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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수업 -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법륜 지음, 유근택 그림 / 휴(休)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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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절절 옳은 얘기만 듣고 있을 때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다가도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불쑥 "그래, 나 못났다. 어쩌라고?"하면서 대들고 싶은 마음이 생기곤 합니다.  일종의 투정이자 어리광입니다.  청개구리 영신이 붙은 까닭일까요?  아니면 나보다 잘난 사람에 대한 질투일까요?  아무튼 저는 그렇습니다.  법륜스님의 또 다른 작품《스님의 주례사》를 읽었던 것이 아마도 2010년의 딱 이맘때쯤이었을 것입니다.  그 이후로 스님의 글을 읽은 적은 없었습니다.  작정하고 그렇게 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저의 관심이 다른 데 있었겠지요.

 

『인생수업』이라는 신간이 나왔을 때 저는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인생수업>을  떠올렸습니다.  예전에 나왔던 책이 재출간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법륜스님이 쓴 전혀 다른 책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저서는 이미 다 읽어보았고, 언젠가 기회가 되면 한 번 더 읽어야지, 생각해 왔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법륜스님과 다시 만났습니다.  서두가 너무 길었죠?

 

이 책 『인생수업』에서 받았던 전체적인 느낌은 스님이 쓴 예전의 책 <스님의 주례사>나 <엄마 수업>에 비해 폭이 넓어지고, 전하려는 뜻도 깊어졌다는 것이었습니다(사실 <엄마수업>은 읽지는 못했고 그저 주워들었던 것입니다).  그 전의 책들은 한 가지 주제를 두고 썼었지만 이 책은 인생 전반에 대한 스님의 생각을 자유롭게 펼쳐놓았기 때문일 거라고 추측해 봅니다.  그런 까닭에 저는 아주 평범해 보이는 말에도 주의를 기울이며 한 문장 한 문장을 꼼꼼히 읽었습니다.  제 우둔한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문장도 많았거든요.

 

책은 총6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 : 지금, 당신은 행복합니까?  2장 : 생로병사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법  3장 : 사흘 슬퍼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4장: 아픈 인연의 매듭을 풀다  5장 : 인생 후반전, 즐겁고 행복하게 일하는 법  6장 :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가 그것입니다.  제목만 읽어도 감이 오지요?  네, 그렇습니다.  아직은 이승을 떠나지 않은 모든 중생들이 현생에서 두려움없이 잘 살 수 있는 방법들을 스님은 나름대로 정리하여 우리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듯합니다.

 

"이제 내 중심을 잡고 인생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금까지 삶의 우선순위였던 재물, 출세, 명예, 건강, 등에 대한 욕구를 뒤로 돌려야 합니다.  이 욕구들이 앞을 가로막고 있어서, 그것을 해결하기 급급해서 정작 중요한 것이 보이지 않았던 겁니다.  그 욕망들을 내려놓아야 그 순간 눈이 열리고, 어떻게 해야 행복해지는지 비로소 인생의 길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p.12 "프롤로그"중에서)

 

그러나 사바세계의 중생들은 어디 그렇습니까?  머리로는 알아도 하나하나 경험해보지 못하면 가슴으로는 느껴지지 않으니 말입니다.  스님 보시기에 얼마나 가슴 답답한 일이겠습니까?  그러니 전하실 말씀도 자연 많아지셨겠지요.  비록 장(章)을 나누어 소주제를 따로 정하였지만 때로는 뒤섞일 수밖에 없었을 듯합니다.  우리네 중생들의 전 생애에서 고민을 안고 가지 않는 시기가 과연 존재할까요?  크게는 생로병사의 문제에서부터 결혼과 자녀 양육의 문제, 소소하게는 이웃의 가정사에 이르기까지 없던 고민도 만들어서 하는 듯합니다.  하여, 인생의 절반쯤 지나고 나면 고민이 없으면 오히려 불안해지기도 합니다(제가 그렇습니다).  어쩌면 현대인은 고민을 사서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젠가는 이런 속담도 혹 생겨나지 않을까요?  "살아서 하는 고민은 사서도 한다."

 

이 책은 사실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스님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이겠으나 범위를 조금 좁힌다면 인생의 후반부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가 아닐까 합니다.  나이듦에 대하여, 죽음과 상실의 고통에 대하여, 재물과 건강에 대하여 그동안 익숙했던 젊은 시절의 생각과는 분명 달라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는 그닥 자신이 없습니다.  어쩌다 허방을 짚고 된통 당하고 나면 그때서야 뒤늦게 스님의 말씀이 떠오를지는 모르겠습니다.

 

"나이가 들면 자꾸 일을 벌이고 계획을 세워서 무언가를 하려고 할 게 아니라 정리를 해나가야 합니다.  인생을 포기한다는 게 아니고 열매를 맺는 과정이기 때문에, 잔가지들을 정리하면서 잘 마무리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한 나이 들어감을 한탄하거나, 나이를 인정하지 않고 젊어지려고 애쓰는 게 아니라, '단풍처럼 물들어가는 나'를 차분하게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욕심을 하나하나 내려놓을 수 있게 됩니다."    (p.227~228)

 

어제는 비가 내렸고 밤새 바람이 강하게 불었습니다.  그러나 비가 개인 오늘의 아침 하늘은 더없이 맑았습니다.  바람은 여전히 그칠 기미가 없어 보이고 날씨도 제법 쌀쌀하지만 어제와는 분명 달라진 하루였죠.  우리는 그렇게 변화 많고 변덕이 심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 듯합니다.  단 하루도 어제와 똑 같은 날은 없습니다.  마음도 그렇지 않겠습니까?  어제는 비가 내리고 우울했는데 오늘은 맑고 드높은 하늘을 보고 밝아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 다양한 모습을 그냥 '인생'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우리의 고민도 한결 가벼워질 듯합니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책 <인생수업>에 나오는 제가 좋아하는 말을 옮기면서 리뷰를 마무리할까 합니다.  "당신은 삶을 위하여 얼마나 시간을 할애하는가?   하루에 몇 시간씩 일하고, 얼마를 벌고, 어떤 야망을 이루고 있는가를 묻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그 모든 일을 한다 하더라도, 삶은 언제까지나 저쪽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당신의 인생 시계는 몇 시인가?"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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