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톤엔젤
마가렛 로렌스 지음, 강수은 옮김 / 도서출판 삼화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스톤엔젤>

상상의 도시 마나와카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캐나다 소설로 마가렛 로렌스는 캐나다를 대표하는 존경받는 여성 작가라고 한다. 특히 <스톤엔젤>은 학교에서 필수 도서로 공부하는 작품이며 아흔 살의 노인 헤이거의 과거와 현재를 번갈아가며 이야기하듯 독자들의 마음 속으로 파고 든다.  이 책은 그리 수월한 책은 아니었다. 작품성이 검증된 책들이 의례 그렇듯 서서히 더디게 흘러가며 주인공의 마음을,, 주변 상황을,, 주변 인물들의 마음을 짐작하고 행간의 의미를 파악하는데 오래도록 머물며 진행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한 권의 소설을 넓게 바라보자면 몇 갈래의 큰 줄기로 나뉘는데 나는 노년을 맞이한 헤이거와 자식들의 관계를 시작으로 노년의 삶을 영상에 비추듯 바라보게 되었다. 마치 먼 미래를 내다보듯... 세상에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생각하면서도 이만큼의 삶을 살아낸 뒤에 돌아보면 모두 비슷비슷한 삶을 살아가고 있음에 허허로운 웃음을 지어도 봤다. 아직까지 그럴 단계는 아닌데,, 아직까지 그럴만큼 나이를 먹은 것도 아닌데 내가 조금 생각이 많은가보다...

 

자수성가한 아버지와 놀랍도록 닮은 딸 헤이거와 커리씨 부녀는 서로 닮은 만큼 서로에게 애증을 품고 있다.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두 오빠들 사이에서 자란 소녀는 제법 부유한 성장기를 거쳐 대학에 갈 나이가 되었다. 품격 있는 숙녀가 되어 돌아온 헤이거는 아버지의 집에서 안주인 역할을 하던 중 상스러운 말투와 말솜씨를 가진 거친 남자 브램과 결혼하기를 원하지만 아버지는 브램이 가난한 노동자에 보잘것 없는 사람이라 여기어 그녀의 결혼을 반대한다. 그러나 아버지 만큼 고집 세고 당찬 그녀는 결국 결혼을 강행하고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브램의 집에 후처로 들어왔다. 그리고 시작된 가난한 결혼생활이지만 자신이 가지지 못한 거친 면들을 사랑하며 두 아들 마빈과 존을 낳는다. 매사에 어정쩡한 마빈과 달리 둘째 아들 존은 자신의 핏줄인 커리네를 닮았다 여기어 그를 옳바르게 인도하려 노력한다.

 

어린시절 보잘것 없고 가난한 삶을 살았던 친구들은 모두 성장해 결혼을 했고 그녀들은 헤이거와 사뭇 다른 삶을 살아간다. 조금 더 여유롭고 조금 더 풍족한 삶을.. 브램의 거친 말씨와 생활력에 염증을 느낀 헤이거는 존을 데리고 해안마을로 떠난다. 존을 자신의 집안인 커리로 키우고 싶었던 헤이거는 결국 그 뜻을 이루지 못했고 존은 아픈 아버지 곁으로 돌아간다. 이렇듯 소녀 시절의 헤이거와 아흔 살의 노인이 된 헤이거는 교차되며 소설을 진행시키고 현실에서 큰아들 마빈은 늙고 연로한 어머니를 더이상 모실 수 없기에 아내 도리스와 함께 어머니를 양로원에 모시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헤이거는 집과 자신의 물건에 유난한 집착을 하고 떠날 수 없음을 강경하게 버티려고 하지만 쇠약해진 몸과 마음으로 아들 내외를 거스를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하여 가출을 결심하는데...

 

사람들은 흔히 어떤 물건 하나, 사진 한장에 지난 날을 추억한다. 그 추억은 할일이 많은 젊은 시절에는 그저 즐거웠던 추억일지 모르지만 노년에 가서는 물건 하나에 담긴 의미가 단순한 추억이 아닐수도 있음을 깨달았다. 사진 한장이 가져다준 헤이거의 젊은날의 몇 년, 주전자 하나에 담긴 지난 날의 시간들.. 가지고 있는 물건들로 하여금 그 시간들을 붙잡고 싶었을까,, 이리저리 생각해도 잘은 모르겠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떠나, 내가 살아가는 지금의 시간들과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바라보게 될 무수한 과거의 편린들을 나 또한 붙잡고 싶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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