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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 로마사이야기 ㅣ 동서문화사 월드북 11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고산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8년 1월
평점 :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15권을 모두 읽은 후, 다른 사람의 관점을 읽어보기도 싶었고 그 유명한 마키아벨리가 썼다는 것에 호기심이 동하여 이 책을 선택하였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와 <군주론>를 읽지 않았다면 마키아벨리의 <로마사이야기(로마사론)>을 읽기가 무척이나 어려웠을 것이다.
물론, 시오노 나나미와 마키아벨리의 로마사에 대한 저술은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
시오노 나나미가 <로마인 이야기>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한 마디로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마키아벨리의 <로마사 이야기>는 그렇게 요약할 수 있는 책이 아니다.
시오노 나나미가 상당한 역사서와 관련 자료, 현장 탐방 등을 토대로 나름 객관적인 로마사를 위주로 책을 썼다면, 마키아벨리는 로마사 중 자신이 선호하고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만 발췌하여 이용했다.
그만큼 로마시대에 대한 실질적인 연구가 부족해 보이고 책을 발간한 의도와 목적에 너무 치우쳐서 그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찌보면 마키아벨리의 <로마사이야기>라는 제목 자체가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마키아벨리가 발간한 책은 대부분 이탈리아 지역의 군주나 교황에게 바치기 위하여 준비했기 때문에 이 책의 제목도 <로마사이야기>이기는 하나, 실제 마키아벨리가 다루고 있는 것은 로마와 더불어 중세 이탈리아, 그리고 투르크 제국까지를 포함할만큼 방대하다.
그리고 마키아벨리의 <로마사이야기>는 3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번역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제1권(역사의 가치)에 60장, 제2권(국가의 조건)에 33장, 제3권(전쟁론과 민중의 힘?)에 49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은 두 세쪽에 불과하다.
마키아벨리가 작성한 책의 서문은 "차노비 부온델몬티와 코시모 루첼라이에게 올리는 글"로 되어있다.
마키아벨리는 스스로 자신하는 능력에 비해 그의 고국 피렌체나 교황 등의 신하로 중용되지 못하였고 심지어 군주정에 대한 반란음모에 가담한 혐의로 체포, 고문당한 후 추방되기도 했다.
그런 그의 전체적인 생애의 흐름이 그로 하여금 심혈을 기울여 이 책 <로마사이야기>를 비롯하여 <군주론>, <정략론>, <피렌체사> 등을 준비하여 당시 군주와 권력자들에게 헌정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역으로 그가 자신의 기대와 뜻대로 여러 군주와 권력자들에게 중용되었다면 후세의 전제정치의 교본이 될 그의 다수 저작들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고...)
<군주론>에서도 조금 느낀 바 있는데, 마키아벨리는 이 책에서도 ’공화정’에 대해 상당히 선호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책 속에서 마키아벨리는 로마 공화정의 시스템과 집정관, 장군들, 로마시민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에 대해 무한한 신뢰와 찬사를 보낸다.
중세 이탈리아 시대의 사회체계도 ’공화정으로 했으면’하는 마키아벨리의 바람이 느껴질 정도다.
그럼에도 이 책 <로마사 이야기>과 더불어 <군주론>은 중세 이후 서구사회에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전제정치의 교본이 되었다.
마키아벨리는 <로마사 이야기>와 <군주론>에서 공화정을 동경하고 있음에도 현실적인 정치를 이야기한다. 그에 따라 ’통치론’, ’능력과 운명’, ’책략과 음모’, ’전쟁과 외교’, ’형벌과 자비’, ’자유와 폭압’, ’군주와 민중’ 등에 대한 고대 로마, 그리스, 중세 이탈리아, 프랑스와 독일, 투르크 제국의 다양한 사례를 인용하여 ’군주 정치’의 방식을 제시한다.
- 체사레 보르자 -
마키아벨리의 장점은 ’도덕’이나 ’양심’에 구속받지 않고 체제를 유지하고 전쟁에서 이기고 정치에서 승리하고 원활한 ’공화제’와 ’군주제’를 위한 수단과 방법을 있는 그대로 제시한 것이다.
단점은, 마키아벨리가 상당한 분량을 저술했음에도 번역본을 읽어본 나로서는 책의 구성이나 짜임새가 별로라고 밖에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142개에 달하는 각 챕터는 각 시대별 몇 가지 사례를 인용한 후, 그 사례를 통해 마키아벨리 자신이 의도했던 개념과 주장을 펼치고 있다.
겉으로는 각각의 개념과 주장이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어 무궁무진해 보이지만 실제 각 챕터가 책 전반에 대해 치밀한 분석이나 평가도 없고 일관된 흐름이나 주장도 보이지 않는다.
어찌보면 ’자의적인 해석’의 연속이라고 할 수도 있어 보인다.
약간 의외였던 것이 있는데,
그 하나는 군주의 통치론을 논하면서도 로마시대에 이탈리아의 통일을 이룩했고 강력한 군대와 로마제정의 시스템을 구축한, 그리하여 진정한 군주통치를 가져왔다고 후세에 평가받는 카이사르와 옥타비아누스(아우구스투스)에 대해서는 별로 사례를 인용하지도 않았고 그냥 ’공화정을 무너뜨린 독재자’라고 단정짓고 있다는 것이고
(실제 마키아벨리는 중세의 프랑스, 독일, 스위스, 투르크제국의 전제정치에 대해 찬사를 보낸다.)
두 번째는 마키아벨리 자신이 ’시민’과 ’민중’, ’대중’이라는 개념에 혼란을 일으켜 그 대상이 원로원인지, 시민권자인지, 평민인지 분명치 않다는 것이다.

과거의 역사적 사실과 저서가 후대의 결정과 결과에 책임이 있을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마키아벨리로부터 비롯된 ’마키아벨리즘’을 중세 이후 권력자와 정치가, 독재자들이 이용했다고 하여 마키아벨리를 비난할 수 없다는 것에 동의한다.
(앤터리 패럴, " 만일 마키아벨리즘에 비판과 의문이 제기된다면, 인간과 근대성 자체에 대한 의심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한가지만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를 공격한다 해도 근대성의 문제로부터 이 세계를 구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책과 <군주론>이 불편한 것은 어쩔 수가 없다.
- 니콜로 마키아벨리 -
* 마키아벨리 어록
- 군주의 지배에 길들여진 민중은 자유를 얻어도 이를 유지하기 어렵다.(p.136)
- 부패한 민중은 자유를 얻더라도 자유를 지켜내기 어렵다. (p.141)
- 군대를 가지지 못한 군주 또는 공화국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p.154)
- 새로운 군주는 모든 것을 새롭게 조직해야 한다. (p.165)
- 로마의 장군은 과오를 범해도 과도하게 처벌받지 않았다. (p.179)
- 공화국이나 군주는 민중에게 은혜를 베푸는 일을 지체해서는 안된다. (p.182)
- 인품의 격렬한 변화는 경솔하고 무익한 행동이 되기 쉽다. (p.216)
- 인간이란 얼마나 쉽게 타락할 수 있는 존재인가. (p.217)
- 리더가 없는 대중은 힘이 없다. (p.219)
- 인간의 야심은 자신을 보호하려는 데에서 원수를 굴복시키는 데로 움직인다. (p.224)
- 인간이란 일반적인 경우는 잘 속지만 구체적인 경우는 잘 속지 않는다. (p.226)
- 어떤 관직이라도 국가의 통치업무를 정지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가져서는 안된다.(p.234)
- 민중은 커다란 희망과 과감한 약속에 쉽게 움직인다. (p.241)
- 민중은 뭉치면 대담무쌍하지만 흩어지면 약하다. (p.255)
- 로마인은 외국인을 받아들이고 명예를 주었기 때문에 강한 도시가 되었다. (p.293)
- 돈은 전쟁의 원동력이 아니다.(p.316)
- 경멸과 모욕을 일삼는 자는 오로지 증오를 초래할 뿐이다. (p.394)
- 군주가 손해에 대해 복수하지 않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p.401)
- 다수의 적과 싸우는 자는 처음의 일격을 견디기만 하면 아무리 열세라도 능히 승리한다. (p.485)
- 군대는 단 한 명의 장군을 따라야 한다. 많은 사람의 지시는 위험하다. (p.501)
- 한 번 위해를 가한 사람에게 직책을 주거나 중요한 정무를 맡겨서는 안된다. (p.508)
- 민중의 잘못은 군주에 의해 초래된다. (p.546)
- 한 시민이 공화국에서 자신의 권위로 무엇인가 선한 일을 하고 싶으면, 먼저 질투를 일으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p.548)
- 전투에서 이기게 하려면 군대와 장군에 대해 확신을 갖도록 해야 한다. (p.560)
- 전쟁에서 속임수를 쓰는 것은 명성을 얻을 가치가 있다. (p.583)
- 치욕스럽게든 명예롭게든 조국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p.585)
- 강요된 약속을 지켜서는 안된다. (p.587)
- 같은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은 비슷한 기질을 가지고 있다. (p.589)
- 자기가 태어난 도시를 사랑하는 자는 조국애로 사사로운 원한을 잊어야 한다. (p.598)
- 적이 빤히 보이는 엉뚱한 짓을 저지르면 반드시 무슨 계략이 있는 것이라고 의심을 하라. (p.598)
- 공화국이 자유를 유지하고 싶으면, 언제나 매일 무엇인가 새로운 방책을 세워야 한다. (p.600)
번역 자체의 실력이나, 책 소개, 편집 등 출판사가 너무 형편없어 보인다. 책을 발간한 지 오랜 역사가 있음에도 시대에 너무 뛰떨어진다는 느낌이다.
[ 2010년 11월 4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