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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 지구 - 스티븐 슈나이더가 들려주는 기후 변화의 과학 사이언스 마스터스 10
스티븐 H.슈나이더 지음, 임태훈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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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게, 우리는 살아 있는 동안 이 논쟁을 해결할 수 없을 거야.”
그러나 경제학자는 그를 무시하고 소리를 질렀다.
“20, 80, 160, 430.”
마침내 최후가 다가왔고 생태학자가 어리둥절하여 외쳤다.
“자네 지금 뭘 하는 건가?”
그의 친구는 확신을 갖고 대꾸했다.
“가격이 충분히 올라가면, 누구든 우리에게 낙하산을 팔 거야!”-본문에서

이 이야기는 하이킹을 나섰다가 절벽에서 떨어진 생태학자와 경제학자의 마지막 대화이다. 저자는 이 우화를 통해 경제학자와 발전지상주의자들이 고전적인 경제 이론에, 전통적인 문제틀에 묶여 있어서는 지구 및 기후 변화와 생태 문제들 속에서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 섹스의 진화 >, <원소의 왕국>, < 마지막 3분 >, <인류의 기원>, <세포의 반란>, <휴먼 브레인>, <에덴의 강>, <자연의 패턴>, <마음의 진화>에 이어 - 사이언스 마스터스 시리즈 - 의 열 번째 책으로,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와 생물의 다양성’을 주제로 삼았다. 
 
이 책은 기후 변화 및 지구 변화의 현상황과 그 문제를 탐구하는 과학을 개관하고, 그 지식을 바탕으로 우리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인지를 대중에게 알리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이 책은 본질적으로 독자들의, 인류의 행동을 촉구하는 책이다.
저자는 기후학적, 지구과학적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환경 운동에 회의적인 경제주의자,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발전 지상주의자, 국가 경쟁력에 볼모가 된 행정 관료들의 주장과 행동을 비판한다.
저자는 책 속에서 그들의 정책과 행동이 과연 정말로 효율적인가, 그들이 내놓는 환경 운동 비판이 정말로 과학적인가? 하는 질문들을 제기하며 ‘회의적 환경주의자’의 주장을 하나하나 비판적으로, 유머러스하게 논박해 나간다.
 
저자는 이 책을 2006년 2월에 발간했다.
2006년 1월 말, 살인적인 시베리아 한파가 유럽을 강타했다.
평균 기온이 영하 18-20도를 기록하면서 우크라이나에서는 보름 동안 589명이 죽고 7,000여 명의 동상 환자가 병원을 찾았다.
인접한 러시아에서도 9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서유럽 지역에서 한파로 인한 사망자와 사회적 마비 사태가 속출했다.
이 책을 발간한 시점, 즉 한파 사건으로부터 한 달여가 지난 후 잠시 닥친 이상 기후로 잊혀져 가고 있지만 이러한 한파가 2005년 12월 온난화에 따른 멕시코 만류의 수온 저하(온난화로 북반구의 빙하가 녹아 만들어진 민물이 멕시코 만류의 수온을 저하시켰다.)가 이상 한파와 빙하기를 야기할 수 있다는  권위있는 과학잡지 [네이처]의 경고 직후 찾아왔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했다.
2005년은 기상 이변, 지구 변화가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른 한 해였다.
동남아의 휴양 지대를 휩쓴 지진 해일을 시작으로, 카트리나의 미국 습격과 유럽의 한파까지 기후 변화와 지구 변화가 인류 문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동시에 미국의 교토 의정서 서명 지연 등과 같이 인간의 어리석은 행위와 지구 및 기후 변화의 관계에 대한 문제 의식이 높아졌던 해였다.
(단위 : 백만년)

 
책 속에는 지구 온난화, 천재지변의 빈번한 발생, 오존층의 파괴 등 지구 환경의 변화를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그 현상 이면에 있는 자연 법칙을 ’지구 시스템과학’으로 통합적으로 설명한다.
제1장에서는 대기 조성에 대한 무기적,유기적 영향을 살펴 보고
제2장에서는 온실 기체의 많고 적음이 지구 온도의 높낮이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음을 지질 시대의 증거와 남극 빙하의 연구 결과를 통해 밝힌다.
제3장에서는 대기와 해양의 순환과 기후의 비선형 구조를 살펴보고
제4장에서는 지구를 직접 실험실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그 대신 사용하는 시뮬레이션 모형의 필요성 등을 알아본다.
제5장에서는 다윈의 시대 이후로 널리 퍼져 있는, 기후 변화가 일어나면 생물은 이동을 통해 자신들의 다양성을 보존할 수 있다는 관점이 얼마나 잘못되었는가를 살펴본다.
제6장에서는 사회는 자연과 관계없다는 패러다임을 신봉하는 전통적인 경제학자들의 안이한 인식을 비판하면서 생태학적 패러다임을 주장한다.


 
’기후와 생물의 공진화’에 대한 요약 정리...^^
- 지표면 위에 존재하는 수증기 형태의 물은 바다와 빙하에 있는 물의 50만분의 1 정도이다.
- 수증기가 매년 비나 눈이 되어 지표면에 떨어지는 양(연강수량)은 50만 세제곱 킬로미터로 지구 표면 5억 제곱 킬로미터를 1미터 두께로 덮을 수 있는 양이다.
- 태양은 바다, 호수, 육지에서 물을 증발시키고 식물은 잎에서 수증기를 증산시킨다. 그 뒤 응결과 물방을 성장 같은 다른 요인들에 의해 물은 다시 땅으로 떨어진다.
(바닷물의 증발은 육지에서의 증발산 양의 6배 정도다. 그러나 대륙의 중심에서는 증발산이 수증기의 주요 공급원이다.)
- 물이 어떻게 분배되는가에 따라 생물이 살 수 있는 지역이 결정된다.
- 눈과 비는 육지와 바다에서 물질들이 정착하는 것을 돕는다. 이 퇴적물의 순환은 침식과 영양 물질의 수송, 퇴적물의 형성이라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 퇴적물의 순환은 여섯 가지 주요 원소(수소,탄소,산소,질소,인,황으로 지구상 유기물의 95%의 성분))의 양과 흐름의 분배를 둘러싸고 서로 얽혀있다.
- 생물들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 원소들이 적당한 양으로 균형을 이루며 적절한 장소에 배치되어야 하고 재순환해야 한다.
- 질소는 대기의 78%를 차지하며, 질소는 식물 스스로 또는 균을 통해 식물 흡수되어 단백질로 고정된 후 식물이 죽거나 동물에게 먹힌 후 배설물, 사체를 통해 다시 대기 중으로 순환된다. 이 때 일부 질소가 일산화이질소로 돌아가 ’온실 기체’가 되고 이는 자외선에 의해 분해되어 일산화질소, 이산화질소가 된 후 오존의 양을 제한한다.
- 황은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황의 일부는 식물 속으로 편입되거나 식물성 플랑크톤을 통해 바닷물 속에 들어간다. 이산화황은 화산 활동이나 산업활동에 의해 지구 환경에 제공되며 수분과 섞여 산성비의 형태로 환경을 파괴하는 원인이 된다. 스모그에 포함된 미세한 황산 방울들은 폐의 질환을 일으키거나 대기의 반사율을 변화시키는 황상 에어로졸이라는 안개층을 형성하여 지표면을 식히는 작용을 한다.
- 탄소는 대기 속에서는 이산화탄소 형태로 아주 적은 양(0.035%, 하지만 질량은 7,500억톤)가 존재하고 해양과 퇴적물, 암석에는 이산화탄소나 다른 형태로 훨씬 많은 양이 존재한다. 식물들은 탄소를 이용해(광합성) 탄수화물과 당류를 만든다. 지구 북반구에서는 매년 봄과 가을 사이에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3% 정도 떨어진다. 탄소로 구성된 이산화탄소와 메탄, 염화불화탄소는 아주 중요한 ’온실기체’다. 이산화탄소는 대부분의 태양 복사 에너지는 통과시키는 반면 대부분의 지구에서 복사되는 적외선 에너지는 흡수한다.
(아마존 밀림 등 숲과 서식지 파괴는 물과 원소의 순환, 생태계의 대규모 혼란을 가중시켜 기후 변화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 산업혁명 이후 150년 동안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는 20~30% 정도 증가했다(기온은 0.5도 상승). 거의 모든 예측 결과에 따르면 21세기 중반에는 그 양이 2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기온은 2~2.5도 상승).
- 하지만 지질조사 결과, 지구의 최근 5,000년 동안의 기온 변화는 5도 정도 상승한 것이다. 즉, 1천년에 1도..
- 21세기 현재는 신생대 홀로세로서 가장 최근의 빙하기는 약4만년 전에 시작하여 2만년 전에 끝났고 간빙기 중이다. 최근 진행 상황을 볼 때 다가올 빙하기는 빠르면 1~2만년 이내에, 늦으면 4~5만년 이후에 시작한다.
- 지구 온난화 현상이 가속화되어 온도가 급상승하면 최근의 엘니뇨와 같은 기후변화 뿐 아니라 빙하기가 훨씬 더 앞당겨질 수 있다는 것...
- 아주 단순한 시나리오는 지구 온도 상승으로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급속하게 녹고 빙하의 민물이 바닷물의 염도를 낮추어 대기와 해류, 기상의 이변을 낳고 담수가 급속하게 퍼지고 수증기가 증가하여 태양 에너지를 반사시켜 역으로 기온이 급격하게 내려간다는 것...
(2004년에 개봉된 영화 ’투모로우’를 생각하면 됨...^^)
  




 
"이제 우리는 인류가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되는 환경 위기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선언하는 저자는 더 이상 인류는, 지구를 자기 멋대로 조작할 수 있는 ‘실험실’처럼 다뤄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그것은 우리의 생물학적, 생태학적 뿌리를 파괴하는 것이며, 우리 미래의 후손들의 생존 조건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실험실 지구>라는 제목에서 ‘실험실’은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우리가 현재의 기후 변화 및 지구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질학적 시간 동안 지구에서 벌어진 기후 변화의 역사를 연구하지 않으면 안 되므로, 지구와 그 지질학적 역사 자체가 실험실처럼 우리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공간이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실험실 지구는 기후 변화를 파악하기 위한 방법론적 비유이다.
둘째는 인간의 활동에 따른 지구 및 기후 변화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면서 지구 자체가 인간이 만든 기후 실험실처럼 되어 버렸다는 비판적 비유에 해당한다.
 
저자는 환경 운동가들의 주장에 회의적인 경제학자들 역시 환경 문제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으며, 환경 운동가들이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내놓는 환경 정책 역시 경제학자들이 만들어 낸 결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 인식 속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은 해결책들을 내놓는다.
그는 바로 이 해결책들을, 생태학자와 경제학자, 환경주의자와 정책 집행자의 대화가 시작되는 출발점으로서 제시한다. 

1. 염화불화탄소(CFCs)와 온실 기체의 배출을 최소화하거나 제거할 대체물을 계속 개발한다. 2. 에너지 생산과 이용의 가격에 환경 비용을 반영해야 한다.
3. 에너지를 이용하고 소비하는 동안 보존성과 효율성을 강화함으로써 온실 기체의 배출을 줄인다.
4. 미래의 에너지 공급 방안에 대한 계획을 수립할 때 온실 효과로 인한 온난화를 주요 요소로 삼는다.
5. 전 세계의 삼림 벌채를 줄인다.
6. 국내의 적절한 재조림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국제적 재조림 노력을 지원한다.
7. 농업 연구를 지속함으로써 기후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농업 시스템을 구축한다.
8. 물 시장을 통한 이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현재의 물 공급 시스템을 더욱 잘 관리하여 현재의 가변성에 대처함으로써 물 공급이 보다 확실하게 이루어지도록 한다.

9. 기후 변화의 가능성을 고려해서 수명이 긴 구조물에 대한 안전성의 한계를 계획한다.
10. 현재의 생물 다양성의 손실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강구한다.
11. 지구 온난화를 상쇄할 지구공학적 연구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12. 인구 증가율을 조절한다.
13. 미국은 온난화를 억제할 수 있는 국제 협약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아직 한국에게는 아직 머나먼 동쪽 나라의 이야기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한국에서도 4계절이 모두 이상 기온으로 변화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한국의 이상기온이 어디서 기인하는지 기상청도 정부도 학자들이 대부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는 하지만, 지구 차원의 이상기온과 기후변화에 대한 해결에 함께 동참하지 않았을 때 급변하는 사태에 대해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것이다.
위에서 저자가 열거한 13가지 중 적어도 5~10가지는 한국 정부와 언론, 학계, 시민단체와 일반인들도 고민하고 자신의 역할을 다해야 할 것 같다.
이 정권에서는 별로 기대하기도 어렵겠지만...

[ 2010년 10월 1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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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폭주를 멈춰라
우석훈 지음 / 녹색평론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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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돌이켜보면 2004~2007년의 기간 동안 나는 정말로 전후좌우 가리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렸다. 대학에 다니는 동안,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기 전후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졌던 삶에 대한 가치관이나 태도, 사회와 주변에 대한 관심도 크게 줄어들었다. 사업을 한다는 핑계와 자기최면에 빠져 지낸 기간이었다.
2007년 중순 회사를 접고 연말부터 개인적인 시간을 가졌다. 그 때부터 미친듯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 책을 읽은 이유는 어떤 지식이나 지혜를 바란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책을 읽었다고 하여 사회나 주변에 다시 관심이 생겨난 것도 아니었다. 당시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5년 넘게 미친듯이 살아온 관계와 업보에서 벗어나기 위해 세상과 사람들로부터 피하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책이 유형도 주로 자연과학이나 소설에 집중되었다.
 
1년 정도 책에 빠져 지내다가 스스로도 어느정도 추스릴 수 있게 되었고 먹고 사는 문제도 해결해야 하기에 후배가 운영하는 회사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회사에 피고용인으로 일하기 시작하면서 또 다시 ’일벌레’가 되어갔다. 다행히도 책을 읽는 습관은 유지되어 꾸준히 독서는 이어졌고 회사를 통해서 주변사람이나 새로운 사람들을 접하면서 다시 ’외부’에 대한 관심도 생겨났다.
조금씩 내 과거의 모습을 회복하면서 주변 사람과의 관계도 복구하고 사회와 현실에 대해 다시 구체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지난 4월 대한 김정욱교수의 <나는 반대한다>를 읽으면서 현 정권의 ’4대강 죽이기’ 토건공사에 대해 자세하게 알게 되었다. 그동안 사회나 정치, 생활 등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수박 겉핥기식으로 대출 인식해온 터라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그 책은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의욕적으로 외부에 관심을 돌리는 기회가 되었다.
지난 5월부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기를 맞이하여 노 전대통령의 자서전과 관련 서적을 읽기 시작했다. 오현호 기자의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노 전대통령의 <여보, 나 좀 도와줘>과 <성장과 좌절>, 노무현재단의 <운명이다>까지 읽었다. 아직 읽어야 할 책이 몇 권 더 남았다.
그런데 노무현 전대통령 관련 책을 읽으면서 노무현 전대통령의 생애과 생각, 철학 등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개혁과제를 해결하지 못한 이유와 한미 FTA나 ’대연정’ 정책의 배경과 이유가 궁금했다. 나 스스로 참여정부에 대해 평가해보고 앞으로의 과제가 무엇인지 따져보고 싶었다.
이 책은 그런 이유 때문에 읽게 되었다. 
 
그 배경과 진위가 어떻든 간에 ’한미 FTA’만큼 참여정부와 민주개혁세력(또는 진보세력)이 결정적으로 등을 돌리게 한 정책도 없을 것이다. ’대연정’은 하루아침에 해프닝으로 끝나버렸고 ’이라크 파병’은 잘잘못과 대미 종속적인 정치경제군사 구조에 따른 한계를 일부 인정하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한미 FTA’는 그 시작과 과정, 향후 후폭풍 때문에 사회 전체적으로 굉장한 논란을 일으켰고 아직도 수 많은 진보개혁세력들이 한사코 반대하는 대상이 되어 있다.
도대체 무엇이 참여정부를 ’한미 FTA’를 추동하는 이유였고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그리고 왜 많은 이들이 문제삼는지 어느정도 깊게 알고 싶었다.
그것은 대한민국 국민 중의 한 사람으로, 진보개혁의 대의에 동의하는 사람으로, 민중을 위한 지식인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개인적인 의지로서도 꼭 필요했다.
 
이 책은 예전에도 인터넷에서 접한 기억이 난다. 한참 ’한미 FTA’에 대한 논란이 커졌을 때 반대하는 이유에 대한 많은 논리를 제공했다고 인정받는다.
2006년에 발간된 책이기에 2011년인 현재 시점에서는 많은 내용이 크게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참여정부의 당시 정책 추진에 대해 정면으로 문제제기했기에 참여정부를 평가하기 위해 적절한 책이기도 하다.
그리고 2006년 ’한미 FTA’를 극렬하게 반대한 당사자의 논리와 이유를 2011년에 비추어 역사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 * 우석훈은 누구인가? ---------------------------------
서울에서 태어나 프랑스 파리 10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현대환경연구원, 에너지관리공단 등에서 근무했고, 유엔 기후변화협약 정책분과 의장과 기술이전분과 이사로 국제협상에 참가했다. 이후 한국생태경제연구회, 초록정치연대 등의 단체에서 활동하며, 경제와 사회, 문화와 생태의 영역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글쓰기와 강연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아픈 아이들의 세대], [음식국부론],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88만원 세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직선들의 대한민국], [조직의 재발견], [촌놈들의 제국주의], [괴물의 탄생], [생태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등이 있다. ---------------------------
 
책은 서문, 프롤로그와 6개 장의 본문, 그리고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자신이 이 책을 쓴 이유가 "한미 FTA는 다른 국제 협상이나 조약과는 달리 국민들 전체에게 구체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당시 상황을 잘 모르는 국민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누군가는 알려주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참여정부의 ’한미 FTA’ 추진을 계기로 노무현 정부의 ’로드맵’이 ’예측불가능’하게 되었음을 지적한다. 저자는 한미 FTA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분석해 본 바로는 대체로 "4인 가족 기준으로 연소득이 6,000만원 이하인 가족은 ’노무현호’라는 배에서 내리고 심각하게 이민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1장 한미 FTA란 무엇인가
1. 전쟁 이후의 세계무역체계
2. WTO와 미완의 협상, 그리고 FTA
3. WTO 이후:‘조기개방’의 세가지 흐름, 그리고 EU 방식과 나프타 방식의 차이
4. ‘MAI’와 한미 BIT
5. BIT와 ‘뜨거운 감자’ 스크린쿼터
6. 드디어 등장한 한미 FTA
7. “미국과의 FTA가 가장 참혹”

제2장 왜 한미 FTA는 준비가 덜 되었다고 하는가

1. 한국, ‘세상에서 가장 황당한 FTA’를 제안하다
2. 경제적 효과, 그리고 CGE 모델
3. 이상한, 너무나 이상한 결과물
4. 미국시장에 대해서 충분히 알고 있는가
5. 그렇다면 한국시장에 대해서는 알고 있나
6. 혹시 서비스업에 대해서는 알고 있나
전기가스수도사업 · 건설업 ·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 · 운수창고 및 통신업 ·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행정 서비스 · 사업 서비스 · 교육 서비스 · 보건 및 사회복지 서비스 · 기타 서비스업―동네 미장원의 운명이 걸려 있다
7. 그럼 도대체 정부가 아는 건 뭐야?

제3장 노무현 시스템의 닫힌 의사결정 구조

1. ‘대통령 폭주’는 9차 개정헌법의 아킬레스건
2. 외교부의 ‘뻥 축구’와 허술한 조약비준 시스템
3. 대통령 측근들의 폭주―황우석 사태와 한미 FTA

제4장 경제적인 문제에 대한 철학적 질문

1. 어쩌면 핵심은 경제가 아니라 철학일 수 있다
2. 근대 일본의 철학적 선택
3. 한국 경제는 왜 위기에 빠진 것인가
4. 국민경제의 모델별 특징
5. 한미 FTA를 통해서만 미국형으로 갈 수 있나
6. 철학자들의 몫

제5장 한미 FTA, 주요 체크 포인트

1. 국민의 비준권 행사에 관한 일
2. 협상 일정
3. 미국과 한국 사이의 ‘비대칭성’
4. 우리에겐 ‘이순신’이 필요하다―노동시장 개방

제6장 양들이 살아남는 방법은?

1. ‘늑대와 양’의 집단 진화 모델
2. 컴포넌트의 4가지 전략을 사용한 사회생태 모델
3. 동네 미장원이 살아남는 법
4. 그렇다면 다른 ‘양’들은 누구?
5. 가냘프지만 그래도 존재하는 ‘희망’
6. 한미 FTA, 폭주를 어떻게 멈추게 할 것인가 
 
처음 기대와 달리 책 속에는 ’한미 FTA 협상’의 내용에 대한 분석과 비판이 들어있지 않았다. 미국 협상단과 ’비공개’를 약속했기 때문이라는 외교통상부의 주장이지만, 미국 협상단이 의회와 기업, 주정부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참여정부의 주장은 공허했다. 나 역시 미국 협상단이 ’비공개’ 약속에 따라 미국 기업과 의회에 알려주지 않더라도 한국정부는 어떻게 해서든 국민들과 국민들의 대표인 국회의원, 그리고 적어도 산업별 주요 협회와는 사전에 협의하고 조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제 협상은 서로의 필요에 의한 것이고 서로 얻는 것이 많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협상의 결과가 국내의 모든 경제주체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것은 굳이 박사나 고위관료, 정치가가 아니더라도 12년간 의무교육을 받은 한국사람이라면, 아니 초등학교까지 나오지 못한 우리 어머니라도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1장. [한미 FTA란 무엇인가]에서는 국제 무역과 통상 협상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게 해준다. "한미 FTA만이 한국의
살길이다."라는 정부측 관계자의 주장은 어처구니 없다. 마치 조선 말기에 이완용 등 매국노들이 일본에게 한반도를 팔아먹기 위해 주장하는 소리와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세계적인 흐름에 대해 자의적으로 생각하고 한미 관계의 불평등성을 자기 멋대로 해석하면서 ’공격적’으로 한미 FTA를 추진한 노무현 전대통령과 참여정부 주체들의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참 어처구니가 없다. EU나 일본은 그럼 바보, 멍청이라서 미국과 FTA 협상에 나서지 않았다는 말인가?
 
2장. [왜 한미 FTA는 준비가 덜 되었다고 하는가]에서는 참여정부가 얼마나 사전 준비없이 엄청난 정책을 추진했고 국제 협상이나 국민적 합의를 무시했는지 알 수 있다. 정부가 자신이 있으면 있을수록 국회와 국민들에게 관련 정보를 가급적 자세하게 공개해야 한다. 한미 FTA를 준비하면서 관련 전문가에 폭 넓게 자문을 받지도 않았고 협상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일반 국민들, 기업들, 농민들, 노조, 자영업자들에게 협상 준비를 위해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것 자체가 가장 큰 문제다. 그러니 정부는 ’한미 FTA’ 효과 분석에 대해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의구심만 들게 했다. 4대 선결조건을 먼저 양보해버린 것은 일개 중소기업 CEO를 했던 내가 보기에도 참으로 황당하다. 어떻게 그런 머저리같은 인간들이 국가를 대표하여 외국과 통상 협상의 대표로 나가게 되었단 말인가!!
그리고 대외경제연구원이 제시한 ’효과’ 자료는 참여정부의 ’한미 FTA’ 추진이 얼마나 허술하고 명분이 부족한지 알 수 있게 해준다.
 
3장. [노무현 시스템의 닫힌 의사결정 구조]에서는 ’참여정부’의 ’참여’란 단어가 무색하다. 나는 노무현 전대통령의 선의를 믿고 싶다. 그렇다면 청와대 참모진과 정부 핵심 관계자들이 문제일 것이다. 열린 논의구조가 없이 무작정 공무원을 믿은 ’노무현호’의 한계이자 오류일 것이다.
’한미 FTA’를 통해서 드러난 시스템의 문제를 개인이나 집단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해결하려면 저자의 주장처럼 ’9차 헌법’을 개정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
그헣다면 어떻게?  앞으로의 연구 과제다...쩝...
 
4장. [경제적인 문제에 대한 철학적 질문]에서는 ’한미 FTA’를 둘러싼 경제구조와 방식에 대해, 미래의 사회 구조에 대해 철학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이야기한다.
우리사회의 인문학적, 철학적 소양이 전반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시간과 노력이 많이 투여되어야 할 분야다. 일반 국민들과 학생들부터 독서와 토론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5장. [한미 FTA, 주요 체크 포인트]에서는 2006년 기준으로 이후 전개될 협상 일정에 따라 고비가 될 몇 가지 지점을 이야기한다. 그것은 미국과 한국의 국회 비준, 협상에서 발효까지의 일정, 한국과 미국의 ’비대칭성’, 그리고 협상의 분위기를 역전시킬 비장의 무기(노동시장 개방)을 제시한다.
 
6장. [양들이 살아남는 방법은?]에서는 ’한미 FTA’ 협상에 따라 산업별, 계층별로 어떤 영향을 받을지 이야기한다. 그리고 참여정부의 ’폭주’를 멈출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의 분석은 매우 현실적이고 업종별로는 상당히 구체적이다.
저자는 때로는 정부에서 국제협사을 담당한 경험에 기초하여 협상가의 시각에서, 때로는 정부 실무자의 시각에서 한미 FTA를 들여다보기도 하고, 때로는 평범한 직장인이나 ‘동네 빵집 주인’의 입장에서 한미 FTA를 분석하기도 한다. 특히 저자는 한국은행의 ‘표준경제분류’에 따라 다양한 ‘서비스업종’에서 벌어질 상황들에 대해 자세히 분석하고 있다. 그리고 만약 지금 한국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정과 내용대로 한미 FTA가 추진될 경우, 어떤 직종에 속하는 사람들이 이직을 준비해야 할지, 또 어떤 사람들이 좀더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지 조언해준다. 심지어는 법률회사와 은행, 공무원, 그리고 건설회사에 이르는 다양한 직종에서 벌어질 변화와 함께 분당에서 압구정을 거쳐 일산에 이르기까지 지역난방망을 따라 형성된 아파트 가격에 미치는 영향까지, 저자의 조언이 미치지 않는 부문이 사실상 없을 정도로 한미 FTA와 경제의 관계를 꼼꼼히 살피고 있다.
그러고 난 다음 저자는, 지금의 일정과 내용대로 한미 FTA가 강행된다면, 4인 가족 기준으로 연소득 6,000만원 이하의 봉급생활자들은 차라리 ‘이민’을 심각하게 검토해볼 것을 권유한다.

한미 FTA 협상 속에는 1,000가지 이상의 다양한 옵션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서비스 산업의 ‘최후 보루’로서 동네 미장원을 비롯한 도시 자영업자들이 한미 FTA로 인해 받게 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들과 방안을 제시한다. 그런데 정작 정부는 지금 그러한 ‘협상 조건’에 대해서는 전혀 상관하지 않으면서 협상 ‘체결’을 목표로 하는 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저자는 한마디로 노무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 그리고 외교부의 ‘폭주’로 규정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9차 개정헌법의 오류 위에서 폭주하고 있는 중이다. 외교부는 조인 및 비준 절차와 관련된 시스템의 약점을 붙잡고 폭주하는 중이다. 저자는 이러한 폭주를 가능하도록 만들고 있는 지금 한국사회의 시스템, 특히 9차 개정헌법에 토대를 둔 ‘87년 체제’의 맹점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분석한다.(
저자의 ’9차 개정헌법 검토’는 나로 하여금 우리나라의 현행 헌법과 헌법 개정과정에 대해 추가로 공부하게끔 자극했다.ㅋ)

‘EU형 경제통합’과 ‘나프타형 경제통합’의 차이점을 비교 분석한 다음, 한미 FTA의 ‘부정적 효과’를 줄이기 위해 협상 내용에 ‘노동시장 개방’ 같은 안전장치들이 반드시 포함되어야만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무척이나 통쾌하다.

노무현 대통령과 그 측근들, 그리고 외교부의 한미 FTA 체결을 위한 ‘폭주’가 초래할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저자는 9차 개정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국민투표’를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대통령이 한미 FTA 협상 결과를 국민투표에 부치기로 결정한다면, 현재 부실하게 진행되는 협상의 내용을 보다 충실하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최소한 50% 이상의 국민들로부터 ‘찬성’를 받아야만 하는 이 절차를 통해서 정부의 폭주 시스템을 멈추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하나의 제안은, 만약 국민투표가 어렵다면, 한미 FTA로 인하여 부정적 효과가 실제로 발생하게 될 다음 정부가 협상의 기본 내용을 검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한미 FTA의 최종조인을 최소한 2007년 12월 이후로 연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포괄적 FTA’인 한미 FTA가 발생시킬 수 있는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하는 방안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이자 매력은, 보통 시민들(생활인)이 자신의 처지, 자신이 종사하는 분야에서 한미 FTA를 새롭게 조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는 것이다. 실물 경제학자의 시각답게 냉정하고 현실적이지만, 한미 FTA라는 이 거대한 변화 앞에서 “나에게는 어떠한 일이 벌어질 것인가?”를 궁금해 하고 고민하는 많은 생활인들에게 이 책은 작지만 알찬 지침서의 역할을 했음을 인정한다.

 
다음은 당시 정부측 인사인 김현종씨의 주장을 다룬 <김현종, 한미 FTA를 말하다>,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의 <한미 FTA는 우리의 미래가 아닙니다>, 그리고 최재천의원의 <한미 FTA 청문회>를 읽을 것이다. 
  
[ 2011년 6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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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꽃들의 입을 틀어막는가
데이비드 뱃스톤 지음, 나현영 옮김 / 알마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 스무 살 베트남 신부가 한국에 온 지 일주일 만에 한국인 남편에게 살해당했다. 27세 연상의 남편은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았지만 그녀는 이 사실을 모른 채 맞선 한 번만으로 결혼했다.
지방의 윤락업소에서 일하던 여성들이 연이어 자살했다. 업소에서 이들은 ’돈 버는 기계’처럼 착취당했고 사채와 연대보증으로 엄청난 빚을 졌다.
다른 한편에서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연예인들의 노예 계약에 대한 기사가 끊이지 않는다. 텔레비전 시사 프로그램에서는 오랜 세월 노예 생활을 해온 사회적 약자들을 보도한다.
노예제는 과연 과거의 문제일까?
(추석 전에 극장가에서 흥행한 영화 <아저씨>는 그냥 시나리오일 뿐일까??)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여러 노예노동의 실태를 읽다보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동남아시아의 태국/캄보디아/베트남..., 남아시아의 인도/네팔/방글라데시..., 아프리카, 남미, 유럽, 동아시아...
캄보디아 난민 출신 스레이 네앙은 어린 시절 노예로 팔려가 갖은 고생 끝에 하갈 쉼터의 도움으로 이제 재봉사가 되었다.
카스트 하층 계급인 마야의 가족과 친척들은 얼마 안 되는 빚 때문에 벽돌 가마에서 강제 노동하다가 국제정의선교회의 도움으로 풀려났다.
우간다의 찰스와 마가렛은 신의 저항군에 납치당해 소년병이 되었다가 구출되었다.
몰도바의 나디아는 이탈리아에 취업시켜준다는 꾐에 넘어가 인신매매되었다가 간신히 자유로워졌다.
 
한국은 안전지대인가?
미국의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법’에 의해 2001년 7월 발표된 <인신매매 보고서>에 한국은 러시아, 이스라엘, 루마니아를 포함한 3등급(미국법의 최소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노력도 기울이지 않는 국가)로 분류되었다.
이 책속에서 한국은 인신매매와 노예노동의 공급자, 경유자, 최종소비자로 분류되고 있다.
2달 전인가 영화관에서 개봉한 <아저씨>라는 영화(이정범감독, 원빈 주연)도 내용 중에 소녀가 인신매매되는 내용이 나온다.
한국도 안전지대는 당연히 아니라는 것을 반증(심증?)하는 것이겠지...
 
과거 이 땅 한반도에서도 불과 몇 십년 전에는 ’노예’와 다름 없는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아마 지금도 한국의 어두운 어디에선가에는 법과 시민들에게 보호받지 못하는 한국사람과 외국인들이 노예노동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는 노예노동에 시달리고 삶의 희망을 빼았긴 사람들을 돕는 ’천사’이자 ’전사’같은 이들이 소개된다.
’끄루 남’은 인신매매된 동남아시아 아이들을 구출하는 태국 화가다.
’애니 디젤버그’는 태국의 성노예 여성들이 제2의 삶을 살도록 돕는 ’야간등 디자인’의 대표다.
’피에르 타미’는 캄보디아 성매매 여성과 아이들을 지원하는 하갈 쉼터의 설립자다.
’게리 하우겐’은 전 세계의 노예들을 해방시키는 국제정의선교회의 설립자다.
’플로렌스 라코르’는 월드비전의 18세 미만 소년병 재활 센터의 상담자다.
’이단 라굼 루모로’는 월드비전의 18세 이상 소년병 재활 센터의 책임자다.
’체사레 로 데세르토 신부’는 인신매매된 동유럽 여성들을 구하는 ’레지나 파키스’의 성직자다.
’루시 보르하’는 페루의 거리 아이들을 돌보는 단체 ’헤네라시온’의 대표다.
’루이스 에통웨’는 일곱 번이나 노예를 구한 카메론 출신의 미국인이다.
’캐서린 천’과 ’데릭 엘러먼’은 현대판 지하철도 ’폴라리스 프로젝트’의 공동 대표다.
’아나 로드리게스’는 ’플로리다 인신매매 반대 연합’의 대표다.
이들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현대판 노예상인에 맞서 영웅적 활약을 펼치고 있다.

아동 노동자, 성노예, 강제노역자, 인신매매 피해자 등 우리 주변엔 가난과 억압의 짓눌려 사는 이들이 많다.
인간의 자유를 느끼지 못한 채 상업적 도구로 쓰이는 이들의 서글픈 이야기를 담는다.
현대 자본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가난은 사회적 불평등과 자유를 침해하는 요소가 되었다.
가난한 나라에서부터 이끌려 국경 너머로 노예로 팔려나간 이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글로 표현하여 이들의 아픔을 전한다.
납치 당하거나 채무 관계로 강제 노역을 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많은 이들의 관심과 구원의 손길이다.
핍박 받고 구원 받지 못한 이들의 구구절절 이야기를 통해 부정부패가 만연하는 이 사회를 비판해 보면서 이제 이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동유럽, 아프리카, 남미에서 어린이와 여성들에 대한 인신매매, 노예노동, 성착취를 성행하는 이유는 그들 나라의 극도의 가난, 무력갈등, 급격한 산업화와 폭발적인 인구증가가 밑바탕에 깔려있다.
거기에다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남성들의 ’성상품화’ 의식과 도덕성의 빈곤, 저렴한 착취노동에 대한 욕구 등이 끊임없는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수요와 공급 부분 모두 근절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선진국에서는 무척이나 음성적으로 노예노동이 이루어지고 있고 사람들이 자신들의 나라에 ’노예노동’이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각하기가 쉽지 않다.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의 경우 문화의식과 부정부패가 수요와 공급 양측을 모두 양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저자 역시 1980년대 엘살바도르에서 친구 몇 명과 성공적인 인권 운동을 펼쳤다.
그는 보통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개인의 힘이 세상을 바꾼다’고 믿는다.
노예제를 끝내려면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만의 힘으로는 부족하며 따라서 우리의 도움이 절실하다.
먼저 피해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기소하려면 법률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해방된 노예들을 고용하려면 기업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노예제에 대해 조사하고 정책을 바꾸려면 학자의 도움이 필요하다.
피해자의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려면 건강 관리사와 정신 건강 전문가가 필요하고 보호 시설을 지으려면 건축가가 필요하다. 사람들을 착취해서 만든 상품을 사지 않는 현명한 소비 활동을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방식이 아니라 노예제 폐지 운동에 실제로 도움을 보태는 것이다.
 
2007년 현재 세계 전역에 노예노동에 시달리는 여성,노동자는 3,000~5,000만명에 달한다...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점점 더 그 숫자가 늘어난다는 것...
그들은 가내노동, 가사노동, 섹스바, 성매매업소 등에서 착취당한다.
한국인들은 중국, 일본, 대만인들과 함께 동남아시아 어린이 성노동의 주요 고객이다... 이름하여 ’섹스관광객’...
 
신문기사나 영화 한 편으로 스쳐가듯 보여지는 모습과 달리 이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에는 노예노동과 성착취가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고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영화 포스터]










 

[ 2010년 10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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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미술이 아니다 - 미술에 대한 오래된 편견과 신화 뒤집기, 개정판
메리 앤 스타니스제프스키 지음, 박이소 옮김 / 현실문화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내일 진행될 공부모임의 교재이다. 지난 번 공부모임에 참석하지 못해 어떤 배경과 이유에서 이 책을 교재로 결정했는지 모르겠지만, 보통 인문사회과학 도서가 교재였기에 ’미술’을 주제로 하는 세미나는 신선하다. 더군다나 이번 공부모임에는 공부모임 참가자인 어떤 분이 미술과 관련한 연극도 관람하게 된다. 연극 제목은 <드로잉 쇼 히어로>이고 [명보아트홀]에서 내일 함께 관람할 것이다.
아쉽게도 나는 내일 다른 저녁 약속이 있기 때문에 참석할 수가 없다. 쩝...
 
이번 연극 관람건도 그렇지만 나에게 있어 미술이나 예술분야는 쉽게 이야기하면 ’서로 운이 따르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주변에 미술이나 예술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기도 했고 가까운 사람 중에 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도 없었을 뿐더러 가끔 접한 미술과 예술에 친밀감을 느낄 수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미술이나 예술을 가까이 해보려고 노력을 한 것도 아니었다. 초등학교 시절 학교 전체 미술대회에서 입상하기도 했지만 그것으로 미술과의 인연은 끝났다. 대학의 전공이 ’건축학’이었지만, 1학년 건축도학 수업은 적성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투시도와 조감도를 그리는 것이 건축 디자인에서 어떤 부분을 배울 수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교수들이 가르쳐 주지도 않았지만...
고등학교 다닐 때 나에게 있어 ’건축’이란 ’내 스스로 내가 살고 지낼 집을 짓는다’라는 수준에 불과했다. 대학 입학 1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내가 살 집을 내가 지을 수 있는 것은 건축 설계 능력이 아니라 경제력을 통해 가능하다’라는 아주 단순한 진실을 깨닫고 나서 철없던 내 생각을 비웃었다.
스케치 실력이 좋은 대학 동기들이나 대학 동아리의 탈반이나 미술,음악 계통 동아리의 활동을 가끔 바라보면서 간혹 부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지만, 내가 미술이나 예술에 자질과 흥미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에 불과했다.
지난 겨울에 런던에 갔을 때, 영국의 현대미술관이나 국립박물관, 웨스트민스터 사원, 오래된 성당을 주로 구경하고 다녔지만 ’새로움’이나 ’신선함’ 이외에 여전히 미술적 감흥이나 감동은 받지 못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미술이나 예술이란 타고난 자질이 있어야만 반드시 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주변의 환경과 조건이 어느 정도 갖추어지면 누구나 접할 수 있고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감성과 열정을 다듬고 키우는 것에도 미술과 예술은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경제활동에서 벗어날 정도로 나이가 들게 되면, 책이나 여행 이외에 스스로의 삶을 자유롭고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 쓸만한 활동으로 미술이나 예술은 꽤 좋아 보인다.
지금이라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도 늦은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이제라도 내가 미술이나 예술 분야에 관심과 흥미를 느끼고 도전할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20대 이후 계속 드는 고민이고 평생 동안 따라다닐 숙제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그래왔기 때문에 나는 ’미술’에 대한 정의나 개념, 역사나 구성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가끔 미술과 예술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지만,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몰랐다. 이 책은 그런 나에게 첫 번째 안내서 역할을 해주었다.
미술이 무엇인지, 언제부터 미술이 있었는지, 미술의 역사는 어땠는지, 누가 미술의 주체인지에 대해... 
 
이 책의 기본 아이디어들은 저자가 1985년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에서 졸업반이나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동시대 미술, 문화, 비판이론’이란 강의를 하며 만들어졌다. 저자는 "미술과 근대적 주체 개념은 물론 문화에 대한 고루한 편견과 신화를 효과적으로 해체시키는, 그리고 학생들이 비교적 세련된 관점으로 전공 분야에 접근하는 것을 도와주는 예비강좌들을 마련했고 강의를 정리해 책으로 출판"(p.xi)한 것이다.
 
----------------------- * 메리 앤 스타니스제프크키는 누구? -------------------------
미술사가로서 미국 렌셀러 폴리테크닉 대학 Rensselaer Polytechnic Institute의 전자예술사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The Power of Display: A History of Exhibition Installations at the Museum of Modern Art》(1998), 《Dennis Adams: The Architecture of Amnesia》(1990) 등이 있으며, 주로 근현대 미술과 문화에 관한 탁월한 저술가로 정평이 나 있다. ---------------------------------
 
저자는 ’미술, 문화, 비판이론’을 10개의 챕터로서 책으로 구성했다.
1. 미술이란 무엇인가 : 우리가 지금까지 미술에 대해 알고 있었던 오래된 편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2. 미술과 근대적 주체 : 근대를 거쳐오면서 한 개인이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기 시작함과 동시에 미술에 대한 개념도 등장하기 시작했음을 밝히고 있다.
3. ’예술’이라는 용어 / 4. 미학 : 예술의 이론 : ’예술’과 ’미학’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배경에 대해 서술한다.
5. 미술창작이라는 특권 : 예술이라는 분야가 백인 남성의 전유물이었으며 여성 작가들은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소외되어 왔음을 밝히고 있다.
6. 아카데미 / 7. 박물관 : ’아카데미’와 ’박물관’의 등장과 역사, 그리고 예술에 끼친 영향에 대해 언급한다.
8. 미술사와 모더니즘
9. 아방가르드와 대중문화
10. 오늘날의 미술과 문화 
 
시스티나 성당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 장-앙투안 와토의 [키테라섬의 순례],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상과 이집트 기자에 있는 피라미드까지, 전세계의 사람들 대부분이 훌륭한 미술(예술)작품이라고 생각해 온 것들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 모든 작품들이 ’미술이 아니(었)다!’라고 선언한다. 
<아담의 창조>

 <모나리자>

<키테라섬의 순례>

<밀로의 비너스>

<기자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 * 역자 박이소는 누구인가? -----------------------------
홍익대학교와 미국 프랫대학원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미국에서 ‘박모’라는 이름으로 33회의 크고 작은 전시에 참여했으며, 대안공간인 ‘마이너 인저리 Minor Injury’를 운영하기도 했다. 1994년 귀국해 SADI 교수를 역임했으며, 1997년 광주비엔날레와 2003년 베니스비엔날레, 2004년 부산비엔날레 참여작가로 활동했다. 2001년에는 대안공간 ‘풀’ 개인전과 2002년 에르메스상 수상기념전 등을 가졌다. 국내외에서 한창 주목을 받고 있던 2004년에 작고했다. 번역서로는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 외에 《문화연구와 문화이론》(존 스토리 지음, 현실문화연구, 1999)이 있다. -------------------------
 
저자는 책의 첫 쪽부터 도발적인 선언을 한다. 앞서 언급한 작품들 뿐만 아니라 베르사유 궁전, 니이케상, 중국의 봉헌 그림 등의 사진을 독자들에게 보여주며 이 모든 작품들이 정작 ’미술이 아니다’라고 한다. 지금까지 독자들이 갖고 있었던 미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드리면서 저자의 생각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런가?
저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미술’이란 ’근대의 발명품’이라고 주장하면서 위에 나열한 작품들은 오늘날 문화에 의해 ’차용’되어 미술로 변형된 것이라 이야기한다.

’미술’은 근대, 특히 지난 200년간의 발명품이다. 근대 이전의 사람들이 생산한 뛰어난 건물들과 물품들은 우리의 문화에 의해 ’차용’되어 미술로 변형된 것이다. 우리가 아는 미술은 상대적으로 최근에 나타난 현상으로, 미술관에 전시되고, 박물관에 보존되며, 수집가들이 구매하고, 대중매체 내에서 복제되는 그 무엇을 말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결국 다양한 제도들에 의해 형성되고 정의된다. 제도는 사물들에 그 경계와 관행을 설정해 준다. 이는 액자틀이 그 안에 있는 것을 회화로 보이게 만들고, 좌대가 그 위에 있는 것을 조각으로 보이게 만드는 것과 같다."(p.28)
예를들어 시스티나 성당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는 미술로 창작된 것이 아니었다. 이 이미지는 단지 로마 교황의 권위와 성스런 의식을 위한 시각적인 은유였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의미로서 이 프레스코화가 아무리 아름답다고 해도 미술은 아니(었)다.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상 또한 마찬가지다. 이 5인치짜리 인물상에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라고 이름을 붙인 것도, 그리하여 이 상을 미술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도 모두 현대에 와서의 일이다. 이 비너스상은 제작될 당시 단지 일상용품이었을 것이다. 이 조각상을 예술작품이라 부르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현대인들의 속단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1913년 마르셀 뒤샹이 만든 작품 ’기성품’은 이러한 미술 자체에 대한 반성과 그 토대에 대한 공격에서 발생한 반미학적 경향의 선구자라 할 수 있다.
<니이케 상>

<중국 고대 봉헌 그림>

<베르사이유 궁전>

- 마르셀 뒤샹 <기성품>


뒤샹, 피카소, 몬드리안, 폴록, 그리고 워홀 등 저자는 근대 이후의 작품들을 ’미술’이라 정의한다.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작가가 예술에 대한 영감을 바탕으로 스스로 창조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이 바로 ’미술’이라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형태의 미술의 개념은 개인이 자신의 인간성을 인식해 가는 혁명적인 변화가 시작된 후 생겨났다. 즉 미술은 유럽에서 군주제의 해체와 동시에 그 존재를 드러냈다는 말이다. 이로서 미술은 교회(종교)나 왕권(정치)의 권위를 위해 봉사할 필요가 없어졌다. 오직 작가 자신이 스스로 얻은 영감에 의해 자유롭게 창작할 뿐이다. 이렇게 창작된 작품들은 ’자유시장’ 내에서 전시, 교환됨으로써 그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

미술에 대한 저자의 해박하고 예리한 지적과 통찰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작품을 보는 새롭고 혁신적인 시각을 제공한다.
어떻게 보면 지루할 수 있는, 미술의 역사를 거쳐간 여러 사조들 - 초현실주의, 인상주의, 추상파, 표현주의, 입체파, 아방가르드, 미래파, 다다이스트 등 - 에 대해 쉽고 명확하게 설명해준다. 미술에 대한 초보적인 교재로서도 충분할 것 같다.
그리고 저자가 해석하는 미술과 미술이론은 물론 문화연구와 인문학에 관심있는 이들에게 여러가지 문제들에 대해 또다른 통찰력을 제공해 줄 수 있다.   
 
저자는 책 속의 곳곳에서 ’제도화된 시각’으로서의 미술이 간직하고 있는 숨은 이야기들 아주 재미있게 들려준다. 이 숨은 이야기들은 오늘날 대중매체와 대중문화를 통해 끊임없이 우리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따라서 저자를 통해서도 이반 일리히의 ’가치의 제도화’에 대한 비슷한 문제의식을 느낄 수 있다.(<학교 없는 사회>) 근대의 산업사회 생산양식은 미술과 예술에 대해서도 ’아름다움’이란 가치를 ’미술가’와 ’예술가’, 그리고 화랑, 경매, 미술관, 음악당 등으로 제도화시킨 것이다. 마치 미술관에 자주가서 그림을 보고 음악당에 가서 클래식을 들으면 ’아름다움’을 느낀 것처럼... 
 
* 책 속의 문장
- 우리가 아는 미술은 상대적으로 최근에 나타난 현상으로, 미술관에 전시되고 박물관에 보존되며 수집가들이 구매하고 대중매체 내에서 복제되는 그 무엇을 말한다. 미술가가 미술작품을 창조한다 하더라도, 그 자체로는 아무런 소용이나 가치가 없다. 그러나 이 미술작품들은 미술의 여러 제도들(화랑이나 미술사, 미술출판, 박물관 등) 내로 순환하면서 비로서 현대세계의 다른 어느 것보다도 상대적으로 깊은 의미와 중요성을 획득하고 그 가치가 증폭된다.(p.28)
 
- 오늘날 서구의 미술관은 텔레비전 방송국이나 대기업, 신문사 등 대중매체에서 후원, 선전하는 대규모 인기 전시회 장소로 변모하고, 회화 도록, 티셔츠, 텔레비전 쇼 등으로 포장되어 팔린다. 구내서점, 레스토랑, 카페 등 관객을 위한 편의시설이 필수적이 되었고, 한 코너에서는 기념품, 포스터, 장신구 등을 판매하는 상업 활동까지 벌어진다. 미술관 방문은 오늘날의 대표적인 여가 활동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서구의 대도시에서는 미술관이 국제적 관광자원으로, 지역경제에 큰 구실을 하고 있다. 미술관의 이념적 폐허화를 주장하는 시각이 많음에도, 또 한편으로는 더 많은 미술관이 지어지고 있는 현상은 그것이 국가와 대기업의 문화주의 및 대중매체와 결합해 과거의 조건에서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음을 말한다.(p.173)
 
- 어떤 의미에서 피카소는 좁게는 창작에 대한 미술가의 권력이라는 신화를, 보다 넓은 의미에서는 현대 남성과 세상의 관계에 대한 신화를 포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술가의 창작 한계를 인정함으로써, 피카소와 브라크, 뒤샹은 서구문화에서 의미와 가치들이 창조되는 방식을 탐구해 자신들과, 작품, 그리고 세계에 대해 보다 많은 지식과 권력을 획득했다고 할 수 있다.(p.225)
 
* 책 속의  책 : 존 버거 <보는 방법 / 어떻게 볼 것인가> 
 
[ 2011년 6월 1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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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이다 -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진짜 내 인생'을 사는 15인의 인생 전환
김희경 지음 / 푸른숲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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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 넘어서고 나서는 가끔 ’내가 잘 살고 있는 것인가?’라거나 ’앞으로 어떻게 살지?’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것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나 스스로 어떻게 사는 것이 나를 만족시키고 나의 활력을 이끌어내고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지 궁금한 것이다.
아직도 인생의 ’행복’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나이일 수도 있지만,
더 늦기 전에 ’행복’이란 것이 과정에 있는지, 직업에 있는지, 인생관에 있는지, 목표에 있는지 알고 싶은 것이다.
 

이 책은 직업을 선택한 후 열심히 사회활동을 하다가 어떤 계기를 만나 직업을 바꾸거나 ‘하고 싶은 일’을, ‘진짜 자신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전환시킨 평범한(?) 15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 역시 17년 넘게 근무하던 언론사에서 새로운 모색을 시도하고 싶던 시기였고 그 15인을 만나면서 사표를 내고 ‘진짜 내 인생’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17년 8개월 동안 일간지 기자로 살아온 저자는 어느 날 그동안 해왔던 일이 ‘더 이상 내 몸에 맞지 않는다’고 느끼는 시기를 맞았다.
그런 생각이 턱밑까지 차올랐지만 아직 새 인생에 대한 확신도 용기도 없을 무렵, 그는 자신보다 앞서 하던 일을 그만두고 ‘인생 전환’을 감행한 인물들을 찾아 나섰다.
남들 눈에는 지금 그대로 살아도 별 문제 없어 보이는 ‘멀쩡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줄어든 수입, 가족의 만류, 달라진 평판, 불안한 미래를 감수하고 기어코 새 삶을 시작한 이유가 궁금했고, 그 과정에서 겪은 다양한 갈등과 해결 방법, 전환 이후 느끼는 삶의 만족도에 대해 듣고 싶었다.
간호사에서 소설가로, 광고 회사 임원에서 요리사로, 음반 가게 사장에서 심리 상담가로 인생 전환을 이룬 열다섯 명을 차례로 만나며 그는 자기 안의 오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나간다.
그의 갖가지 질문에 대한 그들의 서로 다른 듯하지만 결국 하나였던 대답은 바로 이 책이다.
숱한 걱정과 불안에도 불구하고 그런 선택을 감행한 건 그렇게 내 눈앞에서 끌려가듯 흘러가고 있는 게 ‘내 인생’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국 저자는 그들처럼 오래 몸담았던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15명의 ‘내 인생 찾기’ 성공담은 현재 자신의 직장과 직업, 흔들리는 지위와 역할, 다시 살아나는 꿈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비슷한 세대들에게 새로운 ‘단초’를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300쪽도 안되는 책 속에 15명의 고민을 담았기에 한 명, 한 명의 고민과 결심, 준비와 노력이 세세하게 담겨있지 않기에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사람들은 조금 더 진지한 성찰과 연구, 대화와 준비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고...


이 름

전직업

시 기

새직업

계 기

김 호

PR컨설팅사 사장

39세

1인 기업가

행복한 삶, 하고싶은 일

박윤자

음반가게 사장

34세

심리상담사

재미있는 일, 소명

최혜정

광고인

46세

NGO 활동가

진짜 내 모습으로 살기

이영이

신문사 기자

43세

의사

가고 싶은 길

오시환

광고인

48세

요리사, 음식점 사장

혼자 할 수 있는 직업,
몸 자체 전문가

최준영

디자이너, 교수

38세

보트제작자

10년 전부터 준비한 꿈

김형근

기자

40세

문화콘텐츠영문출판사 대표

권위적인 조직과
내 삶의 주체

양광모

의사

34세

벤처기업 대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

이인식

대기업 상무

46세

과학 칼럼니스트

글쓰기의 꿈

민진희

미국 공인회계사

32세

요가지도자, 학원 원장

내면을 돌아보기,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

차백성

대기업 상무

49세

자전거 여행가

필생의 꿈에 뛰어들기

김용규

벤처기업 CEO

39세

숲 생태 전문가

내 꿈이 어디갔지?

최해숙

디자이너

35세

소물리에

꿈과 판타지를 구별하기

정유정

간호사

36세

소설가

꿈을 향해 좌절 견디기

엄홍길

전문 산악인

48세

사회사업가

실패를 다루는 방식

  
인생 찾기에 성공한 14명의 적지 않은 경우가 공통적으로 ‘꿈’을 애기한다.
어려서부터 맘 속에 품고 있던 ‘꿈’이든, 새롭게 찾아낸 ‘꿈’이든…
그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대부분 ‘일벌레’였다는 것…
, 밑바닥 직종이 아니라 대부분 화이트 칼라 계층이라는 것…
‘일벌레’였기 때문에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자신의 일에 파고들었던 것이고 따라서 5년, 10년 단위의 주기로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는가?’ 또는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런 느낌은 30대 중반 이후부터 우리들에게 끊임없이 다가온다.
아마도 우리시대의 화이트 칼라 계층이 미국식 자본주의 윤리와 방식으로 배우고 익힌 그 모습 그대로 살아가기에는 우리의 DNA가, 인간의 DNA가 여러 번 경종을 울리는 것 같다.
 
이들은 그나마 사회조직의 중류층 이상이고 화이트 칼라계층이기에 자신의 ‘존재’와 ‘꿈’, ‘행복’에 대해 고민하고 대화하고 진로를 변경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들보다 못한 계층들, 즉 노동자, 농민, 소상공인, 주부, 실업자, 빈민들에게는 최저생계비와 아이들의 학원비, 주거비 걱정에 자신들의 ‘꿈’이나 ‘인생’에 대해 걱정할 수 조차 없다.
아니, 아예 그런 생각은 그들에게 사치일 뿐...
 
또한, 이 책 속에 숨어있는 또 다른 점을 간과하면 안된다.
이 책에 소개된 ‘내 인생찾기’ 주인공들의 공통점은?
모두 자기가 속한 분야에서, 조직에서 인정받았고 고지 하나는 넘어섰다는 점이다
그런 그들이었기에 그 동안 그들이 해낸 성과만큼, 과정만큼 자신의 간절한 ‘꿈’과 새로운 ‘도전’ 역시 가능성이 높았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소개하지 않은, 통계를 낼 생각도 해보지 못한 ‘인생 전환’에 실패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퇴직금만 가지고 무모하게 새로운 사업이나 장사를 시작했다가 실패한 사람,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했다가 퇴직 시기에 그나마 ‘시드머니’도 없는 사람, 섣불리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다가 실패한 사람, 등등…그 사람들이 다시 용기를 내어 맨 바닥에서 한 계단씩 올라가는 사례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삼십대의 10년은 성공했지만 행복하지 않은 시간이었다면, 사십대의 10년은 행복하게 살고 싶었어요.〔…〕
하프타임은 내 꿈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인생 전환을 꿈꾸는 사람에겐 하프타임 갖기를 꼭 권하고 싶어요.
하프타임의 목적은 한가해지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직장 생활에 몰두해 있을 때는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게 두렵고, 혼자 있는 걸 잘 견디지 못하잖아요.
하지만 자기 자신과 대면한 상태에서 과거를 돌아보거나 미래를 그려보지 않고서 실행하는 변화는 무의미하거나 미완성이기 십상이지요.
혼자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해요.” (/ pp.15~20)

“내가 그만큼 일에 몰두하고 있고, 내 일을 장악하고 있구나 스스로 확인하게 된 거죠. ‘내 과제’를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일을 잘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지금은 내가 전체를 다 움직이면서 내 일을 만들고 내 공간을 설계해요. 거기에서 오는 쾌감은 정말 대단해요. 이게 방향 전환을 통해 거둔 가장 큰 성과예요. 한 점에 딱 박혀 있던 나사가 빠져서 녹슬지 않고 살아서 돌아다니는 거니까요.” 〔…〕
만약 최해숙 씨가 달라졌다면,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서가 아니라 스스로도 말했듯 이전에 몰랐던 가능성을 끌어내 쓰는 느낌 덕분이었을 것이다.
‘새로운 나’와의 조우를 기다리던 찰스 핸디도 오랫동안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려고 했던” 거짓된 삶을 반성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정체성의 탐험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지 말고 스스로에 대해 정직하고 개방된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 pp.220~221)


이 책의 저자는 대학동기다.
교정에서나 사회에서나 내가 저자와 절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촌티를 벗고 관악캠퍼스에 드나들던 1985년부터 우리는 늘 우리사회와 우리사회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제자리에 놓여있지 않고 있다는 생각 속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지냈다는 것은 공통점이었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상대와, 그리고 우리 자신과의 싸움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서 우리는 각자 캠퍼스를 떠나 사회에 몸 담았고 20년 만에 우연하게도 만났다.
동기들이 저자의 신간 출판을 기념하여 조촐하게 모여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했기에... 
 
나를 둘러싼 사람들 중 책을 출간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90년대에 선배가, 그리고 과 동기가 전공과 관련한 책을 출간한 경우가 있었고 어떤 후배도 자신의 전공관련 에세이 책을 출간했다.
하지만, 나는 아직 그 어느 책도 읽지 않았다.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선택하는 방식은 말 그대로 ‘임의적’이라서 아는 사람이 책을 출간했다고 바로 사서 읽지는 않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느낌이 조금 달랐다.
9월 언젠가 친구놈이 저자의 출간소식과 함께 동기들과 함께 출판기념회를 열어주자고 제안하고 여러 동기들이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보이는 와중에 나 역시 ‘시간이 되면 참석하마…’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혹시나 참석하지 못하면 그 대신에 ‘책을 사서 읽고 서평이나 써주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서둘러 책을 구입하고 읽었다.
물론, 서평을 쓰기 전에 출판기념회 날짜는 돌아왔고 특별히 바쁘지 않은데다가 올 가을부터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늘려보겠다는 다짐을 한 터라 참석하여 축하해주었다.
 
마지막으로 요즘은 출판마저도 마케팅 시대라는 점을 생각하면, 책의 제목을 조금 더 신중하게 선택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예를 들어 ‘터닝 포인트’같은…^^ 

[ 2010년 10월 1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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