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얼마전에 나는 <나이듦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한 편의 페이퍼를 썼었다. 자본주의가 보편화된 현대 세계에서 늙는다는 것, 또는 나이든다는 것은 잊혀지고 감추어져야 하는 것이라고 여겨질지도 모른다. 그런 까닭에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도 세월에 따라 늙어간다는 사실을 정면으로 마주하려 들지 않는다. 아직은 젊다고 자신할지라도 '곧', 정말로 '곧' 나이가 들고 신체의 변화를 감지하는 날이 오고야 만다. 그때 일은 그때 생각하면 된다고? 다들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그 '느닷없음'에 당신도 나도 허망하게 무너질지도 모른다.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말이다.
불행하게도 나는 아빠라고 불러본 기억이 없다. 가족 모두에게 모질게 굴었던 당신의 탓이기도 하지만 내가 성인이 된 후에도 나의 아버지와 가슴을 열고 대화할 기회는 끝내 찾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는 동안 나의 아버지는 일찍 찾아온 치매로 이제는 가족들과 화해할 수 있는 기회마저 영원히 닫아버렸다. 엄정한 세월을 이길 수는 없지만 우리는 자신의 마음을 바꿀 수는 있다. 늦지 않았다면 말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 책을 읽었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떠나서 헨리 데이비드 소로에 대해 조금쯤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를 흠모하고 그리워할 것이다. 나도 그렇다. 나는 그를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다. 비록 니는 그와 마주한 적도, 그의 책을 여러 번 읽은 적도 없지만 단 한 번 읽었던 그의 책은 너무도 강렬하게 내 가슴에 남았다. 어린 시절을 소로와 함께 보냈다는 저자는 분명 행복한 사람일 듯하다.
오늘처럼 바람이 좋았던 날에는 한 뼘 시인의 글이 그리워진다. 엷게 흐려지는 여름의 색깔들과 먼 시선으로 바라보던 하늘. 무엇을 배우겠다는 의무감을 턱 하니 내려 놓고 편하게 읽을 책이 필요하다. 이 가을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