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을 쓰다 - 모든 시작하는 사람을 위하여
홍국주.신현아 지음 / 플랜비디자인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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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책 제목이 시작을 쓰다 라고 해야할 지 시작을 쓰다 라고 해야할 지 모르겠지만,

편의상 시작을 쓰다 라고 하겠습니다. (역시 편의상 반모...)

 


 

오늘까지 플랜비디자인의 책을 7권 정도 읽(고 있거나 읽)은 것 같은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출판사와 그 구성원들이 궁금해지는 재미있는 출판사다.

처음에는 이름만 듣고 디자인분야 책을 전문으로 하는 곳인가 했는데 그건 아니고 사람과 조직, 특히 리더십이나 조직문화, 팀워크와 관련된 책들을 주로 내는 곳이었다.

그래서 경영학 관련 전공책을 읽는 것처럼 살짝(?) 머리 아픈 내용의 책들이 많은 편이다.

그래도 가뭄 끝의 단비처럼,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긴 문장 중간의 쉼표처럼 머리를 쉬어갈 수 있게 해주는 책들이 있었는데 이 책 시작을 쓰다 도 그 중에 한 권.

물론 일과 조직에 대한 책을 주로 내는 곳에서 만든 책이라 그런지, 말랑말랑하게 감성만 건드리다 끝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아무 생각없이 쉬어가는 책이 아니라 만화로 치자면 '미생' 같은 느낌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플랜비디자인의 책들 중에서 이런 책들이 좀 더 내 취향이기도 하고, 생각하고 고민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들이라 좋다.

 

회사에서 연말에(담당자가 게으르거나 결제 프로세스가 나이브한 회사에서는 연초에...) 나눠주는 큼직한 다이어리 같은 느낌이다.

두툼하고 든-든한 노오란 색 양장본 표지도 그렇고 띠지도 없고 요즘 책 치고는 흔치않게 갈피끈(가름끈)까지 있는 모습이 정말 다이어리 같다.

 

처음 봤을 때 노랑 컬러가 살짝 촌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보면 볼수록 괜찮다.

시작을 쓰다 라는 제목과 잘어울리는 봄병아리같은 컬러이기도 하고...

 


 

 

 

 

책의 구성은

 

1. 계획을 쓰다

2. 나를 위해 쓰다

3. 일년을 쓰다

4. 생각을 쓰다

로 섹션이 나뉘어져 있는데 계획을 쓰다 부분은 그냥 다이어리 주간 스케줄이고, 생각을 쓰다는 백지노트와 같아서 진짜 다이어리처럼 활용하면 된다.

 

 

 

 

이 책의 핵심적인 부분은 나를 위해 쓰다와 일년을 쓰다 이 두 파트라고 할 수 있는데

명언을 읽고 관련된 내용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필사할 수 있다는 것이 다이어리와 차별화 되는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자유는 책임을 뜻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유를 두려워한다.

조니 버나드 쇼

 


 

명언제조기이신 (고)버나드 쇼 형님의 말을 곰씹으며 질문에 대한 답을 끄적여 본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참고로 나는 카톡프로필에 버나드 쇼의 '젊음은 젊은이에게 주기에는 너무 아깝다' 라는 말을 오랫동안 걸어놓고 있는데, 문장의 속 뜻을 파악 못하고 그냥 불편하다고 뭐라하는 20대 분들이 있어서 마음이 아팠다.

(그렇다고 바꿀 생각은 없고 그냥 마음만 아픔)

 

 

 

우리 인생의 80%는 일하며 보낸다.

우리는 퇴근 후 재미를 찾으려 하는데,

왜 직장에서 재미있으면 안 되는가?

리처드 브랜슨

 

 

당연히도 스토리가 있는 책은 아니지만,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유명인이나 롤모델이 한 말들이 많이 실려 있어서 은근 몰입감이 있다.

 

그런데 리처드 브랜슨 아조시는 인생의 80%를 일한 게 아니라 버진 아일랜드에서 비키니 금발 글래머 미녀들과 노셨잖아요...

 

 

 

'아인슈타인이 말합니다' 라고 아예 일종의 명언모음집 같은 책까지 있는 찐명언제조기 아인슈타인 형님...

그런데 진짜 아인슈타인의 명언들은 나중에 왜곡해서 해석하고 이용한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당시 상황과 실제 본인이 말한 의도를 잘 따져보고 해석하는 게 좋다.

 


 

 

 

가끔 치인트나 미생처럼 유명한 웹툰 대사들도 나온다.

 

 

일 년을 쓰다 에는 평소에 자신에게 하기 힘든 질문들이 있어서 월별로 계획을 짜기 전에 평소와는 다른 방식으로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열어준다.

 

 

책 뒷표지에 인쇄되어 있는 문장을 보니 왜 요로코롬 코끝이 찡할꼬...

 


 

 

신년 다이어리처럼 새해를 시작할 때 쓰고 싶어서 아껴두다가 결국 못 참고 얼마전부터 쓰기 시작했다.

최근에 새롭게 시작하는 것들이 몇가지 있기도 하고...

  

 

책을 읽으며 내용을 머리속에 박아넣는 게 아니라 잠시 멈춰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준다는 점에서,

그리고 무언가를 시작하고, 화르륵 타올랐던 시작의 열정의 불씨를 꺼지지 않게 유지할 수 있도록

계속 화두를 던져준다는 점에서 꽤 유용하고,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도 어디선가, 시작을 준비하는 모든 작은 이들을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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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여름 - 류현재 장편소설
류현재 지음 / 마음서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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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순수 문학을 읽는 시간이 참 좋다.

활자 중독에 가까울 정도로 뭔가를 읽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전공서적이나 연구논문까지 거의 모든 분야의 책을 다 좋아하지만, 소설을 읽고 있으면 그 안에 푹 빠져 책 속의 세계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좋아서 제일 좋아하는 편이다. (에세이는 공감되는 정도가 작가에 따라 크게 갈리는 편이고, 시는 완전히 몰입하기엔 흐름이 금방 끊기는 느낌이라 살짝 아쉽다)

최근엔 주로 요즘 트렌드에 대한 책이나 배움을 위한 책들 위주로 읽느라 읽지 못했던 소설...

그래서 그리움이 컸는데 이번에 강릉 여행을 가서 오랫만에 실컷 읽었다.


강릉에 가져갔던 책은 류현재 작가님의 장편소설 네 번째 여름.


나는 권위에 호소하는 편도 아니고, 그걸 믿는 편도 아니고, 심지어 우리나라 심사제도에 불신마저 있는 인간이라

책 띠지에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수상작' 이라고 쓰여 있는 걸 보고도 시큰둥했다.

(... '대한민국 콘텐츠' 심사가 잘못됐다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두께는 적당히 도톰하고 크기도 크지 않아서 가벼운 1박 2일 여행가방에 짐스럽지 않게 들어가줘서 좋았다.

내가 요즘 홀로그램에 심하게 꽂혀 있다고 얘기했던가?

요즘 만들어대고 있는 스티커며 키링이며 죄다 홀로그램 투성이다. 반짝거리는 느낌도 좋지만 방향에 따라, 랜덤하게 항상 다르게,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이 나타나는 색의 조화가 마치 우리네 인생같은 느낌이라 좋다.


표지를 잘 보면 바다에 섬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한 명 있다.

처음엔 제목이랑 표지를 보고 공포나 스릴러물인가 싶었는데 그런 분야는 아니고 어두침침한 가족소설이라고 해야될지, 인간의 밑바닥을 보여주는 소설이라고 해야될지 한가지로 분류하기 힘든 굉장히 특이한 장르의 소설이다.

사실은 책의 내용과 전반적인 분위기를 적잖이 내포하고 있었던 책 표지 일러스트.

주로 드라마 방송작가로 활동했던 이력 때문인지 류현재 작가님의 소설은 스토리텔링이 참 촘촘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가늘고 질긴 날줄과 씨줄로 작은 치어 한마리 빠져나갈 수 없게 짜놓은 그물망 마냥 빈틈없이 짜여져 있는 전개들.

질긴 힘줄과 단단한 뼈마디도 턱턱 끊어내는 푸줏간 주인의 칼 솜씨처럼 이런 먹먹한 이야기를 무덤덤한 문체로 잘도 풀어낸다.

현직 검사인 정해심(딸)은 치매에 걸려 요양원에 입원중인 아버지 정만선 같은 병원에 입원 중인 할머니 고해심에게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연락을 받고 병원에 방문하게 된다.

사건에 대해 조사할수록 단순한 성추행 사건이 아님을 알게 되고 믿기 힘든 진실을 발견하게 되는데...

처음에는 성범죄와 관련된 범죄 소설이거나 성범죄자들에게 엄한 검사인 여주인공이 무고한 사람을 범죄자로 만드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개과천선(?) 스토리인가 싶었는데 절대 그런 단순한 얘기가 아니더라고...

이토록 강렬하고 고통스러운 여름 소설은 없었다!

드라마 한 편을 정주행한 듯 완전무결한 서사!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던 책 내용은 띠지에 있는 독자평처럼 강렬하고 먹먹했다.


지금은 파킨슨병과 치매에 걸린 노인이 되고 나서야 이루어질 수 있었던 그 시간마저도 찰나에 머물수 밖에 없었던 두 남녀의 사랑.

모든 진실이 드러난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는 잘못을 따지고 누군가를 비난하기보다는 측은함이, 슬픔보다 아픔이 먼저 들어온다.

이번에 다녀온 아름답고 따뜻했던 여름 오후의 강릉 경포 바다와는 사뭇 다른...

십년 전쯤인가, 뛰어들어야겠다고 수십번을 되뇌이며 들여다 봤던 제주 용두암의 시꺼먼 초겨울 밤바다를 보는 것 같았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책의 모든 내용이 사실은 여주인공 '해심'의 독백인 이 프롤로그에 담겨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굳이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욕망을 쫒는 평범한 인간의 악함이 어린아이의 순수함과 결합됐을 때 불러일으킬 수 있는 최악의 결과...

그 해 남해바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고 수십년의 시간을 건너 현재에 어떻게 매듭을 맺게 되는지 따라가는 과정이 가슴아프면서도 흡입력이 있어서 흠뻑 몰입해서 읽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해심과 만선이 문어처럼 사랑을 나누었던 문어무덤.


특수효과 하나 없이, 유명한 배우 한 명 없이 사람들을 TV앞에 앉게 만드는 드라마처럼 너무 재미있어서 순식간에 정주행 해버렸지만...

여름 밤에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려고 가져갔던 책이었는데 오히려 깊은 고민에 빠지게 만들었던 책이다.


사실 정확히는 여름밤 바닷가에서 읽은 것은 아니고, 오며가며 지하철과 고속버스 휴게소에서 그리고 깊은 산 속에 있는 펜션에서 읽었다.

그래도 여름 밤에 읽기 좋은 책이다. 서늘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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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젠더 그리고 조직문화 - 다양성을 포용하고 함께 성장하는 조직문화 만들기
하수미 지음 / 플랜비디자인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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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조직문화란 무엇인지, 그리고 다양성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만든 책.

 

플랜비디자인의 MZ,젠더 그리고 조직문화

오렌지 컬러에 아기자기한 캐릭터 디자인이 귀엽다.

제목과 캐릭터 모두 에폭시를 입힌 것도 잘어울리는데 이 건 플랜비디자인 책들의 전반적인 디자인적 특징인 듯하다. 개인적으로 책 표지 후가공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건 홀박(홀로그램 박)이다.

내가 요즘 워낙 홀로그램에 빠져 있어서 스티커나 키링 제작할 때도 거의 홀로그램으로 만들고 있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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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플랜비디자인에서 지난 달부터 책을 7권 정도 받았는데 동시다발적으로 읽기 시작하는 바람에 최근에야 하나 둘씩 완독하고 있는 중인데

그 중에서도 이 책이 제일 크기도 작고 얇은 편이라 가장 나중에 받았음에도 제일 먼저 다 읽었다.

책 내용은 제목처럼 MZ세대와 기성세대간의 세대갈등, 그리고 젠더 문제를 화두로 조직문화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다만,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시대의 흐름에 대한 설명과 변화해야한다는 큰 틀 자체는 동의하지 않을 수 없으나,

그런 변화와 문제들에 대한 대처 방안에 대해서는 다소 공감하기 힘든 내용들이 많이 있는 책이다.

 

밀레니엄세대와 Z세대를 포함하는 용어인 MZ세대.

 

어떤 사회적인 문제든 결국 밑바닥에는 경제 논리와 정치적 이해관계가 엮여 있을 수 밖에 없는데 얼마전부터 주목받고 있는 MZ세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냉정하게 표현하자면 이들에게 집중하고 있는 이유는 결국 취업 및 경제활동을 통한 소비계층으로써의 역할 강화와 투표권자로써 이용가치가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정치적으로 분산되어 있어서 타 연령대에 비해 집중해서 표를 몰아주기 힘든 성향과, 경제적으로는 40대 이상에 비해 낮은 근로소득, 보유자산으로 인해 차지하고 있는 비중에 비해 대접을 못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책에서는 이 MZ세대들의 가치관과 생활방식 등에 대해 분석하고 이들의 입장에서 현재 대한민국의 조직문화가 얼마나 잘못되어 있고 불합리한지에 대해 얘기한다.

 

그리고 좋은 회사, 좋은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 이들과 잘어울리고 이들이 원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야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물론 이 책에서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주제들에 대해서는 반박의 여지가 없다.

예를 들어 보여주기 식의 일보다 효율적이고 스마트한 일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인정할 테니까.

 

다만, 기존 조직문화의 문제점의 원인 대부분을 기성세대의 잘못으로 치부하고

기성세대 vs MZ세대 의 세대 갈등 후반에는 남자 VS 여자의 젠더갈등으로 몰고 가는 듯한 표현들이 곳곳에 묻어나는 점이 아쉽다.

 

특히 후반부의 조직내 젠더문제에 대해 얘기하면서 남성=지배계급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는 점도 아쉬웠던 부분.

 

저자의 논지대로라면 이 책을 읽어야 하는 대상=변화가 필요한 기성세대 리더들은 과연 이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할 지 궁금하다.

 

나도 십수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하면서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구성원들과 함께 같은 조직에서 생활을 해봤지만, 세대나 성별로 인한 차이는 생각보다 그렇게 크지 않았다.

 

그보다는 개인의 성격, 성향같은 개인적인 특성이나, 지위와 담당업무 같은 조직내에서 자신이 처한 입장에 따라 조직에 대한 충성도, 일에 대한 태도에 큰 차이를 보였으며 세대와 성별을 배제하고 구분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었다.

 

오히려 특정 세대의 경우 어떤 성향이 강하다라는 편견으로 조직문화를 바꾸게 되면 너무나 다양한 개인들의 개성과 가치관을 무시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최근에도 젊은 꼰대라는 말이 유행했듯이 '꼰대적'인 성향 자체가 어떤 세대에 많이 분포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 젊은 세대 중에서도 꼰대성향을 가진 사람이 나이가 들거나 꼰대짓을 할만한 위치에 올라가게 되면 충분히 같은 태도를 취하게 될 것이다.

 

즉 현재의 기성세대들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MZ세대와 여성들이 대체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들 중에 상명하복식 태도나 보여주기식 업무, 꼰대같은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면 결국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들이 선호하는 회식, 자유로운 복장 같은 취향의 영역에서의 조직문화는 바뀌겠지만...ㅎㅎ

 

MZ세대가 생각하는 기성세대에 대한 인식이나 기성세대가 멘토로써의 역할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배울 점이 있는 책이었다고 생각된다.

 

다만, 현장에서 경험으로 체득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주장이 아닌 데이터와 책에서 얻어진 자료 조사를 근거로 쓴 논문같은 책이라서 나같은 직장 경험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다소 설득력이 부족한 듯하다.

 

게다가 나는 마침 MZ세대와 기성세대의 중간에 위치한 세대인데다 거의 모든 세대가 함께 일하는 직장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어느 정도는 객관적으로 양쪽을 볼 수 있게 되었으니 더 그렇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MZ와 젠더에 집중하기보다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조직문화 그 자체에 집중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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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차근차근 아이패드 드로잉 - 나의 하루를 채우는 소품부터 그림 같은 풍경까지
배성규 지음 / 북라이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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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작년 가을에 아이패드(프로 11인치)를 구입해서 처음 써봤는데요. 아직까지 아이패드를 이용해서 그림을 많이 그려본 것은 아니지만 휴대성도 좋고 애플 제품답게 직관적으로 사용하기 좋게 만들어져 있어서 프로크리에이터 프로그램과 함께 유용하게 잘 쓰고 있어요.

그래도 처음 디지털 드로잉을 포토샵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아직까지 프로크리에이터의 많은 기능을 다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배성규 작가님이 쓰신 '오늘부터 차근차근 아이패드 드로잉' 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제대로 활용하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책이 크고 두께도 꽤나 두꺼워서 놀랐는데요.

분량이 많은 내용도 충실하고 든든하게 채워져 있어서 좋았어요.

아이패드로 그림과 일러스트를 그릴 때는 프로크리에이터만한 프로그램이 없어서 저도 대부분의 작업을 프로크리에이터로 하고 있는데요. 이 책을 읽으면 프로크리에이터의 유용한 기능들을 전부 뽑아먹을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실용적이라고 느껴졌습니다.

특히 그림 초보자들은 물론이고, 저처럼 그림 경력은 있으나 아이패드에는 익숙치 않은 사람들도 폭넓게 활용이 가능한 책이었는데요. 배성규 작가님이 직접 만든 브러시, 팔레트, 밑그림 도안들을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게 해주는 점도 놀라웠어요. 뭔가 엄청 오래되고 유명한 맛집에서 레시피를 공유해주는 느낌이랄까?

프로크리에이터에는 기본적으로 탑재된 브러시들도 꽤나 많지만 클립스튜디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브러시 종류는 많지 않은 편인데요.

그래서 저도 유료로 브러시세트를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 책에는 직접 커스텀 브러시를 쉽게 만들 수 있는 방법들도 잘 나와 있고, 배작가님이 만든 브러시들을 QR코드로 다운 받아서 쓸 수 있게 해주셔서 아주 유용하게 잘 쓰고 있답니다. 그리고 제가 기본 브러시들을 제대로 활용을 못해서 그렇지, 이 책에 나와 있는대로 그림에 따라 적절한 브러시 조합을 써서 그려보니까 기본 브러시들만한 게 또 없더라구요. (실력없는 일꾼이 공구탓을 한다는...)

책 뒷부분 실습 페이지에 나와 있는 그림들의 흑백버전(밑그림)도 공유해주셨는데요.

난이도가 어렵다고 느끼시는 분들은 이 밑그림들을 활용하면 조금 더 쉽게 완성작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일러스트 작업을 할 때마다 거기에 어울릴만한 컬러들을 뽑아내고, 어떤 컬러들로 조합할 것인지 대표색과 보조색들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가 꽤나 고민되는 일인데요.

그림의 분위기를 나타내는 팔레트 이름과 함께 컬러조합이 들어있는 팔레트를 제공해주시니까 정말 많은 참고가 되었습니다.


브러시 종류가 많아도 어디에 어떻게 활용해야할 지 헷갈려서 힘들어하는 분들도 있을텐데

브러시마다 썼을 때 어떤 느낌인지, 어떤 장면이나 연출에 쓰면 좋을지도 자세히 나와 있었어요.

그리고 프로크리에이터 같은 경우 5.0업데이트가 되면서 사라진 브러시들이 있는데요.

사실 저는 자동 업데이트를 해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도 잘 모르고 썼었거든요.

그래서 보노보 분필이 브러시에 아무리 찾아도 없길래 한참 헤메고 있었는데, 책에 보니 이렇게 Tip으로 설명도 나와 있고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페이지까지 명시되어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책 자체도 독자들의 입장을 생각해서 정말 꼼꼼하게 만들어진 것 같아요.


그 밖에 5.0으로 업데이트 되면서 바뀐 기능들도 잘 설명이 되어 있었구요.

프로크리에이터의 보조 기능들도 잘 알려주셔서 유용하게 잘 활용하고 있답니다.

사실 포토샵이나 클립스튜디오처럼 다른 프로그램들 쓰다가 프로크리에이터를 처음 써보면 아주 간단한 것들도 못찾고 헤맬때가 많은데요. (저 같은 경우 처음에 스포이드 버튼이 어떤 건지 몰라서 팔레트에서 만들어서 쓰기도 했었거든요ㅋㅋㅋ )

이렇게 쉽지만 안써보면 모르는 부분들이 Tip으로 표기되어 있어서 헤메지 않고 잘 활용할 수 있습니다.

레이어 같은 기본적인 창도 사실 프로크리에이터를 안 써본 사람은 어디를 눌러야 나오는지 전혀 알 수가 없거든요. 사실 한 번만 써보면 아주 편리하고 다른 프로그램들 보다 훨씬 직관적인데 말이죠.

책의 초반에는 프로크리에이터의 기능들을 설명하고 간단한 드로잉을 통해 아이패드에 적응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요. 책 전체에 배성규 작가님의 감성적이고 귀여운 그림들이 분포되어 있어서 눈도 즐겁고 참고도 많이 되었습니다.


일러스트를 그리는 방법도 아주 자세히 순서대로 나와 있었는데, 간단한 사물과 동물에서 부터...


조금 난이도가 있는 건물이나 인체 일러스트까지 그려볼 수 있어요.

특히 사용하는 브러시 종류와 크기, 컬러들의 코드번호까지 표시되어 있어서 그대로 따라 그리기만하면 똑같은 느낌을 낼 수 있었습니다.


레이어를 언제 어떻게 추가하고 옮겨야 되는지까지 옆에서 알려주는 것처럼 완전 디테일하게 나와 있더라구요.

강아지 그림들도 몇개 있었는데 저는 그 중에서도 제일 애정하는 비숑을 그려봤어요.

컬러나 브러시를 어떤 걸 써야할 지 잘 몰라서 항상 쓰던 것들만 쓰는 편이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원없이 다양하게 활용해 볼 수 있었습니다.


아고 귀여워라...


뒷부분에는 스마트폰 배경화면 만드는 방법, 인스타툰 만드는 방법같은 아이패드로 그린 그림들을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잘 나와 있었는데요.

특히 스마트폰 배경화면 만들기 같은 경우는 책에 워낙 자세하게 나와 있어서 그냥 순서대로 따라하기만 하면 그림을 못그리시는 분들도 만들기가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글씨체와 어울리는 브러시를 알고 나니까

요렇게 캘리그라피처럼 손글씨 표현을 하는 것도 어렵지 않더라구요.

특히 이런 개성있고 감정 표현이 잘되는 글씨체들은 일러스트나 인스타툰에 활용하면 딱 좋을 것 같습니다.


뒤 쪽에는 완벽한 한 장의 일러스트를 완성할 수 있는 실습 페이지들이 있는데요.

저는 앞 쪽부분은 패스하고 주로 유용한 팁들과 이 부분을 집중해서 읽었던 것 같아요.

정말 이렇게까지 다 알려줘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자세하게 순서대로 알려주고 있습니다.

어릴 때 받아쓰기 하듯이 책에 나와 있는 순서대로 그대로 따라하면, 아무리 똥손이라도 멋진 일러스트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제가 장담하죠)

그렇게 해서 제가 완성한 그림입니다.

이번에 배성규 작가님의 오늘부터 차근차근 아이패드 드로잉을 읽으면서 느낀 점이라면

아 정말 프로크리에이터를 극한까지 뽑아먹으시는 분이구나...

그리고 아이패드에서도 레이어를 정말 많이 쓰시고 잘 활용하시는구나...

그래서 이렇게 완성도 높은 그림을 그릴 수 있구나... 라는 걸 느꼈습니다.

사실 저는 그동안 아이패드는 아이디어 스케치, 콘티용 정도로 생각하고 간단한 그림을 그릴 때 주로 활용했었는데요.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활용도가 높고 프로크리에이터 하나만으로도 대부분의 작업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앞으로도 책상 위에 올려두고 틈틈히 참고하려고 해요.

근데 정말 이렇게 다 알려주셔도 괜찮으신 건가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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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의 기억, 시네마 명언 1000 - 영화로 보는 인문학 여행
김태현 지음 / 리텍콘텐츠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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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RY OF SCREEN, 1000 WISE SAYING

OF MASTERPIECE FILMS

스크린의 기억, 시네마 명언 1000 이라는 한글 제목도 좋은데 영어로 쓰니까 더 있어 보인다.


표지 디자인이 왠지 영국이나 프랑스 고전 소설 같기도 하고 이름도 영어로 써 있어서 외국책인가 했는데 토종 한국인 인문학자 김태헌님이 쓰신 책이다. 인문학자라...항공기계공학자, 진화심리학자 등 갈수록 세분화되어 가는 다른 학문들에 비해 인문학은 하나로 퉁쳐버리는 건가, 굉장히 광범위한 학문일진데...(라는 쓸데없는 생각으로 서평을 시작해봅니다)

원래 이 책을 받아 보게 된 이유는... 만화에 써먹을만한 '있어보이는' 대사들을 찾을 때 사전처럼 써먹으면 편리하겠다... 라는 꽤나 이해타산적인 동기에서 시작되었다.

(물론 그런 용도로도 매우 유용합디다)

두께도 사전처럼 상당히 두툼한 편이고요.

그리고 사용목적(?)에 따라 파트별로 구분도 잘되어 있어서

찾기도 편하고 좋다.

그렇게만 생각하다가 어떤 식으로 써있는 지 궁금해서 첫페이지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단숨에 거의 마지막부분까지 다 읽어버렸다.

이 책을 보다보니까 그 동안 봤었던 영화들의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면서 (죽을 때가 된건가...)

영화를 봤을 때의 감정이나 추억들이 되살아나더라고.

나는 심야식당의 이 대사를 참 좋아한다.


흐름이 안 좋을 땐 가만히 몸을 숨겨요. 삶의 형태만 유지하면 기회는 반드시 옵니다.


심야식당 뿐 아니라 명대사들을 추리고 추려낸 책이라 그런지, 인생을 관통하는 주옥같은 진리들이 한가득 담겨있다.

단지 명대사만 정리해놓은 것이 아니라

영화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포함되어 있고, 영화에 대한 작가(인문학자 김태헌님)의 짧은 리뷰가 같이 곁들여져 있어서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도 배려를 한 모습이다.

명작이라고 불릴만한 영화들은 거의 포함되어 있고 대부분 내가 좋아했던 영화들이라서 반갑고 좋았다.

얼마 전에 다시 봤던 백만엔 걸 스즈코

제일 좋아하는 일본 배우 두 명, 아오이 유우와 모리야마 미라이가 출연하기도 했고 가난하고 힘들었던 젊은 시절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영화를 보면서 뭉클했었는데

영화에서 좋았던 대사들을 다시 책으로 읽으니까, 또 느낌이 다르다.

마음 한 켠에 잘 갈무리된 파일들을 하나씩,

천천히 다시 꺼내보는 느낌...

지난 달에 극장에서 다시 봤던 러빙 빈센트도 있더라.

당시 아트가이드 분께서 고흐의 편지들을 나레이션처럼 직접 읽어주셔서 아직까지도 마음에 울림이 남아 있는데,

고흐가 쓴 편지들에는 자연과 인간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 있어서 참 좋다.

이 책에도 영화에서 나온 고흐의 편지글들이 명대사로 실려 있는데, 외국 영화의 경우 외국어까지 함께 표기되어 있어서 좋은 것 같다. (번역자에 따라 번역이 천차만별인지라 원어를 참고하면 느낌이 더 정확히 전달되니까)

봐야지 봐야지 생각만 하다가, 아직까지도 못 보고 있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그해, 여름 손님 이라는 소설이 원작이었다는 건 이 책을 보고 처음 알았다. (그럼 원작도 역시 동성애를 소재로 한 작품이려나...)

영화를 안 본 경우에도 어느 정도의 줄거리와 대충의 분위기가 파악되게끔 설명이 나와 있어서 대사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그리고 스크린의 기억, 시네마 명언 1000 에 있는 명대사들을 읽다가 그 중에 안본 영화가 있으면 엄청 보고 싶어진다.

Call me by your name and i'll call you by mine

by 군대 망치

내가 말하면 겁나 오글거릴 것 같은 대산데, 아미 해머가 말하면 존멋이겠지...ㅋ

ㅋㅋ

ㅋㅋㅋ

그리고 영화를 대충 봤다거나,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지나간 부분에 있던 대사들을 이 책에서 발견하기도 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이 영화에 이렇게 좋은 대사가 있었나? 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하게 됐다.(외국영화 대사는 잘 기억에 안남는다...)

단순히 영화 명대사를 짜집기 해놓은 책이 아니라 그 안에 숨겨진 의미들과 명대사들을 통해 영화에서 어떤 식으로 인간과 삶을 바라보고 해석하고 있는지를 잘 설명해주는 책이다.

(영화로 보는 인문학 여행 이라는 설명이 정확하네...)

아 그리고 중간 챕터 사이에 심플한 라인 드로잉이 삽화처럼 들어가 있는데 이 부분이 있어서 책이 심심하지 않고 더욱 보는 재미가 있었던 것 같다. 이 부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한데 몇 장 없다는 게 좀 아쉬웠다.

(특히 '쉐이프 오브 워터' 그림이 참 좋더라고...)

영화에 나온 명대사들이기 옛날 성인들이나 고전에 나오는 문장들보다 더 마음에 와닿고 내 상황에 적용해보기도 쉽다. 그래서 손 닿는 가까운 곳에 두고 마음이 아플때, 힘들때, 사랑에 빠졌을 때 등등 다양한 상황에 틈틈히 찾아보면 참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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