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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을 쓰다 - 모든 시작하는 사람을 위하여
홍국주.신현아 지음 / 플랜비디자인 / 2019년 11월
평점 :
일단 책 제목이 시작을 쓰다 라고 해야할 지 시작을 쓰다 라고 해야할 지 모르겠지만,
편의상 시작을 쓰다 라고 하겠습니다. (역시 편의상 반모...)
오늘까지 플랜비디자인의 책을 7권 정도 읽(고 있거나 읽)은 것 같은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출판사와 그 구성원들이 궁금해지는 재미있는 출판사다.
처음에는 이름만 듣고 디자인분야 책을 전문으로 하는 곳인가 했는데 그건 아니고 사람과 조직, 특히 리더십이나 조직문화, 팀워크와 관련된 책들을 주로 내는 곳이었다.
그래서 경영학 관련 전공책을 읽는 것처럼 살짝(?) 머리 아픈 내용의 책들이 많은 편이다.
그래도 가뭄 끝의 단비처럼,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긴 문장 중간의 쉼표처럼 머리를 쉬어갈 수 있게 해주는 책들이 있었는데 이 책 시작을 쓰다 도 그 중에 한 권.
물론 일과 조직에 대한 책을 주로 내는 곳에서 만든 책이라 그런지, 말랑말랑하게 감성만 건드리다 끝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아무 생각없이 쉬어가는 책이 아니라 만화로 치자면 '미생' 같은 느낌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플랜비디자인의 책들 중에서 이런 책들이 좀 더 내 취향이기도 하고, 생각하고 고민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들이라 좋다.
회사에서 연말에(담당자가 게으르거나 결제 프로세스가 나이브한 회사에서는 연초에...) 나눠주는 큼직한 다이어리 같은 느낌이다.
두툼하고 든-든한 노오란 색 양장본 표지도 그렇고 띠지도 없고 요즘 책 치고는 흔치않게 갈피끈(가름끈)까지 있는 모습이 정말 다이어리 같다.
처음 봤을 때 노랑 컬러가 살짝 촌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보면 볼수록 괜찮다.
시작을 쓰다 라는 제목과 잘어울리는 봄병아리같은 컬러이기도 하고...
책의 구성은
1. 계획을 쓰다
2. 나를 위해 쓰다
3. 일년을 쓰다
4. 생각을 쓰다
로 섹션이 나뉘어져 있는데 계획을 쓰다 부분은 그냥 다이어리 주간 스케줄이고, 생각을 쓰다는 백지노트와 같아서 진짜 다이어리처럼 활용하면 된다.
이 책의 핵심적인 부분은 나를 위해 쓰다와 일년을 쓰다 이 두 파트라고 할 수 있는데
명언을 읽고 관련된 내용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필사할 수 있다는 것이 다이어리와 차별화 되는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자유는 책임을 뜻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유를 두려워한다.
조니 버나드 쇼
명언제조기이신 (고)버나드 쇼 형님의 말을 곰씹으며 질문에 대한 답을 끄적여 본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참고로 나는 카톡프로필에 버나드 쇼의 '젊음은 젊은이에게 주기에는 너무 아깝다' 라는 말을 오랫동안 걸어놓고 있는데, 문장의 속 뜻을 파악 못하고 그냥 불편하다고 뭐라하는 20대 분들이 있어서 마음이 아팠다.
(그렇다고 바꿀 생각은 없고 그냥 마음만 아픔)
우리 인생의 80%는 일하며 보낸다.
우리는 퇴근 후 재미를 찾으려 하는데,
왜 직장에서 재미있으면 안 되는가?
리처드 브랜슨
당연히도 스토리가 있는 책은 아니지만,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유명인이나 롤모델이 한 말들이 많이 실려 있어서 은근 몰입감이 있다.
그런데 리처드 브랜슨 아조시는 인생의 80%를 일한 게 아니라 버진 아일랜드에서 비키니 금발 글래머 미녀들과 노셨잖아요...
'아인슈타인이 말합니다' 라고 아예 일종의 명언모음집 같은 책까지 있는 찐명언제조기 아인슈타인 형님...
그런데 진짜 아인슈타인의 명언들은 나중에 왜곡해서 해석하고 이용한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당시 상황과 실제 본인이 말한 의도를 잘 따져보고 해석하는 게 좋다.
가끔 치인트나 미생처럼 유명한 웹툰 대사들도 나온다.
일 년을 쓰다 에는 평소에 자신에게 하기 힘든 질문들이 있어서 월별로 계획을 짜기 전에 평소와는 다른 방식으로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열어준다.
책 뒷표지에 인쇄되어 있는 문장을 보니 왜 요로코롬 코끝이 찡할꼬...
신년 다이어리처럼 새해를 시작할 때 쓰고 싶어서 아껴두다가 결국 못 참고 얼마전부터 쓰기 시작했다.
최근에 새롭게 시작하는 것들이 몇가지 있기도 하고...
책을 읽으며 내용을 머리속에 박아넣는 게 아니라 잠시 멈춰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준다는 점에서,
그리고 무언가를 시작하고, 화르륵 타올랐던 시작의 열정의 불씨를 꺼지지 않게 유지할 수 있도록
계속 화두를 던져준다는 점에서 꽤 유용하고,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도 어디선가, 시작을 준비하는 모든 작은 이들을 응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