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의 명상] 서평단 알림
식탁 위의 명상 - 내 안의 1%를 바꾼다
대안 지음 / 오래된미래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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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아이들 덕분에 대안 스님이 말하는 내 안의 1%를 바꾸는 노력을 일찍부터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작은 아이는 태어난 지 한 달 무렵, 큰 아이는 다섯 살 무렵부터  아토피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어쩔 줄 몰라 병원도 찾아가 보고 그랬지만 어린 것에게 병원에서 권하는 스테로이드 투성이인 연고를 바르고 약을 먹인다는 게 용납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가장 먼저 신경을 쓴 게 먹거리였다. 어려서부터 가공 식품을 손쉽게 식탁에 올리지도 않았고, 슈퍼에서 파는 과자를 간식으로 준 적도 거의 없다. 일일이 내 손으로 간식을 준비하는 게 번거롭기는 했지만 그 덕인지 지금은 아이들에게서 아토피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다. 우리 아이들은 지금도 여전히 햄버거나 피자보다는 감자나 고구마 같은 촌스런 간식을 더 좋아한다. 이런 모습을 보면 아이들은 엄마가 차리는 식탁에 서서히 익숙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난 엄마가 음식에 대한 생각을 바꾸면 가족의 식습관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절밥이라는 걸 먹어본 적이 있어서 대안 스님의 이 책이 더 반가웠다. 지금처럼 템플 스테이가 유행하기 전 해인사에서 출가 4박 5일이란 프로그램에 함께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원래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지 않던 난 그런대로 음식이 입에 맞았지만 당시 많은 사람들이 식사 시간마다 고통스러워했다. 오래도록 조미료와 갖은 양념과 기름진 음식에 중독된 이들에게 자연 그대로의 맛을 살린 절집 음식이 낯설었기 때문이다. 웰빙 하면 제일 먼저 음식을 떠올리는 지금에야 일부러 절집 음식을 찾아 먹지만 그때는 그랬다. 

대안 스님은 1부에서 행복한 밥상을 만나려면 음식에 대한 애착을 버리라고 불교 경전의 말씀을 인용하며 끊임없이 말한다. 하지만 나도 맛있는 음식을 만나면 배부를 때까지 먹고 싶은 욕심이 있으니 나를 비우는 명상을 좀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스님은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해서 소박한 밥상을 차릴 것을 권한다. 들미순이라는 걸 구하기 위해 서너 시간이나 산행을 했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음식의 맛은 재료를 구하는 정성에서부터 오는 것임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사실 보통 주부라면 마트 식품 코너에 줄지어 있는 수많은 가공 식품의 유혹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나도 아이들의 아토피가 나아진 요즘 편할 것 같은 마음에 사들고 왔다가 뭔지도 모를 식품첨가제를 확인하고는 선뜻 밥상에 못 올린 적이 있다. 대안 스님은 이런 가공 식품에 들어 있는 기준치 이하의 식품첨가제에 속지 말라고 경고한다. 장기간 그런 가공 식품들을 먹다 보면 우리 몸은 결국 식품첨가제에 오염되어 병들게 된다는 것이다. 

2부에는 절집에서 먹는 다양한 음식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동안 나는 사찰 음식 하면 정갈한 나물 몇 가지만 떠올리곤 했다. 하지만 대안 스님이 개발한 다양한 소스와 퓨전 음식 이야기를 읽으며 사람들의 입맛에 따라 사찰 음식도 변해간다는 걸 알았다. 마침 친정에서 보내준 감자가 한 박스 있어서 감자 옹심이를 만들어 보기도 했다. 직접 따라 해보려니 재료의 양이라든가 만드는 설명이 좀 부족한 감은 들었지만 주부 경력 12년차의 감각으로 해낼 수 있었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 것 같아 돌아오는 주말엔 감자를 이용한 피자도 만들어보려고 한다.

요즘 광우병 소고기 때문에 누구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이 책은 단지 광우병 소고기의 문제를 떠나 우리 몸과 먹거리 전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책이었다. 스님의 말씀대로 맛있는 것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적게 먹고, 자연에서 먹을거리를 찾는다면 우리의 고민이 좀 가벼워지기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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