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라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도 많고 수목원이다 자원봉사다 돌아다니다 보니 집중이 안 되어 방학하자마자 다녀온 장흥 이야기를 이제야 하고 있다. 장흥은 완도에서 한 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동네로 강진 옆에 길게 붙어 있다.  

장흥은 완도에서 가까운 데도 못 가봤고, 아무래도 올해 안에 완도를 떠날 것 같아 미루던 숙제를 하는 심정으로 다녀왔다. 남편은 작년 언제부터 정남진 토요시장 이야기를 하면서 장흥 대한 기억을 심어주려 했지만 내게 장흥은 이청준과 한승원 같은 문학인들을 키운 동네였다. 

게으른 우리 가족이 남편이 쉬는 날 9시 무렵에 집을 나선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지만 들러보고 싶은 곳이 많았기 때문에 부산을 떨어서 일찍 나섰다. 정동진은 서울에서 똑바르게 선을 그었을 때 가장 동쪽에 있는 동네다. 그렇다면 정남진은 서울에서 똑바로 선을 그었을 때 가장 남쪽 동네라는 얘기겠지.  

장흥 정남진 토요시장은 한우 때문에 유명해졌다. 토요일에 찾아가면 그 지역에서 키운 한우를 싸게 살 수 있다. 그리고 직접 골라 산 한우 고기를 주변 식당에 들고 가면 밑반찬 서비스해주는 값만 내면 고기를 먹고 올 수 있어서 식당마다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듯했다.  


네비가 알려주는 대로 달려갔더니 완도에서 토요시장까지 가는 데 한 시간 20분이 걸렸다. 탐진강(강진의 옛 이름은 탐진이다) 옆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웠더니 아이들이 바로 강으로 달려갔다. 며칠째 내린 비로 강물이 물어나 있어서 돌다리를 건너는 게 좀 위험해 보였는데 겁이 많은 딸은 아빠 손을 잡고도 무서워 덜덜덜~



하지만 우리 아들은 언제나  혼자서 쌩쌩 달려 다닌다. 무서움보다 아슬아슬한 데서 더 스릴을 느끼는 모양이다. 나중엔 물속에 들어가서 첨벙첨벙 노는 바람에 바지가 반은 젖어버렸다.


시장 입구에 떡 버티고 있는 관광안내소다. 궁금해서 안에 들어가 보았다.   

 관광안내소의 역할보다는 특산물을 판매하는 일로 바빠 보였다. 표고버섯, 약초, 도자기, 호두, 산나물 등 장흥의 특산물을 골고루 갖춰놓고 있어서 빈 손으로 나가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관광안내소 앞에는 이런 돔 모양의 무대가 마련되어 있다. 시골 장에서 노래 자랑이나 공연이 빠지면 심심하니까. 


할머니 장꾼들이 모여 앉아 점심을 드시는 모습. 시장을 한 바퀴 돌아보니 장흥 토요 시장은 외지에서 들어오는 전문 장돌뱅이들이 없었다. 직접 키운 가지나 마늘, 깻잎, 고구마순 등의 채소를 파는 순박한 동네 할머니 장꾼들이 대부분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번데기가 반갑다. 한 번도 먹어본 적은 없지만 시장에서 이런 걸 만나면 왠지 즐겁다.  


짚신을 팔고 계신 할아버지. 우리가 가서 들여다봐도 사던지 말던지 관심도 없다. 아무래도 졸고 계신 듯. 

 짚신 할아버지 뒤쪽에 있는 가게에서는 또 다른 할아버지 가 짚으로 멍석 같은 걸 만들고 계셨다. 그 모습을 보니 이미 오래전에 돌아가신 나의 할아버지가 떠오른다. 우리 할아버지도 항상 짚으로 저런 걸 만들곤 하셨는데...

짚신가게 옆에 있는 황토 염색 가게. 


시장 끄트머리다. 완도 오일장이랑 비교하면 정말 소박한 규모의 장이다. 바다가 가까운데도 해산물이 별로 없는 게 특이했다.   


시장의 뒷골목으로 가니 장흥으로 시집온 다문화 가족 처자들이 음식을 만들어 팔고 있었다. 각 나라의 전통 복장을 한 처자들과 낯선 음식 이름 때문에 꼭 외국에 여행 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이런 행사를 통해 다문화 가족을 이해하고 알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참 좋아 보였다.


먹는 걸 그냥 지나칠 우리 아이들이 아니지... 몽골만두다. 한 접시 먹어본 우리 아이들 맛있다며 한 접시 추가요~   가격은 한 접시에 무조건 2천원.


일본의 문어빵. 만드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기다리다 지쳤다.  

 이름은 잊어버린 태국 과자.   




시장을 떠나기 전에 집에 가서 구어 먹자며 정육점에 들러 등심 1킬로를 샀다. 한우가 질 좋은 삼겹살 한 근 값 정도니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시장 골목에 저런 정육점이 수십 군데다.


토요 시장 맞은편에 있는 생태 공원. 그냥 지나치려다가 장승이랑 솟대가 눈에 들어와서 차를 세웠다. 장승을 하나씩 차지하라고 했더니 남편은 돈지킴이를, 아이들은 마음에 드는 표정을 찾아서...


가지각색의 솟대가 이렇게 많이 세워져 있는 것도 처음 보아서 자꾸만 눈길이 갔다. 나중에 마당이 있는 집에 살게 되면 마당가에 한두 개 세워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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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꽃 2009-08-18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남진 물축제에 언니가 한번 다녀가라는데도 못 가고 말았네요.
덕분에 장흥 저도 구경 잘했어요.
생태공원에는 담에 가면 꼭 들러봐야겠어요.

소나무집 2009-08-20 23:42   좋아요 0 | URL
저희는 물축제 하기 전에 다녀왔어요.
아이들이 논 탐진강에서 물축제를 한다고 그래요.
다음에 기회 되면 꼭 가보세요. 싼값에 한우고기도 먹을 수 있고...

한승락 2011-10-02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잘구경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