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 경제학
도모노 노리오 지음, 이명희 옮김 / 지형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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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은 오프라인 독서모임에 참여한 후 첫 번째로 읽은 것이다.
 
’행동경제학’이라는 용어를 처음 접했을 때는 무척이나 낯설었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행동경제학’의 정의는, "인간이 실제로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하는지, 그 결과로 어떠한 사회 현상이 발생하는지 고찰하는 학문"이다.
이는 경제학 분야의 주류인 고전경제학의 대전제인 ’호모이코노미쿠스(Homo-economicus)를 부정하면서 시작한다.
’호모이코노미쿠스’는 극히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며 오로지 사익만을 추구하는 인간의 특성을 말한다.
여기서 ’합리성’이란 자신의 기호가 명확하고 모순이 없으며, 항상 변하지 않고 그 기호를 토대로 자신의 효용이 가장 커질 수 있는 선택대안만을 선택한다는 성질을 의미한다.
 
이 고전경제학의 전제와 방법론은 18세기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통해  ’경제학’과 ’고전이론’을 창시한 이래,
인구폭발과 지구멸망의 예언자 맬서스의 <인구론>, 자유무역론의 창시자 데이비드 리카아도의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
공리주의자 존 스튜어트 밀의 <정치경제원론>과 한계적 시야를 일깨운 알프레드 마셜의 <경제원론>,
제도학파를 이끈 베블런과 갤브레이스의 <유한계급론>과 <경제학과 공공목적>,
정부개입과 재정정책의 선구자이자 풍류도락가 케인스의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
통화주의자이자 자유시장주의자인 밀턴 프리드먼의 <자본주의와 자유>와 <선택의 자유>,
공공선택학파 제임스 뷰캐넌의 <동의의 계산법>과 합리적 기대이론가이자 자유시장주의자 로버트 루카스의 <합리적 기대와 계량경제학의 실제> 등을 통해 21세기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고전경제학은 학문분야 뿐 아니라 서구세계의 정치계와 재계까지 장악하여 오늘날의 전지구적인 경제체제를 형성한 것이다.
또한, 1990년대 초반 소련과 동구권이 무너지면서 50년 넘게 경쟁하던 사회주의 경제학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면서 더 이상 지구상에 고전경제학의 지위를 넘볼 수 있는 경제사상은 없게 되었다. 
 
하지만, 300년 가까이 인류의 경제사상을 장악한 고전경제학의 근본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고전경제학은 새로운 도전자나 경제사상이 아니라 스스로에 의하여 무너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연하게도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거두가 무너진 지 10년이 채 되지 않아 자유시장, 수요와 공급, 통화주의, 정부개입, 국제무역의 무한질주는 급기야 아시아와 남미 등에서 경제체제를 무너뜨렸으며,
2007~2008년에는 고전경제학의 최첨단 주자인 미국경제가 뿌리째부터 흔들린 이후 현재까지 국제경제의 불안정성과 회복이 불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행동경제학’은 이러한 위기를의 근원적인 전제인 ’호모이코노미쿠스’를 부정한다.
저자는 ’행동경제학’의 창시자로 불리우는 허버트 사이먼,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심리학자 다니엘 커너먼, 트버스키 교수 등의 최신이론을 소개하면서 고전경제학을 공격한다.
먼저, 저자는 인간의 ’합리성’이 결코 완전하지 않다는, 인간은 태생적, 통계적으로 비합리적이라는 사실을 여러가지 실험 결과를 통해 보여준다.
그 실험들은 ’몬티 홀 딜레마’, ’감염 확률 테스트’, ’4장의 카드문제’, ’미인 투표 게임’, ’최종 제안 게임’, ’지네게임’, ’죄수의 딜레마’ 등으로 독자들 스스로가 자신에 대해, 주변에 대해 테스트를 하면서 보통의 인간이 ’합리적이지 않음’을 깨닫도록 해준다.
임의적으로 규정하는 인간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실제적인 실험을 통하여 결과가 나타나는 심리학 이론을 경제학의 전제와 방법론에 적용하여 새로운 경제학 즉, ’실제 인간의 행동’을 근거로 하는 경제학을 논의하려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의 이론 전제에는 익숙하지 않은 심리학, 경제학 용어들이 많이 등장하여 책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안겨준다.
행동경제학자들은 ’프로스펙트 이론’, ’휴리스틱(huristic)’, ’바이어스(Bias)’, ’이중 프로세스 이론’, ’앨즈버그 패러독스’, ’손실 회피성’, ’프레이밍 효과’, ’화폐 착각’, ’멘털 어카운팅(mental accounting)’, ’매몰원가 효과’, ’사회적 선호’ 등 수 많은 개념과 이론, 실험과 결과들을 통해 ’행동경제학’의 기본구조와 전제를 마련하고자 한다.
’행동경제학’에는 심리학과 경제학 일반론 뿐 아니라 진화생물학, 사회심리학, 생태학, 뇌과학까지 적용하는 종합학문이라고 불릴 정도로 종합적이다.
이 책의 목차만 살펴보아도 얼마나 많은 개념과 실험이 동원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제1장 경제학과 심리학의 만남―행동경제학의 탄생
경제적 인간·신과 같은 인물 |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 합리적이며 이기적인 경제인 | 경제적 인간의 조건 | 경제적 인간 가설에 대한 옹호론 | 행동경제학이란? | 경제학과 심리학은 하나였다 | 재주꾼 허버트 사이먼 | 인지심리학의 탄생 | 행동경제학의 성립 | 실험경제학과의 차이 | 제2단계의 행동경제학
제2장 인간은 제한된 합리성으로 행동한다―합리적 결정의 어려움
몬티 홀(Monty Hall) 딜레마 | 확률 이해의 어려움 | 사람은 베이스 룰에 따를까? | 논리적 추론 | 미인투표 게임 | 최종제안 게임 | 게임 이론과 합리성 | 죄수의 딜레마 | 사람은 합리적인가? | 인간의 대단한 능력
제3장 휴리스틱과 바이어스―‘직감’의 기능
휴리스틱(heuristic)이란 무엇인가 | 이용가능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 | 이미지화 용이성(Ease of Imaginablilty) | 사후판단 편향(Hindsight bias) | 대표성 함정(representativeness heuritics) | 도박사의 오류(Gambler? Fallacy) | 평균으로의 회귀(Regression to the Mean, Regression Effect) | 기저율을 무시한 믿음(Neglect of base Rate) | 기준점 효과와 조정(Anchoring and Adjustment) | 전문가도 유혹당한다 | 신속하고 간결한 휴리스틱 | 공중 플라이볼을 위한 휴리스틱 | 2개의 정보처리 프로세스 | 직감이 힘이 된다 | 린다 문제 | 여러 가지 휴리스틱 | 로봇 프레임 문제 | 인간도 프레임 문제로 고뇌한다
제4장 프로스펙트 이론(1) 이론―리스크 상황 하에서의 판단
변화의 감각 | 가치함수 | 준거점(reference point) 의존성 | 민감도(敏感度) 체감성(遞減性) | 리스크에 대한 태도 | 손실회피성 | 가치함수의 수치 예 | 확률가중함수 | 확률가중함수의 예시 | 확실성 효과 | 리스크 성향의 4가지 패턴 | 편집 프로세스와 결합 프로세스 | 엘즈버그(Ellsberg) 패러독스
제5장 프로스펙트 이론(2) 응용―‘소유하고 있는 물건’에 구속됨
준거점 의존성·손실회피성과 무차별곡선 | 보유효과와 현상유지 바이어스 | 수취와 지불의 차 | 시장에서의 보유효과 | 현상유지 바이어스 | 공정(公正)을 둘러싸고 | 공정성이란 무엇인가 | 분배의 공정성(公正性)
제6장 프레이밍(framing) 효과와 선호의 성향―선호는 변하기 십상이다
프레이밍 효과란 | 정책과 프레이밍 효과 | 초깃값 효과 | 화폐착각 | 심적 회계(mental accounting) | 매몰원가(sunk cost) 효과 | 쓸데없는 짓을 하지 말라 | 선호는 상황에 따라 변한다 | 중간대안(compromising alternative)이 선택된다 | 이유 있는 선택 | 스토리가 있으면 선택된다 | 선택대안은 많을수록 좋을까? | 만족화와 최대화 인간
제7장 근시안적인 마음―시간선호
다른 시점 간의 선택 | 이자율과 할인율 | 왜 미래의 이익을 할인할까? | 지수형(指數型) 할인 | 쌍곡형 할인 | 2가지 형식의 할인 | 할인율은 측정 가능한가? | 마이너스 할인율 | ‘점점 좋아짐’을 선호한다 | 유사성에 의한 선택과 할인 | 시간에 관한 프레이밍 효과 | 역전되는 선호 | 시간해석이론 | 시간해석의 원인 | 희망과 실현가능성 ...
 
’행동경제학’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한다.
’행동경제학’이 주류의 공격과 편향을 벗어나 진정으로 인간의 본성과 행태를 밑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경제학을 탄생하여 21세기 인류의 행복증진에 이바지 할지, 아니면 고전경제학의 부족한 부분을 보강하면서 주류경제학에 편입되어 ’황금만능주의’에 기여할 지는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아무래도 노벨상위원회가 ’행동경제학’의 창시자에게 경제학상을 수여한 것이 전자보다 후자의 가능성이 더 크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들도록 한다.
 
그래도 이 책을 참 재미있게 읽었다.
고등학교와 대학 시절에 간략하게 공부한 바 있던 ’개념과 허구적인 이론만 있는 딱딱한 경제학’이 아니라 실제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분석,적용하여 새롭게 경제이론을 만들어 보고자 하는 시도가 신선한 흥미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책 속에 담겨있는 각종 실험들을 나 스스로 적용해본 결과와 나중에 주변 사람들에게 적용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에 대한 생각은 흥미를 넘어서는 무언가를 가져다 주기도 한다.
행동경제학자들이 새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것이 기대될 정도로...
 
조금 아쉬운 것은 대부분의 실험과 테스트가 학생들과 연구원들에게 한정되어 있고 서구문화의 사람들에게만 적용되어 서구문화와 전혀 다른 태생의 동양문화권의 사람들은 어떤 실험결과가 나타나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
작년에 읽었던 <생각의 지도>에서 동양과 서양사람들의 사고와 판단에 적지않은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기 때문이다.
  

[ 2010년 11월 0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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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노무현!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기자와 나눈 3일간 심층 대화
오연호 지음 / 오마이뉴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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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늦게 혼자 봉하마을에 다녀왔다. 서거 2주기이기도 했고 지난 달 초에 이 책을 읽었기 때문이었다. 돌아가시기 전부터 마음 한 구석에 늘 읽고 싶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번에 읽었다. 다시금 가신 님의 생각과 마음을 이해하고 싶었고 그 분의 존재와 역할이 상징했던 의미를 알고 싶었다.
 
이 책은 오연호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 www.ohmynews.com] 대표기자가 2007년 가을 청와대에서 퇴임을 앞둔 노무현 대통령을 3일간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봉하마을에 내려간 이후 언론과의 심층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2007년 가을 오연호 대표기자와 〈인물연구 노무현〉을 위한 3일간의 인터뷰 이후 한두 텔레비전 다큐프로그램에 등장하였고 일부 정치학자들과의 대담이 있었지만, 언론과의 본격 인터뷰는 없었다. 이 책에 담겨있는 그 당시의 인터뷰는 정치인 노무현이 언론과 가진 마지막 심층 인터뷰였던 것이다.(그래서 이 책은 2009년 노 전대통령 서거 이후 대폭적인 판매부수를 기록했다. 물론, 출판사는 이 책의 수익금 중 일부를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사업과 관련한 뜻있는 사업에 쓰여질 예정이라고 밝힌다.)
 
봉하마을에 세워져 있는 ‘작은 비석’에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왜 그 문장이 선정되었을까? 이 책 속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특히, 노무현이라는 이름에 애증(愛憎)을 가지고 있던 이들이, 노무현에게 빚을 졌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 오연호 기자는 누구인가? ----------------
인터넷 신문 [오마이 뉴스] 대표 기자. 연세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리젠트 대학에서 언론학 석사학위,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8년부터 [월간 말]에서 심층취재 전문기자로 활동해온 그는 2000년 2월 ‘모든 시민은 기자다’를 모토로 [오마이뉴스]를 창간, 시민 참여 저널리즘을 선도해왔다. 6만여 명의 시민기자가 참여하고 있는 [오마이뉴스]는 세계 언론계에 주목을 받았고, 그는 하버드 대학교, 스탠퍼드 대학교, 세계경제포럼, 세계신문협회의 초청을 받아 연설했다. 2006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경영대학원 와튼 스쿨이 주는 경영혁신상을 수상했고, 2007년 미국 미주리 대학교 저널리즘 스쿨이 뛰어난 언론인에게 주는 ‘미주리
메달’을 받았다.  -----------------------------------------------

1장. [바보를 보내다]에서는 자신을 너무도 사랑했고 그만큼 세상에 분노했던 노 전대통령이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 누가 그를 죽음에 이르게 했는지, 그리고 죽어서 사람들에게 무엇을 남겼는지를 분석한다.

저자는 노 전대통령을 자살로 내몬 것은 검찰 수사이지만, 그 배경에는 당시 정치권력을 갖고 있는 자와 정치권력을 내려놓고 시민권력 속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자의 한판 싸움이 존재했다고 분석한다. 그리고 그 연장선 상에서 장례기간 내내 시민분향소와 서울과장을 경찰차벽으로 둘러싼 것으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2장. [노무현의 왜?]에서는 노 전대통령의 당선시킨 수많은 지지자들에게 애증을 갖게 했던 여러가지 계기들에 대해 노 전대통령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담고 있다.

노 전대통령은 재임시 한나라당에 제시한 '대연정' 제안이 자신의 오래된 한국정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정치철학에서 비롯된 것이었음을 밝힌다. 하지만, 그 과정이 스스로의 '자만'이었음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대통령 취임 때부터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자신은 "청와대에서 걸어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했고 임기 말까지 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자인한다.

3장. [바보가 쓴 정치학 교과서]에서는 정치학자 노무현과 대통령학자 노무현이 들려주는 정치학 강의라 할 수 있다. 자신이 왜 정치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왜 대통령이 되고자 했는지, 왜 보수언론과 싸웠는지, 그리고 정치인이 갖춰야 할 기본과 원칙에 대해 이야기한다.

노 전대통령은 정치인이 되고자 한 이유는 노동자, 서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기 위함이었고 대통령에 나선 이유는 김영상-이인제로 이어지는 기회주의와 부정의를 묵과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즉, 그는 '정의가 패배하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조중동 보수언론과의 싸움도 그 연장 선이었다. 그리고 그는 북한 핵문제에 대한 해법과 처리과정, 이라크 파병, 한미 FTA에 대한 자신의 의사결정 배경을 밝힌다.

4장. [진보의 미래]에서는 사상가 노무현, 민주주의 연구가 노무현을 말한다. 역사란 무엇인가, 권력이란 무엇인가,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시민은 누구인가, 민심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노 전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과 자신의 당선이 '당연'하다기 보다 '기적'에 가까웠음을 지적하며 한국의 정치사회 현실에서는 올바른 정의와 민주주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시민권력'이 바로 세워져야 함을 역설한다. 자신이 퇴임 후에 시작하고 지속한 일들의 중심이 '시민권력'을 세우는 것이었으며, 시민들에게 '권력은 위임하되 지배는 거부하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자신의 대통령 당선이 '기적'이었다고 평가한 노 전대통령의 판단은 옳을 것이다. 그것은 노 전대통령의 집권 과정과 죽음에 이르는 과정, 그리고 이명박 정권의 집권 기간 내내 뼈저리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노 전대통령의 당선이 제대로 준비된 역량에 근거하지 않았기에 집권 과정 내내 순조롭지 못했다. 그런 과정이 현재 한국의 정치구조와 정치현실의 본질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그것에 대한 대안이 '시민권력'일까? 노 전대통령이 서거했기 때문에 본인이 제시한 '시민권력'의 구체적인 모습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한국의 헌법과 민주주의, 대통령제, 의회정치, 3권분립을 전면적으로 부정하지 않는 이상 그 체제 내에서 작동하지 않는 어떠한 '권력'도 제대로 시민들의 힘을 끌어들이고 역동적으로 반영하도록 할 수 있을지 쉽게 답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다.

<유러피안 드림>을 깊숙하게 읽고 북유럽 정치구조를 면밀하게 고찰한 노 전대통령이 정당체제와 의회민주주의에서 대안을 찾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분의 분신이라 일컫는 유시민, 한명숙, 이해찬, 김두관, 이광재, 안희정씨는 왜 현 정치체제 내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까??

계속되는 고민이다...

[ 2011년 6월 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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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 로마사이야기 동서문화사 월드북 11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고산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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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15권을 모두 읽은 후, 다른 사람의 관점을 읽어보기도 싶었고 그 유명한 마키아벨리가 썼다는 것에 호기심이 동하여 이 책을 선택하였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와 <군주론>를 읽지 않았다면 마키아벨리의 <로마사이야기(로마사론)>을 읽기가 무척이나 어려웠을 것이다.
물론, 시오노 나나미와 마키아벨리의 로마사에 대한 저술은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
시오노 나나미가 <로마인 이야기>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한 마디로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마키아벨리의 <로마사 이야기>는 그렇게 요약할 수 있는 책이 아니다.
시오노 나나미가 상당한 역사서와 관련 자료, 현장 탐방 등을 토대로 나름 객관적인 로마사를 위주로 책을 썼다면, 마키아벨리는 로마사 중 자신이 선호하고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만 발췌하여 이용했다.
그만큼 로마시대에 대한 실질적인 연구가 부족해 보이고 책을 발간한 의도와 목적에 너무 치우쳐서 그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찌보면 마키아벨리의 <로마사이야기>라는 제목 자체가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마키아벨리가 발간한 책은 대부분 이탈리아 지역의 군주나 교황에게 바치기 위하여 준비했기 때문에 이 책의 제목도 <로마사이야기>이기는 하나, 실제 마키아벨리가 다루고 있는 것은 로마와 더불어 중세 이탈리아, 그리고 투르크 제국까지를 포함할만큼 방대하다.
그리고 마키아벨리의 <로마사이야기>는 3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번역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제1권(역사의 가치)에 60장, 제2권(국가의 조건)에 33장, 제3권(전쟁론과 민중의 힘?)에 49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은 두 세쪽에 불과하다.
 
마키아벨리가 작성한 책의 서문은 "차노비 부온델몬티와 코시모 루첼라이에게 올리는 글"로 되어있다.
마키아벨리는 스스로 자신하는 능력에 비해 그의 고국 피렌체나 교황 등의 신하로 중용되지 못하였고 심지어 군주정에 대한 반란음모에 가담한 혐의로 체포, 고문당한 후 추방되기도 했다.
그런 그의 전체적인 생애의 흐름이 그로 하여금 심혈을 기울여 이 책 <로마사이야기>를 비롯하여 <군주론>, <정략론>, <피렌체사> 등을 준비하여 당시 군주와 권력자들에게 헌정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역으로 그가 자신의 기대와 뜻대로 여러 군주와 권력자들에게 중용되었다면 후세의 전제정치의 교본이 될 그의 다수 저작들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고...)
 
<군주론>에서도 조금 느낀 바 있는데, 마키아벨리는 이 책에서도 ’공화정’에 대해 상당히 선호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책 속에서 마키아벨리는 로마 공화정의 시스템과 집정관, 장군들, 로마시민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에 대해 무한한 신뢰와 찬사를 보낸다.
중세 이탈리아 시대의 사회체계도 ’공화정으로 했으면’하는 마키아벨리의 바람이 느껴질 정도다.
그럼에도 이 책 <로마사 이야기>과 더불어 <군주론>은 중세 이후 서구사회에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전제정치의 교본이 되었다.
마키아벨리는 <로마사 이야기>와 <군주론>에서 공화정을 동경하고 있음에도 현실적인 정치를 이야기한다. 그에 따라 ’통치론’, ’능력과 운명’, ’책략과 음모’, ’전쟁과 외교’, ’형벌과 자비’, ’자유와 폭압’, ’군주와 민중’ 등에 대한 고대 로마, 그리스, 중세 이탈리아, 프랑스와 독일, 투르크 제국의 다양한 사례를 인용하여 ’군주 정치’의 방식을 제시한다.

 - 체사레 보르자 -
 
마키아벨리의 장점은 ’도덕’이나 ’양심’에 구속받지 않고 체제를 유지하고 전쟁에서 이기고 정치에서 승리하고 원활한 ’공화제’와 ’군주제’를 위한 수단과 방법을 있는 그대로 제시한 것이다.
단점은, 마키아벨리가 상당한 분량을 저술했음에도 번역본을 읽어본 나로서는 책의 구성이나 짜임새가 별로라고 밖에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142개에 달하는 각 챕터는 각 시대별 몇 가지 사례를 인용한 후, 그 사례를 통해 마키아벨리 자신이 의도했던 개념과 주장을 펼치고 있다.
겉으로는 각각의 개념과 주장이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어 무궁무진해 보이지만 실제 각 챕터가 책 전반에 대해 치밀한 분석이나 평가도 없고 일관된 흐름이나 주장도 보이지 않는다.
어찌보면 ’자의적인 해석’의 연속이라고 할 수도 있어 보인다.
 
약간 의외였던 것이 있는데,
그 하나는 군주의 통치론을 논하면서도 로마시대에 이탈리아의 통일을 이룩했고 강력한 군대와 로마제정의 시스템을 구축한, 그리하여 진정한 군주통치를 가져왔다고 후세에 평가받는 카이사르와 옥타비아누스(아우구스투스)에 대해서는 별로 사례를 인용하지도 않았고 그냥 ’공화정을 무너뜨린 독재자’라고 단정짓고 있다는 것이고
(실제 마키아벨리는 중세의 프랑스, 독일, 스위스, 투르크제국의 전제정치에 대해 찬사를 보낸다.)
두 번째는 마키아벨리 자신이 ’시민’과 ’민중’, ’대중’이라는 개념에 혼란을 일으켜 그 대상이 원로원인지, 시민권자인지, 평민인지 분명치 않다는 것이다.


 
과거의 역사적 사실과 저서가 후대의 결정과 결과에 책임이 있을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마키아벨리로부터 비롯된 ’마키아벨리즘’을 중세 이후 권력자와 정치가, 독재자들이 이용했다고 하여 마키아벨리를 비난할 수 없다는 것에 동의한다.
(앤터리 패럴, " 만일 마키아벨리즘에 비판과 의문이 제기된다면, 인간과 근대성 자체에 대한 의심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한가지만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를 공격한다 해도 근대성의 문제로부터 이 세계를 구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책과 <군주론>이 불편한 것은 어쩔 수가 없다.
 
 - 니콜로 마키아벨리 -

* 마키아벨리 어록

- 군주의 지배에 길들여진 민중은 자유를 얻어도 이를 유지하기 어렵다.(p.136)
- 부패한 민중은 자유를 얻더라도 자유를 지켜내기 어렵다. (p.141)
- 군대를 가지지 못한 군주 또는 공화국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p.154)
- 새로운 군주는 모든 것을 새롭게 조직해야 한다. (p.165)
- 로마의 장군은 과오를 범해도 과도하게 처벌받지 않았다. (p.179)
- 공화국이나 군주는 민중에게 은혜를 베푸는 일을 지체해서는 안된다. (p.182)
- 인품의 격렬한 변화는 경솔하고 무익한 행동이 되기 쉽다. (p.216)

- 인간이란 얼마나 쉽게 타락할 수 있는 존재인가. (p.217)
- 리더가 없는 대중은 힘이 없다. (p.219)
- 인간의 야심은 자신을 보호하려는 데에서 원수를 굴복시키는 데로 움직인다. (p.224)
- 인간이란 일반적인 경우는 잘 속지만 구체적인 경우는 잘 속지 않는다. (p.226)
- 어떤 관직이라도 국가의 통치업무를 정지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가져서는 안된다.(p.234)

- 민중은 커다란 희망과 과감한 약속에 쉽게 움직인다. (p.241)
- 민중은 뭉치면 대담무쌍하지만 흩어지면 약하다. (p.255)
- 로마인은 외국인을 받아들이고 명예를 주었기 때문에 강한 도시가 되었다. (p.293)
- 돈은 전쟁의 원동력이 아니다.(p.316)
- 경멸과 모욕을 일삼는 자는 오로지 증오를 초래할 뿐이다. (p.394)
- 군주가 손해에 대해 복수하지 않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p.401)
- 다수의 적과 싸우는 자는 처음의 일격을 견디기만 하면 아무리 열세라도 능히 승리한다. (p.485)

- 군대는 단 한 명의 장군을 따라야 한다. 많은 사람의 지시는 위험하다. (p.501)
- 한 번 위해를 가한 사람에게 직책을 주거나 중요한 정무를 맡겨서는 안된다. (p.508)
- 민중의 잘못은 군주에 의해 초래된다. (p.546)
- 한 시민이 공화국에서 자신의 권위로 무엇인가 선한 일을 하고 싶으면, 먼저 질투를 일으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p.548)
- 전투에서 이기게 하려면 군대와 장군에 대해 확신을 갖도록 해야 한다. (p.560)
- 전쟁에서 속임수를 쓰는 것은 명성을 얻을 가치가 있다. (p.583)
- 치욕스럽게든 명예롭게든 조국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p.585)

- 강요된 약속을 지켜서는 안된다. (p.587)
- 같은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은 비슷한 기질을 가지고 있다. (p.589)
- 자기가 태어난 도시를 사랑하는 자는 조국애로 사사로운 원한을 잊어야 한다. (p.598)
- 적이 빤히 보이는 엉뚱한 짓을 저지르면 반드시 무슨 계략이 있는 것이라고 의심을 하라. (p.598)
- 공화국이 자유를 유지하고 싶으면, 언제나 매일 무엇인가 새로운 방책을 세워야 한다. (p.600) 

번역 자체의 실력이나, 책 소개, 편집 등 출판사가 너무 형편없어 보인다. 책을 발간한 지 오랜 역사가 있음에도 시대에 너무 뛰떨어진다는 느낌이다.  

[ 2010년 11월 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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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탄생 - 윌리엄 캘빈이 들려주는 인간 지능의 진화사 사이언스 마스터스 12
윌리엄 H.캘빈 지음, 윤소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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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와 동물을 나누는 결정적인 차이는 무엇일까?
동물에게도 ’의식’이나 ’지능’이 있을까?
지능지수로 인간과 동물을 구별할 수 있을까?
스위스의 동물학자 포르트만 교수가 동물의 다양한 기능이나 생리적 과정을 주관하는 뇌의 각 부분을 연구한 결과, 동물의 ’지능’표를 작성했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이 215, 돌고래가 190, 코끼리 150, 원숭이 63, 얼룩말 42, 기린 38, 여우 28, 가장 꼴찌는 하마...
인류와 진화적 발생계통이 같은(선조가 같은) 원숭이가 4위라 하니 조금 생뚱한 결과이고 과연 어떤 기준으로 점수를 매겼는지 궁금한 대목이다.




 
이 책은 < 섹스의 진화 >, <원소의 왕국>, < 마지막 3분 >, <인류의 기원>, <세포의 반란>, <휴먼 브레인>, <에덴의 강>, <자연의 패턴>, <마음의 진화>, <실험실 지구>, <여섯 개의 수>에 이어 ’사이언스 마스터스 시리즈’의 열 두번째 책으로, ’의식&지능의 기원과 진화’를 소재로 삼고 있다.
  
저자는 생리학, 생물물리학, 진화생물학, 심리학, 정신병학 등을 두루 연구하면서 인간의 어떤 면이 동물과 인간을 구별하는지, 통상 인간과 동물의 결정적인 차이라고 보이는 인간의 ’생각(의식)’이 어떻게 탄생하고 진화했는지를 독자들에게 애기해주려고 한다.
그는 한마디로 의식의 구조와 뇌의 물리적 작용에 따른 지식의 상호 작용 그리고 인간 의식의 독창적 단계와 이러한 사고 구조가 200만 년 빙하기를 통한 진화의 산물이라는 주장으로 인간의 지능과 생각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그는 전문 분야의 핵심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해석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실제 다양한 학문분야가 담겨있는 이 책의 설명은 이해하기가 무지 어렵다.
 
책은 생각과 지능이 무엇이며, 어떻게 기능하고 있는가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더 나아가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인간의 지능이 자연선택을 통해 어떻게 진화되어 왔는지를 다원주의적 관점에서 살폈다.
독자들이 평소에 느낄 수 없었던 당연한 것들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될 것이다.
 
- 목 차 -
1. 다음에는 무엇을 할까?
2. 만족스러운 추측의 전개
3. 문지기의 꿈
4. 지능을 갖춘 동물의 진화
5. 지능의 토대로서의 통사론
6. 끊임없이 진행되는 진화
7. 지적 행동의 진화
8. 지능의 미래
 
1장에서 저자는 ’무엇’이 지능을 이루고 있는가, 그리고 ’언제’ 지능이 필요하가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2장에서는 지능의 의미를 좁은 범위로 국한해서 다룬다.
3장에서는 설명의 수준에 대해서 그리고 ’의식’을 둘러싼 혼동의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4장에서는 빙기와 같은 기후조건의 변화에서 어떤 방식으로 동물이 지능을 갖추어가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5장에서는 통사론(문장을 기본 대상으로 하여 문장의 구조나 구성 요소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의 도움을 받아야 할 정도로 복잡한 문장을 분석하는 데 필요한 정신적 기계장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6장에서는 다위니즘적인 맥락에서 수렴적 사고와 발산적 사고의 문제를 다룬다.
7장에서는 우리의 뇌가 ’어떻게’ 복제 경쟁을 유발하는 것 같은 방법을 통해서 표현을 다룰 수 있는가를 제안한다.
8장에서는 앞 장에서 묘사한 고등한 지능의 결정적 요소를 요약한다.
 
저자는 지능과 생각, 의식으로 나아가는 지적 추측에 적당한 메카니즘을 찾는 과정에서 여섯 가지를 제시하는데 무척 흥미롭다.
1. 연속성의 기초가 되는 통사론의 포개진 상자들
2. 그럴듯한 구실에 대한 모든 단서를 지닌 논지 구조
3. ’가까이-속에-위에’ 등의 상대적 위치를 나타내는 단어
4. 메모지의 제한된 크기와 그 결과로서 생기는 덩어리 짓기의 경향
5. 타도 운동을 이루익 위해 사용하는 여분의 신경 패턴 복제물에 매우 필요한, 정교한 연속을 위한 공동편의시설
6. 차이가 있는 패턴, 그것들의 복제, 실수를 통한 변종의 형성, 경쟁 그리고 다양한 환경조건에 의한 복제경쟁의 왜곡




 
 
이 책을 통해 나에게도  ’지능’과 ’의식’, 그리고 ’생각’을 아우르는 ’인간다움’에 대해 약간 색다른 개념이 생겼다.
개념적으로는 지능이 유연성, 창조성, 다양성, 사회성, 계획성, 상상력, 연역성을 의미하며, 자연과학적으로는 지능 또는 의식이란 ’뉴런 사이의 상호작용(관계)’라 할 수 있다.
이런 지능과 의식, 또는 생각들이 한 데 모여 '인간'과 '인간다움'을 나타내는 것이다.
한 마디로 사람의 ’의식’이나 ’생각’은 언어와 음악으로 비교해볼 수 있다.
음소 하나하나는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인간은 그 음소를 모아 수 천, 수 백만의 단어와 의미, 문장과 표현을 만들어 언어라는 창조물을 만들어냈다.
음계 하나하나는 그냥 ’소리’에 불과하지만 그것이 묶이고, 배열되고, 악보에서 조합되는 순간 음악은 인류만의 충만한 존재와 세계를 만들어내고 만다.
결국, 뉴런류의 신경세포나 쿼크류의 소립자처럼 끝도 없이 나누고 구분한 후 그것을 모아 인간이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언어와 음악처럼 뉴런 사이의 관계와 어울림이, 소집자 사이의 관계와 어울림이 인간을 규정짓지 않을까 싶다...
 
* 책 속의 문장

- 꼬리없는 원숭이에서 호미니드로 진화하는 동안 이루어진 영리함과 통찰력의 비약적 발전과 가장 큰 관련이 있는 것은 언어와 손의 운동을 계획하는 일에 공통되는 일종의 ’공동편의시설’이다.(p.34)

- 지능이란 무엇을 해야할 지 모를 때 사용하는 것이다. 그것은 ’정답’이 없을 때 그리고 평상시처럼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때 필요한 대처와 모색능력이다.(p.36)

- 의식과 지능의 함축적 의미 사이에는 크게 겹치는 부분이 있다. 의식이라는 단어가 우리의 정신세계에서 깨어있는 인식의 측면을 가리키는 경향이 있다면, 지능은 우리의 정신세계에서 상상력과 효율성의 측면을 언급하는 경향이 있다.(p.64)

- 인간에 대한 현대과학의 최소단위에 양자역학이 있고 최상위에 문학과 같은 인문학이 존재한다. 그사이에는 양자역학->화학결합->생화학->세포막->시냅스->신경세포->신체(뇌)->존재,통찰역,결합에 의한 인문사회과학으로 이어지고 각 층은 스스로 준안정화되어 있다.(p.79)

- 층을 이룬 안정성은 이런 준안정화의 수준이 쌓아 올려진 것이다. 생물은 여러 층으로 쌓아올린 이런 수준들을 포함한다.(p.80)

- 사람과에 속하는 호미니드의 뇌 크기가 지금으로부터 250만년 전과 200만년 전 사이에 커지기 시작해서 유인원에 비해 대뇌 피질의 넓이가 4배가 될 때까지 계속 확대되었다는 사실과 그 시기가 지구의 빙기/간빙기를 되풀이한 시기였다는 것은 중요한 관계가 있다.(p.116)

- 지구는 불완전한 공전주기로 인하여 태양과의 거리가 변한다. 이 때 가장 가까운 지점일 때를 ’근일점’이라 한다.(p.117)

- 지구는 태양계의 다른 행성들의 위치에 따라 근일점이 19,000년~26,000년마다 변한다. (p.118)

- 행성간의 인력은 지구축의 경사를 41,000년을 주기로 22.9도에서 24.6도까지 변화시킨다.(p.119)

- 근일점, 행성들의 상대적 위치, 지구 축의 경사의 3가지에 따라 약10만년마다 한 번 씩 지구의 빙하가 크게 녹는다.(p.119)

- 정신적 문법은 지적인 추측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정신적 구조에, 미래에 대한 가장 세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그것은 덩어리 짓기, 순서대로 배열하기, 다윈적 처리과정에 의한다.(p.181)

- 다윈적 과정이 진행되려면 6가지 요소가 모두 있어야 한다.
 1) ’패턴’을 포함한다. 패턴이란 유전라는 DNA 염기의 배열을 말한다.
 2) 이런 패턴으로부터 ’어떻게 해서든’ 복제물이 만들어진다. 단위 패턴은 부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복제된 것으로 정의된다.
 3) 때때로 패턴은 돌연변이 등의 방식으로 변화한다.
 4) 제한된 환경공간의 점유를 위한 ’복제경쟁이 일어난다.’
 5) 변종의 ’상대적인’ 성공 가능성은 ’다양한 환경 조건’의 영향을 받는다.
 6) 다음세대가 어떻게 될 것인가는 ’어떤 변종들이 생식할 수 있을 때까지 살아남아서’ 짝을 찾는데 성공하는 가에 달려있다.(p.206~208)

- 뇌의 시공패턴을 ’대뇌 코드’라 칭할 수 있는데, 이는 하나의 사물이나 하나의 행동 또는 어떤 개념과 같은 하나의 추상물을 표현하는 뇌의 시공 활동 패턴으로 추측된다.(p.213)

- 대뇌 피질 표면의 1제곱밀리미터에 약148,000개의 뉴런이 활동 중이다.(p.231)


- 대뇌 피질에서 비슷한 일을 하는 뉴런들은 수직 방향으로 배열되어 피질 칼럼으로 알려진 원기둥을 형성하는 경향이 있으며, ’미니 칼럼’의 지름은 0.3마이크로미터, 매크로 칼럼은 100개 이상의 미니 칼럼으로 구성된다.(p.233~235)

- 평균적인 대뇌 피질 영역에는 10,000개의 매크로 칼럼과 100만개의 미니칼럼이 존재한다.(p.237)


   

 * 저자 소개 :
워싱턴 대학교에서 생리학과 생물 물리학을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헤브루 대학교 방문 교수, 미국 심리학회의 특별 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현재 워싱턴 대학교와 의과 대학에서 정신병학 및 행동 과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마음의 역사>, <사계절의 뇌>, <기계의 언어>, <마음의 오르막> 등이 있다.

[ 2010년 11월 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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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보는 중동 이야기 - 세계 3대 종교 발상지 중동의 역사를 읽는다 지도로 보는 시리즈
고야마 시게키 지음, 박소영 옮김 / 이다미디어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오프라인 독서모임에 참여한 후 <행동경제학>에 이어 두 번째 토론 대상이다.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1999, 김영사)>를 2008년 10월에 읽고 서평을 쓴 적이 있다.
당시 나는 <문명의 충돌>을 읽으면서 저자의 출간의도와 책 속의 주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는데, 고야마 시게키는 새뮤얼 헌팅턴이 유대인 학자인 ’버나드 루이스’의 영향을 받아 "중동 및 이슬람권을 폭력적인 세력으로 묘사했다"라고 지적한다.
당시 나 역시 깊숙하게 고민하지 않은 채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새뮤얼 헌팅턴의 그런 관점이나 주장에 대해 그다지 비판적으로 바라보지 않았던 것 같다.
역시 하나의 대상이나 입장에 대해 여러가지 의견을 들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저자의 출간 동기 자체는 긍정적이다.
저자는 20세기 중반 이후 어떠한 이유와 의도 때문을 떠나서 중동이 지구의 ’화약고’가 되어있고 그것의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종교라는 것에 대해 우려한다.
하지만, 중동은 세계적인 종교 중의 3개 - 이슬람교, 유대교, 기독교 -가 탄생한 곳이고 저자가 분석한 바로는 3개의 종교의 출발점이 같기 때문에 ’분쟁’이 아닌 ’평화’와 ’화합’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역사적 토대가 있다는 것이고 그것을 이 책에서 다루려고 했다.
인류 최초,최대의 문명 중에서 2가지가 발생한 중동에서 발현한 3개 종교는 중동 지역 내 문명 교류의 산물이고 유럽의 십자군 전쟁이 있기 전까지 이들 종교는 형제의 종교였다는 것...
중동분쟁은 3개 종교를 ’도그마’처럼 신봉하는 종교근본주의자들과 석유를 손에 넣으려는 자본가들, 분쟁상황을 이용하는 정치인들이 주범일 것이다.
 
끝없이 펼쳐진 황량한 사막을 횡단하는 낙타와 사람들, 끊이지 않는 전쟁과 테러 뉴스들, 석유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자원전쟁 등등. 여기에 중동을 상징하는 이슬람교를 추가하면 중동 지역의 그림이 대강 완성된다.
그러나 이런 이미지들로만 중동을 이해하는 것이 온당한 일인가?
아니다. 인류 문명의 발상지이자 교차지인 중동을 몇 개의 퍼즐 조각으로 짜 맞추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욱이 이슬람교로만 중동을 이해하려는 태도는 편향적일 뿐 아니라 정확하지도 않다.
이 책은 중동을 서방 문명과 대립하는 개념으로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우리는 중동이 이슬람권이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세계 3대 유일신교인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발상지다.
3대 종교의 성지도 모두 똑같이 예루살렘이고, 유일신 하느님을 믿는다.
3대 종교는 원래부터 적대적으로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라 뿌리가 같은 형제 종교인 셈이다.
저자는 기독교와 이슬람으로 대별되는 2개의 문명이 서로 충돌하는 관계가 아니라 공존하는 하나의 문명이라고 말한다.
인류 최초 그리고 최대 문명의 발상지인 중동에서 발현한 유대교, 기독교 그리고 이슬람교는 중동 지역 내 문명 교류의 산물이다.

이 책은 세계 3대 종교의 역사를 토대로 중동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간다. 세 종교가 어떠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발생했는지, 또 지역 내 문명이 교류하고 발전하는 과정을 자세히 묘사하면서 서방 문명의 기원과 최근의 대립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역사적 근거들을 제시한다.
이집트 파라오의 유적에서 유대교와 기독교의 골격이 되는 신앙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창조론, 천당과 지옥, 최후의 심판 등이 개념은 5,000년 전부터 새겨진 이집트 유적의 벽화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이집트의 오리시스신, 이시스신, 호러스신은 기독교의 삼위일체론과 거의 같고 호러스신은 동정녀 이시스로부터 태어나 이집트 최고의 신으로 부상하는데 이는 예수의 탄생과 흡사하다.
메소포타미아의 조로아스터교는 기독교 사상 중의 하나인 메시아 사상을 전해주었다.
그리고 이슬람교와 유대교, 기독교는 모두 아브라함을 인정하면서 아브라함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30여 년간 중동에서 생활하였기에 자신이 경험한 역사의 현장으로 독자들을 친절하게 안내한다.
3대 종교의 성지인 예루살렘을 비롯해 우르에서 하란을 거쳐 가나안으로 향하는 아브라함 일행의 여정, 출애굽의 무대인 이집트의 나일 델타와 왕가의 계곡, 모세가 십계를 받은 시나이 산, 지중해를 지배하던 로마 제국 시절의 예수 탄생지와 예수가 일행을 향해 예루살렘의 붕괴를 예언했다는 올리브 산, 마호메트가 탄생한 이슬람교의 성지 메카 일대 등을 구약성서, 4대 복음서, 코란을 통하여 말해준다.
종교와 역사를 넘나들며 중동의 이야기를 일목요연하게 풀어내는 저자의 능력은 오랜 세월에 걸친 현지 체험과 종교적 선입관 없이 중동을 이해하려는 노력 덕분일 것이다.
종교는 인류 문명의 역사와 함께 할 뿐 아니라 그 뿌리를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교를 인간 정신의 최상위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도 인간 생활의 모든 것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또 다른 객관적 비교가 가능했던 부분이 있다.
저자가 간략하게나마 설명하기는 했지만, 로마공화국이 지중해 패권을 차지한 주요 원인이었던 로마 군대와 인프라, 속주의 자치권 인정, 종교의 자유, 법과 제도 등이 로마가 강력하기 이전에 이미 중동의 바빌로니아왕국과 페르시아 왕국에서도 존재했다는 것이다.
이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서 느꼈던 로마인의 ’위대함’에 대한 인식의 수정&정정을 가져왔으며, 이는 서구인들이 19세기 이후 전세계에 정보와 이데올로기를 직접,간접적으로 강제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그것은 서구인들 상당수의 유전자와 기억 속에 자리잡고 있는 그리스,로마의 ’선구자적’ 유산이 인류의 역사에서는 ’One of them’일 뿐, 서구 이외의 지역에서도 서구와 동등이상의 수준의 문명과 역사와 전통이 존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에게 조금 아쉬운 것은 학자와 기자 출신이면서도 종교에 대한 주요 인물과 사건에 대해 냉정하게 ’객관성’과 ’사실성’의 잣대를 들이대지 못한 것이다.
특히, 아브라함이나 모세, 예수, 출애굽이나 ’바빌론 유수’ 등에 대해 설명하면서 "역사적인 사실이나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로 일단락시키지 못하고 ’정황’을 운운하며 종교인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어차피 종교란 ’과학적 검증’과 상관없이 ’경전’과 ’믿음’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고 인정하는 상태인데...
 
 
[ 목차 ]
제1장 구약성서와 유대교 이야기
1. 아브라함의 시대
2. 가나안에 정착한 아브라함의 후예
3. 모세와 출애굽
4. 십계와 시나이 산 






제2장 고대 오리엔트 국가의 흥망
1. 바빌론 유수와 페르시아의 출현
2. 페르시아 제국의 영광
3. 페르시아와 그리스의 전쟁
4.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동방 원정
5. 카이사르와 클레오파트라 




제3장 역사 속의 기독교 이야기
1. 나바테아 왕국과 헤롯 왕
2. 예수의 탄생과 세례자 요한
3. 예수의 가르침
4. 아! 예루살렘이여
5. 중동의 고대 유적 







4장 마호메트와 이슬람 국가의 등장

1. 페르시아의 흥망과 아랍의 출현
2. 마호메트와 이슬람교의 탄생
3. 이슬람교의 확립 






[ 2010년 11월 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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