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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탐 - 넘쳐도 되는 욕심
김경집 지음 / 나무수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하나를 가지면 둘을 가지고 싶고 하나면 충분히 만족하는 삶이지만 둘 혹은 셋 넷을 원할 때 우리는 탐욕이라는 말로 부정적인 의미의 단어를 사용한다. 재물에 대한 탐욕은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우리 문화에서 그래도 용서가 되는 것이 있다면 책에 대한 아니 지식에 대한 탐욕만큼은 너그럽게 용서해 주는 세상의 너그러움이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탐욕은 그리 관대한 인간의 본성은 아닌 것 같다.
지식의 욕구 또한 하나의 집착이며 지적 허욕이고 인간의 교만의 뿌리라고 하는 점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Page 8
저자는 서문에서 지식에 대한 욕구 역시 재물에 대한 욕구와 지식에 대한 욕구를 말하고 있다. 책을 왜 읽느냐는 물음에 우리는 어떻게 답을 해야 할 것인가? 개그맨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했다는 전유성씨는 [책, 세상을 탐하다(2008.평단문화사)]에서 이렇게 말한다. “심심해서” 너무 간결하고 멋진 답이 아닐까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아니 사용하기 위한 지식이 아닌 스스로를 위안하기 위한 책 읽기 아는 것을 자랑하거나 세상살이의 비법으로 사용하기 위한 책 읽기가 아닌 스스로를 위한 책 읽기와 지식에 대한 욕구는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삶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책탐]은 저자인 김경집교수의 세상에 팔려지는 책과는 좀 거리가 먼 인문학 위주의 책을 소개해 주면서, 숨겨진 보석을 찾듯 책의 가치를 발견하려는 의도에서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숨겨진 보물을 알려 주고 싶은 의도에서 기획된 도서라 말하고 있다. 52권의 책이 4개 부분으로 나뉘어 각 부분별 12~14권의 책을 소개해 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접하기 힘든 책을 소개하고 있어 독서력이 짧은 나로서는 거의 모르는 책이 전부 였다고 할 수있다.
4개의 부분은 책 <희망>, <정의>, <정체성>, <창의적 생각>을 말 하다로 구분 되어 있다. 먼저 희망을 말하다 부분에서는 인생역경을 이겨낸 정 반대의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의 리얼 스토리가 첫 꼭지부터 감동을 전해준다. 꾸준한 나무를 사랑하고 나무와 같은 삶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고난과 시련을 이겨내고 스스로를 세상에 외치는 사람들의 삶, 자연과 어우러지며 희망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삶 등을 책과 함께 소개하면서 책 속에서 삶의 희망을 가지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잘 표현되어 있다.
두 번째 정의 부분은 반골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을 소개하고, 의사이면서 이념과 체계에 상관하지 않은 자신만의 정의를 세상을 향해 실천하였던 두 사람의 삶을, 무역의 불평등 속에 병들어가는 삶을 다룬 두 권의 책을, 억압과 핍박 속에 존재하는 국가와 민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 들을 소개해 주고 있다. 스스로를 변두리 좌파라 표현하는 저자는 이부분에서 지식인의 양심과 용두사미가 되어 버리는 세상과 타협하는 지식인들의 모습에 많은 푸념을 던지기도 한다.
세 번째는 정체성이다. 100년의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의 일대기를 통해 자신을 찾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책, 혼자임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간 두 사람, 다시 동양 철학을 담아야 하는 철학의 기본 등 철학적 의미와 개념을 소개하는 책등을 다루고 있다.
마지막으로 창의적 생각에서는 미술 음악에 해한 소개의 글을 다룬 책, 생각의 근원을 다루는 책 두 권, 창의성에 대한 생각을 다룬 책, 건축 그리고 신화에 대한 내용을 담은 책을 소개해 주고 있다.
각 꼭지마다 비교가 될 만한 두 권의 책을 소개하고 있어서 상대적이면서도 의미를 되 새겨 볼만한 좋은 예시를 만들어 주고 있다.
저자는 자신이 소개한 책들 그리고 서점 순례를 등뼈 찾기라 표현하고 있다. 마케팅비용이 없어서 발간되자마자 책장에 들어가 버리는 책들, 누워 있는 책들에서 소외당하지만 그래도 보석은 항상 숨어 있음을 말하고 있다. 서점이 많이 없어지고 있는 추세에서 서점이 던져주는 의미를 찾아가는 저자의 모습이 너무도 아름답게 느껴진다. 온라인 서점에서 팝업으로 던져 주는 책들은 아무래도 마케팅 비용이 들어가겠지? 하는 생각에 너무나 쉽게 책을 선택한 나의 모습에 조금은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리함의 유혹은 떨쳐 버릴 수 없음을 인정한다. 주변에 서점이 없어짐을 탓하기 보다는 찾아가는 수고로움이 더 값진 일 일 텐데 나는 그런 수고로움을 던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많은 독서기록에 관한 책들 중에서 숨어있는 그리고 소외당하는 인문학을 소개한 [책탐]은 나의 독서 편향에 회초리를 대는 듯한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