자의 친구인 고생물학자 존 오스트롬이 유럽에 있는 표본들을 다시 살피면서 정황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위의 가설을 둘러싸고 논란이 극심했으나 얼마 가지 않아 가설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압도적으로 쌓이면서 논란은 해소되었다.(475 페이지) 


수각류 공룡이 해부학적 구조에서만이 아니라 습성에서도 새와 비슷했음을 더욱 확실히 해주는 새로운 발견들이 이어졌다. 알을 품는 자세의 세세한 면모를 비롯해서 그 모습이 화석으로 보존된 방식을 보면 많은 수각류 공룡이 파충류보다 조류에 더 가깝게 행동했음을 알 수 있다. 중생대 즉 공룡의 시대에 산 생명을 감안하면 공룡이 지구를 지배했으니 포유류는 아직 진화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최초기 포유류는 최초기 공룡이 진화한 때와 똑같은 트라이아스기 후기에 키노돈트류로부터 진화했다. 그러나 곧이어 그 다음 1억 3000만년 동안 공룡이 지구를 지배하게 되었으며 그 동안 포유류는 계속 몸집이 작아서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집 고양이보다 큰 포유류는 없었다. 


챕터의 끝 부분에 더 읽을 거리가 제시되는데 저자의 '공룡 이후'도 포함되어 있으니 참고할 만하다. 저자에 의하면 창조론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부분은 우리가 하나님의 형상대로 특별히 창조된 존재인지 아니면 또 하나의 유인원인지일뿐이다. 저자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사람과의 화석 기록은 엄청나게 증가했다고 말한다.(588 페이지) 저자는 핵심은 과학은 스스로를 바로잡아간다는 것이라 말한다. 과학자 한 사람 한 사람은 실수를 할 수도 있고 편견으로 인해 그릇될 수도 있으나 학계에는 그런 걸 두고 못 보는 회의적인 과학 비평가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그런 실수는 금방 잡아내 고친다.(590 페이지) 


진정으로 우리와 다른 최초의 정식 사람족 화석은 외젠 뒤부아가 발견한 호모 에렉투스 표본인 유명한 자바원인으로 원래 1896년에는 피테칸트로푸스 에렉투스라는 이름으로 서술되었다. 저자는 우리 인류의 진화를 입증해주는 화석들, 그러니 창조론자들이라면 그 존재를 부정할 수밖에 없는 화석들이 방 하나를 가득 채우고 있다고 말한다. 가지고 연구할 수 있는 화석들이 수없이 많다. 이제까지 알려진 사람 종과 속은 수십 개에 이르고 거의 700만년 세월에 걸쳐 진화해오면서 풍성한 덤불 형태의 계통수를 형성하고 있다. 진정으로 우리 사람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 가장 오래된 표본이 발견되어 서술된 때는 불과 몇 년 전이다. 발견자가 투마이라는 별칭으로 부른 이 표본의 정식 학명은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구분되는 파란트로푸스 보이세이는 호두까기 사람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사기질이 두껍게 덮인 커다란 어금니, 강건한 턱, 넓게 벌어진 광대뼈, 머리 마루에 난 강인한 능선을 보건대 견과류나 열매씨앗이나 뼈를 깨먹었을 것이라 추정되기 때문이다.(603 페이지) 메리 리키가 올두바이 협곡에서 발견했다. 인류 진화의 화석 기록만으로 충분한 증거가 되지 못한다고 여긴다면 여러분의 몸을 이루는 모든 세포에서 결정타가 되는 증거를 찾을 수 있다. 1960년대에 유인원, 원숭이, 사람에게서 추출한 분자들을 처음 비교해나가기 시작하던 분자생물학자들은 깜짝 놀랄 만한 것을 발견했다. 분자 수준에서 보면 우리는 침팬지, 고릴라와 지극히 비슷하다. 


DNA-DNA 분자교잡법이란 것이 있다. 침팬지와 사람의 DNA를 추출하여 용액 속에 열을 가하여 가닥을 떼어 놓는데 짝이 풀린 DNA 낱가닥들은 용액이 식으면 다시 이어지는바 이때 침팬지의 DNA 가닥과 사람의 DNA 가닥이 결합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형성된 잡(雜) DNA를 다시 가열하면 가닥이 풀려 떼어진다.(610 페이지) 두 가닥에 공통된 유전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리고 비슷하면 비슷할수록 가닥을 풀어내기가 어렵다. DNA 가닥 분리 온도는 공통 유전자 수에 정비례한다. 사람과 침팬지 DNA의 97.6 퍼센트가 똑같다. 이는 사람과 침팬지가 두 종의 쥐나 두 종의 개구리 사이보다 더 가깝다는 의미다.


저자는 자신은 창조론자들이 얼마나 판에 박힌 모습으로 증거를 왜곡하고 부정하며 맥락을 무시하고 글을 인용하며 수많은 부정직하고 비윤리적인 일들을 자행하는지 보여주려 했다고 말한다. 창조론자들이 내린 결론은 미리 정해둔 것이고 시험이나 반증에 열려 있지 않기 때문에 그들이 그것을 창조과학이라고 부른들 그것은 과학이 아니다. 칼 세이건은 미국민의 95퍼센트가 과학맹이라고 말했다. 미국민이 그처럼 과학에 맹목적인 것은 모든 선진국 중에서 유독 미국에서만 창조론이 정치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소련의 스푸트니크호 발사로 인한 불안 때문에 소련과 우주경쟁을 뒤늦게 벌이던 늦은 1950년대와 이른 1960년대에 미국인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뒤쳐졌는지 알고 충격을 받아 다시 엄격하게 과학 교육에 몰두했다. 그러나 결국은 창조론이 교과서를 좀먹어 들어가고 수학능력평가 때문에 시험을 보는 과목들에만 시간을 할애하면서 과학은 결국 찬밥 신세가 되고 만 참담한 상황으로 이어졌다. 1984년 이런 일이 있었다. 아기 패이(Baby Fae)가 가진 결함 있는 심장을 개코원숭이 심장으로 대체하는 수술이 있었다. 그 아이는 면역 거부 반응으로 얼마 뒤 사망하고 말았다. 집도의인 외과 의사 레널드 베일리 박사는 개코원숭이 대신 침팬지처럼 우리와 더 가까운 친척 영장류를 쓰지 않는 까닭이 무엇인가, 란 인터뷰 질문에 ”어, 대답하기 곤란하군요. 뭐랄까, 전 진화를 믿지 않거든요.“란 답을 했다.


저자는 어떤 형태의 이념이든 신봉자들이 정치적 수단을 써서 과학을 억압하도록 허용한다면 사회에도 치명적인 해가 될 것이라 말한다. 예언의 여신 카산드라가 트로이 사람들에게 그들이 듣기를 원치 않는 말을 했을 때 그들은 카산드라의 말을 무시했고 결국 멸망했다고 말하며 저자는 우리가 동물계로부터 진화했다고 또는 우리가 쓰는 모든 약들에 미생물들이 내성을 진화시키고 있다고 또는 자원을 마구 낭비하는 우리 사회가 지구를 파괴하고 있다고 과학이 우리에게 말해주면 그 말을 전하는 자를 죽이기보다는 그 말을 귀담아 듣는 편이 더 나을 것이라 말한다.(643 페이지) 


지질학자, 뇌과학자 박문호 박사가 다윈에게 찰스 라이엘의 '지질학 원리'를 선물함으로써 다윈으로 하여금 영국 해군 측량선인 비글호를 타게 해 진화론을 발표하게 한 선장 피츠 로이는 진보적 과학자였음에도 창조론을 믿는 사람으로서 진화론으로 인간의 지위가 격하된 것을 자책하다가 자살한 사건을 예로 들며 마음 아프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이 생각난다. 저자도 비슷한 말을 한다. 학자로서 경력을 이어온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창조론과 싸워왔지만 바뀐 것도, 나아진 것도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 절망을 느낄 때가 있다는 것이다.


다윈은 종의 기원 마지막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처음에 생명의 숨이 여러 능력과 함께 몇 가지 꼴 또는 한 가지 꼴에 깃들었으며 이 행성이 불변의 중력 법칙에 따라 돌고 도는 동안 그처럼 단순한 시작에서부터 지극히 아름답고 경이롭게 무수한 꼴들로 진화해왔고 지금도 진화하고 있는 이 생명관에는 장엄미가 있다.“ 이는 분자 생물학자 자크 모노가 우연과 필연의 마지막에서 한 말보다 훨씬 따뜻하고 희망적이다. 모노는 이런 말을 했다. ”옛날의 결속은 깨어졌다. 인간은 마침내 그가 우주의 광대한 무관심 속에 홀로 내버려져 있음을, 그가 이 우주 속에서 순전히 우연에 의해 생겨나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 우주의 그 어디에도 그의 운명이나 의무는 쓰여 있지 않다. 왕국을 선택하느냐 아니면 어둠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선택하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인간 자신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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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은 17권의 과학책을 읽었다.(서평 작성 기준)


1. 나의 삶은 서서히 진화해왔다(찰스 다윈)

2. 지울 수 없는 흔적(제리 코인)

3. 시간여행을 위한 최소한의 물리학(콜린 스튜어트)

4. 우주 모멘트(일본과학정보)

5. 과학 드립의 무섭게 빠져드는 과학책(김정훈)

6. 원소들의 놀라운 이야기(아니아 뢰위네)

7. 생명을 이어온 빛(라파엘 조빈)

8. 클래스가 남다른 과학고전(조숙경)

9. 우주 미션 이야기(황정아)

10. 아는 만큼 보이는 세상; 우주편(마쓰바라 다카히코)

11. 문명과 물질(스티븐 사스)

12. 과학의 기쁨(짐 알칼릴리)

13. 그랜드 캐니언, 오래된 지구의 기념비(랠프 스티얼리 외)

14. 세계를 바꾼 지도(사이먼 윈체스터)

15. 깊은 시간으로부터(헬렌 고든)

16. 지질시대(최덕근)

17. 화석은 말한다(도널드 프로세로)

 

만족스럽지 못하니 내년에는 힘을 더 내야 할 것이다. 지질 또는 지구과학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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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시대 - 황금못, 지구 역사 편찬의 이정표
최덕근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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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엽충 전문가 최덕근 교수의 책이다. 저자의 지질학 정의를 보며 지구를 이루고 있는 물질, 그리고 원소에 대한 관심이 더해져야 하리란 생각을 했다. 저자에 의하면 지질학은 연구과정에서 항상 시간을 고려한다는 점에서 다른 자연과학 분야들과 차별적이다. 역사시대와 선사시대는 역사학 용어이고, 지질학에서는 지질시대란 말을 쓴다. 지층의 상대적 생성 순서를 알아내는 데 화석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처음 알아낸 사람은 윌리엄 스미스다. 지층에 따라 산출되는 화석이 다르며 시간이 흐름에 따라 화석군의 내용이 조금씩 바뀌어 간다고 하는 원리를 동물군 천이(遷移)의 원칙이라 한다. 


윌리엄 스미스와 조르즈 퀴비에가 활동했던 19세기 초는 진화론이 등장하기 전이었다. 그럼에도 그 두 학자는 화석을 이용해 상대적 시대를 알 수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 주었다. 한 번 멸종된 생물이 먼 훗날 다시 나타나는 경우는 없다. 이런 생물 진화의 비가역성을 바탕으로 화석을 연구하면 암석 속에 들어 있는 상대적 시간을 알아낼 수 있다. 예전 쓰이던 제3기는 현재 고진기(paleogene)와 신진기(neogene)로 나뉘었다. 현재 지구에서 일어나는 자연현상을 이해하면 과거에 지구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다는 이론은 제임스 허턴에 의해 제안된 동일과정설이다. 

이 설을 바탕으로 지구를 연구했던 찰스 라이엘 같은 학자들은 지구가 무한히 오래전에 탄생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중력 에너지 외에 지구 내부에서 방사성 물질의 붕괴로 열이 발생한다. 방사성 물질의 붕괴(에 의한 열 발생)는 캘빈의 지구냉각설을 강력하게 부정한다. 러더퍼드는 방사성 원소는 외부의 온도와 압력 변화와 관계 없이 일정 속도로 붕괴하며 그 붕괴속도는 원래 존재했던 방사성 원소의 원자 수에 비례한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납은 변성작용을 받으면 쉽게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 납은 우라늄의 최종 붕괴 산물이다.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지질시대 이름은 모두 유럽에서 명명되었다. 19세기의 지질학자들은 각 지질시대의 암석은 전 지구적 조산운동 또는 지각변동에 의해 구분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는 당시 학계의 천변지이적 사고관의 반영이었다.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전 지구적 조산운동은 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따라서 조산운동에 의한 시대 구분은 의미가 없음을 알게 되었다. 한 곳에서 조산운동이 일어나면 지구상 어딘가에서는 퇴적작용이 일어난다는 점이 중요하다. 지질학의 중요 분야인 층서학은 퇴적암에 기록되어 있는 환경과 생물의 공간적 분포와 시간적 관계를 다루는 분야로 지구 역사 편찬의 이론적 바탕을 제공해 준다. 멀리 떨어져 있는 지층들의 동시성을 비교하는 일을 대비(對比; corelation)라고 한다. 퇴적암의 층서를 대비할 때는 비교하는 특성에 따라 다음 세 가지 층서단위로 나눌 수 있다. 암석, 생물, 시간이다. 


암석층서 단위의 기본은 층(層)이다. 한 종류 또는 두 종류 이상의 암석의 조합으로 이루어지며 구성 암석의 특징에 의해 상하위의 층과 구별되고, 두께가 지질도에 표시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두꺼워야 한다. 2004년 에디아카라기가 새로운 지질시대로 공인받았다. 에디아카라기는 선캄브리아기의 마지막 기이며 캄브리아기 직전 시대다. 지구상에 맨 처음 출현한 생물이 삼엽충처럼 복잡한 생물이라는 사실에 진화론의 주창자 다윈은 무척 곤혹스러워 했다. 다윈은 1859년 발간된 종의 기원에서 캄브리아기 지층에서 삼엽충처럼 형태적으로 복잡한 동물이 갑자기 출현한 것은 캄브리아기 이전 암석이 보존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20세기 초 미국의 생물학자 찰스 월코트는 캄브리아기 이전의 암석이 없는 시간을 리팔리안 시대로 부르자고 제안했다. 그 배경에는 캄브리아기 직전의 지층들이 침식작용에 의해 모두 없어졌다는 생각이 자리한다. 우리나라에도 캄브리아기 지층 아래에 뚜렷한 부정합이 있는데 이 부정합면을 경계로 위아래 지층이 무려 15억년 차이가 난다. 에디아카라 동물군은 골격이 없는 생물로 생물 자체가 화석으로 보존된 것이 아니라 생물의 인상(印象)이 남겨진 것이다. 크기가 크고 기묘하고 복잡한 모습을 하고 있다. “골격이 없고 부드러운 육질로만 이루어진 생물이 어떻게 그처럼 정교하게 화석으로 남겨졌을까?”


캄브리아기 지층에 화석이 많은 배경에는 캄브리아기 시작 직전에 생물들이 골격을 가지게 되면서 생물들의 유해가 화석으로 많이 남겨졌기 때문이다. 캄브리아기는 삼엽충의 시대라 불린다. 캄브리아기란 명칭을 처음 쓴 사람은 아담 세지윅이다. 세지윅은 신학과 수학을 공부한 사람인데 19세기 초는 지질학이 하나의 독립된 분야로 자리 잡기 이전이어서 케임브리지 대학의 우드워드 지질학 석좌교수로 임명될 수 있었다. 세지윅은 교수로 임명된 후 열심히 노력해 지질학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당시 우드워드 지질학 교수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혼이어야 했다. 세지윅은 1873년 타계할 때까지 55년간 그 자리를 지켰다. 일생 결혼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우드워드 지질학과는 영국의 지질학자 존 우드워드 (John Woodward)가 설립한 학과다. 다윈이 세지윅으로부터 야외조사 방법과 표본 채집 기법을 배워 비글호 항해에 도움을 받은 것은 유명하다. 


지질시대의 경계는 화석 기록으로 남겨진 동물계의 내용이 크게 바뀌는 층준(層準)에서 결정된다. 고생대와 중생대 경계, 중생대와 신생대 경계에서 동물계의 내용이 바뀌는 양상은 매우 뚜렷하다. 고생대가 끝날 무렵 삼엽충과 방추층 등이 멸종했고 중생대 말에는 공룡과 암모나이트가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삼엽충은 캄브리아기의 얕은 바다에 살면서 크게 번성했지만 오르도비스기 이후 급격히 쇠퇴했다. 책의 표지에 GSSP란 개념이 나온다. Global Boundary Stratotype Section and Point의 약자로 국제표준층서구역을 의미한다. 황금 못(nail)이라 불리기도 한다. 


모든 생물은 지구 탄생 이후 40억년 동안 바다에서 살았다. 육상 식물 화석이 흔하게 발견된 시기가 실루리아기다. 실루리아란 웨일즈의 부족 이름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데본기는 어류의 시대로 불린다. 어류가 지구상에 처음 출현한 것은 캄브리아기이지만 데본기에 이르러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데본기에 척추동물의 육상 진출이 일어났다. 석탄기 퇴적층에는 석탄이 많이 들어 있다. 현재 지구에 매장되어 있는 석탄의 대부분은 석탄 - 페름기에 생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석탄은 옛날의 울창한 수풀을 의미한다. 식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게 50 퍼센트 이상, 부피 70 퍼센트 이상이다. 나무의 주성분은 리그닌과 셀룰로스다. 석탄기는 리그닌이나 셀룰로스를 분해할 세균이 출현하기 이전이었다.


석탄기는 빙하시기이기도 했다. 고생대에 두 번의 빙하시대가 있었다. 오르도비스 말엽과 석탄 - 페름기다. 석탄기의 원어인 carboniferous는 '석탄을 포함한'이란 의미다. 오르도비스기 말, 데본기 후기, 페름기 말, 트라이아스기 말, 백악기 말 등 다섯 번의 생물 대멸종 중 가장 규모가 컸던 것이 페름기 말 멸종이다. 생물종의 96 퍼센트가 사라진 멸종이었다. 바다나리, 완족동물, 암모나이트 등이 살아 남았다. 트라이아스기 초기의 지층에서 조간대(潮間帶) 환경에서 형성되는 스트로마톨라이트가 많아졌다. 밀물 때 잠기고 썰물 때 노출되는 지역이 조간대다. 스트로마톨라이트를 만드는 생물이 남세균인데 페름기 말 대멸종기에 남세균을 먹어치우는 동물들이 멸종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트라이아스기는 붉은색 퇴적암이 넓게 분포하는 독일 남부 지역의 아래쪽이 붉은색 사암/ 이암층, 가운데는 석회암층, 위는 회색 사암/ 이암/ 돌로스톤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공룡은 생물 분류 체계에 없는 용어다. 공룡은 중생대에 살았던 곧추선 다리를 가진 파충류를 의미한다. 익룡, 어룡, 수장룡은 공룡이 아니다. 중생대, 육상, 곧추선 다리, 파충류라는 네 조건을 모두 만족시켜야 공룡이다. 공룡은 트라이아스기에 번성했고 쥐라기에 다양해졌고 백악기에 크게 번성했다가 백악기가 끝날 무렵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최근 중국에서 털이 달린 다양한 모습의 공룡 화석이 발견된 이래 새가 공룡으로부터 진화했다는 이론이 확립되었다. 엄밀하게 말하면 공룡은 멸종한 것이 아니라 새의 모습으로 탈바꿈해 더욱 번성한 것이다. 백악기는 중생대를 마감하는 시대로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는 전형적으로 중생대 생물군에서 현대적 생물군으로 옮겨가는 중간 과정에 해당한다. 


중생대에 번성했던 식물은 대부분 소철, 은행, 구과류 등 겉씨식물이었기 때문에 당시 수풀은 지금의 수풀에 비하면 무척 단조로웠다. 이처럼 단조로웠던 중생대 육상식물계에 일어났던 큰 변혁은 속씨식물의 등장이었다. 속씨식물은 꽃을 피우는 식물이다. 백악기 말의 대멸종 사건은 공룡 멸종으로 유명하다. 더욱 유명한 것은 소행성 충돌로 인한 멸종이라는 배경이다. 고진기(paleogene)는 신생대의 첫 번째 지질시대다. 중생대의 바다를 지배했던 암모나이트와 파충류들이 사라지고 연체동물과 어류들이 번성하면서 고진기의 바다는 오늘날과 비슷한 모습이 되었다. 신생대를 고진기, 신진기(neogene)가 아니라 제3기와 제4기로 구분하자는 주장도 있다. 


신진기는 신생대의 두 번째 지질시대로 지구 생태계가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된 시대다. 고진기에서 신진기로 넘어갈 때 생물의 대량멸종은 일어나지 않았으나 전 지구적으로 기온이 하강하면서 육지는 춥고 건조해졌다. 이에 따라 식생에 큰 변화가 일어나 이전에는 없었던 초원 환경이 생겨났다. 오늘날 지구에는 사바나, 스텝, 툰드라 같은 초원이 넓게 분포하지만 신진기 이전에는 초원 환경이 드물었다. 제4기(quaternary) 하면 생각나는 단어가 빙하시대다. 이 기는 지구 역사에서 마지막 기로 258만년 전 이후 지금까지의 기간을 말한다. 제4기는 플라이스토세와 홀로세로 나뉜다. 홀로세는 1만 1700년 전 이후 지금까지의 기간이다. 


플라이스토세에 빙기와 간빙기가 수십번 반복되었으며 홀로세는 플라이스토세의 마지막 빙기가 끝난 후에 시작된 간빙기에 해당한다. 지금 우리는 따뜻한 홀로세에 살고 있기 때문에 빙하시대를 우리와 전혀 상관없는 시대라고 생각하겠지만 우리는 빙하시대의 끝자락에 살고 있다. 플라이스토세를 빙하시대라고 하니까 플라이스토세가 시작하면서 지구에 빙하가 생겨났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중생대 이후 지구에 빙하가 처음 생성된 때는 3000만년전 무렵이었다. 그 배경에 약 4000만년전 일어난 남극대륙과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의 분리가 있다. 남극대륙이 남극지방에 고립되면서 대륙을 감싸며 도는 남극 순환대류가 생겨났고 이것이 저위도에서 올라오는 따뜻한 해류를 차단해 남극대륙이 냉각되어 빙하가 생겨났다. 45억년 지구 역사에서 빙하가 있었던 기간은 모두 합해도 5억년이 안 된다.


캄브리아기; 5억 3880만년전 ~ 4억 8685만년전. 

오르도비스기; 4억 8685만년전 ~ 4억 4307만년전. 

실루리아기; 4억 4307만년전 ~ 4억 1900만년전. 

데본기; 4억 1900만년전 ~ 3억 5930만년전.

석탄기; 3억 5930만년전 ~  2억 9889만년전.

페름기; 2억 9889만년전 ~ 2억 5190만년전. 

트라이아스기; 2억 5190만년전 ~ 2억 136만년전. 

쥐라기; 2억 136만년전 ~ 1억 4310만년전. 

백악기; 1억 4310만년전 ~ 6600만년전. 

고진기; 6600만년전 ~ 2304만년전. 

신진기; 2304만년전 ~ 258만년전. 

제4기; 258만년전 ~ 현재.


한반도의 암석은 화성암, 퇴적암, 변성암이 대략 1/3을 차지하며 고루 분포한다. 중생대 이전에 북부지괴와 남부지괴는 중한랜드에 속했으며 중부지괴는 남중랜드에 속했다. 세 지괴는 중생대 초에 중한랜드와 남중랜드가 충돌하면서 합쳐져 오늘날 한반도의 모태를 이루었다. 오랜 암석이 분포하는 지역을 육괴(陸塊)라 한다. 얕은 바다에서 쌓인 탄산염암 ~ 규질쇄설암 혼합층인 하부 고생대(캄브리아~오르도비스기)층은 조선누층군이라 불린다. 중부 고생대층에는 상서리층군(오르도비스기), 곡산층군(실루리아기), 임진층군(데본기), 태안층(데본기) 등이 있다. 이들은 강, 호수, 얕은 바다, 깊은 바다 등 다양한 환경에서 쌓인 것으로 알려졌다. 


평안누층군은 조선누층군 위에 거의 평행부정합 관계로 놓여 있다. 이 부정합은 약 1억 4000만년의 기간에 해당하는 고생대 대결층(大缺層)에 해당한다. 중생대에 격렬한 조산운동이 일어난 것은 중한랜드와 남중랜드의 충돌 때문이었다. 첫 번째 조산운동은 트라이아스기 송림조산운동으로 변형작용과 함께 화강암이 관입했고 소규모 퇴적분지들이 곳곳에 만들어져 대동누층군이 쌓였다. 대동누층군은 육성퇴적층으로 평안남도와 황해도, 경기도, 충청남도, 강원도 일대에 분포한다. 쥐라기에 대보조산운동이 일어났으며 이때 한반도 곳곳에 화강암이 생성되었다. 이 두 번의 조산운동으로 중생대 이전의 암석들은 강한 변형과 변성작용을 겪었다. 쥐라기 후반과 백악기에 한반도 곳곳에 크고 작은 육성 퇴적분지들이 형성되었고 이 퇴적분지에 묘곡층, 경상누층군이 쌓였다.


백악기에는 쇄설성 퇴적암, 화산쇄설암, 화산암으로 이루어진 육성퇴적층이 두껍게 쌓였다. 백악기에 남부 중심으로 활발했던 화성활동은 고진기로 이어졌다. 신진기에 접어들어 일본열도가 아시아 대륙으로부터 떨어져 나간 자리에 동해가 탄생했고 이때 바다 주변에 쌓인 신진기 퇴적층이 동해 연안을 따라 소규모로 드러나 있다. 동아시아가 트라이아스기에 일어났던 중한랜드와 남중랜드의 충돌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학계에서 잘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한반도 형성과정과 관련해 세 가지 지체구조 모델이 경쟁하고 있다. 저자는 만입쐐기 모델을 기본으로 해 임진강대(황해도와 강원도 북부)를 따라 기본적으로 남중랜드가 중한랜드 아래로 섭입했다는 가설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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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프로세로의 화석은 말한다에 흥미로운 사례가 소개되어 있다. 프로세로는 지구 격동의 이력서 암석 25 등을 쓴 고생물학자, 지질학자다. 진정한 과학자들은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믿음에 반대되는 증거가 충분히 있다면 그 믿음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프로세로는 마셜 케이(Marshall Kay; 1904 - 1975)라는 지질학자를 예시한다


대륙은 이동하지 않는다는 가정을 기초로 하여 지질의 복잡성을 설명하는 일로 평생을 보낸 마셜 케이는 판구조론과 대륙이동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압도적으로 쌓이자 온 마음을 다해 판구조론을 품에 받아들였다. 정년(停年)이 가까운 나이에도 마셜 케이는 평생 해왔던 일을 새로운 개념에 근거해 다시 짜기 시작했다. 저자 도널드 프로세로는 마셜 케이의 지성적 솔직함과 용기에 찬탄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치적 파탄(破綻)을 자초하고 정국을 무한 혼란에 빠트린 사람을 계속 지지하는 사람을 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정말 옳다고 생각하고 지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잘못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이제 와서 전향하면 자신의 존재가 부정 당한다고 생각하고 그러는 것이다.


전자라면 정말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고 후자라면 마셜 케이 같은 과학자로부터 배우 필요가 있는 사람이다. 특히 기독교인이라면 바울의 전격적 회심으로부터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 바울은 예수를 믿는 사람들을 잡아죽인 유대교 신자였다. 그런 그가 돌아선 사건을 통해 기본인 하나님의 섭리 외에 바울이란 인간의 회심에도 주목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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