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책벌레로 유명했던 18세기 실학자 이덕무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아끼던 <맹자> 한질을 팔아 쌀을 구입한 후 벗이였던 유득공에게 찾아가 그 사실을 토로하게 되었다. 그에 유득공은 망설임없이 가지고 있던 <좌씨 춘추전>을 팔아 술을 대접 하며 낙심한 벗을 위로한 일화는 참 훈훈하면서도 책에 대한 애뜻함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라 오래오래 기억하게 되었다.

 

이번에 가지고 있던 책을 몇 권 처분했다. 다시 살 수 없는 책등을 쓰다듬어 보고 휘리릭 훑어보며 아쉬운 마음을 담아 처분하게 되었다. 처분한 이유는 보고 싶은 책을 사기 위함이였다. 이덕무 처럼 생계를 위한 결단이 아니였기에 좀 민망한 일이지만, 보고 싶은 책들을 모두 다 살 수있는 여유가 없는 나로썬 어쩔 수 없는 선택이였고, 이덕무가 책을 팔아야만 했던 그 심정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시간들이였다. 그러면서 새롭게 내게온 각양 각색의 책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져 한 권씩 기록해 둔다.

 

 

 

먼저, 문학동네에서 82호 계간지가 나왔는데 무엇보다도 놀라운 점은 어마어마한 두께다. 무려 810 페이지를 훌쩍 넘어 마치 책 두 권을 합쳐놓은 것 처럼 두껍고도 무겁다.

 

 

<사진 위 81호 문학동네, 아래 82호 문학동네>

 

 

어마무시한 두께만큼 구성 또한 알차다. 줌인 코너에서는 요즘 관심이 많은 황석영 작가님의 <한국 명단편 101>을 담고 있고,  노벨 문학상을 받은 파트릭 모디아노의 수상 연설문과 작가론에 대해 들을 수 있는 구성이 먼저 눈에 띄었다. 포커스 코너에서는 <모든 빛깔의 밤>의 김인숙님의 장편소설을 다루고, 제 6회 젊은 작가상과 대학소설상 발표를 실어 궁금증을 더한다. 문학동네 계간지를 읽는 이유가 우리나라의 많은 작가들에 대해 알고 정보를 얻고 싶었기 때문인데, 이번 호 역시 내 기대에 충족할 수 있을것 같아 내심 기대되는 책이다. 그런데 시작은 쉽지 않을것 같다. 열린 출판사에서 나온 <돈키호테>를 어마무시한 두께 때문에 망설였던거 처럼, 이번에도 손이 쉽게가지 않을테지만, 읽고나면 한장씩 넘어가는게 아쉬워질 책이 될것 같다.

 

 

두번째 책은 작고하신 최인호 작가님과 법정스님의 이야기를 묶은 산방대담집인데 이 책을 구입하게된 계기는 이렇다. 어느날 시아버님과 마주앉아 도란 도란 책이야기를 나누던중 최인호 작가님이 돌아가신것을 안타까워하시는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순간 뜨끔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책을 좋아하고 즐겨 읽는다고 말씀드렸음에도 정작 최인호 작가님에 대해 금시초문 이였기 때문인데 그날부터 최인호 작가님의 책을 읽어보려고 알아보다가 이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냉큼 구입하게 되었다. 더불어 그간 궁금했던 법정스님까지 한 자리에서 만나게 되었으니 어찌 마다할 수 있을까!

 

 

모든것을 내려놓고 사셨던 법정스님의 평소 성품처럼 책은 큰 욕심 부리지 않고 문고본 사이즈로 나와 휴대성이 좋다. 짤막한 글밥과 사진이 버무러진 곳곳의 빈 여백은 생각할 시간들을 충분히 선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목차를 살펴보니 1부는 '자신'에게 돌아가는길, 2부는 백년의 명상 한마디의 말이란 테마로 구성되었다. 어서 읽고 아버님댁에 보내드려야 겠다.

 

 

세번째 책은 박완서 선생님의 따님이 쓰신 <엄마는 아직도 여전히>다. 문학의 거장이라 불리우는 박완서님의 딸이라면 왠지 행복했을거 같은데, 문학소녀로써 자라는데 어려웠던 고충담을 토로하기도 하고, 일찍 여인 남편을 대신해 오남매를 키워내시며 글을 쓰셨던 어머니의 삶을 존경스런 시선으로 추억으로 담아낸 이야기가 담겼다. 예전에 박완서 선생님의 유품을 모아 전시회를 연다는 기사와 함께 남매를 키우며 글을 쓰셨던 이야기를 짤막하게 읽을 수 있었는데 그 이야기들을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될거 같아 기대가 되는 책이다.

 

 

 

 

 

 

이 책은 윤성근님이 쓰신 <책이 좀 많습니다>를 읽고 알게된 책이다. 잔혹스럽지 않은 추리소설을 때마침 찾고 있었고, 한 권씩 구입해서 읽는 즐거움을 누리고 싶었던 참이라 구입하게 되었다. 윤성근님의 말을 빌려 저자 조르주아 심농은 대단한 필력가였던 모양이다 한 해 동안 무려 11권의 책을 저술할 정도로. 매그레 반장이 나오는 첫 책으로 무려 장편 73편과, 단편 28편을 합쳐 103편에 이른다고 하니 이 책을 한 권씩 찾아 읽는 재미가 참으로 쏠쏠하겠다. 무엇보다 멋진 표지와 아담한 크기와 두께가 마음에 드는 책이다.

 

<정희진 처럼 읽기>는 땡스북을 통해서 그간 너무 읽고 싶었던 책이였는데 도서관에도 없어서 구입하게 되었다( 우리 도서관을 비난하는건 아니지만, 내가 찾는 왠만한 책들은 왠만큼 없다) '독서는 몸 전체가 책을 통과하는 것이다' 라는 이 문장만으로도 강렬한 매력을 느꼈다. 다양한 책들을 길지 않은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는 이야기들이 내게 손짓하는것만 같다. 어서어서 읽어주기를 하고.

 

 

알라딘 인기 글쟁이 로쟈님의 책인데 도서관에서 우연찮게 보고 구입하게 되었다. 600페이지 가량 되는 이 책엔 2000년 부터 2010년간 독서기록을 모아놓은 책이라 두께도 상당하고 내용도 묵직한게 빌려 읽기엔 아까운 느낌이 들어 서슴없이 선택했다. 무엇보다 표지에 씌여진 " 책벌레에게 책이 맛없어질 때보다 더 끔찍한 순간은 없지 않겠는가" 라는 글귀는 이 책의 선택에 확신을 준다. 처음 만나는 순간이기에 경건한 마음으로 한장씩 탐독하는 기쁨을 누려야 겠다.

 

 

 

 빵과 쿠키를 오븐없이 만들수 있다는 사실이 매력적인 책이다. 전작 <밥통 케이크>를 살까 하다가 후속작으로 나온 이 책엔 전작에 없던 쿠키를 만드는 법을 다루고 있어 이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쿠키와 빵을 너무 좋아하지만 오븐이 없어 만들지 못했던 아쉬움을 풀수 있을거같아 잔뜩 기대가 되는 책이다. 오늘은  밥통을 이용하여 야채빵을  만들어봤는데 맛이 좋았다. 원래 밥통을 이용해서 빵을 만들기도 했지만, 그간 야채를 다져넣을 생각을 하지 못했고 처음 시도했던 부분이였는데 맛이 괜찮아 흡족했다. 리뷰쓸때 빵 사진도 함께 올릴 생각이다.

 

 

이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내용이 너무 좋아 조카에게 선물하려고 구입해뒀다. 며칠전에 올렸던 리뷰가 있기에 깊은 이야기는 담지 않는게 좋을거 같다.

 

 

그리고 에코백에 관한 이야기다. 책을 구입하고 선물과 마일리지가 있다면 서슴없이 마일리지를 선택했다. 단 한 권의 책이라도 더 사고 싶은 욕심이 컸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그 결심이 무참이도 깨져버렸다. 다른것도 아닌 에코백을 준다는데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는....

 

 

 

 

천은 조금 얇지만, 책을 넣어 다니기 적당한 크기 ( 카누에서 받은 에코백보다 좀더 작고 아담한 사이즈다)다. 가방 중간에 자석 여닫이가 붙어있어 활짝 벌어지는 것을 방지해주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하나 더 있다면 동생에게 선물로 주고 싶을 정도로 앙증맞고 도서관에 다닐때 아주 유용하게 사용할 듯 싶어 마일리지를 포기한 마음을 위로 받았다. 혹시 알라딘에서 다음 선물을 계획하고 있다면 다음번에는 '책 파우치'를 만들어줬음 좋겠고 디자인을 전면으로 프린팅하지 말고 예쁘게 아기자기하게(제~~발) 만들어주길 간절히 바래본다. 이번 에코백의 프린팅중 딱 두가지가 마음에 들었는데 너무 큰 프린팅은 거부감이 들고 좀 유아틱하게도 보이더라는, 그러니 좀 아기자기한 것을 추구하는 알라딘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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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03-05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새로 나온 에코백이군요, 해피북님의 설명으로는 괜찮은 것 같은데요, 실물 보고 싶어 5만원 맞출까 고민되네요^^

해피북 2015-03-06 08:00   좋아요 0 | URL
제가 가지고 있던 에코백은 커서 좋은데 손에들면 바닥에 끌리는게 흠이였거든요 근대요건 크기가 적당해서 끌리지도 않고 괜찮더라구요^~^

cyrus 2015-03-06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알라딘 중고샵에 책을 팔고 나면 또 다른 책을 구입하지만, 친구들이랑 같이 밥 먹을 때 사용하는 식비로 쓰긴 합니다. 사실 책 팔 때 얻는 돈이 그리 많지 않아서 술이 고프면 막걸리를 살 때도 있습니다.

열린책들 출판사가 매그레 시리즈 전편을 번역하려는 출판 계획을 세워서 홍보를 많이 한 걸로 기억하는데 반응이 영 시원찮아서 시리즈 출간을 중간에 멈추고 말았다는 슬픈 사연이 있죠.


해피북 2015-03-06 08:02   좋아요 0 | URL
우앗! 책에서 보던 글같아요 책팔아 밥먹고 책팔아 술도마셨다던이야기. 책에 관련된 추억이 참 많으셔서 부럽습니다 ㅎ

그리고 매그레 시리즈에관한 충격적인 정보 감사해요 확인해보니 19권까지 나왔더라구요ㅠㅜ 아쉽지만 야금거리며 읽어야겠어요

blanca 2015-03-06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해피북닌 소개해 주신 책 다 읽고 싶어요!! 꼬맹이 책까지.

해피북 2015-03-06 22:42   좋아요 0 | URL
꼬맹이책 앙증맞은게 너무 좋았어요 ㅎㅎ 재미도 있구요!

하늘바람 2015-03-06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책도 다 읽고프지만 에코백은 넘 탐나네요

해피북 2015-03-06 22:43   좋아요 0 | URL
오늘 도서관에 다녀오면서 들고 나갔다왔는데 정~~말 좋았어요(막 자랑한다는 ㅋ ㅡ ㅋ) 오늘 다른 에코백 알아보려고 보니 벌써 제가 찜해둔 두번째 에코백은 품절이더라구요 ㅜㅜ 혹시 구입하시려면 서두르셔요!!

수이 2015-03-06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_ 전 요리책!! :)

해피북 2015-03-06 22:44   좋아요 0 | URL
요 요리책 집에서 활용성도 높고 사용하기도 편리해서 좋은거 같아요 저는 잘 활용할거 같아요 ㅋ

오후즈음 2015-03-06 1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파우치 저도추천을!

해피북 2015-03-06 22:44   좋아요 0 | URL
옳~~~쏘!!! 라고 외쳐주고 싶어요 ㅎㅎㅎ 오후즈음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