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갈 날이 낼모레구나"라고 말하는 할머니를 보며 아이는 "에이, 할머니, 그럼 인생이 다 합해서 닷새라는 말씀이세요?" 라고 놀리듯 물었다. 그러자 할머니가 미소를 머금고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래. 참으로 그러하구나."
노배우가 말했다. "스타가 된다는 건 물이 얼음이 되는 것과 같아. 본질은 같고 잠깐의 변화만 있는 거라고 언젠가 얼음이 상온에 노출되어 다시 물이 됐을때 ‘아, 이 물은 예전에 얼음이었지‘라며 누가 알아줄것 같나? 그저 물일뿐이지."
홍어의 차이를 아십니까?" "글쎄요. 맛이 다른가요? 분위기 탓일까요?" "잔칫집 홍어는 미리 날을 받아놓고 품질이 좋은 걸찾아 충분한 시간과 정성으로 삭히니 맛이 좋지만, 상갓집 홍어는 갑작스럽게 구해 급히 올리는 것이니 맛있기가 힘들다는 얘기죠." 슬픈 일은 느닷없이 닥친다는 걸, 홍어로도 배운다.
상처에 가시가 돋고, 가시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고. 그 상처에 가시가 돋고, 가시가 또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고
팬데믹 초기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을 때, 어렵사리손에 넣었던 마스크 한 장을 친구에게 주었더니 진심으로 감동하여 눈물을 글썽이던 모습이 잊히지않는다. 오늘 내가 그에게 마스크 몇십 박스를 보낸다 해도 그때처럼 감동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가치란 그런 것. 급격하든 완만하든 상황과 시절에 따라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러니 지금 내가 귀하게 여기는 것들의 가치 또한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일.
한 해 한 해가 갈수록 귀하다. 한 달 한 달이 더없이 소중하다. 하루하루가 뼈저리게 아쉽다. 그런데 왜 꼭 연말이 되어서야 그걸 깨닫나.
비행기 추락사고로 죽을 확률이 화장실에서 미끄러져 뇌진탕으로 죽을 확률보다도 낮다는 얘기를 들은 R씨는 비행공포증을 떨치기는커녕 화장실공포증을 새로 얻게 되었다. 변 보는 일이 하늘을 나는일만큼이나 무시무시해졌다.
둘째가 물었다. "아빠, ‘무섭다‘랑 ‘두렵다‘가 어떻게 달라?" 잠깐 생각해보다 대답했다. "비슷한 뜻인데, 쓰임이 다를 때가 있어. 예를 들어, 세아가 어젯밤 꾼 꿈을 ‘무서운 꿈‘이라고는 말해도 ‘두려운 꿈‘이라고 하면 어색하지." 그랬더니 둘째가 뭔가 깨달았다는 듯 덧붙인다. "아, ‘무서운 꿈을 꿀까 봐 두려워!"
갈수록 ‘누다‘라는 동사가 적게 쓰이고 ‘싸다‘로 통합되는 듯하다. ‘똥을 누다‘와 ‘똥을 싸다‘는 엄연히다른 느낌인데 말이다. 전자는 변기에, 후자는 속옷에, 전자는 의도를 가지고, 후자는 의도치 않게 배설한다는 뉘앙스의 차이가 있지 않은가. 어린아이가 "나 똥 쌌어"라며 울먹거리는 얼굴도 떠오르고, 그릇을 ‘부시다‘가 ‘씻다‘로 흡수되고, 옷을 지르잡다‘조차 ‘빨다‘로 흡수된 것을 보면 ‘싸다‘로의 일원화를 막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아직도 "똥 싸고 올게"는 내겐 너무 가혹하다. 그렇다고 "똥 누고 올게" 가 딱히 향기롭다는 것은 아니지만.
전염병 장기화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분들의이야기를 다룬 기사, 그 아래 달린 두 가지 댓글. 하나는 "너희만 힘든 게 아니다." 또 하나는 "남 이야기가 아니다." 같은 상황을 해석하는 다른 마음. 후자의 마음을 지니고 싶다.
"화장실에서 설거지를 하다니, 이 식당 해도 너무한거 아닙니까?" 흥분해 소리 지르는 손님을 향해 주인아주머니는 태연히 대꾸했다. "집에선 변기 옆에칫솔을 두고 날마다 그걸로 입 안을 쑤시면서 뭘 그러슈?"
"음악에 관해 글을 쓰는 건, 건축에 관해 춤을 추는 것과 같다Writing about music is like dancing aboutarchitecture." 오랫동안 수많은 뮤지션 비평가 코미
그래서 스포츠 중계는 생방송이 필수고 가수는 라이브 콘서트가 필수다. 펄떡펄떡 살아 있음을 느끼고 싶다. 라이브하고 싶다.
너구리는 뭐든지 씻어 먹는 습성을 지녔는데 솜사탕을 건네주면 그마저 물에 씻어 먹으려다 결국 빈손이 되고 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어떨까. 오래 굳어진 습성과 고집으로 말미암아 나에게 주어진 기회를 허망하게 잃어버린 적은 없었을까. 너구리는 귀엽기라도 하지만.
이석증이 생긴 지 10년이 되었다. 내 경우 찬 바람부는 계절에 특히 신호가 오는데, 이런저런 경험 끝에 왼쪽으로 누우면 좋지 않다는 걸 알게 되어, 오른쪽으로만 누워 잔 지 오래다. 자다가 살짝 왼쪽으로뒤척이면 어지럼증이 비집고 들어올 때가 있다. 히치콕의 영화 <현기증>에서처럼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회전성 현기증‘의 전조. 아찔한 낭떠러지 끝에서발을 빼듯 급히 오른쪽으로 몸을 돌리면 그제야 진정되는 가느다란 요동. 있는지도 몰랐던 귓속 작은돌의 위치가 미세하게 바뀌는 것만으로 세상의 안정감이 완전히 흔들린다. 인간이란 얼마나 허약한존재인가.
아침엔 ‘아침 식사 거르면 머리 회전도 안 되고 점심저녁 폭식하게 되니 든든히 먹자.‘
점심엔 ‘지금 부실하게 먹으면 저녁때 과식할 테니저녁 생각 안 날 만큼 넉넉히 먹자..
저녁에 밖에선 ‘술 한잔하는데 안주 안 먹으면 위도상하고 급히 취하니 잘 챙겨 먹자.‘
집에선 ‘애들 앞에서 깨작거리는 모습 보이면 교육상 안 좋으니 복스럽게 먹자‘ 나의 삼시 세끼 도대체 다들 다이어트는 어떻게 하는 걸까?
나이를 먹는다는 건 나 자신을 다루는 법을 조금이나마 더 잘 알게 되는 것. 게으르고 괴팍하며 소심하고 엉뚱한 자아를 어르고 달래면서 느릿느릿 앞으로 나아가는 것. 한심하기도 안쓰럽기도 섬뜩하기도 답답하기도 한 나, ‘이것도 팔자인데 어쩌겠니.‘ 하는 심정으로 마침내 인정하고 동행하는 것. 너나나나 고생이 많다. 나 때문에 너도 참 고생이 많다.
술은 첫 두 잔이 가장 행복하다. 이후는 그 기분을 유지하려 애쓰는 짠한 발버둥.
매일 오늘이 인생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라는 현인의 말을 듣고, 매번 이 식사가 인생 마지막 끼니인 것처럼 먹게 되었다.
성공이란 단어는
싫은 사람과는 같이 일하지 않아도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는 상태.
한번 홀딱 젖고 나면 더 젖을 수는 없다. 그때부터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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