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남빛 하늘에
선혈 푼 손
마디마디 화염에 싸인다

그 어머니가 발코니 하수구 옆에서
뚜껑 깨진 빈 껍질로
먼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간장항아리에 둥둥 떠있는
빨간 고추 덩어리처럼

금융 위기의 터널을 헤치고 있다
아무리 가도
아무리 올라도
그저 팍팍하기만 한 세상살이
헤쳐 나가기 어려운
가시밭 이 길을
어깨 처진 가장들이
쩔뚝쩔뚝
어금니를 깨물고 간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현란한 도시 한길을
떠돌이 개가
어슬렁어슬렁 걸어 나간다

열탕 같은 비닐하우스 흙탕에서
줄곧 삶을 이어온 까닭에
하우스병에 걸렸다

허리가 굽고
어깨가 한쪽으로 축 처진
썰렁한 껍질

새끼 키우기 위해 제 발 뜯어 먹는
주꾸미의 열망처럼
당당히 남을 준비를 한다

파아란 잎자루 끝
아련히 숨 뜨는
수련한 송이
퍼득퍼득
천심(天心)을 밝힌다

허물 벗어
못다한 사랑 이루려는
계속 목청 돋우고

쪽방에 얹혀 살다
쫓겨난 원혼
둥둥 똬리 친다

집 새는 날지를 못한다
울안에 갇혀 먹이를 받아먹은 까닭에

부엉이 바위


얼마나 오장이 뒤집혔으면
그렇게 몸을 던졌을까
능글능글한 사람들은
잘만 살고 있는데
나 때문에 우는 사람 많다고
짐 다 떠안고 간 사람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 아니겠는가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하고 멀리 떠나간 사람
자신을 잘 길러준
부엉이 바위에 올라
담배 한대 있냐고 묻던 사람
소박한 바탕 위에
바보 같은 책임 위에
부엉이 피를 쏟는다

하늘이 준 자리에
머리 푼 여인이
엉엉 거품을 내놓고 있다

* 치미(尾)는 백제 시대 용마루 양쪽 끝에 사용된 마루 장식용 큰 기와이다. 측면에는 돌대(帶)가 있고, 안쪽에는 변형된 꽃무늬, 바깥쪽에는 날개깃이 층단을 이룬다. 앞면은 굴곡솟아오르는 듯한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반전되어 전체적으로골(骨)이

아무리 큰 바람 불고
세상 변한다 해도
그저 꿋꿋이
한 마음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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