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 학교에서 생긴 일 작은도서관 30
조영희 외 5인 지음, 신형건 엮음, 임수진 그림 / 푸른책들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선우야, 지우야, 학교 가야지!" 내가 아침마다 두 아이를 깨우는 소리다. 그러면 아이들은 꾸물꾸물 일어나 책꽂이에서 책을 빼 들기도 하고 화장실로 향하기도 한다. 평범하게 하루를 시작해주는 아이들이 새삼 고맙다.

작년 이맘때 이곳으로 이사를 하고 큰아이가 학교에 가는 걸 싫어했다. 아침마다 배가 아프다거나 머리가 아프다고 해서 병원에 데려가 보았지만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뒤늦게 깨달은 게 있었다. "아, 이 녀석이 학교에 가기 싫은가 보다!" 순간 오랫동안 정들었던 동네를 떠나오면서 차 안에서 펑펑 울던 딸아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이가 유난히 배가 아프다고 하던 날 나는 학교에 가지 말고 집에서 쉬라고 했다. 그렇게 3일을 학교에 가지 않은 아이는 더이상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았고, 친구와 선생님 이야기를 종알종알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러고 일 년이 지났다. 오늘도 지각하기 싫다며 제일 먼저 가방을 메고 나서는 딸아이의 모습이 듬직해서 또 고맙다.

이 책에는 아이들의 이야기 여섯 편이 들어 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마주하게 되는 시험과 친구,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 아이가 제일 학교 가기 싫은 날은 단연 시험 보는 날이다. 어째 그리 두려움이 많은지 시험 공부를 많이 했으니 쉬울 거라고 말해줘도 집에서부터 가슴이 떨린다니 원. 아마 시험에 대한 두려움은 모든 아이들의 공통점일 것이다.

아이들은 <말하는 책받침>에서처럼 공부 잘하는 친구의 답을 자신의 답안지로 옮겨 오기도 하고, <지난 밤 학교에서 생긴 일>에서처럼 시험지를 훔치러 가는 대범함을 보이기도 한다. 시험 때마다 진짜로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상상하는 일을 동화를 읽으며 대리 만족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시험 때문에 학교가 폭파되길 바라는 아이들의 소망이 살짝 애처롭다.

<단아가 울어버린 까닭>은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단아가 새로 전학 온 유진이랑 친구가 되어가는 이야기다.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있던 단아가 유진이 덕분에 함께 어울릴 수 있게 되어 기분이 좋았다. 공부 못한다고 혹은 뚱뚱하다고 스스로 위축되어 있는 아이들의 마음이 잘 표현되어 있다. <소녀, 풍선껌을 불다>.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라온 남자 친구에게 불현듯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여자 아이의 이야기에 "아니, 벌써" 하면서 웃음을 흘렸다. 그러고 보니 우리 딸도 이수처럼 첫사랑을 느낄지도 모를 4학년, 아니 소녀일세!  

<명랑 스님의 레브레터>를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엄마 없는 꼬마 스님에게 엄마처럼 잘해주던 선생님이 쓰러져 병원에 입원을 하고 선생님과 명랑 스님이 편지를 주고 받는다. 다시 학교로 돌아와 명랑 스님의 까까머리를 쓰다듬어줄 줄 알았던 선생님은 끝내 아이들 곁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이제 명랑 스님의 외로움을 누가 달래줄지 걱정된다. <땅꾼 할배 체험기>는 제일 재미있게 단숨에 읽어버렸다. 일일 교사로 학교에 온 땅꾼 할배의 전라도 사투리가 정말 구수하다.  

학교 다니는 재미를 느끼고, 슬슬 엄마보다 친구들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이는 3, 4학년 이상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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