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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보는 중동 이야기 - 세계 3대 종교 발상지 중동의 역사를 읽는다 ㅣ 지도로 보는 시리즈
고야마 시게키 지음, 박소영 옮김 / 이다미디어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오프라인 독서모임에 참여한 후 <행동경제학>에 이어 두 번째 토론 대상이다.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1999, 김영사)>를 2008년 10월에 읽고 서평을 쓴 적이 있다.
당시 나는 <문명의 충돌>을 읽으면서 저자의 출간의도와 책 속의 주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는데, 고야마 시게키는 새뮤얼 헌팅턴이 유대인 학자인 ’버나드 루이스’의 영향을 받아 "중동 및 이슬람권을 폭력적인 세력으로 묘사했다"라고 지적한다.
당시 나 역시 깊숙하게 고민하지 않은 채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새뮤얼 헌팅턴의 그런 관점이나 주장에 대해 그다지 비판적으로 바라보지 않았던 것 같다.
역시 하나의 대상이나 입장에 대해 여러가지 의견을 들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저자의 출간 동기 자체는 긍정적이다.
저자는 20세기 중반 이후 어떠한 이유와 의도 때문을 떠나서 중동이 지구의 ’화약고’가 되어있고 그것의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종교라는 것에 대해 우려한다.
하지만, 중동은 세계적인 종교 중의 3개 - 이슬람교, 유대교, 기독교 -가 탄생한 곳이고 저자가 분석한 바로는 3개의 종교의 출발점이 같기 때문에 ’분쟁’이 아닌 ’평화’와 ’화합’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역사적 토대가 있다는 것이고 그것을 이 책에서 다루려고 했다.
인류 최초,최대의 문명 중에서 2가지가 발생한 중동에서 발현한 3개 종교는 중동 지역 내 문명 교류의 산물이고 유럽의 십자군 전쟁이 있기 전까지 이들 종교는 형제의 종교였다는 것...
중동분쟁은 3개 종교를 ’도그마’처럼 신봉하는 종교근본주의자들과 석유를 손에 넣으려는 자본가들, 분쟁상황을 이용하는 정치인들이 주범일 것이다.
끝없이 펼쳐진 황량한 사막을 횡단하는 낙타와 사람들, 끊이지 않는 전쟁과 테러 뉴스들, 석유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자원전쟁 등등. 여기에 중동을 상징하는 이슬람교를 추가하면 중동 지역의 그림이 대강 완성된다.
그러나 이런 이미지들로만 중동을 이해하는 것이 온당한 일인가?
아니다. 인류 문명의 발상지이자 교차지인 중동을 몇 개의 퍼즐 조각으로 짜 맞추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욱이 이슬람교로만 중동을 이해하려는 태도는 편향적일 뿐 아니라 정확하지도 않다.
이 책은 중동을 서방 문명과 대립하는 개념으로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우리는 중동이 이슬람권이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세계 3대 유일신교인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발상지다.
3대 종교의 성지도 모두 똑같이 예루살렘이고, 유일신 하느님을 믿는다.
3대 종교는 원래부터 적대적으로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라 뿌리가 같은 형제 종교인 셈이다.
저자는 기독교와 이슬람으로 대별되는 2개의 문명이 서로 충돌하는 관계가 아니라 공존하는 하나의 문명이라고 말한다.
인류 최초 그리고 최대 문명의 발상지인 중동에서 발현한 유대교, 기독교 그리고 이슬람교는 중동 지역 내 문명 교류의 산물이다.
이 책은 세계 3대 종교의 역사를 토대로 중동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간다. 세 종교가 어떠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발생했는지, 또 지역 내 문명이 교류하고 발전하는 과정을 자세히 묘사하면서 서방 문명의 기원과 최근의 대립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역사적 근거들을 제시한다.
이집트 파라오의 유적에서 유대교와 기독교의 골격이 되는 신앙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창조론, 천당과 지옥, 최후의 심판 등이 개념은 5,000년 전부터 새겨진 이집트 유적의 벽화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이집트의 오리시스신, 이시스신, 호러스신은 기독교의 삼위일체론과 거의 같고 호러스신은 동정녀 이시스로부터 태어나 이집트 최고의 신으로 부상하는데 이는 예수의 탄생과 흡사하다.
메소포타미아의 조로아스터교는 기독교 사상 중의 하나인 메시아 사상을 전해주었다.
그리고 이슬람교와 유대교, 기독교는 모두 아브라함을 인정하면서 아브라함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30여 년간 중동에서 생활하였기에 자신이 경험한 역사의 현장으로 독자들을 친절하게 안내한다.
3대 종교의 성지인 예루살렘을 비롯해 우르에서 하란을 거쳐 가나안으로 향하는 아브라함 일행의 여정, 출애굽의 무대인 이집트의 나일 델타와 왕가의 계곡, 모세가 십계를 받은 시나이 산, 지중해를 지배하던 로마 제국 시절의 예수 탄생지와 예수가 일행을 향해 예루살렘의 붕괴를 예언했다는 올리브 산, 마호메트가 탄생한 이슬람교의 성지 메카 일대 등을 구약성서, 4대 복음서, 코란을 통하여 말해준다.
종교와 역사를 넘나들며 중동의 이야기를 일목요연하게 풀어내는 저자의 능력은 오랜 세월에 걸친 현지 체험과 종교적 선입관 없이 중동을 이해하려는 노력 덕분일 것이다.
종교는 인류 문명의 역사와 함께 할 뿐 아니라 그 뿌리를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교를 인간 정신의 최상위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도 인간 생활의 모든 것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또 다른 객관적 비교가 가능했던 부분이 있다.
저자가 간략하게나마 설명하기는 했지만, 로마공화국이 지중해 패권을 차지한 주요 원인이었던 로마 군대와 인프라, 속주의 자치권 인정, 종교의 자유, 법과 제도 등이 로마가 강력하기 이전에 이미 중동의 바빌로니아왕국과 페르시아 왕국에서도 존재했다는 것이다.
이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서 느꼈던 로마인의 ’위대함’에 대한 인식의 수정&정정을 가져왔으며, 이는 서구인들이 19세기 이후 전세계에 정보와 이데올로기를 직접,간접적으로 강제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그것은 서구인들 상당수의 유전자와 기억 속에 자리잡고 있는 그리스,로마의 ’선구자적’ 유산이 인류의 역사에서는 ’One of them’일 뿐, 서구 이외의 지역에서도 서구와 동등이상의 수준의 문명과 역사와 전통이 존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에게 조금 아쉬운 것은 학자와 기자 출신이면서도 종교에 대한 주요 인물과 사건에 대해 냉정하게 ’객관성’과 ’사실성’의 잣대를 들이대지 못한 것이다.
특히, 아브라함이나 모세, 예수, 출애굽이나 ’바빌론 유수’ 등에 대해 설명하면서 "역사적인 사실이나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로 일단락시키지 못하고 ’정황’을 운운하며 종교인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어차피 종교란 ’과학적 검증’과 상관없이 ’경전’과 ’믿음’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고 인정하는 상태인데...
[ 목차 ]
제1장 구약성서와 유대교 이야기
1. 아브라함의 시대
2. 가나안에 정착한 아브라함의 후예
3. 모세와 출애굽
4. 십계와 시나이 산
제2장 고대 오리엔트 국가의 흥망
1. 바빌론 유수와 페르시아의 출현
2. 페르시아 제국의 영광
3. 페르시아와 그리스의 전쟁
4.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동방 원정
5. 카이사르와 클레오파트라
제3장 역사 속의 기독교 이야기
1. 나바테아 왕국과 헤롯 왕
2. 예수의 탄생과 세례자 요한
3. 예수의 가르침
4. 아! 예루살렘이여
5. 중동의 고대 유적
제
4장 마호메트와 이슬람 국가의 등장
1. 페르시아의 흥망과 아랍의 출현
2. 마호메트와 이슬람교의 탄생
3. 이슬람교의 확립
[ 2010년 11월 9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