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고나, 예리! 특서 청소년문학 22
탁경은 외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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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서재에서 다섯 명의 작가들이 스포츠를 주제로 청소년 문학 단편집 [달고나, 예리!]를 출간했다. 스키, 야구, 축구, 달리기, 수영 총 다섯가지의 스포츠 이야기가 담겨 있다. 다섯 작품 중 표제작인 <달고나, 예리> 달리는 고등학생 나예리를 줄인 말이다. 작품 한편이 끝날때마다 작가의 말이 실려 있어서 작품의 배경도 알 수 있다.

 

[스키를 타고 싶어 탁경은]

민아는 스키를 그만두었다. 제대로 실력을 갖추기전에 재능이 없는지 있는지부터 따지니 국가대표 후보군이 될 수 없다면 아무리 스키를 좋아하고 잘 타도 소용도 없는 거라고 확신했다. 세상이 온통 하얬다. 눈이 얼마나 많이 온 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엄마는 할머니가 전화를 안 받으신다고 발을 동동 구르셨다. 주택에 사시는 할머니가 고립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민아는 이때다 싶어 스키 플레이트, , 헬멧을 꺼내고 고글, 미니 눈삽을 찾았다. 할머니 한테 가기로 했다. 그때 눈의 신이 속삭였다. 웰컴, 민아. 너를 기다렸어.

 

[마구 주원규]

김민호는 투수외에 다른 포지션을 생각해본 적이 없을만큼 재능이 있다. 유명 야구부가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지만 아버지가 야구부 감독이어서 뒷말이 나왔다. 민호의 공이 어디로 움직일지 몰라 포수가 제대로 공을 받아낼 수 없는 게 문제였고 마구가 되어버렸다. 악마의 재능을 가진 준빈에게 밀리지만 민호는 경기에 나갈 준비가 되어 있다. 아버지 김감독은 너처럼 던지라고. 마구처럼.

 

[나는 스트라이커! -정명섭]

시골에서 서울로 전학을 오게 된 혜지는 둥치가 크고 힘이 세다고 시골마녀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놀림을 받는다. 감독의 권유로 축구부에 들어가 스포츠만큼은 순수하게 경쟁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삶이 힘들어질수록 스포츠에 열광하는지도 모르겠다.

 

[달고나, 예리 임지형]

학교 생활에 적응을 못하는 예리는 이유 없는 자퇴를 하고 싶다고 하였다. 중학교 동창이던 환희는 은따였지만 달리기로 극복하였고 마라톤을 권유 받는다. 생전 집 앞에서도 뛰어본 적이 없던 내가 마라톤 대회 10킬로미터를 준비한다고? 엄마는 달리다 그만둘 생각이면 시작도 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예리는 무사히 통과했다. 자퇴를 안 하겠다는 결심은 장담 못하겠지만 다음번에 하프코스를 뛰어보고 생각해보기로 했다. 지금은 이것으로 충분하다.

 

[LIFEGUARD 마윤제]

유지는 엄마를 따라 낯선 도시로 자주 이사를 한다. 어느 해변 마을에서 중년 남자와 여자아이와 함께 살게 된다. 어릴 때부터 수영을 배운 유지는 진희에게 수영을 가르쳐준다. 여름이 끝나 갈 무렵 진희의 죽음을 맞이한다. 읽으면서 마음이 아픈 장면이었다.

 

[달고나, 예리!] 스포츠라는 주제로 모인 다섯 작가들은 청소년들에게 이야기한다.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잠깐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서 도전하면 된다고. 다양한 시선으로 보여주는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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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만드는 사람 - 개정보급판
마윤제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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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여덟 살 네레오 코르소가 퓨마를 잡기 위해 길을 떠난다. 푸엘체가 불어오기 직전은 퓨마들의 먹이사냥이 가장 활발한 시기였다. 그러나 날이 어두워질 무렵 퓨마에게 공격을 당해 정신을 잃고 만다. 무서운 바람 푸엘체의 전조가 울려 펴지는 지평선을 바라보던 노인 네레오는 아득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버지에 의해 가우초에 팔려간 여덟 살 소년, 네레오는 파타고니아 고원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휘몰아쳐오자 몇날 며칠을 울었다. 그런 소년을 달래기 위해 늙은 가우초는 소년에게 전설로 전해지는 바람을 만드는 남자 웨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날 이후 웨나는 매일 밤 소년의 꿈속에 나타났다. 웨나의 흔적을 찾아 길을 떠나면서 늘 책을 읽고 있는 후안을 웨나라고 믿기도 하였다. 여덟 살에 낯선 사내의 손에 이끌려 고원의 목동이 된 네레오 코르소는 스무 살의 청년이 되어 노새를 타고 올라왔던 길을 돌아내려갔다.

 

칠로에 섬 출신인 아버지의 조상들은 매년 봄이면 국경을 넘어 파타고니아로 들어와서 양과 소를 키우다 날이 추워지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는 계절성 가우초들이었다. 아버지가 말에서 떨어지자 네레오는 나중에 어른이 되면 절대 가우초가 되지 않을 거라고 맹세했지만 세상일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네레오는 여정에서 웨나의 초상에 부합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아나라는 여자에게 가진 돈 절반을 주었지만 웨나를 찾지 못했다. 어느날은 구두를 수선하는 노인을 만났다. 네레오는 지금까지 좇아온 것은 허위였고 허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길 위의 고단했던 여정은 그 실체 없는 환상을 좇아간 어리석은 행동이었다고 믿었다.

 

네레오는 여인 루이사를 만나서 건강도 되찾고 아들도 낳았다. 그녀에게 웨나를 찾아 세상을 떠돌아다녔다는 사실은 비밀이었다. 그때부터 네레오가 하는 이야기는 긴장과 감동을 주지 못했고 루이사는 흥미를 잃어갔다. 세상 모든 길이 시작되는 출발점에 선 네레오의 머릿속에 한 사람의 초상은 웨나였다. 소설은 예순여덟 살이 된 네레오 자신이 지난 10년 동안 감옥에 갇혀 있었다는 사실을 잊었고 형장으로 이송되어 가던 중 산사태로 전복한 호송차에서 탈출했다는 사실도 잊어갔다.

 

[바람을 만드는 사람]의 저자는 <슈피겔>지의 기자가 아르헨티나 남부의 파타고니아 고원에 서 양을 키우며 살아가는 목동들의 일상을 취재한 르포를 본 10년 뒤 장편소설 한 권을 발표하였고, 종교행사에 동행한 곳에서 한 노인의 온화한 얼굴이 떠올라 파타고니아 평원으로 불어오는 거친 바람을 상상하며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니 작가님의 상상력이 대단하고 감동적이다. 이 소설을 나는 오랫동안 읽었다. 몸이 좋지 않아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해야 하나. 책을 들어도 도저히 읽혀지지 않은 때가 더 많았다.

 

이 책은 바람을 만드는 남자 웨나의 전설을 들은 한 소년이 평생을 떠돌며 웨나를 찾아 떠돌며 사람들을 만나고 인간의 삶을 돌아본다. 네레오가 진정 원하는 삶은 무엇이었을까. 책을 읽으며 네레오의 여정을 좇아가다 보니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것일까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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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딸이 이기적으로 살기 바란다 - 누군가의 딸, 아내, 며느리가 아닌 온전한 나로 서기
정연희 지음 / 허밍버드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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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을 보고 언젠가 친정엄마의 말씀이 떠올랐다. 내가 엄마에게 나는 엄마처럼 안 살거야.” 했다는 것이다. 지금은 방금 한 말을 잊어버리는 나이가 되었지만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조차 기억도 안난다. 결론은 내 인생을 돌아보니 엄마보다 더 못살고 있는 건 아닌지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그만큼 여자의 일생이 순탄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에게 딸이 둘 있는데 큰 딸의 결혼식장에서 사부인은 예쁜 딸래미를 보내주셔서 감사하고, 내 아들을 잘 부탁한다고 하셨다. 55년차 딸, 26년 차 아내이자 엄마, 며느리. 20여 년차 대학교수로 살면서 좌충우돌을 겪으며 살아온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나는 내 딸이 이기적으로 살기 바란다]는 저자가 딸 결혼을 세 달 남겨둔 때, 자신의 결혼 이야기를 썼다.

 

인생엔 늘 엄마의 삶이 그림자처럼 숨어 있다. 싫어하든 좋아하든 어느 구석엔가 숨어 있다가 모습을 나타낸다. 어쩔 수 없이 내 인생에도 나의 엄마가 늘 어른거렸고, 딸도 살아가며 나의 그림자를 수없이 만나리라 생각한다. [프롤로그]

 


시부모들은 며느리를 딸같이 여긴다고 하는데 과정도 없이 천륜의 영역을 넘어설 수 없다는 말에 공감을 하였다. 사위가 아들이 될 수 없고, 며느리가 딸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의 결혼과 동시에 시부모님은 주일에 두세 번 안부 전화를 당부하셨고, 임신을 하니 궁금함도 많고, 전화를 일처럼 했다니 그때는 힘들다는 말도 못하고 세월이 흐른 뒤에 글로 풀었다. 시어머니는 시누이가 애를 낳고 산후조리를 해주면서 며느리가 출산하고 한 달 만에 시아버지 병 간호가 얼마나 힘든지 고생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떠날때면 친정부모님은 경비를 대든지 부담을 덜어주는데 시부모님은 그냥 갔으니 그것 또한 힘들었으리라. 시어머니도 평생 직장 생활을 하며 강박과 불안을 안고 살았다 하면서도, 며느리에게 당신 아들과 집안의 평안을 위해 끝없이 설득하려 했다.

 

친정엄마는 가난한 집에 시집 와 대가족을 이루고 살면서 시아게일을 받아 편물을 짜고 바느질로 생계를 꾸리기도 했다. 오빠와 남동생 비교 대상이 되면서 서러웠던 마음이 시어머니의 남아선호 사상에 자신의 딸이 설움을 받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런 힘든 과정을 감수하고 1년씩 유학을 떠날 때 마음이 편치 않았겠지만 용기를 내서 행동으로 옮길 수 있었던 저자가 대단하고 부럽기까지 하였다. 엄마의 사과밭에 가면 엄마로부터 일을 배우고, 원두막에 앉아 사과로부터 배우며, 엄마의 순수한 노동을 하며 사과가 익어 가듯 저자도 영글어 갔다. 저자는 자신은 축복받은 아내고, 며느리다. 말의 무게를 행동으로 갚는 남편, 그런 멋진 아들을 둔 시부모님을 두어서라고 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나의 어여쁜 딸이 자신의 행복을 위해 나를 외면한다면, 나의 고단한 삶을 들여다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100번이라도 그리하라 하겠다. 하루도 쉬지 않던 엄마가 내게 나의 행복을 허락한 것처럼 나도 기꺼이 그리하겠다.p133

 

이 책은 누구의 딸이거나, 아내이거나, 엄마이거나, 며느리이기 이전에 너는 처음부터 너였단다. 이런 메시지를 전해 줄 딸이 있어서 행복하다. 이 책에는 엄마로서 내 딸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가득하다. 당당하게 살아갈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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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가격표 - 각자 다른 생명의 값과 불공정성에 대하여
하워드 스티븐 프리드먼 지음, 연아람 옮김 / 민음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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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가격표]인간 생명의 값은 얼마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제목부터 끌렸다. 우리는 생명의 가치에 대한 사회의 상대적 평가를 종종 목격한다. 가수나 유명 인사의 죽음과 사회적 지위가 낮고 친인척 하나 없는 노숙자의 죽음에 다르게 반응하듯이, 인명 소실에 대한 사회의 관심도와 조치는 죽은 이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한다.

 

책에는 생명의 가치가 어떻게 매겨지는지를 설명하면서 9.11에 희생된 가상의 인물 네 명을 설정하였다. 2001911, 쌍둥이 타워를 향해 돌진하다 추락하는 비행기는 미국 본토에서 발생한 가장 끔찍한 테러 공격으로 30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실제로 9.11 희생자 가족들 중에는 보상금으로 25만 달러를 받은 가족이 있는가 하면, 30배에 달하는 700만 달러를 받은 가족도 있다.

 

민사소송은 순전히 돈에 관한 것이다. 원고가 돈은 중요하지 않다.”거나 돈이 사랑하는 우리 가족을 도로 살려 낼 수 없다.”라고 주장한다 해도 민사소송은 무조건 돈에 관한 것이다.부당하게 옥고를 치른 경우를 들여다보면 사회가 한 시민의 자유를 부당하게 박탈하고 가족과 친구들에게서 그 사람을 빼앗았으며 직업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무참히 짓밟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형사재판은 정부와 피고의 싸움이다. 형사제도가 살인과 차량에 의한 중과실치사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들여다보면 그 사회가 비경제적 관점에서 인간 생명에 어떤 가치를 매기는지 이해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통계적 생명 가치로 사용되는 생명 가격표는 비용 편익 분석의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통계적 생명 가치는 사망에 적용되지만 질환 발생률 감소, 상해 발생률 감소, 불안 장애 감소, 삶의 질 개선 등과 같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다른 영향도 비용편익분석에서 고려해야 한다.

 

생명 가격표의 그것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노동의 극단적 사례, 노예 신분과 계약 노동에서 가장 극명하게 나타난다. 건강에 가격표를 매기는 일은 생명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만큼이나 매우 복잡하고 논쟁적이다. 예를 들어 저자에게 운전을 가르쳐 주던 운전 교습 강사는 만약 차로 보행자를 치었을 때 돈을 아끼려면 후진했다가 마저 일을 끝내라.”라며 매우 잔인한 농담을 하기도 했다. 9.11 희생자 보상기금도 부상자에 대한 보상금이 사망자 보상금보다 많은 경우가 있어 운전 교습 강사의 말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님을 증명해 주었다.

 

가상 희생자들의 자녀 양육에 드는 비용에 대해 정식으로 재정 분석을 하는 부부들은 많지 않지만, 아이를 갖기로 결심하는 부부들은 의식적으로 출산과 양육에 따르는 기대 비용을 반드시 고려한다. 아이를 기르는 일에는 엄청난 재정적 문제가 수반되지만, 수천 명의 사람들이 매년 큰 비용이 드는 불임 치료를 받는다. 여성들을 위한 수태 대리모 산업도 성황이다. 임신 촉진 치료가 필요하면 비용은 훨씬 더 올라간다.

 

전시 상황에서는 생명 가치는 평가 방법이 급격히 달라진다. 전쟁의 목적은 적을 물리치는 것이기에 적국의 군인을 죽이는 일은 윤리적으로 사회적으로 용인될 뿐 아니라 훈장이나 국민적 차원의 치하를 받기도 한다. 적국의 군인을 살해하는 일은 예상할 수 있는 전쟁의 결과물이며, 군인의 의무 중 하나로 여겨진다. 그러나 적국의 군인이 아닌 민간인에 대한 대량 학살은 인간 생명의 가치를 깍아내리는 전쟁의 잔혹한 파괴력을 증명한다.

 

생명의 가치를 추산하는 방법에 한계가 많은 현실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은 그리 많지 않다. 건강에 가격표를 매기는 일은 생명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만큼이나 매우 복잡하고 논쟁적이다. 생명의 수량과 질에 매겨지는 가치는 그 사회가 공정성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말해 주고 생명을 연장하거나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들을 개인 소득, 기대 여명, 치료 비용이나 치료 가능성 이런 것들의 우선순위를 가능하는 방법 등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인간 생명에 끊임없이 가격표가 매겨진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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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호랑이 책 - 그 불편한 진실 특서 청소년 인문교양 12
이상권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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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사랑하는 동물, 호랑이는 왜 우리나라에서 사라졌는가? 호랑이를 이 땅에서 몰아낸 것은 누구인가? 이 책은 우리나라 최고의 생태 작가이신 이상권 선생님이 조선 호랑이 멸종사를 밝힌다. 호환(虎患)이란 호랑이한테 당하는 피해라는 뜻으로 조선시대에 가장 많이 쓰였다. 인간은 땅을 뺏으려고 했고, 호랑이는 빼앗기지 않으려고 했다.

 

조선 정부는 한양에 호랑이를 잡는 군대착호군을 배치하고 지방 각 군현에는 착호인을 한 명씩 두었다. 전국에 배치된 착호인이 1만 명 가까이 되었다. 조선시대는 문반과 무반이라는 양반 지배계급이 있다. 각 지방에서 거둬들인 호피는 왕실 창고에 보관되어 필요할 때마다 팔기도 했지만, 왕실 외에 벼슬아치들에게도 배분되었다. 양반일수록 크고 화려한 호랑이 가죽을 사용해서 가마를 만들었다. 가죽을 구할 수 없다면 가마에다 호피 무늬 그림을 그려넣었다. 여자들은 호랑이 가죽보다 표범 가죽을 더 좋아했다. 표범 가죽이 훨씬 더 아름답기 때문이다.

 

조선은 호랑이 사냥을 독려하기 위해서 호피공납제를 실시했는데 겨울 석 달 동안 매달 한 마리씩 사냥해 석 장의 호랑이 가죽을 바치게 했다. 조선인들은 기를 쓰고 호랑이와 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 백성들은 호랑이는 줄어드는데 계속 잡아내라고 하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러다 가짜 호피가 등장했다.

 

중국 사람들은 조선인은 1년의 반을 호랑이 잡으러 다니고, 나머지 반은 호랑이가 사람을 잡으러 다닌다!” 호랑이만 잡으면 높은 벼슬도 주고, 부자가 된다면서요? 하고 비아냥거리지만 조선호피를 갖고 싶어 했다. 해마다 각 마을에서 호피를 석 장씩 거둬들였는데 해마다 1,000장이 넘었다. 이 말은 한 해에 1,000마리의 호랑이가 죽어갔다는 뜻으로 정말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호랑이는 사방이 확 트인 곳을 좋아한다. 인간들이 다가오는 것을 알 수 있고, 다른 동물들이 이동하는 것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랑이는 눈을 아주 좋아한다. 달빛이 쏟아지는 겨울밤이면 하얀 눈이 잔뜩 내린 곳으로 와서 신선들이 춤을 추듯이 혼자 논다. 일본이 한일합방이 되던 날, 호랑이 이름을 바꿨다. 원래 범이었으나 일본이 조선을 합병하자마자 범 호 자에다 늑대 랑을 결합시켜서 호랑이라고 부른 것이다.

 

저자의 고향은 호랑이가 많기로 유명한 영광군과 함평군에 걸쳐 있는 불갑산의 한 자락이다. 어린 시절, 마을 어른들로부터 정호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평생 산포수로 살아왔다고 호랑이에 대해 모르는 게 없다고 자랑하는 사람들도 여럿 있었다고 한다. 작가님이 어렸을 때, 어른들에게 호랑이와 표범이 결혼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주로 호랑이 수컷이랑 표범 암컷이 결혼하는데, 그 후손을 수호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수호는 체구가 표범보다 훨씬 크고, 몸 곳곳에 표범 무늬가 섞여 있다.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잡힌 표범 이야기는 슬프다. 표범에게 한국전쟁은 큰 시련이었다. 여항산 골짜기에서 부부 표범은 행복하게 살 생각만 했다. 암컷이 먼저 일어나 목이 말라 골짜기로 내려가려던 참이었다. 수컷은 졸음이 밀려와 잠을 청하려는데 인간과 마주쳤고 사람들을 믿었던만큼 피하지 않았다. “소리와 함께 공중으로 몸이 솟구쳐 올랐다. 신문에도 크게 나왔던 일인데 한 마리가 죽었기에 살아 있는 한 마리가 주민이나 나무꾼들에게 복수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들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살아남은 암컷의 행방은 모르는 일이었다.

 

우리가 즐겨 듣고 흥얼거리던 노래 [봄날은 간다]의 노랫말에 나오는 성황당은 원래 산왕당이라고 불렀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산왕은 호랑이 신을 모시는 곳이다. 한국의 신화는 호랑이 신을 빼면 초라해질 정도로 호랑이 신이 성황당으로 변해온 것 또한 우리의 역사라고 한다. 인간들은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인간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고 했지만, 한국에는 호랑이가 남긴 가죽은 거의 없고 그 이름만 남아 있다는 마지막 말이 새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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