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낱말이 좋아 I LOVE 그림책
리처드 스캐리 글.그림,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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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어렸을 때 낱말 책 몇 권을 산 적이 있다. 그런데 한글 낱말 책의 경우 대부분 어른 손바닥 크기의 보드북에 단어 몇 개 들어 있고 가격은 비쌌던 것 같다. 그리고 우리 말을 제법 익혔을 무렵 영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큰 판형의 영어 낱말 책(first words book) 몇 권을 아주 비싼 값에 사 주었다.

그때 영어가 짧은 나는 영어 낱말 책을 보며 우리 말 번역도 함께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림을 보면 대충 무엇을 말하는지는 알 수 있었지만 정확한 뜻이 궁금해서 종종 사전을 들추어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 말로 번역되어 나오는 그림 동화책도 부록으로 원문을 실어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아이들이 큰 후 한글 낱말 책은 거의 볼 일이 없어 조카들에게 물려주었다. 하지만 영어 낱말책은 지금도 가끔 꺼내 보곤 한다. 두 아이가 책을 펼쳐놓고 소꼽놀이도 하고, 이제 제법 영어책을 읽는 딸아이는 동생에게 단어의 뜻을 알려주기도 한다.

<와글와글 낱말이 좋아>는 몇 년 전 나의 불만을 깨끗이 해소시켜 준 그림책이다. 아주 큰 판형에 한글과 영어 단어를 한꺼번에 배울 수 있도록 배려했으면서 가격은 영어 낱말 그림책 한 권 값에도 못 미친다. 본문은 물론이고 표지랑 면지 할 것 없이 두루 신경을 써서 편집했기 때문에 웬만한 유아 영어 사전 역할을 할 것 같다. 이 책을 보며 배울 수 있는 단어가 모두 1000개라고 한다.

<와글와글 낱말이 좋아>는 단순하게 단어만 늘어놓은 책이 아니다. 아이들이 아침에 눈을 떠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만날 수 있는 40여 가지의 상황에 따른 단어를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알파벳 순서에 따라 억지로 꿰어맞춘 단어 공부가 아니어서 정말 좋다. 우리 아이들은 책을 펼쳐놓고 상황에 따른 놀이를 해서 엄마를 흐뭇하게 했다. 이렇게 하루 한두 상황씩만 단어를 가지고 놀다 보면 천 단어를 익히는 데 얼마나 걸릴까?

그리고 상황마다 던지는 질문 때문에 책을 꼼꼼하게 들여다보게 만든다. 예를 들면 46쪽의 경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은 참 많아요.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없는 일들도 있긴 하지요.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엔 어떤 것이 있을까요? 한번 찾아보세요."  이렇게 직접 아이들이 활동을 하도록 유도한 점도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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