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문화
전영우 지음 / 북스힐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아무리 귀하고 소중한 것도 주변에 많이 있다 보면 그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숲이 바로 그런 경우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집에 서서 바라보면 숲은 언제든 내 눈에 들어온다. 예전부터 그 숲에서 땔감이며 먹을 것을 구하며 사는 걸 당연시하며 살아왔지만 숲의 의미를 되새겨본다든가 미래에 대한 걱정은 별로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뒤늦게 숲해설을 공부하고 관련된 책들을 읽으면서 숲이 우리 인류에게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다시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숲과 문화>는 이쪽 분야를 전공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서 그런지 술술 읽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의무감을 갖고 읽어가다 보니 숲이 인류 문화 구석구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알 수 있었다. 인류 문명의 발달은 숲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말에 백배 공감을 했고, 사람들을 위해 엄청나게 많은 숲이 희생되었다는 구절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겸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동시에 주변에 흔하디 흔한 숲의 존재가 새삼 고맙고, 무심히 걷다 나이 좀 먹은 나무를 만나면 쓰다듬어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 책은 숲을 생태적 관점이 아닌 문화와 문명론적 관점에서 새롭게 바라보고 있다. 저자는 사람들이 인식을 하든 안 하든 숲이 사람들의 정신 세계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다양한 문화와 예술 분야의 예를 들어가며 증명해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숲이 국토의 65%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결과는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숲이 인류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사람들이 숲과 어떤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왔는지, 그리고 우리나라 숲의 역사와 가치까지도 알게 되어 아주 유익했다.

이 책은 총 3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1부에서는 숲과 문명의 발달을 다루고 있다. 세계 인류 문명의 4대 발상지인 메소포타미아 문명, 인더스 문명, 나일 문명, 황하 문명의 이면에는 모두 풍부한 수자원과 더불어 숲이 있었다고 한다. 만일 숲이 없었다면, 혹은 연료나 건축재로서의 나무가 없었다면 농업 혁명도 초기 인류의 문명도 꽃을 피울 수 없었을 거라는 얘기다. 숲과 문명의 흥망을 연결시켜서 생각하다 보니 인류는 숲 덕에 먹고 살았구나 싶었다. 하지만 무차별한 숲의 파괴와 함께 찬란했던 초기 인류의 문명이 모두 사라진 점을 생각하면 우리가 앞으로 숲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분명해진다.  

2부에서는 숲과 문화 예술을 다루고 있다. 생활 풍습이나 종교가 완전히 다른 민족이라 해도 모두 나무와 숲과 관련된 문화는 가지고 있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나무를 심거나 오래된 나무나 숲을 숭배의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또한 우주나 세계를 창조하는 근원으로, 나라와 민족을 지키는 영웅으로, 가족이나 이웃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다산이나 풍요와 영생을 기원하는 대상으로 나무를 신성시했다. 결국 나무와 관련된 이런 요소들이 종교, 신화와 전설, 문학, 음악, 미술 속에 등장함으로써 인류의 다양한 문화를 형성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문학 작품, 그림이나 음악 속에 표현된 나무와 숲 이야기가 많다는 것은 그마큼 숲과 나무가 우리 생활과 밀접했다는 얘기일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하나하나 알아갈수록 숲의 고마움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3부에서는 숲과 녹색 문화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그동안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보았던 숲이 생물 다양성 보전이나 생태계 보전, 지구온난화 등 전 지구적인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 것과 숲의 공익적 가치를 깨닫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은 이야기는 숲이 있기에 인류가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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