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이다 -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진짜 내 인생'을 사는 15인의 인생 전환
김희경 지음 / 푸른숲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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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 넘어서고 나서는 가끔 ’내가 잘 살고 있는 것인가?’라거나 ’앞으로 어떻게 살지?’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것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나 스스로 어떻게 사는 것이 나를 만족시키고 나의 활력을 이끌어내고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지 궁금한 것이다.
아직도 인생의 ’행복’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나이일 수도 있지만,
더 늦기 전에 ’행복’이란 것이 과정에 있는지, 직업에 있는지, 인생관에 있는지, 목표에 있는지 알고 싶은 것이다.
 

이 책은 직업을 선택한 후 열심히 사회활동을 하다가 어떤 계기를 만나 직업을 바꾸거나 ‘하고 싶은 일’을, ‘진짜 자신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전환시킨 평범한(?) 15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 역시 17년 넘게 근무하던 언론사에서 새로운 모색을 시도하고 싶던 시기였고 그 15인을 만나면서 사표를 내고 ‘진짜 내 인생’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17년 8개월 동안 일간지 기자로 살아온 저자는 어느 날 그동안 해왔던 일이 ‘더 이상 내 몸에 맞지 않는다’고 느끼는 시기를 맞았다.
그런 생각이 턱밑까지 차올랐지만 아직 새 인생에 대한 확신도 용기도 없을 무렵, 그는 자신보다 앞서 하던 일을 그만두고 ‘인생 전환’을 감행한 인물들을 찾아 나섰다.
남들 눈에는 지금 그대로 살아도 별 문제 없어 보이는 ‘멀쩡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줄어든 수입, 가족의 만류, 달라진 평판, 불안한 미래를 감수하고 기어코 새 삶을 시작한 이유가 궁금했고, 그 과정에서 겪은 다양한 갈등과 해결 방법, 전환 이후 느끼는 삶의 만족도에 대해 듣고 싶었다.
간호사에서 소설가로, 광고 회사 임원에서 요리사로, 음반 가게 사장에서 심리 상담가로 인생 전환을 이룬 열다섯 명을 차례로 만나며 그는 자기 안의 오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나간다.
그의 갖가지 질문에 대한 그들의 서로 다른 듯하지만 결국 하나였던 대답은 바로 이 책이다.
숱한 걱정과 불안에도 불구하고 그런 선택을 감행한 건 그렇게 내 눈앞에서 끌려가듯 흘러가고 있는 게 ‘내 인생’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국 저자는 그들처럼 오래 몸담았던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15명의 ‘내 인생 찾기’ 성공담은 현재 자신의 직장과 직업, 흔들리는 지위와 역할, 다시 살아나는 꿈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비슷한 세대들에게 새로운 ‘단초’를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300쪽도 안되는 책 속에 15명의 고민을 담았기에 한 명, 한 명의 고민과 결심, 준비와 노력이 세세하게 담겨있지 않기에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사람들은 조금 더 진지한 성찰과 연구, 대화와 준비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고...


이 름

전직업

시 기

새직업

계 기

김 호

PR컨설팅사 사장

39세

1인 기업가

행복한 삶, 하고싶은 일

박윤자

음반가게 사장

34세

심리상담사

재미있는 일, 소명

최혜정

광고인

46세

NGO 활동가

진짜 내 모습으로 살기

이영이

신문사 기자

43세

의사

가고 싶은 길

오시환

광고인

48세

요리사, 음식점 사장

혼자 할 수 있는 직업,
몸 자체 전문가

최준영

디자이너, 교수

38세

보트제작자

10년 전부터 준비한 꿈

김형근

기자

40세

문화콘텐츠영문출판사 대표

권위적인 조직과
내 삶의 주체

양광모

의사

34세

벤처기업 대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

이인식

대기업 상무

46세

과학 칼럼니스트

글쓰기의 꿈

민진희

미국 공인회계사

32세

요가지도자, 학원 원장

내면을 돌아보기,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

차백성

대기업 상무

49세

자전거 여행가

필생의 꿈에 뛰어들기

김용규

벤처기업 CEO

39세

숲 생태 전문가

내 꿈이 어디갔지?

최해숙

디자이너

35세

소물리에

꿈과 판타지를 구별하기

정유정

간호사

36세

소설가

꿈을 향해 좌절 견디기

엄홍길

전문 산악인

48세

사회사업가

실패를 다루는 방식

  
인생 찾기에 성공한 14명의 적지 않은 경우가 공통적으로 ‘꿈’을 애기한다.
어려서부터 맘 속에 품고 있던 ‘꿈’이든, 새롭게 찾아낸 ‘꿈’이든…
그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대부분 ‘일벌레’였다는 것…
, 밑바닥 직종이 아니라 대부분 화이트 칼라 계층이라는 것…
‘일벌레’였기 때문에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자신의 일에 파고들었던 것이고 따라서 5년, 10년 단위의 주기로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는가?’ 또는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런 느낌은 30대 중반 이후부터 우리들에게 끊임없이 다가온다.
아마도 우리시대의 화이트 칼라 계층이 미국식 자본주의 윤리와 방식으로 배우고 익힌 그 모습 그대로 살아가기에는 우리의 DNA가, 인간의 DNA가 여러 번 경종을 울리는 것 같다.
 
이들은 그나마 사회조직의 중류층 이상이고 화이트 칼라계층이기에 자신의 ‘존재’와 ‘꿈’, ‘행복’에 대해 고민하고 대화하고 진로를 변경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들보다 못한 계층들, 즉 노동자, 농민, 소상공인, 주부, 실업자, 빈민들에게는 최저생계비와 아이들의 학원비, 주거비 걱정에 자신들의 ‘꿈’이나 ‘인생’에 대해 걱정할 수 조차 없다.
아니, 아예 그런 생각은 그들에게 사치일 뿐...
 
또한, 이 책 속에 숨어있는 또 다른 점을 간과하면 안된다.
이 책에 소개된 ‘내 인생찾기’ 주인공들의 공통점은?
모두 자기가 속한 분야에서, 조직에서 인정받았고 고지 하나는 넘어섰다는 점이다
그런 그들이었기에 그 동안 그들이 해낸 성과만큼, 과정만큼 자신의 간절한 ‘꿈’과 새로운 ‘도전’ 역시 가능성이 높았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소개하지 않은, 통계를 낼 생각도 해보지 못한 ‘인생 전환’에 실패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퇴직금만 가지고 무모하게 새로운 사업이나 장사를 시작했다가 실패한 사람,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했다가 퇴직 시기에 그나마 ‘시드머니’도 없는 사람, 섣불리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다가 실패한 사람, 등등…그 사람들이 다시 용기를 내어 맨 바닥에서 한 계단씩 올라가는 사례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삼십대의 10년은 성공했지만 행복하지 않은 시간이었다면, 사십대의 10년은 행복하게 살고 싶었어요.〔…〕
하프타임은 내 꿈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인생 전환을 꿈꾸는 사람에겐 하프타임 갖기를 꼭 권하고 싶어요.
하프타임의 목적은 한가해지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직장 생활에 몰두해 있을 때는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게 두렵고, 혼자 있는 걸 잘 견디지 못하잖아요.
하지만 자기 자신과 대면한 상태에서 과거를 돌아보거나 미래를 그려보지 않고서 실행하는 변화는 무의미하거나 미완성이기 십상이지요.
혼자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해요.” (/ pp.15~20)

“내가 그만큼 일에 몰두하고 있고, 내 일을 장악하고 있구나 스스로 확인하게 된 거죠. ‘내 과제’를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일을 잘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지금은 내가 전체를 다 움직이면서 내 일을 만들고 내 공간을 설계해요. 거기에서 오는 쾌감은 정말 대단해요. 이게 방향 전환을 통해 거둔 가장 큰 성과예요. 한 점에 딱 박혀 있던 나사가 빠져서 녹슬지 않고 살아서 돌아다니는 거니까요.” 〔…〕
만약 최해숙 씨가 달라졌다면,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서가 아니라 스스로도 말했듯 이전에 몰랐던 가능성을 끌어내 쓰는 느낌 덕분이었을 것이다.
‘새로운 나’와의 조우를 기다리던 찰스 핸디도 오랫동안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려고 했던” 거짓된 삶을 반성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정체성의 탐험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지 말고 스스로에 대해 정직하고 개방된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 pp.220~221)


이 책의 저자는 대학동기다.
교정에서나 사회에서나 내가 저자와 절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촌티를 벗고 관악캠퍼스에 드나들던 1985년부터 우리는 늘 우리사회와 우리사회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제자리에 놓여있지 않고 있다는 생각 속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지냈다는 것은 공통점이었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상대와, 그리고 우리 자신과의 싸움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서 우리는 각자 캠퍼스를 떠나 사회에 몸 담았고 20년 만에 우연하게도 만났다.
동기들이 저자의 신간 출판을 기념하여 조촐하게 모여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했기에... 
 
나를 둘러싼 사람들 중 책을 출간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90년대에 선배가, 그리고 과 동기가 전공과 관련한 책을 출간한 경우가 있었고 어떤 후배도 자신의 전공관련 에세이 책을 출간했다.
하지만, 나는 아직 그 어느 책도 읽지 않았다.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선택하는 방식은 말 그대로 ‘임의적’이라서 아는 사람이 책을 출간했다고 바로 사서 읽지는 않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느낌이 조금 달랐다.
9월 언젠가 친구놈이 저자의 출간소식과 함께 동기들과 함께 출판기념회를 열어주자고 제안하고 여러 동기들이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보이는 와중에 나 역시 ‘시간이 되면 참석하마…’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혹시나 참석하지 못하면 그 대신에 ‘책을 사서 읽고 서평이나 써주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서둘러 책을 구입하고 읽었다.
물론, 서평을 쓰기 전에 출판기념회 날짜는 돌아왔고 특별히 바쁘지 않은데다가 올 가을부터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늘려보겠다는 다짐을 한 터라 참석하여 축하해주었다.
 
마지막으로 요즘은 출판마저도 마케팅 시대라는 점을 생각하면, 책의 제목을 조금 더 신중하게 선택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예를 들어 ‘터닝 포인트’같은…^^ 

[ 2010년 10월 1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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