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와 인류의 미래 - 지구과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인류 문명 그리고 지구의 미래
이다 요시아키 지음, 이용택 옮김 / 문학사상사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지구와 인류의 미래는 지구에 대한 책이기에 지구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태양에 대한 설명으로 시동을 걸었다. 퇴적암이 형성되는 데 필요한 것이 높은 온도와 높은 압력이듯 태양에서도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데 필요한 것이 높은 온도와 높은 압력이다.(가스하이드레이트는 낮은 온도와 높은 압력 하에서 형성된다.) 통상의 상태에서는 원자핵이 주변을 둘러싼 전자에 막혀 핵융합이 일어나지 않는다. 핵융합이 일어나려면 원자핵을 강제로 접근시키는 높은 압력과, 원자핵에 커다란 진동을 일으켜 접촉시키는 높은 온도가 필요하다. 이 조건이 충족되는 곳은 태양 내부에서도 오직 중심부의 핵뿐이다. 

수소의 핵융합은 감마선이라는 매우 짧은 파장의 전자기파와 전기적으로 중성의 소립자인 중성미자를 생성한다. 감마선은 태양 내부를 통과하는 사이에 파장이 훨씬 긴 가시광선으로 변환된다. 지구의 대기는 주로 질소와 산소로 이루어져 있다. 금성, 화성 등의 대기와 조성이 다르다. 이는 지구가 다른 지구형 행성과 다른 독자적 역사를 가졌음을 의미한다. 물에 녹는 이산화탄소는 초기의 대기에 대량으로 함유되어 있다가 상당한 양이 바다로 녹아들었다. 이산화탄소는 이미 바다에 녹아 있던 칼슘 이온과 결합해 석회암이 되어 해저에 침전했다. 대량의 이산화탄소가 대기에서 사라지자 그 다음으로 양이 많은 질소가 대기의 주성분이 되었다. 

지구 내부 상태를 살펴보는 데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음파(탄성파)다. 귀로 들을 수 있는 소리는 파장이 매우 짧은(약 0.1m) 음파이며 이는 고체 지구에는 거의 침투하지 않지만 지진이 일어나면 그보다 파장이 훨씬 긴(약 10km) 음파(지진파)가 발생하여 지구 내부를 종횡으로 누빈다. 지진파가 진원으로부터 수많은 관측점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해석하면 지구를 통과하는 지진파의 속도를 깊이별로 계산할 수 있다. 고체를 통과하는 음파에는 부피 변화를 전달하는 종파(P파)와 뒤틀림을 전달하는 횡파(S파)가 있다. 음파의 속도는 물질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물질이 치밀할수록 음파의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음파는 지구 내부를 살필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깊이가 약 30km보다 깊어지면 지진파 속도는 지상의 수많은 암석을 통과할 때보다 20~30% 정도 빨라진다. 이로써 지구는 지각으로 얇게 덮여 있고 그 아래에는 더 치밀한 광물로 이루어진 맨틀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맨틀 내부의 깊이 400~670km 가까운 곳부터는 깊어질수록 지진파의 속도가 더욱 급증하는데 이 영역을 천이층(遷移層)이라고 한다. 천이층보다 얕은 쪽을 상부 맨틀, 천이층보다 깊은 쪽을 하부 맨틀이라고 부른다. 하부 맨틀을 구성하는 광물은 결정구조가 상부 맨틀과 다르며 상부 맨틀보다 치밀한 원자 배열을 보인다. 

이 때문에 천이층 위아래에서 지진파 속도가 크게 변화하는 것이다. 깊이가 2,900km에 달하면 지진파 속도에 커다란 불연속이 일어난다. 그보다 깊은 부분에서는 P파 속도가 수십 퍼센트나 감소하고 S파는 통과하지 못한다. 이는 지구 중심에 금속철로 이루어진 핵이 있기 때문이다. S파가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핵 바깥쪽(외핵)은 융해하여 액체 상태임을 알 수 있다. 더욱 깊은 곳에서는 고체 상태의 내핵이 있다. 내핵은 지구가 냉각할수록 서서히 성장한다고 여겨진다. 지구 자기는 외핵이 액체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액체 금속철이 대류를 일으켜 전류가 흐르고 자기장이 발생하는 것이다. 달에도 핵이 있지만 완전히 고체화했기 때문에 자기장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생활하는 대지는 지각의 표면이다. 지각은 융해한 암석이 굳어져 생긴 영역이다. 맨틀 상부에서 암석의 일부가 융해해서 마그마가 발생하고 마그마가 상승해서 맨틀에서 분리된 후 고체화한 것이 지각이다. 마그마가 지표로 분출되는 것을 분화라고 한다. 마그마는 상승하면서 고체화하므로 지구 내부에서도 지각을 성장시킨다. 맨틀이 융해할 때는 결정으로 남기 어려운 수많은 원소가 마그마로 결집하므로 지각은 맨틀보다 훨씬 다양한 원소를 포함한다. 그중에는 인류가 자원으로 활용하는 유용한 원소도 다수 포함된다. 맨틀에서 지각이 탄생하는 과정에서 자원이 되는 원소도 지각에 가득 담기는 셈이다. 자기조직화(self-organization)란 개념이 눈길을 끈다. 

몇 가지 요인이 서로 협력해서 특정한 기능을 지니는 구조를 만들어내는 작용이다. 자기조직화에서 중요한 점은 대상이 마치 생명이 의지를 지닌 것처럼 어떤 특정한 목적을 위해 발달을 진행시킨다는 것이다. 간단한 예로서 육지에 강이 생기는 과정을 들 수 있다. 평탄한 대지에 비가 내리면 빗물은 처음에 거의 균일하게 흐르지만 흐름에 다소간의 편차가 생기면 흐름이 큰 장소에서 침식이 진행되어 빗물이 그곳으로 모인다. 그러면 침식이 더욱 심해지고 그곳에 강이 생겨난다. 이런 과정이 여기저기에서 반복되면 본류에서 지류에 걸친 강의 체계가 완성된다. 흐름과 침식의 협력으로 물을 효율적으로 흐르게 하는 강의 체계가 나타나는 것이다.(41 페이지) 

생물의 진화는 멸종의 역사이기도 하다. 6억~7억년전에 지구는 눈덩이 상태였다.(눈덩이 지구) 지면이 얼음으로 덮여 있으면 햇빛의 반사가 강해지므로 태양 에너지의 입사율이 감소한다. 차폐율은 지구에서 복사되는 적외선의 투과를 대기가 방해하는 비율이다. 차폐율이 줄어들면(적외선이 지구 밖으로 나가는 것을 덜 차단해 적외선이 많이 복사되면) 얼음의 영역이 넓어진다. 차폐율이 일정치를 밑돌면 극 주변에 국한된 얼음 영역이 갑자기 지구 전체로 확대되어 눈덩이 지구 현상이 나타난다. 눈덩이 지구는 특별한 원인이 없어도 적외선의 차폐율이 임계치보다 낮아지면 발생한다. 

식물이 왕성하게 번식해서 대기로부터 이산화탄소를 너무 많이 흡수하면 지구는 눈덩이 지구 현상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48 페이지) 6억~7억년전의 눈덩이 지구 현상은 하천이 증가하면서 대륙에서 해양으로 유입되는 영양염이 함께 증가함으로써 생물에 의한 광합성 활동이 활발해졌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추측된다. 대규모 화산활동이 생기면 이산화탄소가 대기중에 대량 방출되어 온실효과가 높아지게 되면 눈덩이 지구 상태는 해소된다. 눈덩이 지구에 대응하는 것으로 보이는 빙하퇴적물이 종종 석회암 등의 탄산암염과 공존하는 것은 화산활동이 눈덩이 지구 상태를 해소했다는 증거로 이해할 수 있다. 

지구의 역사는 고체 지구, 대기, 바다를 포함한 지구의 물리적인 진화에 생물의 진화가 덧붙여진다. 일상적인 용법으로 진화라는 말에는 좋은 방향으로 변화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지만 지구과학에서는 꼭 이런 뜻에 구애받지 않고 지구 상태의 장기적인 변화도 진화라고 부른다. 지구 내부에서는 고밀도의 금속철이 중심에 자리 잡았고 그 주변을 밀도가 높은 순으로 암석, 바다, 대기가 둘러쌌다. 지구의 진화는 전체적으로 보면 중력 에너지로 인해 축적된 열을 방사성 원소의 붕괴열과 함께 방출하는 과정이다.(59 페이지) 이 과정에서 실제로 열을 수송하는 것은 중력이 열팽창을 매개로 일으키는 대류다. 금속 원소는 지구 내부의 맨틀에서 기원한다. 

광물의 골격을 만드는 규소, 마그네슘, 철 외에는 매우 작은 양이다. 철광석은 주로 바다에서 만들어졌다고 여겨진다. 바닷물에는 육지의 암석 침식이나 해저 화산의 분화로 철 이온이 용해되었다. 산소 증가 등으로 바다가 산화되기 쉬운 상태가 되자 철 이온은 산화되어 산화철로서 해저에 침전했다. 초기 생물인 남세균이 증식한 약 20억년전에는 산소량이 급증해서 산소량이 급증해서 산화철이 해저에 대량으로 퇴적했을 것이다. 이러한 철의 집적층이 판 운동 등의 영향에 의해 육지로 밀어 올려지면 채취 대상인 광산이 된다. 동과 같은 금속은 대부분 열수용액의 활동으로 농집(濃集)된다. 열수용액은 마그마의 열로 데워져서 대류를 일으키는 지하수다. 

열수용액은 황이나 염소를 함유하면서 강한 산성이 되어 암석을 금속 원소와 함께 용해한다. 용해된 금속이온은 열수용액에 의해 심부로 운반되고 온도와 압력의 저하로 용해도가 떨어져 금속으로 석출(析出; eduction)된다. 각 금석이 석출되어 광석이나 광상을 만드는 장소는 각 금속의 농도와 용해도에 따라 다르다. 해저의 해령 근방에서도 열수용액이 활발히 활동하므로 해저에 기원을 두는 광석이나 광상도 적지 않다. 지진은 지구 내부에서 생기는 뒤틀림을 해소하는 파괴 현상이다. 파괴는 갑작스럽게 발생하고 그 충격이 파(波)로서 주변에 전달되어 지면을 흔든다. 이것이 지진이다. 지진파에는 부피 변화를 전달하는 종파(P파)와 뒤틀림(전단; 剪斷) 변형을 전달하는 횡파(S파)가 있다. 

지구 내부로 침강하는 해양판의 내부에서 발생하는 지진도 있다. 해구의 바다 쪽에서는 판이 휘어지고 윗부분에 장력이 생기기 때문에 아우터라이즈 지진이 일어난다. 맨틀로 침강한 찬의 내부에서는 심발지진이 일어난다. 심발지진 중에는 진원의 깊이가 700미터에 달하는 것도 있다. 화산 분화에는 액체 마그마(용암)를 잔잔하게 분출하는 비폭발적인 분화와, 마그마나 용암의 파편을 세차게 분출하는 폭발적인 분화가 있다. 해령이나 열점의 분화는 대부분 비폭발적이며 유동성 높은 현무암질 마그마를 대량으로 내보낸다. 판이 침강하는 지대에서는 육지 쪽에 해구와 평행한 화산대가 생긴다. 분화는 대개 폭발적이며 현무암질 마그마 외에 유동성이 부족한 안산암질 마그마, 석영안산암질 마그마, 유문암질 마그마를 분출한다. 

마그마가 지하수와 접촉해서 폭발을 일으켜 오래된 암석의 파편을 날리는 수증기 분화(수증기 폭발)도 있다. 아주 소규모의 분화는 대규모 수증기 분화다. 비교적 규모가 큰 분화도 수증기 분화로 시작한 후 마그마를 분출하는 분화로 이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폭발적인 분화는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폭발이 강할 때는 마그마나 커다란 암석 파편이 화산력(火山礫)이 되어 탄도를 그리며 날아가고 폭발음이나 폭풍이 주변에 퍼진다. 폭발로 생긴 작은 파편은 수증기나 공기와 섞여 안개 모양의 유체(분무류)를 만든다.

이 유체가 마그마의 열로 팽창해서 부력을 얻으면 연기가 되어 대기 중으로 높이 상승한다. 부력을 얻지 못한 분무류는 화쇄류가 되어 산허리를 흘러 내려간다. 중위도에서는 화산재가 편서풍을 타고 동쪽으로 날아간다. 화산 재해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현상은 화쇄류다. 화쇄류는 마그마의 파편을 함유하기 때문에 고온이며 공기와 마찬가지로 높은 유동성을 지녀서 시속 100km나 되는 빠른 속도로 흘러내린다. 

지구의 기온이 극단적으로 낮아지면 지구 전체가 얼음으로 뒤덮이는 눈덩이 지구 상태가 된다. 이는 원생누대에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기도 하다. 당시의 생물은 모두 바다에 서식했기 때문에 눈덩이 지구 현상으로 멸종하지는 않았다. 지금껏 지구에 다섯 번의 대멸종이 발생했다. 여섯 번째 대멸종이 다가오는가? 저자는 인류가 지속적으로 풍요로운 미래를 얻으려면 문명이 지구 환경과 공존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구를 그릇, 문명을 요리에 비유하는 저자 이다 요시아키는 모든 사람이 지구 환경과 문명에 관한 이해와 견식을 넓힐 것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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