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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 동아시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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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섭이 대세다. 과거에 간학문, 학문간의 대화라는 말을 통섭이라는 세련된 말로 표현하고 있지만 이런 운동이 어느날 갑자기 뚝떨어진 것은 아니다. 과거 학문이 오늘날처럼 세분화 되기 전에는 굳이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과학자 안에서 이런 일들이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우리가 과학의 대가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철학과 인문학, 예술과 같은 일에도 조예를 보였었다. 모르긴 몰라도 그들이 과학자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철학자나 예술가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을 수도 있다. 대가들 안에서 과학과 인문학이, 철학이, 그리고 예술이 정리가 되어지고, 서로가 서로에게 자극이 되어서 전혀 새로운, 그리고 놀라운 이론과 업적들이 출현하게 되었다.

 

  그러나 과학이 더 발전할수록 다른 학문들과 마찬가지로 세부적으로 구분이 되기 시작했다. 물리와 화학이, 생물학이 구분이 되기 시작했고, 각 분야도 여러가지로 구분되기 시작하면서 똑똑한 바보들이 양산되기 시작됐다. 자기 분야에서는 천재적이라 할 수 있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무지한 사람들이 출현하기 시작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과학의 세분화는 일반과 과학의 괴리까지 불러오기 시작했다. 과학은 머리아픈 학문, 혹은 천재들만 하는 학문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는데,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호기심이 사라진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과거 어린 시절에 카메라, 시계 수도 없이 뜯었던 기억이 있다. 그냥 궁금했다. 이게 왜 찍히지? 이게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 것이지? 뜯은 다음에 재조립 하지 못해서 버렸던 시계도 한두개가 아니며 이 때문에 부모님께 혼났던 것이 얼마던가? 나중에는 비디오, 카메라, 텔레비전까지 관심을 넓히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서 교과서에서만 배웠던 원리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아마 그 모습 그대로 성장했다면 과학자가 아니면 고물상 둘 중에 하나는 하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가전제품을 뜯어보는 장난들을 통해서 과학이란 우리의 삶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진 것도, 마법처럼 신비로운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되었고, 일상과 과학이 별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지나가면서 신기한 물건을 보면 저건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 것일까, 저 건물에 실린 하중은 얼마나 할까 등등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렇다고 그냥 지나치지 않았는데 요즘 아이들의 대화는 조금 다르다. 호기심과 경이감은 사라져 버리고, 얼마일까, 신제품이네라는 생각만이 앙상하게 남아 있다. 과학적 사고의 출발인 호기심은 이미 사라져 버린지 오래다.

 

  아마 이런 위기의식이 이 책을 의도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과학이란 일상과 괴리가 된 것이 아니라는 것,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건물, 가전제품, 심지어는 장난감에도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인지도 모른다. 혹은 과학과 인문학이 만나서 서로에 대해서 자극을 주어 창의력을 계발하기 위함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말이다. 내가 보기에 이런 시도는 실패로 보인다. 똑똑한 놈 둘이 만나서 서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고 그것을 지켜보는 일반인들까지 그 이야기를 전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충분히 대중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풀어줘야 한다. 그런데 이 책은 대담집이라는 특성답게, 더군다나 오랜 시간에 걸쳐서 여러가지 대화의 주제를 가지고 행해졌던 대담들을 모아 놓은 책답게 이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철저하게 관심이 없다. 그러니 책장은 넘어가지만 계속 내가 왜 읽고 있을까라는 의문만이 들 뿐이다.

 

  대체로 이런 대담집이 지니는 한계일것이고, 더군다나 과학이라는 조금은 딱딱한 내용을 주제로 다룬다면 그 한계는 더 분명해질 것이다. 각 장별로 다루고 있는 내용도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루기보다는 수박겉핥기 식으로 다루다가 지나가버린다. 결국 사이언스 이즈 컬쳐라는 제목이 전하고자 한 과학과 문화가 별개가 아니라는 사실은 사라져 버리고, 과학자와 문화 쪽에 종사하는 사람들 사이의 노가리만 남았다. 제목만 좋은 책이랄까?

 

  알라딘 서평단을 하면서 가장 곤혹스러울 때가 이런 때다. 원하지 않는 책인데 읽고 서평을 써야하니 시간도 못지키고, 충실도도 약하고... 솔직하게 별 하나도 아까운 책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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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03-06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학은 그냥 과학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목이 화려할수록 외면하는 경향이 있는데 아마 그래서 놓치는 책들도 많을겁니다. 하지만 본질은 따로 있고 그에 종사하는 사람들 사이의 노가리만 남았다는 saint님 말씀에 공감부터 가는걸요.

saint236 2013-03-06 22:44   좋아요 0 | URL
정말 노가리만 남았습니다.

transient-guest 2013-03-10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촘스키는 요즘 특히 한국에서는 조금 과도하게 인용되고 회자되는 느낌입니다. 사실 이분은 꾸준히 같은 얘길 계속 해왔는데 말이죠. 과학이야기에도 이용되는줄은 몰랐네요.

saint236 2013-03-10 12:54   좋아요 0 | URL
아무 곳에나 촘스키를 가져다 붙이고 세일즈를 하는 것을 종종 봅니다. 22장*2이면 44명의 대담자인데 그 중 한명인 촘스키를 저자로 떡하니 내세운 것은 다분히 불순하다고 하겠죠...

transient-guest 2013-03-12 03:52   좋아요 0 | URL
제가 그렇게 속아서 산 책이 있어요. 촘스키처럼 어쩌고였나?ㅎㅎ 보다가 말았습니다. 촘스키스러운게 하나도 없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