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만드는 사람 - 개정보급판
마윤제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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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여덟 살 네레오 코르소가 퓨마를 잡기 위해 길을 떠난다. 푸엘체가 불어오기 직전은 퓨마들의 먹이사냥이 가장 활발한 시기였다. 그러나 날이 어두워질 무렵 퓨마에게 공격을 당해 정신을 잃고 만다. 무서운 바람 푸엘체의 전조가 울려 펴지는 지평선을 바라보던 노인 네레오는 아득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버지에 의해 가우초에 팔려간 여덟 살 소년, 네레오는 파타고니아 고원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휘몰아쳐오자 몇날 며칠을 울었다. 그런 소년을 달래기 위해 늙은 가우초는 소년에게 전설로 전해지는 바람을 만드는 남자 웨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날 이후 웨나는 매일 밤 소년의 꿈속에 나타났다. 웨나의 흔적을 찾아 길을 떠나면서 늘 책을 읽고 있는 후안을 웨나라고 믿기도 하였다. 여덟 살에 낯선 사내의 손에 이끌려 고원의 목동이 된 네레오 코르소는 스무 살의 청년이 되어 노새를 타고 올라왔던 길을 돌아내려갔다.

 

칠로에 섬 출신인 아버지의 조상들은 매년 봄이면 국경을 넘어 파타고니아로 들어와서 양과 소를 키우다 날이 추워지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는 계절성 가우초들이었다. 아버지가 말에서 떨어지자 네레오는 나중에 어른이 되면 절대 가우초가 되지 않을 거라고 맹세했지만 세상일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네레오는 여정에서 웨나의 초상에 부합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아나라는 여자에게 가진 돈 절반을 주었지만 웨나를 찾지 못했다. 어느날은 구두를 수선하는 노인을 만났다. 네레오는 지금까지 좇아온 것은 허위였고 허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길 위의 고단했던 여정은 그 실체 없는 환상을 좇아간 어리석은 행동이었다고 믿었다.

 

네레오는 여인 루이사를 만나서 건강도 되찾고 아들도 낳았다. 그녀에게 웨나를 찾아 세상을 떠돌아다녔다는 사실은 비밀이었다. 그때부터 네레오가 하는 이야기는 긴장과 감동을 주지 못했고 루이사는 흥미를 잃어갔다. 세상 모든 길이 시작되는 출발점에 선 네레오의 머릿속에 한 사람의 초상은 웨나였다. 소설은 예순여덟 살이 된 네레오 자신이 지난 10년 동안 감옥에 갇혀 있었다는 사실을 잊었고 형장으로 이송되어 가던 중 산사태로 전복한 호송차에서 탈출했다는 사실도 잊어갔다.

 

[바람을 만드는 사람]의 저자는 <슈피겔>지의 기자가 아르헨티나 남부의 파타고니아 고원에 서 양을 키우며 살아가는 목동들의 일상을 취재한 르포를 본 10년 뒤 장편소설 한 권을 발표하였고, 종교행사에 동행한 곳에서 한 노인의 온화한 얼굴이 떠올라 파타고니아 평원으로 불어오는 거친 바람을 상상하며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니 작가님의 상상력이 대단하고 감동적이다. 이 소설을 나는 오랫동안 읽었다. 몸이 좋지 않아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해야 하나. 책을 들어도 도저히 읽혀지지 않은 때가 더 많았다.

 

이 책은 바람을 만드는 남자 웨나의 전설을 들은 한 소년이 평생을 떠돌며 웨나를 찾아 떠돌며 사람들을 만나고 인간의 삶을 돌아본다. 네레오가 진정 원하는 삶은 무엇이었을까. 책을 읽으며 네레오의 여정을 좇아가다 보니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것일까 생각이 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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