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있는 마을 - 아름다운 책의 도시 파주 책마을을 찾아서, 페달을 밟아라 9
김청연 지음, 고정순 그림 / 파란자전거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영국의 헌책방 마을 헤이온와이에 대한 책을 읽고 우리나라에도 그런 곳이 있다면 좋을 거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한 사람이 나뿐은 아니었던 듯하다. 그러고 얼마 안 있어 우리나라에도 정말 그런 도시가 생겨났으니 말이다.

이젠 파주 하면 출판 도시가 떠오른다. 이 마을에는 대부분 책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들어와 살고 있다. 나는 파주에서 여는 책잔치에 두 번이나 다녀왔다. 야트막한 산 아래 유명 건축가들의 손을 거친 건물에는 익숙한 이름의 출판사가 하나씩 입주해 아름다운 꿈과 지식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처음 갔던 해에는 공사도 다 끝나지 않아서 불편한 점이 많았지만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정겨웠고 애정을 듬뿍 주고 싶었다.

우리집에선 책을 읽고 나면 가장 많이 하는 독후 활동이 책 만들기이다. 엄마인 내가 출판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지라 아이들과 책 만들기는 언제나 신나고 재미있는 놀이로 할 수 있었다. 처음 작가가 원고를 쓰듯 글을 쓰고, 그림 작가처럼 그림을 그리고, 인쇄하는 과정 대신 바로 제본해서 만드는 책 만들기였지만 아이들은 항상 즐거워했다. 표지를 만들고 차례나 판권, 바코드까지 꼼꼼하게 있을 건 다 있는 자기만의 책을 들고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나도 흐뭇해지곤 했다.

이 책을 만나고는 정말 반가웠다. 책을 좋아하는 엄마와 아이라면 한 번쯤 궁금해했을 책 만드는 과정과 그 책이 서점 판매대 위에 놓이기까지의 과정이 한 편의 동화 속에 다 들어 있기 때문이다. 책의 역사에서 인쇄와 제본, 책에 관한 것들이 딱 초등 저학년 아이들의 눈높이다. 책을 읽는 동안 내가 다시 편집자로 돌아가 책을 쓰고 있는 착각마저 들었다. 이런 책이라면 나도 자신 있게 쓸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에...

편집자라고 하면 흔히 교정이나 보는 줄로 아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은 일인 10역으로도 모자란다. 원고 기획에서 글작가와 그림 작가 섭외, 글쓰기, 교정, 교열, 필림 교정, 인쇄와 제본 과정 관리까지 책이 나올 때까지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예전엔 홍보 업무까지 했다. 혹여 잘못된 내용이 들어간 책이 나오기라도 하면 몇천 권의 책이 나오는 날 바로 폐휴지가 되는 아픔을 겪는 이도 바로 편집자들이다.

꼭 파주 출판 도시에 가 보라고 권하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아이들에게 책 만드는 과정을 보여줄 수도 있고, 책 만드는 아름다운 사람들도 만나기도 하고, 책향기를 실컷 맡을 수 있는 기회도 될 테니까 말이다. 혹시 아이들이 자라 멋진 책을 만드는 사람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지 않은가!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7-09-09 2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ony 2007-09-10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일을 하시던 분이군요. 지금은 아이들과 멋진 일을 하고 계시고^^

소나무집 2007-09-13 09:24   좋아요 0 | URL
저는 정말 책 만드는 일을 좋아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