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40대 리포트 - 그들은 왜 바꾸려고 하는가
함영훈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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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40대 리포트>

- 알파벳으로 세대를 구분하면

A세대 : aspiration(욕구) 세대. 중.후진국 지역에 살면서 소비 성향과 과시욕이 강한 30~40대 중산층.

C세대: 세계적으로 컴퓨터와 사이버 세대를 의미. 1990년대에 등장한 고학력 지식층. 

D세대: 디지털 세대. 디지털기기로 세계인과 정보를 공유하며 비슷한 소비 성향을 보이는 2030세대.

E세대: 인터넷 세대. 또는 인터넷시대 개막 이후 다양한 창업을 꿈꾸던 당시 청년들.

F세대: 한국에서 베이비붐 세대보다 50만여 명 많은 최다 인구층이면서도 주목받지 못했던 잊혀진 세대.

현재 나이 40세 전후인 1966년~1974년생 750만 명을 지칭한다. 힘겨운 청.중년기를 보내면서 분노의 내재,신구세대의 가교,소셜미디어 장악 등 특징을 갖고 있는 한국 사회 신주류. (중략)- 32P-

 

알파벳으로 세대를 구분하니 제일 마지막 Z세대까지 줄줄 나열되어 있다. 그 중 한국 사회에서 가장 많이 생존해있는 연령층이자 각계 각층에서 여러모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40대를  F세대라 명명하며 가깝게는 개인적인 삶 부터 바뀌지 않는 사회 전반에 걸친 토론, 정치,경제,사학 등 오만가지 내용을 담고 있었다. 베이비붐 세대는 사회문화 변화의 중심에 서 있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지만 그들의 동생 뻘인 2차 베이비붐 세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에서 그저 숨죽여야하는 시대를 살아왔고 그들의 내면에는 터트릴 수 없는 분노가 내재되어있다는데 조금은 공감이 간다. 가진것 없어도 열심히 일하면 어떤 보상이나 신분 상승의 기회가 있었던 베이비붐 세대와는 달리 지금은 열심히 일해도 나아지지 않는 삶에 절망하는 40대.

 

못 배운게 한이 되어 자식들만큼은 잘 가르치고자 불철주야 노력했던 베이비붐 세대가 만들어놓은 교육열은 과부화 상태가 되어 지금 학령기 아들 딸을 키우고 있는 40대의 숨통을 조여오고, 남들 다 하는데 내 자식만 비켜갈 수 없어 더 조를 것도 없는 허리를 또다시 조여매며 달려가고 있다. 집 한채만 가지고 있어도 괜찮았던 시대에서 40대는 흔히 말하는 상투를 잡았고 그 결과는 소득의 대부분을 집값을 부담하는데 써야하는 하우스 푸어로 대변되는  40대. 바꾸고 싶지만 바뀌지 않는 사회에 염증을 느껴 자신들만의 소통 공간에서 분노를 털어내는 그들... 부모를 부양하는 세대는 F세대가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데 충분히 공감이 간다. 위로는 부모를 부양해야하고 아래로는 자식들을 더 잘 키우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며 조기 퇴직이라는 서슬 퍼런 칼날 위를 위태롭게 걸어가고 있는 40대. 그들이 원하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

저자는 지금의 마흔 살이 과거 서른 살 이라고 한다. 사회에서 한 발 물러나 노후를 생각하는 세대였던 지난날의 40대에서 벗어나 더 열심히 뛰어야 하고 더 열심히 참여해야 존재감이 확인되는 걸까. 평생 직장이 사라진 현실에서 조기 퇴직, 명예 퇴직은 결코 남일 같지는 않다. 하루에도 동에 번쩍 서해 번쩍 하듯 창업하고 폐업하는 사람들로 불야성을 이루지만 그들 모두가 창업에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기에 이루어놓은 것 없이 갈대 처럼 흔들리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40대는 여러모로  이중적이기만 하다. 불안하고 위태롭게 흔들리면서도 자신들이 가진 무기를 십분 활용해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40대.

 

-앞 세대들의 삶이 오로지 '빈곤을 벗어나기 위한 투쟁,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헌신'이었다면, F세대가 내건 깃발에는 '개인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요구, 더 좋은 것을 소비하기 위한 싸움'이 포함되어 있다. 2012년을 살아가는 F세대는 선거나 SNS를 통한 의견 개진, 시위 등의 집단적 의사표명 등 정치적 행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의식이 강하다. 동시에 이들은 명품을 소비하고 외제차를 타며 해외여행을 즐기고 있거나 즐기고 싶어 한다. - 99P-

 

<대한민국 40대 리포트>는 허리 역할을 하고 있는 40대의 생각을 잘 나타내고 있었으며 그들이 겪어가고 있는 현실을 잘 표현하고 있었기에 조금은 시원함을 가져다주기도 했고, 이 시대의 중추적 역할로  어떻게 해야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야 하는지 생각을 하게 만들었기에 한번쯤 읽어보고 생각해보는 또다른 시발점이 되어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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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를 구하지 않는 여자 블루문클럽 Blue Moon Club
유시 아들레르 올센 지음, 서지희 옮김 / 살림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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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수사반 Q의 첫 번째 이야기: 자비를 구하지 않는 여자>

유시 아들레르 올센은 북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범죄 소설 작가라고 하는데 <자비를 구하지 않는 여자>를 읽는 몇 일동안  드라마 혹은 영화를 한편 본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용은 흥미롭게 진행되었으며 독자가 따로 추리를 해야하는 상황은 없었지만 눈으로 보는 영상이 아닌 책으로서의 매력인 상상을 듬뿍 곁들일 수 있었다. 2012년에 배리상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던 작품이니만큼 탄탄한 구성이 최고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이 소설이 Q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였고 출간 되자마자 베스트셀러로 자리를 굳힌 시리즈로 두 번째 이야기 <꿩 도살자>,<병 속에 담긴 메시지>,<저녈 64>까지 4권이 더  있다는데 다른 작품들도 얼른 국내에도 소개되었으면 좋겠다.

 

유시 아들레르 올센의 <자비를 구하지 않는 여자>가 <밀레니엄>시리즈와 비교된다는데 두 작품 모두 재미있고 흥미로웠지만 개인적으로는  전개가  빠른 <밀레니엄>이 조금 더 읽기가 수월했다. 뭐랄까... 이 책은 북유럽 최고의 추리문학상인 글래스키 상 수상했던 작품이지만 작가의 지나친 친절 덕분에 아주 상세한 부분까지 독자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 끌듯 디테일한 묘사들이 곳곳에 포진되어 있어 빠른 전개를 원하는 독자들은 약간의 힘빠짐을 경험할수도 있는 작품이라고나 할까.. 이런 부분을 제외하면 한편의 영화를 본듯, 드라마를 본듯 흥미로웠고 작가의 독특한 상상력이 가미된 범죄 소설로 기억에 남을 작품이다.

 

<자비를 구하지 않는 여자>는 프롤로그 부터 독자들을 호기심으로 이끌기에 충분했다. - 여자는 손끝에 피가 맺힐 때까지 미끄러운 벽을 긁어 댔다. 두꺼운 유리창을 주먹으로 하도 두들긴 탓에 손에는 더 이상 감각이 없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을 끊임없이 더듬어 철문에 다다른 여자는 문 틈에 손톱을 끼워 넣으려 애썼다. -6p-  뭔가 오싹한 사건이 벌어졌음을 예고하는 프롤로그에 이어 본문은 5년차의 간격을 두고 번갈아 이어진다. 2002년과 2007년, 5년간의 세월을 뛰어넘는 시간 동안 벌어진 범행이 무자비하면서도 지독한 사건을 처음 부터  지레 생각할 수 없었기에 초반에는 낮설었던  등장인물을 이해하고 그들의 모습을 그려보며 조금 긴듯 느껴질만큼 더디게 나아가며 등장인물들과 동화되기를 바라면서 느린 진행을 했다. 

 

수사를 이끌어가는 인물이자 Q시리즈의 수사반장 칼 뫼르크는 살인 사건 전담반에서 수사를 하던 중 팀원이자 동료인 한 사람을 잃고, 또 한사람은 반신불수가 되어 평생 침대 신세를 져야하는 사고가 있었다. 칼 역시 범인들이 쏜 총에 맞아 일정기간 병원 신세를 졌고 퇴원 후 업무에 복귀했지만 경찰서 내부에서는 그에게 한걸음 뒤로 물러나 있기를 바란다. 뛰어난 수사관이었던 칼을 언제까지고 일선에서 제외할 수 없었던 반장은 그에게 특별 수사반 Q의 책임자가 될것을 종용하고 칼은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팀원 하나 없이 혼자인 그는 잡무를 도와줄 조수를 원했고 반장은 시리아인 아사드를 보낸다. 아사드에게 별반 기대는 없었기에 사무실 청소와 잡무를 시켰고 조수는 특별수사반을 반짝반짝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엉뚱하지만 뛰어난 두뇌와 재치로 칼의 마음을 사로잡은 아사드는 칼과 함께 여러가지 미해결 사건을 살펴보던 중 2002년에 실종된 아름답고 능력 있는 여성 정치인 메레테 륑고르 사건을 수사하기에 이른다.

 

칼 뫼르크와 조수 아사드가 메레테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이 담긴 2007년과 맞물려 돌아가는 2002년은 누구의 원한을 살만한 일도 없고, 목격자도 없이 실종되었던 메레테가 끔찍한 일을 당하는 곳으로 바뀐다. 좁디 좁은 원통형 굴 같은 곳에 메테르는 갇혀있다. 손톱에 피멍이 들 정도로 탈출을 꿈꾸지만 밀폐된 공간 저편에서는 그녀의 노력을 비웃듯 사육당하는 동물과 같은 상태로 그녀를 가둬두고 있다. 그리고 일년에 한번씩 , 그녀의 생일이 돌아오면 굴 바깥에서 그녀를 관찰하고 있는 이들에 의해 기압이 상승하고 세월이 흐를수록 기압은 높아간다. 인간이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지 실험하는 것일까? ... 결국 칼 뫼르크 경사와 아사드는  그녀의 실종이 범죄임을 알려주는 단서를 손에 넣었고 종적이 묘연했던 그녀의 코 밑까지 수사하는 단계까지 왔다. 그러나 지금 그녀가 갇힌 방을 발견한다해도 기압이 너무 높아 문을 연 순간 그녀는 심장이 파열되고 온몸은 산산조각날 지경에 이르렀는데...

 

-"그래서 뭘 어쩌려고? 저년 몸뚱이의 세포 하나하나가 이미 5기압에 적응되어 있다고. 그걸 정상적으로 낮추려면 몇 주는 걸릴 거야. 지금 문을 열면 그 자리에서 폭발해 버릴 거라고! 저년이 눈 똥이 밖에 나와 팽창되는 걸 너도 봤잖아. 오줌은 정말 말 그대로 부글부글 끓어올랐고. 저년이 압력을 높인 방에서 산 지 3년째라는 걸 잊지마." - 253p-

 

 

누가, 왜,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걸까?... 그녀도 독자도 상상할 수 없었기에 후반부에 가서야 밝혀지는 범인들의 범행 이유가 놀랍고도 안타까웠다.. 이렇듯 5년의 간격을 두고 사건을 수사해나가는 칼 과 5년동안 사육당하듯 갇혀있었던 아름다운 메레테의 이야기 <자비를 구하지 않는 여자>의 내용은 괜찮았고 제목도 독특해 독자의 시선을 끌기에는 충분하지만 제목과  내용이 약간 어울리지 않는다 여겨진다. 그러나~ 재미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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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연습 - 마음의 덫에서 벗어나는 셀프 테라피
박용철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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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의 덫에서 벗어나는 셀프 테라피 : 감정연습>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어린시절의 아이가 존재한다고 한다. 많이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몇 권의 심리학 책에서도 그리 말하고 찬찬히 내면을 들여다보면 역시 내게도 어린아이가 존재했음을 느낀다. 내 안에서 울고있는 어린아이를 달래주어야 한다는 심리학 책의 내용이 여기 <감정연습>에도 들어있다. 마음의 덫에서 벗어나는 셀프 테라피란 조절하기 어려운 감정을 스스로 치유하는 방법을 말한다. 사람은 싫든 좋든 다양한 사람들과  사회적 관계를 맺어야하므로 반복되는 어떤 상황이 힘겨울 때 치유하지 못하면 깊은 우울감을 느낄 수 있을테고 잘못된 방향으로 자기 자신을 몰아치며 깊은 침잠에 빠질수도 있으므로 자신의 감정이 어디에서 기인했는지를 알아내어 치유할 수 있어야만 한다. 이것은 자신을 비롯해 관계를 맺고 있는 여러 사람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인데 이 책에 다양한 사례가 잘 나와있다.

 

저자 박용철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경희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경희의료원에서 정신과 전문의 과정을 마쳤으며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감정 조절과 심리학,정신과 관련 지식을 꾸준히 올리며 쉽고 친절한 글쓰기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이 책 <감정연습>은 그가 진료실에서 많은 환자들을 만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여겨 집필했다고 한다. 앞서도 밝혔듯이 나도 몇 권의 심리학 도서를 읽어봤다.필요에 의해 읽은 책도 있고, 궁금해서 읽은 책도 있으며 다른 사람들의 마음, 심리가 궁금했기에 선택했던 책도 있다. 이전에 읽었던 심리학 책 중에는 전문적 지식을 갖추지 못한 일반인이 이해하기에는 너무나도 난해한 책도 있었고, 쉽게 쓰여진 내용도 있었으며, 내 안을 들여다볼 수 있을만큼 조근조근 이끌어주는 책도 있긴 있었는데 이번에 읽어본 <감정연습>은 다양한 사례를 조합해 하나의 인물로 재탄생시켜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간혹 어떤 이의 진료 과정을 읽다보면 내 상황과 거의 흡사한 것을 느껴 오싹한 기운을 느끼게도 만들었는데 , 내 안의 어린아이에서 비롯된 일이었고, 내 안의 어린아이는 성인이 된 지금의 내 감정을 연결하고 결정하며 선택하고 뿜어내는 과정이자 결실이다. 결국 어머니 뱃속에 있었던 태아기를 지나 세상을 맞닥뜨린 영아기에서 사람은 감정을 경험하고 그 경험들은 일련의 반복된 패턴으로 다양한 성격을 만들어내고 있었기에 어린시절을 어떻게 보냈고, 부모는 아이를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몸도 마음도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해 사회의 일원이 되어 자신의 몫을 해내는 사람이 될 수  있기에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로서 무한 책임을 느껴본다.

 

 

 

 부모가 폭력적이면 아이도 폭력적인 성인으로 자란다거나,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유부남을 좋아하는 여성, 어떤 일이든 잘못된 일은 무조건 자신에게 있다고 자책하여 어떤 방법을 동원하든 불편한 관계에서 먼저 사과를 하거나 손을 내밀어야만 마음이 편해지는 사람,  특정한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불안을 느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강박적 행동을 해야하는 사람,전생에 죄를 많이 지어서 현생에 벌을 받고 있다며 자책하며 괴로워하는 사람, 자신의 능력을 인정하지 못해 우연에 의한 성공을 했다며 끊임 없이 주변을 탐색하며 힘들어하는 사람, 남자친구( 혹은 남편이나 아내)가 조금만 소홀해도 자해를 하며 곁에 두려는 사람,,, 등등 정말 다양한 사례를 <감정연습>에서 보았으며 어떻게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치유해나가야 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었다. 어려운 낱말이나 의학적 용어들이 자주 사용되지 않아 쉽고 간결하게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기에 저자 박용철 원장의 의도는 성공한 셈이지만 역시나 다른 심리학 도서와 크게 차별되지 못한 점이 약간 아쉽다. 좋은 책, 도움이 되는 책임에는 분명하지만 넘쳐나는 도서들 사이에서 얼만큼 자리매김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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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톤엔젤
마가렛 로렌스 지음, 강수은 옮김 / 도서출판 삼화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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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톤엔젤>

상상의 도시 마나와카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캐나다 소설로 마가렛 로렌스는 캐나다를 대표하는 존경받는 여성 작가라고 한다. 특히 <스톤엔젤>은 학교에서 필수 도서로 공부하는 작품이며 아흔 살의 노인 헤이거의 과거와 현재를 번갈아가며 이야기하듯 독자들의 마음 속으로 파고 든다.  이 책은 그리 수월한 책은 아니었다. 작품성이 검증된 책들이 의례 그렇듯 서서히 더디게 흘러가며 주인공의 마음을,, 주변 상황을,, 주변 인물들의 마음을 짐작하고 행간의 의미를 파악하는데 오래도록 머물며 진행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한 권의 소설을 넓게 바라보자면 몇 갈래의 큰 줄기로 나뉘는데 나는 노년을 맞이한 헤이거와 자식들의 관계를 시작으로 노년의 삶을 영상에 비추듯 바라보게 되었다. 마치 먼 미래를 내다보듯... 세상에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생각하면서도 이만큼의 삶을 살아낸 뒤에 돌아보면 모두 비슷비슷한 삶을 살아가고 있음에 허허로운 웃음을 지어도 봤다. 아직까지 그럴 단계는 아닌데,, 아직까지 그럴만큼 나이를 먹은 것도 아닌데 내가 조금 생각이 많은가보다...

 

자수성가한 아버지와 놀랍도록 닮은 딸 헤이거와 커리씨 부녀는 서로 닮은 만큼 서로에게 애증을 품고 있다.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두 오빠들 사이에서 자란 소녀는 제법 부유한 성장기를 거쳐 대학에 갈 나이가 되었다. 품격 있는 숙녀가 되어 돌아온 헤이거는 아버지의 집에서 안주인 역할을 하던 중 상스러운 말투와 말솜씨를 가진 거친 남자 브램과 결혼하기를 원하지만 아버지는 브램이 가난한 노동자에 보잘것 없는 사람이라 여기어 그녀의 결혼을 반대한다. 그러나 아버지 만큼 고집 세고 당찬 그녀는 결국 결혼을 강행하고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브램의 집에 후처로 들어왔다. 그리고 시작된 가난한 결혼생활이지만 자신이 가지지 못한 거친 면들을 사랑하며 두 아들 마빈과 존을 낳는다. 매사에 어정쩡한 마빈과 달리 둘째 아들 존은 자신의 핏줄인 커리네를 닮았다 여기어 그를 옳바르게 인도하려 노력한다.

 

어린시절 보잘것 없고 가난한 삶을 살았던 친구들은 모두 성장해 결혼을 했고 그녀들은 헤이거와 사뭇 다른 삶을 살아간다. 조금 더 여유롭고 조금 더 풍족한 삶을.. 브램의 거친 말씨와 생활력에 염증을 느낀 헤이거는 존을 데리고 해안마을로 떠난다. 존을 자신의 집안인 커리로 키우고 싶었던 헤이거는 결국 그 뜻을 이루지 못했고 존은 아픈 아버지 곁으로 돌아간다. 이렇듯 소녀 시절의 헤이거와 아흔 살의 노인이 된 헤이거는 교차되며 소설을 진행시키고 현실에서 큰아들 마빈은 늙고 연로한 어머니를 더이상 모실 수 없기에 아내 도리스와 함께 어머니를 양로원에 모시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헤이거는 집과 자신의 물건에 유난한 집착을 하고 떠날 수 없음을 강경하게 버티려고 하지만 쇠약해진 몸과 마음으로 아들 내외를 거스를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하여 가출을 결심하는데...

 

사람들은 흔히 어떤 물건 하나, 사진 한장에 지난 날을 추억한다. 그 추억은 할일이 많은 젊은 시절에는 그저 즐거웠던 추억일지 모르지만 노년에 가서는 물건 하나에 담긴 의미가 단순한 추억이 아닐수도 있음을 깨달았다. 사진 한장이 가져다준 헤이거의 젊은날의 몇 년, 주전자 하나에 담긴 지난 날의 시간들.. 가지고 있는 물건들로 하여금 그 시간들을 붙잡고 싶었을까,, 이리저리 생각해도 잘은 모르겠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떠나, 내가 살아가는 지금의 시간들과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바라보게 될 무수한 과거의 편린들을 나 또한 붙잡고 싶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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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진짜 답이 없다 탐 청소년 문학 7
장 필립 블롱델 지음, 김주경 엮음 / 탐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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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사생활을 엿보고 싶은 아빠: 아빠는 진짜 답이 없다>

청소년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정말 공감하는 부분이 많을듯하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었기에 무척이나 마음에 와 닿는 내용이었고 사생활을 존중받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마음 속으로 살며시 들어가본 느낌이다. 음.. 블로그에서 부모와 서로이웃이 되기를 마다하는 아이, 카카오톡 친구가 되고 싶어하지 않는 아이. 우리 집도 그렇다. 스마트폰을 목숨 처럼 생각하면서 자기 카카오스토리를 행여나 누가 볼새라 꽁꽁 숨겨두고 몇 개의 아이디를 돌려가며 부모가 봐도 되는 내용과 혼자만 ( 혹은 친구들과) 공유하고 싶은 아이의 마음.

 

부모는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요즘 관심 있는 노래는 무엇인지, 무엇에 심취해있고 , 아이의 고민은 무엇인지 궁금해한다. 아이가 어릴때는 일기장도 몰래 살펴보고 아이가 끄적여놓은 연습장, 종이뭉치를 보물을 찾는 심정으로 살펴보기도 했더랬다. 그러나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서 아이의 사생활을 존중해주며 서서히 어른이 될 준비를 시켜야한다는 내 마음의 조언대로 한발짝 물러서서 지켜보았다. 혼자 힘으로 해결하는 일도 꽤 되지만 이리저리 끙끙 앓다가 내게 조언을 구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우리 아이는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건의 발단은 아빠와 아들 사이에서 터져나왔고 사생활을 존중 받고 싶은 아이와 아이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하는 아빠와의 무수한 갈등과 대화 속에서 서서히 조율을 해나가고 있다.

 

블로그는 열린 공간이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도 내 블로그에 들어와 덧글을 남길수도 있고 친구와 우정을 쌓는 용도로 쓰일수도 있다. 좋아하는 그림, 음악, 생활 속의 단편들을 일기 처럼 써놓을수 있는,, 만인에게 열려있는 공간, 블로그. 그 블로그에 아빠가 찾아왔다. 아이가 써 놓은 글을 모조리 읽고, 연구를 하고 생일 선물은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것으로 준비한 아빠. 처음엔 아빠와 말이 통한다 여겼지만 차츰차츰 의심을 하기 시작하고 아빠의 노트북을 열어본 후 경악을 금치 못하며 아빠와 대화 단절을 선언하기에 이르는데....

 

여기 이 책, <아빠는 진짜 답이 없다>는 20년 가까이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자 작가인 장 필립 블롱델의 작품으로 독서가 악취미라는 작가의 청소년 성장소설이다. 청소년기에 접어든 아이들의 속내를, 청소년 아이를 둔 부모의 마음을 이보다 더 잘 꼬집어 낸 책은 드물것 같다. 그만큼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고 사생활을 존중 받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한껏 열어보는 계기가 되었다. 참견쟁이라고 생각하는 아빠의 십대 시절과 조우한 아들이 아빠의 일기 속에서 아빠와 친구가 되고 아빠의 마음을 서서히 느껴가는 내용은 감동적이기도 하다. 아이의 사생활이 궁금한 부모와 부모에게서 독립해 사생활을 지키고 싶은 아이들이 함께 읽어보면 좋을듯하다.  

 

-"아빠,정말 멋진 게 뭔지 아세요? 진정한 개혁이란 게 어떤 건지? 그건 두 개의 손이 아니라, 네 개의 손으로 블로그를 써가는 거예요. 아빠와 내가요. 서로 다른 생각을 써 내려가는 거죠. 서로 다른 관점으로요. 그렇게 해서 판도라의 상자 속에서 나온 재앙을 본래 자리로 돌려보내는 거예요. 판도라의 상자가 더 이상 말을 못하게 막는 거죠" - 13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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