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독소 쇼크
박명규.김아름 지음 / 클라우드나인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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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독소 쇼크]는 현대인이 시달리는 질병의 근본 원인이 되는 당독소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근거를 들어 의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당독소가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과 치료 과정을 경험한 저자는 무엇을 먹어야 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을 먹지 말아야 한다고 하였다. 책은 환자에게는 건강을 되찾는데 도움이 되고 일반인들에게 건강과 활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음식으로 위로받는 순간 병은 시작된다!”p209

 

이 책은 당독소가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과 치료 과정을 경험한 저자는 무엇을 먹어야 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을 먹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필요 이상의 영양분! 이것이 문제인데 과유불급이라는 말처럼 넘침이 모자람만 못한 것이다. 당독소는 노화의 주범이며 염증이나 근골격계질환 같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물론 우울증과 무기력증 같은 심리적인 문제와도 연관이 있다고 했다.

 

현대에 들어 열에 의한 질병인 열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스트레스와 당독소다. 약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것이 인공눈물과 파스라고 한다. 그만큼 열증과 염증이 쌓인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당독소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삶고 찌고 데치는 요리 방식에 익숙해져야 한다. 당뇨병성 신경통증은 치료제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당독소가 발병 원인인 다양한 질환 중에서도 가장 골치 아픈 병은 알츠하이머성 치매다. 저자가 가장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질환이기도 하다.

 

조리하지 않아도 당독소가 많이 들어 있는 음식물이 있다. 달콤 맛있는 과일이다. 조리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먹어도 당독소가 쌓인다. 이유는 과당 때문이다. 혈당이 높으면 과당은 절대 에너지원으로 쓰이지 않는다. 과일은 초롤릿과 다를 바 없는 당 덩어리다.

 

스트레스만 받아도 뱃살이 늘고 어깨가 결리고 눈이 뻑뻑해진다. 여기에 빵, , 국수, 라면, 인스턴트커피, , 과일 등 혈당을 빠르게 올리는 음식을 자주 먹고 운동량이 따라주지 않을 때 남는 에너지는 몸에 쌓이게 된다. 잉여에너지는 불필요한 대사를 일으켜 열을 만들고 세포외기질을 녹인다. 예전보다 살이 찌고 뱃살이 나왔는데 유독 더위를 타거나 느낀 적이 있다면 무한 루프에 빠진 것이나 다름없다. 생리통 약을 사는 여자들 손에는 시럽을 넣은 아이스 커피와 와플 또는 스콘이 들려 있다. “카페인과 빵만 조금 덜 먹어도 몸이 좋아질 거예요.”라고 말을 한다.

 

척추관협착증은 총체적인 만성염증의 결과물이다. 미치는 요소는 당독소, 흡연, 인슐린 저항성, 노화, 잘못된 자세 등이다. 당독소를 줄이는 일은 정제 탄수화물, 과당, 당독소가 많은 음식은 무조건 멀리한다. 소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혀의 즐거움을 포기하면 몸의 기쁨이 생긴다.나이가 들어 근육량이 적어도, 이미 만성염증 상태여도 지금보다 나은 몸으로 회복시킬 수 있다. 허리 통증 없이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혀보다 몸을 위한 선택을 하자.





당독소가 장에 유해세균의 증식을 도와 장내균총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이것이 직접적으로 치매를 일으키는 데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당독소 관리만 잘해도 학생들의 학습능력을 높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혈당 스파이크가 생기지 않도록 혈당을 낮게 유지해야 한다. 혈당이 높으면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져 뇌에서 포도당을 에너지로 쓰지 못하게 된다.

 

암세포는 오직 한 가지 욕망만으로 존재한다. 무한대로 증식하는 것이다. 생존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괴물인 것인데 제어할 방법은 무엇일까? 몸에 투입하는 에너지를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실천은 어렵다. 종양 전문의들은 대개 잘 먹으라는 말을 한다. 방사선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이겨내려면 고기든 뭐든 잘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가능한 치료는 모두 다 받는 게 좋다. 다만, 먹는 것을 조절하지 않으면서 항암, 방사선, 면역 항체 항암제를 투여한들 암과의 싸움에 이기기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먹은 것이 곧 나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내 몸은 굽고 튀기고 볶은 당독소 식이와 빵, , 국수, 라면과 같은 정제탄수화물 식이에 맞게 나와 공생을 이루는 미생물의 종류를 선택하게 된다.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 당독소 때문이라니 입에 단 음식은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상기하고 덜 먹는 것을 실천하는 습관을 키워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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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마인더스 오브 힘
콜린 후버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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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콜린후버의 신작이다. 2022년 말 기준으로 [베러티], [리마인더스 오브 힘] 등 소설은 무려 2천만 부가 판매되었으며, 그녀는 2023년 타임지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며 국제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하였다. 이 책을 읽는 독자를 울리고 웃기는 최강 로맨스 소설로 인정한다.

 

스물여섯, 케나 로완은 남자친구 스코티를 죽음으로 몰고 간 혐의로 감옥에서 5년을 보냈고, 네 살짜리 딸과 재회하기를 희망하며 마을로 돌아온다. 스코티의 부모를 한 번 만난 적이 있었지만 그들이 용서를 해줄지는 잘 모르겠다. 마을로 갔던 첫 날 술집 주인 렛저 워드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그는 스코티와 제일 친한 친구였다. 렛저는 그녀가 디엠의 엄마라는 사실을 모르고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케나는 떠나기는 할 건데 그러려면 돈이 필요했다. 낮에는 식료품점에서 일하고 야간에 렛저의 술집에서 일을 하라고 했다. 같이 일하는 로만은 그녀가 떠날 수 있게 돈을 주면 될텐데 말을 했다. 그 말이 맞지만 그녀를 곁에 두고 싶은 마음이 컸을 것이다. 동네 사람이 케나를 알아보면 안 되었다. 니콜이라는 가명을 쓰기로 했다. 렛저는 친구의 부모님을 설득할 수 있으려면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케나는 감옥안에서 300통의 편지를 썼다. 그 중 편지 한통을 렛저에게 읽어주었고 그럴 수밖에 없었던 케나의 선택을 믿었다.

 

케나는 어렸을 때 위탁 가정을 돌면서 자랐다. 감옥에서 아이를 출산한다고 엄마에게 연락을 하자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방문권을 요구하지 않았다. 정상적인 가정, 스코티의 부모님이 아이를 잘 키워줄 것이라 믿었는데 그들은 케나를 증오하고 있었다. 케나가 마을에 왔다는 소문이 돌자 노부부는 너무 힘들었다. 케나에게 접근금지명령을 신청했다. 딸을 눈앞에서 놓친 케나는 폭풍 눈물을 흘렸다. 렛저는 디엠의 영상을 보여주었다. 케나의 얼굴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그런 자신이 싫어졌다. 디엠과 케나가 직접 만나는 장면을 목격했을 때의 기쁨은 어떨지 궁금해졌다.

 

스코티의 부모님은 접근금지명령을 신청했지만 적어도 렛저는 케나를 믿어주었다. 한 가닥 희망이 생겼다. 렛저는 당신을 미워하던 마음에서 몇 주만에 좋아하게 되었고 당신을 위한 세상을 바라게 되었다고 했다. 케나는 디엠을 자신의 딸처럼 사랑해주는 렛저에게 고마운 마음이 생겼다. 렛저는 디엠을 사이에 두고 약혼한 여자와 트러블이 났고 파혼을 하게 되었다. 그의 부모님은 케나와의 관계를 걱정하면서도 옳은 결정이라고 말했다. 케나는 렛저와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안타까움이 크고 마음이 많이 아프다. 케나는 사랑하는 딸 디엠을 가슴에 품을 수 있을까? 스코티의 부모님은 그녀를 용서할 수 있을까? 렛저가 그녀를 향하는 마음이 진심이고 디엠을 사랑하는 만큼 케냐도 사랑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삶이 제대로 흘러가고 있지 않다면 노래의 내용이 무엇이든 모든 노래가 사람을 우울하게 만들 것이다.p238

 

하지만 그건 우리가 결정할 일이 아니다. 나는 마지막으로 그에게 키스를 하고 그의 손을 꽉 쥐고 애원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분들을 미워하지 말아요. 알겠죠? 그분들은 내 꼬마에게 좋은 삶을 만들어 주고 있어요. 제발 그분들을 미워하진 말아요.”p373

 

이 소설에서 이야기가 벌어지는 장소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 케나와 같은 사람들은 세상 어디에나, 모든 마을에 있다. 그들이 어디에 살고 있든지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 같은 사람들 말이다. 세상 어느 곳에 있든 이 이야기가 벌어지는 장소를 마음껏 상상해도 좋다고 저자는 말한다. [리마인더스 오브 힘]은 과거의 실수에 대한 용서와 구원을 찾는 것에 대한 불안하고 감정이 충만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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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가 쉬는 집
이정임 지음 / 호밀밭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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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작가 이정임이 등단 이후 10년 동안 여러 매체에 발표했던 산문들을 다시 주제별로 정성스레 묶은 책이다. 우연히 크레타서점을 알게 되었고 독서모임을 하면서 작가의 북토크에서 만나게 되었다. 지금 이사 간 동네의 이야기 소설 속이나 산문에 나오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순수하면서도 정감이 있었다.

 

동네에서 폐지, 고물을 수거하는 사람들은 각자 폐품이 나오는 시간을 두고 움직인다. 새벽, 서너 시에도 수레를 끌며 고물을 줍는다. 앞 사람과 시간 간격을 맞추지 못해 매번 허탕을 치던 노부부에게 엄마는 폐지 따위를 챙겨뒀다가 드리곤 했다. 어느 날 신문에 든 것을 건네는데 직접 키운 호박잎과 풋고추였다. 할머니가 이것밖에 없어서 라고 말씀하셨다.

 

수업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위대한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 질문에 2학년들이 가장 많이 먼저 외친 대답은 바로 대통령이었다. ‘우리나라의 최고 높은 사람이니까요, 힘이 세니까요, 사람들이 대통령이 하는 말은 잘 들으니까요..’

 

2009년 파킨슨병 확진 판정을 받은 엄마는 움직임이 느려지고 손과 입술을 떨며 몸이 굳어버려 방향 전환이나 자연스러운 동작이 힘들다. 변비, 우울증, 인지기능장애, 야간빈뇨 등의 증상은 덤이다. 엄마와 약을 두고 매일 줄다리기를 하고 하루하루를 보낸다. 하루를 보낸다고 썼지만 간단한 문장 속에는 엄청난 사건사고들과 고통과 분노와 슬픔과 약간의 헛된 희망이 도사리고 있다. 얼마나 힘들까 글만 읽어도 알 수가 있다.

 

작은 마을버스 문을 통해 2단 플라스틱 화분 선반이 올라왔다. 선반은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오더니 뒷좌석 앞 통로에 놓였다. 선반과 함께 60대 할머니가 그 위에 걸터앉았다. 다른 사람의 승하차를 방해했지만 아무도 할머니에게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다. 할머니의 대화는 각자 집에서 키우는 채소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더 나이 들은 할머니가 멀리 사라지는 선반을 보며 좋을때다. 저 나이 땐 저런 게 재밌거덩. 젊을 때, 내도 그랬다 옥상이 전부 밭이었다꼬.” 노인들은 자주는 아니지만 정류장에서 만난 이웃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담장이 붙어 있는 옆집에는 할머니 두 사람이 아침 6시부터 공업용 재봉틀을 돌렸다. 찾아가 8시부터 하시면 안 되겠냐고 사정하는 남편의 말에 할머니가 화를 냈다. 그 시간에 눈이 떠지는 걸 우짜라꼬? 나이 먹으면 초저녁에 자고 새벽에 일찍 일어난다. 내가 그렇게 하고 있으니나이를 실감하고 있다.

 

2004년은 지독했다. 대학을 갓 졸업한 저자는 철없는 어른이었고 쿨한 글을 쓰고 싶었으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없었고 회사에 취직하기에는 가진 능력이 부족했다. 송도가 고향이다. 횟집을 운영하는 큰집에서 태어나 그 근처의 단칸방에서 서너 살까지 살았다. 아들만 셋을 키우는 큰집의 귀한 딸 대접을 받았다.

 

2017년 첫 번째로 배우는 일은 난로에 불붙이기다. 수정동 산복도로에서 맞는 첫 겨울, 지금참나무 장작과 씨름을 하고 있다. 작년에 운 좋게 지금 사는 집을 알게 되었고 인테리어 사업을 하는 남편이 리모델링을 했다.

 

저자는 구안와사, 대상포진, 안면마비 진단을 받았다. 젊은 나이에도 올 수 있는 병이구나 생각했다. 엄마가 외할머니에게 하지마라고 역정을 내던 것을 이십여 년이 지난 지금, 자신도 엄마에게 하지마라 짜증을 낸다. 몸이 좋지 않으면 쉴 만도 한데 수십 년 쌓인 살림의 습관 때문에 엄마는 틈난 나면 부엌으로 가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고양이에게 일광욕은 보약이다. 햇빛을 쐬면서 비타민D를 합성하고 털도 살균한다. 햇빛은 피부의 곰팡이를 없애주고 우울증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고양이를 키운다. 고양이라 하면 많은 분들이 주인도 못 알아보는 요물이라며 고개를 젓는다. 하지만 사랑을 받은 동물치고 주인을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고양이를 키우며 사람구실을 하게 되었다. 길고양이도, 참새도, 먼 나라에 사는 북극곰도, 사실 지구 안에서는 사람과 똑같은 지분을 자눠 가진 존재들이다.

 

지금, 여기, 우리 모두, 누군가의 산타다. 만원 버스에서 가방을 들어주는 아줌마, 길 고양이 밥을 챙겨주는 청년, 늙은 강아지를 등에 없고 폐지를 수거하는 노인까지 우리는 누군가에게 잠깐의 산타다. 이 산타들이 일을 마치고 돌아가 쉬는 집은 아주 아늑하고 편안한 곳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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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모범생 2 - 심장 갉아 먹는 아이 특서 청소년문학 36
손현주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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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트로피가 아닌 나 자신으로 살아가려는 십대들을 위한 힐링 판타지

 

열일곱 살, 효주는 아빠의 소망인 의대를 준비하고 있었다. 시험을 망친 날, 가슴이 답답한 증세를 느꼈고 담벼락으로 빨려 들어갔다. 도착한 곳은 불안 증세를 가진 아이들이 갈 수 있는 새로운 세계였다. 안나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피움학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같은 반 시윤이를 만났다. 시윤이를 보면 큐브를 손에 놓은 적이 없었다. 이곳은 먼저 온 사람들이 나중에 온 사람들에게 설명해 주면서 순환되는 구조라고 했다. 물리적 시간이 아닌 마음의 시간을 모래가 떨어지는 속도로 보여준다는 모래시계를 받았다. 마음이 움직일 때만 모래가 떨이지게 되고 입자가 아래로 다 떨어질 때쯤 이곳을 벗어날 수 있다고 했다. 벽을 나가는 순간 기억을 잃게 되지만 물건 정도는 희미하게 기억날 수도 있단다.

 

자신을 공부 못하는 괴물이라고 부르는 엄마를 둔 중학생 은찬, 부모의 압박 때문에 명문대를 목표로 한 삼수생 삼수 오빠와 같은 조가 되어 서로의 마음을 드러내고 에너지를 쌓아간다. 효주의 엄마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파리로 떠났다. 엄마가 떠나자 아빠는 효주에게 집착했다. 의대반을 나오고 싶었지만 딸만 바라보는 아빠가 어깨 위에 무게로 남아 있었다. 열심히 공부해도 아빠가 원하는 성적이 나오지 않자 불안했다.

 

여기 온 애들 모두 신체적 증상이 있어 이 벽으로 넘어온 것이다. 안나 선생님도 똑같은 증상이 생겨서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 1 김민정이라는 아이가 말을 걸었다. 미대에 가고 싶지만 형편이 어려워 고민하는 민정이는 엄마 이름과 같았다.

 

이 곳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장소는 도서관이다. 책을 보거나 쿠션을 베고 누워서 봐도 눈치 주는 사람이 없다. 기숙사에서는 늦은 밤까지 깨어 있을 필요가 없는데 시험도 성적도 없는 세계였다. 고민을 안고 가는 것은 무거운 배낭을 혼자 메고 가는 것과 같지만 누군가와 대화하면 마음의 무게가 한결 가벼워져서 모래시계가 조금 더 빨리 움직이길 기대한다고 안나 선생님은 말했다.

 

조원들은 의식의 전망대에 가서 보고 싶은 장면이나 사람을 만나고 오기도 했다. 효주가 본 아빠는 전단을 돌린 후 경찰서에 들러 실종 수사의 진전 상황을 물었다. 길바닥에 주저앉아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모든 게 아빠의 잘못이라고 자책하는 듯 보였다. 효주는 아빠의 모습에서 아빠마저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서웠고 가슴이 또 답답했다. 또다시 머리가 심장을 갉아 먹는 것 같았다.

 

안나 선생님은 피움의 절대자가 아닌 가이드란 직책을 맡았을 뿐이지 너희랑 다를 게 없다고 했다. 더 이상 묻지 말라고 한다. 시윤이는 그림 공포증을 극복했는지 피움학교의 전경을 슥슥 스케치하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여기는 몸에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들 눈에만 보이는 세계,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다. 은찬이는 성적을 조작하여 엄마에게 꾸지람을 듣고 이곳에 왔기에 공부 잘하는 법을 알려달라고 하였다. 삼수 오빠는 군대로 내빼지 않으면 명문대 병에 걸린 부모님을 이길 수 없다고 했다. 두 사람은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벽으로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마음이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채워지는 것 같았다. 우리를 돌보며 에너지가 채워졌다는 안나 선생님의 말이 이제야 공감이 갔다.p176

 

효주는 시험을 잘못 본 것이 아니라 일부러 오엠알 작성을 밀려 썼다고 고백했다. 시험이 어렵지 않았는데 이번 성적이 잘 나오면 아빠의 기대감은 점점 높아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왠지 모르게 진심을 털어놓으니 마음이 후련했다.

 

민정이가 곧 저 벽을 나가게 될 것 같다면서 안아주는데 엄마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선생님은 과거의 사람도 왔다고 한다. 민정이와 친한 것을 보니 엄마의 10대 모습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은찬이와 민정이도 떠나고 안나 선생님과 시윤, 효주가 남았다. 안나 선생님은 효주에게 아직 가야 할 길이 많다고 희망적인 이야기를 해주었다. 효주는 아빠에게 의대를 가지 않고 하고 싶은 공부를 하겠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가짜 모범생2]의 저자는 세상에는 성적에 짓눌려 부모님에게 속마음조차 말하기 쉽지 않은 아이들이 많다. 경쟁에 지친 아이들이 잠시 피움학교에 와서 용기를 얻고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마음 에너지가 채워져야 움직이는 모래시계처럼 부모님이나 청소년들은 자신을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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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사랑
베로니크 드 뷔르 지음, 이세진 옮김 / 청미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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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크 드뷔르의 전작 <체리토마토파이> 90세의 잔을 등장으로 일기 장르의 소설이었다면, <다시 만난 사랑>은 엄마의 노년을 관찰하는 딸의 입장에서 남녀의 사랑 뿐만이 아니라 부모와 자식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책을 읽으며 아련한 첫사랑의 추억이 떠올리게 하였다.

 

나한테 희한한 일이 일어났지 뭐니

 

소설은 서른 살 딸의 입장에서 시작한다. 일흔 셋의 엄마에게 첫사랑 남자가 나타났다. 아빠가 느닷없이 세상을 떠나자 엄마는 무너져 내렸다. 얌전하고 웅숭깊은 애착, 진실하지만 뜨겁지는 않은, 저물어가는 생의 정으로 끈끈했었다. 아빠는 자기가 먼저 죽으면 엄마가 수녀처럼 살 리 없고 과부가 되면 오래잖아 누군가를 만날 거라며 농담 삼아 자기 동창들 중에서 적임자를 물색하기도 했다. 엄마는 그런 남자들을 만나느니 고독이 낫다고 말했었다.

 

그자비에, 그 남자가 52년 침묵을 깨고 나타났다. 왜 잠수를 타버렸는지 궁금해했던 사람, 엄마의 첫사랑이다. 둘째 오빠 이름과 같았다. 나중에 부잣집 딸과 결혼했다는 소문을 들었고 이후 엄마는 아빠를 만났다.

 

엄마와 아저씨는 서로 편지를 주고 받다가 만나기로 하였다. 일흔이 넘어서도 꿈을 꿀 수 있다는 것에 감탄했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웃지도 않고 살던 엄마가 웃고 있었다. 엄마는 삼남매를 두었고 아저씨는 딸이 다섯 명이다. 딸인 나에게 엄마는 별의별 얘기를 다 했다.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 사이였다. 아저씨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내가 태어났을 때 엄마와 아빠 사이는 어땠나? 엄마가 내 귀에 딱지가 앉도록 했던 말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우리 딸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면 엄마는 못 살아.” 엄마가 일흔세 살에 라켓을 얼마나 잘 휘두르는지 그분이 짐작이나 할까?

 

아저씨와 엄마는 두 집을 오고 가며 며칠을 함께 지내기도 하였다. 아저씨는 딸들에게 편지를 썼다. 딸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그들을 낳아준 어머니를 여전히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조심스럽게 엄마에 대해서는 진정한 첫사랑애정과 우정으로 부인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일흔다섯 살 애인에게 가는 엄마는 눈이 부시다. 엄마는 애인이 있고 며칠 후면 열차를 타고 그 애인을 만나러 간다. 그 누구도 엄마를 가로막지 못할 것이다. 엄마는 행복하고, 나는 질투를 한다. 아저씨는 자기 아내 미셸의 묘지에 엄마를 데려가고 싶어했다. 그분과 50년을 해로한 여자의 무덤에 간 것이다.

 

아저씨가 조금씩 우리 가족 안으로 들어왔다. 조심스럽게 우리 삶에 녹아들려고 애쓴다. 잔디를 깎고, 산울타리 가지를 치고, 자갈길을 평평하게 고르고, 상을 차리고, 우리의 습관을 배워나간다.

 

아저씨와 엄마의 여든 살 생일에는 양쪽 가족들이 모여서 축하를 해주었다. 엄마가 아저씨와 함께 생활하게 된 이후로 전화를 자주 걸지 않았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건지, 모녀의 대화도 매끄럽게 풀리지는 않았다. 엄마는 언제까지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이야기를, 적응도 안 되는 느린 말투로, 늘어놓았다.

 

두 분의 금술이 좋아질수록 엄마를 잃은 기분이 들지만 엄마 손을 잡으면 그 손을 꼭 잡고 있는 아저씨의 손도 함께 잡는 셈이라는 것을 안다. 아저씨가 엄마의 애인인 것은 알겠는데 오빠들이 엄마의 새 남편으로 인정할지, 새아버지 대접을 할지 모르겠다. 빛바랜 사진 앞에서 생각했다. 스무 살 때 좋아했던 남자를 다시 보았을 때 엄마의 기분이 어땠을까?

 

엄마는 아빠가 죽고 3년이 지나 아저씨의 편지를 받았다. 아저씨를 원망하는 마음보다 왜 떠났는지 이유를 알고 싶은 마음이 컸단다. 20년을 살다 보니 아저씨도 치매가 오고, 엄마의 기억에 구멍이 나기 시작했다. 아저씨는 치매도 심해지고, 귀는 먹었고 점점 더 아무것도 안한다. 재회 이후, 다시는 이별이나 사별을 경험하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이 금세 치고 올라왔다.

 

엄마와 아저씨를 맺어준 신부님이 선택한 말씀 중에서 애정은 상대가 일어설 수 있도록 돕습니다라는 구절이 마음에 남았다. [다시 만난 사랑]은 자전적 소설로 엄마와 사이가 유별난 딸이 돌아가신 아빠를 그리워하면서 엄마가 첫사랑과 재회하여 잘살 수 있게 지켜주고 도와주는 이야기는 감동으로 다가온다. 황혼기에 접어든 나이에 다시 찾아온 사랑을 어떻게 살아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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